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으로 엮은 말과 글

시간으로 엮은 말과 글

$15.00
Description
박충훈 소설가의 신작 에세이로, 소설가라는 말을 빌려 35년간 말과 글을 세월로 엮으며 살아온 그의 소회를 1부 내 문학의 갈피, 2부 내 문학의 행간들, 3부 자작詩, 4부 월남전 통신, 총 4부로 엮었다.
1부와 2부는 작가의 문학을 시작하게 된 동기와 문학관, 고향과 고향 사람들, 산약초나 산나물, 특정 사건에 관한 생각을 솔직담백하고 진솔하게 털어놓고 있다. 3부는 평소 우리나라 고시조와 이백, 두보, 도연명, 백거이 등 중국 당나라 시대의 시를 많이 읽는 저자가 직접 쓴 자작詩를, 4부는 월남 파병 용사인 저자가 월남 군부대에서 받은 위문편지를 싣고 있다.
박충훈 소설가의 에세이 『시간으로 엮은 말과 글』 가운데 특히 독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책 말미에 붙어 있는 위문편지의 실제 모습이다. 저자는 18개월간 월남전에 참전하면서 두 여인과 한 여자 어린이에게서 받은 편지를 56년 동안 간직하고 있다가 수줍은 듯이 소개하고 있다. 한 글자 한 글자 정성 들여 쓴 편지를 읽다 보면 독자들은 오래전 학교에 다닐 때 국군장병들에게 위문편지를 쓰고, 펜팔 하는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던 그 시절로 돌아가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입가에 따뜻한 미소를 머금게 된다.
저자와 같은 고향 영월에서 보내온 위문편지에는 계절마다 고국과 고향의 아름다운 소식을 전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꽃잎을 편지에 동봉하기도 해서, 저자는 전쟁터에서 그 편지를 기다리고 읽는 것이 크나큰 낙이며 보람이었다. 파월 18개월 만에 귀국한 저자는 16개월간 구구절절한 마음을 나누고 위로를 주었던 대한중석 총무과에 근무하는 그녀가 고마워 근무하는 곳으로 찾아가 그녀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었는데 그날이 1968년 7월 20일, 마국의 달 착륙선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날이었다. 곧 여든을 눈앞에 둔 저자는 이 책을 펴내며 그와 엇비슷한 나이의 그녀들이 혹시라도 이 책을 본다면 연락이 되어 만나고 싶은 간절한 소망을 피력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천태만상인 것은 시간을 쓰고 엮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내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은 다르며 하고 싶은 일 한 가지를 하기 위해서는 해야만 하는 일을 더 많이 하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저자

박충훈

저자:박충훈
강원도영월출생1989년『월간중앙』복간기념논픽션공모에金馬里3.1운동秘史당선.
1990년『월간문학』제61회신인문학상소설부문당선으로등단.
장편소설『강물은모두바다로흐르지않는다』(전2권)『그대에게못다한말이있다』『우리는사랑의그림자를보았네』『르네상스,그화려한부활』『태극기』대하역사소설『대왕세종』(전3권)역사소설『君臣』『이방원』장편논픽션『태극기의탄생』판타지장편소설『천기누설』(전2권)작품집『엄마』『어른이동화-어린이와아이들』『그들의축제』『동강』『못다그린그림하나』『남아있는사람들』『남녘형님북녘형님』『동티』『거울의이면』『흐르는강물처럼』『사랑,행복을읽는시간』건강실용서『밥상위의보약산야초를찾아서』『야생생약재로보약주만들기』『소설가박충훈의건강차35선』『잘먹고잘누고잘자는법』『뜯고따고캐고맛보고즐기는산야초기행』『삼백초반신욕건강법』『태극기의탄생』2009년<조선일보>장편논픽션대상수상,대하역사소설『대왕세종』으로서울시문학상수상,2011년제37회한국소설문학상수상,2019년계간문예문학상수상.

목차

책을엮으며

제1부내문학의갈피
손말명
콩엿
불알친구증손자
나의인생나의문학
곰취의추억
고사리유래
더덕예찬
아버지의땅
내유년의겨울
진지잡수셨어유?

제2부내문학의행간들
왜小說인가
소설이실종되었다고?그렇다면작가들책임이다
세상에서가장귀한물
금낭화의추억
금거북과의인연
두고온山河
삼수갑산어드메뇨
나의살던고향은
문학에속은사람들
3월에생각해보는愛國
소협등반대지리산종주산행기
소금장수김두원

제3부자작詩

제4부월남전통신
월남전통신의추억
김행자씨편지10통
김성희씨편지10통
권영옥양편지

출판사 서평

작가의말

말을글로엮지않으면흔적없이사라진다.말을시간으로엮은것이글이다.사람에게는누구나주어진삶과그에따른시간이있다.그삶과시간의길고짧음이다를뿐이다.시간은저절로흘러간다.문학인이말을흐르는시간으로잡아엮은것이문학예술이다.세상에는말도많고글도많다.그러나‘글속에도글있고,말속에도말있다’는속담에글엮는손이멈칫해짐은어쩔수없다.
-시간으로엮는말과글을엮으며중에서

책속에서

사업을폐업한뒤에도나는망설이지않았다.92년4월에모든정리를끝내고5월에경기도포천에땅을사서35평짜리집필실을지었다.4개월에걸친공사끝에책과컴퓨터를싸들고입주했다.나는나를믿었다.너는할수있다고채찍질하며작업을시작했다.작업을시작한지20개월만인94년7월장편소설2400매를써서10월20일상^하권으로출간했다.「강물은모두바다로흐르지않는다」내가18개월간참전했던월남전과고엽제후유증으로죽어가는참전용사의처절한삶을그린소설이었다.

