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이 소설은 〈불교신문〉·〈경상일보〉 신춘문예와 『한국소설』 신인상으로 등단한 박산윤 소설가의 두 번째 작품집이다. 신춘문예 당선작과 그동안 발표한 단편소설 10편을 수록하고 있는 『까마귀 서점』에서 작가 시선은 온통 우리 사회의 소외된 사람에게로 향하고 있다. 그들을 향한 작가의 섬세한 접근은 소외되어 살아가는 그들도 보통사람들과 똑같은 욕망을 지녔고, 욕망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며, 가식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욕망에 충실한 모습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표제작인 「까마귀 서점」은 아버지로부터 서점을 이어받아 운영하는 화자와 서점 직원인 길 대리 그리고 그와 판박이처럼 닮은 고등학생 지우의 관계를 숨은 그림처럼 찾아가는 이야기의 조밀한 짜임새, 성급하게 주제를 내보이지 않는 차분한 이미지를 통해 핏줄의 분위기를 혼탁한 세상의 연꽃처럼 깨끗하게 피워내고 있다. 「모카를 위하여」는 주인공 혜주가 삶의 부조리를 ‘모카’라는 반려견을 통해 매우 일상적으로 풀어내면서도, 억압을 사랑으로 정당화하는 슬픈 세태를 집요하게 그려낸다. 「봄」은 몇 년째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면서, 공부보다는 비트코인 폭락에 밤잠을 설치는 건호는 어머니의 자랑거리에서 어느덧 애물단지가 되어있다. 어느 날 동네 계곡에서 초등학교 친구 지승을 만난다. 이따금 말 울음소리와 피아노 연주 소리가 흘러나오는 동네 산언저리 집에서 사는 그는 장애물 승마선수였는데, 다쳐서 의족을 한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그런 지승이 루시퍼라 부르는 말과 함께 기거하는 집 때문에 도로 연결이 지연되어 동네 부동산 가격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분식점을 하는 건호 엄마를 비롯해 동네 사람들은 그 집이 없어지기를 바란다. 건호는 지승에게 동네 사람들이 나서기 전에 얼른 마방을 불태워버리라고 부추기고, 결국 지승의 집에 불길이 치솟는다. 작품의 안과 밖, 형식과 내용이 인간 면면을 감싸고 있는 기만과 함정에 대한 깊은 통찰로 이어지는 작품이다. 「정거장」은 어머니가 다른 병오와 기현이 아버지가 물려준 식용 개를 키우며 살아가면서 겪는 이야기로 ‘정거장’의 상징이 소외된 인물들의 상황 인식과 태도와 예리하게 맞물리면서 끌고 가는 서사의 힘이 돋보인다. 「본래 그 자리」는 신도시 건설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준석이 우연히 들른 카페 정원에서 비싸보이는 소나무를 만나게 된다. 대출금을 갚아야 할 돈이 필요한 준석은 카페 주인 홍 사장 제안으로 룸메이트인 김과 함께 공사 현장의 소나무를 밀반출하려다가 발각되어 구치소에 갇히지만 벌금을 내고 풀려난다. 며칠 후 홍 사장이 유럽 크루즈여행을 간 사이 그의 친한 형이라는 민 사장이 카페 정원에 있는 고가의 소나무를 깊은 산속 암자 마당으로 옮겨 심은 일을 준석은 김과 도와주면서도 찜찜하다. 민은 그런 그들에게 소나무가 원래 암자 자신의 사부님 것이었는데 홍 사장이 훔쳐 간 것을 본래 그 자리에 돌려놓은 것이라며, 홍 사장의 본업이 장물아비라 신고할 수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킨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기 모두 다른 성격과 외모와 사연을 지녔지만, 그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관계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과 갈등 지점의 형상들이 하나같이 소나무로 회귀하는 각별한 경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키 큰 나무들」은 문화재과를 졸업하고 문화재 유적발굴 용역업체에서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하던 일을 집어치우고 재산용역을 차린 재희와 상명의 이야기이다. 창업한 그들은 대학 동아리 선배 형수가 던져주는 일거리를 받아 겨우 먹고 산다. 엑스포장 시설관리과에 근무하는 형수가 그들에게 주는 일거리라는 것이, 엑스포장 바닥에 깔린 보도블록을 일부러 훼손시켜 복원하는 것인데 수입의 상당량을 중간에서 형수가 가져가는 바람에 벌이가 신통치 않다. 실크로드문화 엑스포 상징 조형물로 보도블록을 까는 일을 맡은 둘은 천리마 형상의 보도블록을 깔려고 노력하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고 결국 상명은 떠나고 재희만 혼자 남는데, 멀리 서 있는 키 큰 나무들이 그를 가만히 지켜본다. 문화재 관련 종사자들의 삶과 더불어 그들 사이에서 비롯되는 심리적 요인들을 적재적소에 표현하여 소외된 현재를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터널」은 사립대학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들을 훼손되어가는 우리 공동체의 모습과 결부시켜 형상화하고 있다. 「기억색」은 고향집 처분을 둘러싼 소재가 뼈대를 이루는 스토리에, 집 뒤 연못에 빠져 숨진 동생 해승을 비롯해 그 시절에 머물러 있는 화자인 나의 기억을 고향의 공간으로 촘촘하게 채워가며 주제화하는 문장과 기교가 특별하다. 「티타임대여」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내가 학과 동기 다빈과 함께 ‘나 자신을 대여하는’ 사업을 공동 창업해 원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빌려주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에서 인물들이 고독하고 외로운 노인들을 만나 겪는 현장은 지금 우리 시대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직설적으로 보여주면서, 그런 현장이 지금 우리의 삶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빵」은 구조조정으로 회사에서 해고된 병국의 모습을 밀착 취재한 절절한 영상처럼 보여주고 있어 안타까움을 배가시키면서도, 결말에 그가 이루는 성취를 통해 독자들이 세상에 대해 마음을 열어도 될 용기를 내게 만드는, 금방 만들어진 빵같이 따뜻한 소설이다.
