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쿠리우스의 달

메르쿠리우스의 달

$13.00
Description
이 소설은 신소나 작가의 첫 소설집으로 삶의 구체성과 시공간의 메타성이 세련되게 정련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 대한 깊고 넓은 성찰과 사유를 잘 형상화하고 있다.
「새를 부검하다」는 20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죽은 남자와 그의 죽음을 수사하는 형사의 삶을 알을 포란 중인 수리부엉이의 행태와 대비하면서 현대인이 안고 있는 고독과 절망을 다층적으로 그리고 있다.
「메르쿠리우스의 달」은 조개껍데기로 조각상을 만드는 조각가 남자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현대인의 외로운 영혼으로서의 자기애를 입체적으로 나타내어 마치 모래사장 그늘 속 햇빛을 받은 하얀 조개껍데기처럼 신비롭게 반짝인다.
「가오나시의 알」은 늦둥이로 태어난 딸이 가장 좋아하는 일본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괴물 가오나시, 식욕을 주체할 수 없어 틈만 나면 할인매장에 달려가 냉장고를 채울 식료품을 마구 사들이는 여자, 주식에 빠진 남편, 그들의 모습을 통해 처음엔 눈에 잘 띄지도 않던 작은 실금이 모든 것을 무너뜨릴 만큼 빠르게 뻗어 나가고 있는 뷸안한 우리 삶의 현장을 밀도 높게 보여준다.
「에코리더」는 환경단체에서 일하면서 진짜 에코리더가 되기 위해 폐건전지 수거에 집중하는 영인과, 직장에서 팀장과 거래처 직원의 수상쩍은 거래를 우연히 지켜본 딸이 그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후 삶의 균형을 잃은 나의 시선이 교차되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감당해야 할 개인 인생의 에너지 총량은 얼마인가를 진지하게 묻는다.
「씨드 스프레이」는 대기업 임원으로 있다가 뇌물 사건에 연루되어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이민 간 아들과 어머니의 갈등과 가족의 사연을 화자인 딸의 시선으로 차분하게 풀어놓고 있다. 어머니는 아들이 몇 번이나 미국행을 권유하지만 딱 잘라 거절한다. 하지만 딸은 어머니를 미국으로 보내기로 하고 생각 끝에 12인승 밴을 렌트해 가족들 서부여행 일정을 잡는다. 이삿짐처럼 많은 짐을 차에 싣고 출발한 밴이 서부를 지나자 “세상에 땅도, 땅도 넓다. 이 많은 땅을 놀리고 아깝다.” 하며 옥수수를 심어야 한다고 타령을 하던 어머니는 인디언 마을에서 감쪽같이 사라지고 만다. 자본주의 마지막 세포 단위인 가족의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으로 가족이란 무엇이고, 무엇이 될 수밖에 없는가, 또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이 각별하다.
「락LocK」은 도어락에서 울린 경고음이 울리면서 현관문이 잠기지 않은 현장과 뛰어놀 아이도 없는 집인데도 아래층에서 층간소음 때문에 견디기 힘들다는 항의를 받는 화자의 불안한 심리가 아파트 엘리베이터와 복도 등의 묘사로 긴박감 있게 그려지고 있다. 실존의 공간에 틈입한 우발적이고 사소한 소리 하나가 자칫 일상의 파국, 그 빌미가 된다는 플롯을 배면 서사로 잘 깔아둔 소설이다.
「안전지대에 초록 불은 없다」 복지관 댄스 교실의 유명인사 K는 트럭을 몰고 오후 3시부터 밤 10시까지 이불 장사를 하는데 전직 택시기사였다. 그가 15년 동안 장롱면허였던 내가 운전을 해보고 싶어 운전대를 잡은 첫날 남의 차를 긁어 십만 원에 합의를 한 내 사연을 듣고는 운전을 가르쳐준다, 그후 나는 남의 손을 잡는 것이 부담스러워 댄스 교실을 관두었고 몇 개월 뒤 단기 상가에 깔세로 들어와 이불을 팔고 있는 K를 다시 만났다. 그 후 그이 가게를 몇 번 드나들면서 그렇고 그런 그녀의 가정사를 알게 되었고, 어느 날 그녀가 사이비 종교단체 광고 전단지를 봉투에 넣고 있는 것을 본 후 가장 나약한 사람들이 선택한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며칠 후 나는 K가 교통사고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 주변에서 소리도 없이 배제되고 있는 작중 인물을 통해 현실의 상징과 알레고리로 읽히는 구분의 서사가 뛰어나게 읽히는 작품이다.
이처럼 신소나 작가의 소설집 『메르쿠리우스의 달』은 서사 전개 중심축을 우리 삶에서 은폐된 사실들을 표층으로 끌어올려서 생기는 사건과 심리를 극도의 긴장감을 바탕으로 환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그 형상화 과정을 통해 인간 삶과 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불안한 기초 위에 축조되어 있는가를 값지게 증언하고 있다.
저자

신수나

2018광주일보신춘문예동화당선
2020제64회「한국소설」신인상수상
2021제9회등대문학상소설부문최우수상수상
2023제1회책읽는샤미SF환경동화상우수상수상
2023경기문화재단경기예술지원선정
2023아르코문학창작기금단편소설발표지원선정

목차

작가의말

새를부검하다
메르쿠리우스의달
가오나시의알
에코리더
씨드스프레이
락Lock
안전지대에초록불은없다

출판사 서평

『메르쿠리우스의달』은신수나소설특유의환상적이고철학적인아우라로‘자아’탐색을심층적으로보여주고있다.
-김소나(소설가·나의MBTI가궁금하단마리몽의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