아내의 향기 (김영근 소설집)

아내의 향기 (김영근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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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영근 작가의 첫 소설집으로 노년의 삶에 따뜻한 위로와, 노년의 시간 여백을 찾아 나서는 고백성사 같은 현장을 다섯 편의 단편소설로 엮었고, 한 편의 중편소설은 실존적인 무게가 느껴지면서도 일종의 자기 구원을 느낄 수 있는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저자

김영근

서울출생
2021년「한국소설」신인상
한국소설가협회회원

목차

작가의말
단편
황금나비/7
남편의분재/33
경비정씨의하루/61
아내의향기/89
할아버지바위/117

중편
노란산수유꽃이핀동산/145

출판사 서평

「한국소설」신인상수상작인「황금나비」는쪽방촌에모여사는노인들의삶을간결한언어와문장으로담백하게묘사하고있다.화자를비롯해안씨,고씨등의작중인물들에게과도한감정이입이나신파의정한을냉정하게잘라내고그들이처한상황만을현장감있게보여준다.그러면서금세공사인화자가좋아하던연희누나와그녀를상징하는‘황금나비’는소설의서사를든든하게떠받들면서애처롭지가않다.그래서‘나는황금나비가되어누나의꽃밭으로날아가는꿈을꾼다’라는마지막문장앞에서너무나도갈급한노년의숨결을발견하고는숙연해지지않을수가없다.노년의진짜배기마음의잉여를치열하게탐색하는작품이다.
「남편의분재」는남편이사고로죽은후오직아들하나키우려고딸하나와아들둘을둔남자와재혼해이십여년을산여인이남편을떠나홀로서는이야기이다.젊어서부터묘목사업을한남편은여기저기변두리땅을구입해묘목농원을만들었다.시간이지나면서나무가값이오르고땅값도오르면서남편은어느새5층빌딩의건물주가되었는데사업은늘오르락내리락하기마련이었다.사업이잘못되어1년동안교도소에서도다녀온남편대신나는몸이두개라도모자랄정도로바쁘게살았다.복역을마치고나온남편은사업의꿈이꺾여화를달고살았고,그분노는오롯이식구들의몫이다.분재에취미를붙인남편은부지런히분재를늘려나가더니어느날부터골프에빠져차츰등한히하더니나에게분재를돌보라하고는골프치는사람들과어울려술마시는시간이점점늘었다.남편은빌딩을팔아아이들에게증여한다고하더니살고있는집이넓을필요가없으니팔아서둘이살만한곳으로이사가자고한다.나는군대에간아들경수가걸리지만남편뜻대로하라고한다.마치나를자신의분재로생각하는것같은남편에게나는이사하는집으로들어가지않겠다고말한다.나는집을나와민박집에서묵으며남편이버리라고한한반도지도같이생긴분재를원래있던땅근처에심어주면서재혼전에살던동네에서이제남은생은오롯이나만을위해살기로한다.켜켜이쌓여온부부혹은인간관계에서생기는상처가이미과거이지만문제는어느날느닷없이터져버리고,그상처를어떻게달래고다스리느냐하는고민을심도있게다루고있다.상처와실존이서로주조해내는풍경화이다.
「경비정씨의하루」는아파트경비일을하는정씨의하루를그리면서사업실패후아내와이혼하고고시텔에서혼자살아가는그의인생을통해노년의삶을반추하게만드는작품이다.휴대폰배경화면으로아들과며느리그리고딸의모습을바라보는결말이포근하다.노년의자아와내면적인본능의실천테제산물로읽히는이작품이소시민으로살아가는정씨의진정성을양파껍질벗기듯이벗기면서저혼자드러나지않고는결코는드러낼수없는상처를깊이들여다보고있다.
표제작인「아내의향기」는평생가정과가족을위해살다가먼저세상을떠난아내를향한사무치는사모곡이다.향긋한복숭아냄새가풍기는내복가게여주인아내를만나운명처럼좋아하고결혼을한나는택시운전을하면서세아이를키우려고나름대로최선을다했다.하지만아내가먼저세상을떠난후저마다살기에급급한자식들은아빠가도와주지를않나눈치를살핀다.세상을떠난아내는내생활곳곳에동행하면서지난시절을떠올리게만들고그녀의환영에사로잡히기도하지만내게는그런시간이무엇보다도소중하다.그렇게나와동행하던아내가어느날이제는떠나야한다면서아이들의어려운처지를들려준다.곧이어손을잡고내가드나드는빈대떡집에들어가주인박여사와친구윤여사가나누는내이야기를듣게한다.그러다가외곽산동네에손자와살고있는할머니집을방문한다.그할머니는아내의소꿉친구인데친구의생일을기억하고작은상위에고봉으로푼밥과김이나는미역국을올려놓고있다.금방이라눈물이쏟아질것같던표정으로집안을살피던아내는나를곧장절앞으로데려간다.소복차림의아내가법당에서걸어나오더니두둥실하늘로높게떠올라빠르게산을넘어간다.아내에대한정서적인절실함,상처의아픔등을정제된언어로서술하면서허위,위선,엄살로부터스스로자신을지키는노년의진정이아름답게겹쳐지고착종된작품이다.
