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의 시간 : 장두영 평론집

애도의 시간 : 장두영 평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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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장두영 평론가가 엮은 두 번째 평론집으로 우리 사회의 슬픔에 관한 소설을 통해 진정한 애도가 무엇인지 묻고 있다.
필자는 우리 사회 전체가 슬퍼했던 세월호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이야기, 우리 사회의 불평등, 불합리 등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발생한 억울하고 답답한 일들에 관한 울분과 애달픔에 관한 이야기, 개인 차원에서 누군가를 상실하고 그로 인한 빈자리 때문에 오랫동안 슬퍼하는 이야기, 평범한 일상에 갑작스레 찾아온 불의의 사건으로 인해 불안과 비통에 시달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애도의 방식을 깊게 성찰하고 있다.
장두영 평론집 『애도의 시간』은 이어령, 황석영, 최윤, 정찬, 이승우, 정용준, 김성달, 편혜영, 강영숙, 장강명, 백수린, 김이설, 김중혁, 함정임, 최은영, 박민규, 김미월, 김중혁, 신경숙, 손원평, 이미란, 이서진, 은승완, 손홍규 작가 등의 소설을 통해 진정한 애도가 무엇인지, 나아가 삶의 길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묻고, 우리가 겪은 또는 겪고 있는 수많은 슬픔에 관하여 필자가 보내는 애도의 표현을 묶은 평론집이다.
저자

장두영

저자:장두영

대구에서태어나서울대국어국문학과와동대학원을졸업하였다.2009년[문학사상]신인상평론부문에당선되어등단했다.평론「그들은그것을알지못한채행하고있다」,「뿌리를보는시간」등과저서[염상섭소설의내적형식과탈식민성]등이있다.현재아주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책머리에

1부

애도의시간…10
불안의몇가지표정들…30
삶의확실성으로서의감각들…45
누군가는해야하는일에관한소설…63
여행하는사람들…82
양극화시대소설의표정…101
그들이사는세상,그들이느끼는감정…122
외로움을건너는법―최은영소설…138
소설의공간과장소…151
-박민규,김미월,김중혁을중심으로

2부

끝나지않은애도…178
-김성달≪이사간다≫

회한에서벗어나는목소리들…195
-황석영≪오래된정원≫
순환하는원형의발상법…210
-이어령≪디지로그≫
공동空洞의심연을응시하는소녀…223
-신경숙≪외딴방≫
코로나셀러소설…241
-손원평≪아몬드≫
‘너’라는이름으로…251
-이미란≪너의경우≫
흘러간시간속으로…268
-박경숙≪의미있는생≫
환영의대위법…284
-이서진≪푸른환영≫
삶의치열함에관하여…304
-은승완≪도서관노마드≫
불가능한꿈에관하여…329
-손홍규≪환멸≫

출판사 서평

작가의말

슬픔을이야기하기,곧슬픔이라는심적고통과상처를그대로두지않고소설이라는허구적세계속이야기로써내는작업이야말로진정한애도의한방식이라생각한다.이책에수록된여러작품이슬픔과불안을이야기하는것은타인의비극을이해하고공감하는방법을알려주는것이며또그렇게해야한다는것을우리에게호소하는것이기도하다.또한편으로슬픔에관한애도의이야기는삶에대한성찰과인간적가치에관하여다시한번돌아보도록우리를이끈다.

책속에서

아울러세월호참사를직접적으로다룬정찬의「새들의길」이보여준문학적시도또한가볍게지나칠수없다.「새들의길」은애도를멈추지말고계속하라,고통스럽더라도기억하라,상상력과글쓰기로애도하라는원칙을한꺼번에아우르는작품이다.상세하고생생한현장묘사를통해마치한편의르포기사를보는듯한느낌을가지게하지만,「새들의길」이희생자의넋을위로하는기본적인방식은‘북극의겨울하늘에나타나는환월’이나넓은북극해를거침없이헤엄쳐다니는귀신고래에관한자유로운상상에기대어있다.슬픔이침몰되어있는어둠의바다에서고래의반짝이는은빛지느러미를상상하여어둠을몰아내고,고래의지느러미를새의날개로변하게하여실종된아들을수면위로부상시키고,이제죽은아들은하늘의별에이르는먼여행을시작하였노라상상한다.현장의생생함을충실히스케치하면서도환상적인상상력을발휘하여희생자를애도하는이작품은세월호사고에부치는가장슬프고도희망적인위로를선사하는소설적진혼곡으로기록될것이다.

장강명의단편「알바생자르기」(『세계의문학』,2015여름)는알바생한명을해고하는과정에서발생한여러에피소드를통해불안정한고용·노동환경의안팎을예리하게파고든작품이다.‘알바생자르기’라는직설적인제목이드러내듯시작부터끝까지소설의모든내용이임시직직원의해고를검토,결정,실행하는일련의과정에집중된다.군더더기없이펼쳐지는서술로인해마치한편의잘정리된사건보고서같은느낌을준다.게다가독일계회사의한국지사라는특수한조직내부의서열과인간관계에대한상세한언급,임시직직원의권리나처우에관한상당한수준의배경지식이덧붙여지면서노동·고용환경에관한보고서같은느낌은더욱강화된다.작가가매우성실히공부하고쓴소설,그래서생생한현장감을확보한작품이다.