우리는청년이씻어다준곰취로돼지고기수육쌈을싸먹었는데,외국에나와서생각지도않았던곰취를먹으니감회가새로웠다.곰취를처음먹어보는일행들은맛이있다느니,쓰다느니말들이많았지만,나는늘먹었던맛이기에그야말로꿀맛이었다.그러나우리나라곰취맛에비하면,쓰기는더쓰고향기는훨씬덜한것같았다.
우리과갈청년이곰취를씻어다주며말했다.이곳사람들도곰취가연할때는생으로쌈을먹기도하지만,너무써서주로데쳐서쌈으로먹거나말렸다가겨울에묵나물로먹는다고했다.
배달민족의식성과먹거리는세상어딜가나매한가지구나싶어청년이더욱사랑스러워졌고,내가해줄수있는능력만큼무엇이든해주고싶은마음이불쑥들었다.그때만해도중국이개방된지불과2년이었고,북한은더욱아득히먼나라였고,중국의조선족은우리나라의6^25전쟁직후와흡사한생활환경이었다.

온종일긴장감이돌던백석산901고지는이내대기하던정적에의해고스란히점령되었다.이능선에서총성이멎은지60여년,정적은백석산1142m일대산봉우리와능선의고지를점령하여긴세월을마다않고하릴없이지키고있었다.백석산품에묻힌수많은주검을분해하여흡수하며무럭무럭자라는초목을기나긴세월동안묵묵히지켜보았다.휴전선의포성은멎었지만60여년간도처에서간단없이계속되는동족상잔의비극을그저하릴없이지켜보며격전지를점령하고있었다.
피를나누고뼈를나눈형제들끼리적이되어죽이고죽으며,빼앗고빼앗기던격전지가피로물들고,아우성과통곡으로아비규환이던전선에총성이멎으면,숨을멈추고대기하던정적은대자연의섭리에따라어김없이피에젖은고지를점령하여죄없이죽어간수많은육신을넉넉한품으로안아주곤했었다.정적은적과아군이없다.누가가해자이고누가피해자인지도가리지않는다.정적은예나지금이나그저그렇게가없이품이넓다.

한국소설이죽었다!한국소설이실종되었다?그렇다면그것은소설가들의책임이다.고통스럽게배우려하지않고동서양을막론하고고대,현대남의글에서미사여구를탐하려는작가들의책임이다.고통스럽게고전을읽고,명작을읽어서내머리와가슴으로소화하고승화시켜자기다운작품을쓰려고노력하지않은작가들책임이다.작가는모름지기日日新해야한다.아주조금씩이라도스스로갈고닦아나날이새로워지지않으면아무리써대도쓰는족족작품은실종될것이다.
나는보지못했지만2500년전의아테네신전에,‘세상사람들은자기가모른다는것을모르고있다.그러나단한사람,소크라테스는자기가모른다는것을알고있다’라는글이쓰여있었다고한다.자기가모른다는것을모르는사람은배우려하지않는다.자기가모른다는것을아는사람은지금까지도소크라테스단한사람뿐일까?‘생사사생하며독서하고,독만권서행만리로후에창작하며,사람은배우기를원한다!’는선인들의가르침은사람,특히작가에게는죽는날까지유효기간이다.

김두원이1년의형기를마치고나왔을때는을사늑약이조인된후였다.소금값을받기위해다시전의를불태우던김두원은종로거리에서을사늑약의원흉으로소문난박제순과한창수를만났다.그는내무대신박제순을서너번만난적이있었으므로단박울화가치밀어앞을막아서며거칠게꾸짖었다.
“지금경성에호랑이가없거늘,벌건대낮에무엇이무서워총칼을찬일본헌병과순사놈들호위를받으며나다니느냐?나라의대신으로백성의생명과재산을보호할생각은않고나라거덜낼궁리만하고다니느냐?”
김두원은그자리에서일본순사들에게잡혀경찰서에끌려갔다.이튿날각신문은그의의기를대서특필했다.그러나김두원은조정대신을모독한죄로다시재판을받고거제도에유배되었다.조정에서는골칫거리인그를멀리섬으로귀양을보낸것이었다.

어른으로가는길
나는소월을모른다
보지못했으니까.
나는소월의시를안다
읽었으니까.

나는아홉살때
소월의시를읽으며눈물을흘렸다.
주먹으로눈물을훔치고알았다
슬프지않아도눈물이난다는것을.

나는아홉살때
삼국지를읽고어른이되었다.
어른이되면서알았다
나이를먹지않아도어른이된다는것을.

어른으로이순을넘어살다가
고희에비로소아홉살로돌아간다.
소월의시를읽고
삼국지를다시읽으며어른이되고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