「할아버지바위」는십여년전학교폭력을당한딸을위해미국으로건너간아내는큰딸연정이결혼을하고,둘째딸연수가박사학위를받고대학연구소에남아일을하는데도한국으로돌아올생각이없는지이따금전화로동정을알려온다.혼자살고있는나는추석연휴동안지리산종주를떠난다.그곳에서만난일행들과이런저런일을겪으며지리산을걷는다.나는고층아파트외벽칠과유리창코킹,고층건물유리창청소등을하면서미국에있는아내와아이들에게생활비를보내던시절을반추하며걷다가등반대장대장에게서들은내대리라는지명이낯설지가않다.아버지가술을드시면내대리계곡에서놀던어린시절얘기를자주들려주었다.나는내대리쪽으로하산코스를잡고걸으면서집안이야기를떠올린다.산청에북한군이들어오자할아버지는산으로피신을했지만아버지는집에있다가북한군에잡혀가서부역을했다.훗날국군이실지를회복한후북한군에부역한사람을색출하자할아버지는아버지를서둘러서울여동생집으로보냈으나아버지는고모를만나지못하고떠돌다가극장에서잡일을하며숙식을해결하고간판그리는것을배워극장이문을닫을때까지간판을그린다.아버지가돌아가신후유품을정리하다가양장노트를발견하고펼쳐보니바위,암자,계곡,폭포등이그려져있다.나는아직도그화첩을보관하고있는데아버지는전쟁이끝난후부모와동생들이산에서죽었다는사실을알고고향을등지고서울에서호적을새로만들고고향을찾아가지않았다.나는그런아버지가언제고향에다녀와서바위그림을그렸을까궁금했다.아버지가그린지리산바위앞에서나는어떻게든아버지만큼은지키고싶었던할아버지의어려운결정을알것같았다.이소설은단단한구성과전개를통해우리가살아가는일상에서탐닉하고있는것이속도처럼보이지만사실은‘망각’이라는것을증언하고있다.그러면서이세상에존재하는진실의한켠을포착해내어화자가지향하는마음의현전에대한묘사를우직하게그린믿음직스러운작품이다.
중편「노란산수유꽃이핀동산」은보육원에서만난소영과수진의서사를다채롭게다루고있다.유방암에걸린수진을삼년동안이나보살피던소영은수진이정상적인생활로돌아왔으니떠나도될것같다는생각을하고있었는데,우연히보이스피싱에걸려든할아버지의통화를듣고그할아버지가은행에서찾아온돈을뺏으려다잡혀서교도소에서만기출소한다.수진과살던빌라에왔지만비번은그대로인데방은비어있다.소영은그곳에서살면서수진을찾아다니다가결국시골에서그녀를발견한다.자신이오래살수없다는것을알게된수진은시골에서은둔해살면서주변과의연락을단절하며소영과도연락을끊지만소영이찾아낸것이다.소영은수진이어려서입양된집의대학생아들에게서성폭행당한사실을알고수진이대신복수를하려고한다.하지만보복은생각보다쉽지않아서결국은복수를위해수집한비밀장부를비롯한서류들을수진과함께화장하기로한다.호피스병원에들어간수진은소영이엄마로보인다.소영이때문에자신이대학을졸업할수있었다는사실을영원히잊을수없는강박관념이그녀를그렇게만든것이다.수진은죽어가면서‘소영아,나때문에또네가힘들게되었구나.앞으로는정말로너만을위해살아라.’하고타이르는것같았다.이소설은진정성에대한추구로서의고백이돋보이는작품으로소영의자기갱신의지가세계에대한새로운긍정과연관되어있다.그러면서도존재절대고독의현장을수진의죽음으로연결시키는교합점을통해죽음에서긍정으로이어지는선을만들어가는과정이소설의중추적인뼈대로절실하게와닿는다.
김영근작가의소설『아내의향기』는자신만의고유한스타일로정주하지못하고떠도는영혼으로서의노년이세상과자기운명을관조하는형상을창조하고있다.이인물들은특히가족에대한끈끈한유대가끊어지고,유대가있다고하더라도현실적인관계가미미하다.그래서인물들은모두하나씩의섬이고저마다의상처로만들어진사연들을지니고있다.하지만그들이저마다내뿜은아우라가일종의논리로는표현하기힘든따뜻한향기로독자들에게강렬하게와닿는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