당분간최은영소설의여성주의적분위기는유지될것으로보인다.대결에만초점을맞추는것이아니라모순적인상황에대한감정을예민하게포착하는특유의방식이유지되고발전된다면,그래서인간을둘러싼모순과의대결구도에초점을맞춘다면여성주의에반감이있는사람들에게도충분히반향을일으킬수있는여성주의를구현할수있으리라전망한다.덧붙여작가의창작활동이소설집두권분량으로이어지는동안엄마와딸이자매와여고동창을거쳐동성애커플까지다루면서외연을넓혀가는모습도주목해야한다.물론「아치디에서」같은작품에서남성인물을주인공으로내세우는경우도시도되고있으므로앞으로의방향이동성애문제로집중한다고보기보다는엄마와딸에서출발한감정의포착이라는특징은인간과인간사이의보편적관계를향한지향으로이어진다고보는편이맞을듯하다.

여자는온몸의기운을모아목소리를짜낸다.그때,굳게닫혔던여자의목이조금씩열리면서토막토막끊어진소리가나온다.
“준…호야…이…사…간다…”(「이사간다」)

연수는천천히역사를향해걸어가기시작했다.좀처럼눈은그치지않고,눈길을더걸어야할모양이었다.(「눈길을걷는다」)

20분후열차는정상운행을재개하고,열차운행에불편을드려죄송하다는사과방송을하고사과문을붙였지만이번에도사람은뒷전이었다.
누구나다그런현실을알고있었다.(「누구나다안다」)

김성달작가의소설은현실을담담히담아내는데집중한다.섣불리해결책을제시하거나희망을말하지않는다.우리주변에서소외되고고통받는이들의사연을기록하고,그상처의깊이를보여주기에전력을다할뿐이다.그러나그러한담담함이오히려독자들의마음을서서히끓어오르게하고,오랫동안벗어나기어려운묵직한울림을전해준다.비록여전히질퍽하고미끄러운눈길이당분간펼쳐져있더라도그들은아직도포기하지않았다는것에서독자들은인간적가치가무엇인지생각하게된다.우리의현실에여전히어두운그림자가드리우고있음을소설에서다시한번확인하게될때,그러한어둠을잠시잊고있거나혹은외면하고있던독자들은부끄러움을느끼고자신을돌아보게된다.무엇보다아직애도가끝나지않았음을,아직끝나지않아야한다는점에공감하게된다.결코쉽지않은소설이다.

이처럼『오래된정원』은치밀한디테일을이야기의기저에깔아놓고시작한다.주지하는바와같이교도소출감전후주인공현우의행동과내면에관한서술은방북과망명후수감생활을경험했던작가황석영의자전적체험에서비롯되었을것이다.빛이차단된독방의구조,두팔을다펴지못할정도의협소한공간,감방내부에설치되어악취가풍기는변기등교도소내부의시설이나물품에대한묘사는물론배식시간,운동시간등하루일과에대한상세한언급,심지어고양이나비둘기따위를길들이는수감자들의모습까지자세하게다룬15장은풍성한디테일의외양을자랑한다.서른번쯤했었다는단식투쟁과정을그리고있는18장은또어떤가.단식중옆에서들리는배식소리와풍겨오는음식냄새에비굴하면서도본능적인허기를느끼고,호스로멀건죽을위장까지집어넣는강제급식때‘강간을당하는것같은굴욕감과수치감’을느끼며,며칠간지속된단식탓에환영을보게되는등다채로운오감의자극과의식·무의식을넘나드는종횡의서술에서디테일의깊이를맛본다.

『아몬드』는청소년을주요독자층으로하여큰인기를끈소설답게학교폭력문제,왕따문제등학교내의상황을잘다루고있다.부모와자식간의사랑이라는오래된주제에관해서참신한소재로풀어내고있어청소년들의마음에쉽게다가갈수있었다.특히개성적인여러명의작중인물을등장시켜그들의꿈과방황을그린성장의플롯을쉬우면서도인상적인스케치로풀어냈기에청소년독자들에게큰호응을받은것으로보인다.

그러나이작품이청소년독자에못지않게성인독자들에게도관심을받은것은청소년인물의이야기를넘어서공감,인간관계,소통등우리사회의주요관심사에관해적지않은시사점을제공하고있기때문이라생각된다.코로나19이후우리는비대면상황의확대로인해타인과의소통에서적지않은피로감을느끼는동시에감정의교류가얼마나중요한지새삼느끼고있다.원치않게고독과고립의상황에놓이게되는요즈음시절에공감과소통의가치는더욱소중하게여겨진다.공감능력이없는소년이진정한공감을통해인간관계를회복해가는내용을다룬이작품은코로나로인한심리적피로에시달린사람들을따뜻하게위로하고있는것이다.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