박산윤 작가의 소설 『까마귀 서점』은 사회 곳곳에서 소외되어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끊임없이 말을 걸고 그들이 맞닥뜨린 상황을 함께 헤쳐나가 보려고 애쓰는 값진 증언으로 읽힌다. 그의 소설은 삶과 타인과의 관계에서 소외된 인물들의 의식과 움직임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면서, 그 과정에서 획득하는 보편성의 감동이 독특한 감각이나 이미지를 통해 현재화되면서 소설의 인물들이 각자 서 있는 그곳이 바로 소외된 사람들의 우리 이야기 현장이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강하게 각인시키고 있다.
표제작인 「까마귀 서점」은 아버지로부터 서점을 이어받아 운영하는 화자와 서점 직원인 길 대리 그리고 그와 판박이처럼 닮은 고등학생 지우의 관계를 숨은 그림처럼 찾아가는 이야기의 조밀한 짜임새, 성급하게 주제를 내보이지 않는 차분한 이미지를 통해 핏줄의 분위기를 혼탁한 세상의 연꽃처럼 깨끗하게 피워내고 있다. 「모카를 위하여」는 주인공 혜주가 삶의 부조리를 ‘모카’라는 반려견을 통해 매우 일상적으로 풀어내면서도, 억압을 사랑으로 정당화하는 슬픈 세태를 집요하게 그려낸다. 「봄」은 몇 년째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면서, 공부보다는 비트코인 폭락에 밤잠을 설치는 건호는 어머니의 자랑거리에서 어느덧 애물단지가 되어있다. 어느 날 동네 계곡에서 초등학교 친구 지승을 만난다. 이따금 말 울음소리와 피아노 연주 소리가 흘러나오는 동네 산언저리 집에서 사는 그는 장애물 승마선수였는데, 다쳐서 의족을 한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그런 지승이 루시퍼라 부르는 말과 함께 기거하는 집 때문에 도로 연결이 지연되어 동네 부동산 가격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분식점을 하는 건호 엄마를 비롯해 동네 사람들은 그 집이 없어지기를 바란다. 건호는 지승에게 동네 사람들이 나서기 전에 얼른 마방을 불태워버리라고 부추기고, 결국 지승의 집에 불길이 치솟는다. 작품의 안과 밖, 형식과 내용이 인간 면면을 감싸고 있는 기만과 함정에 대한 깊은 통찰로 이어지는 작품이다. 「정거장」은 어머니가 다른 병오와 기현이 아버지가 물려준 식용 개를 키우며 살아가면서 겪는 이야기로 ‘정거장’의 상징이 소외된 인물들의 상황 인식과 태도와 예리하게 맞물리면서 끌고 가는 서사의 힘이 돋보인다. 「본래 그 자리」는 신도시 건설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준석이 우연히 들른 카페 정원에서 비싸보이는 소나무를 만나게 된다. 대출금을 갚아야 할 돈이 필요한 준석은 카페 주인 홍 사장 제안으로 룸메이트인 김과 함께 공사 현장의 소나무를 밀반출하려다가 발각되어 구치소에 갇히지만 벌금을 내고 풀려난다. 며칠 후 홍 사장이 유럽 크루즈여행을 간 사이 그의 친한 형이라는 민 사장이 카페 정원에 있는 고가의 소나무를 깊은 산속 암자 마당으로 옮겨 심은 일을 준석은 김과 도와주면서도 찜찜하다. 민은 그런 그들에게 소나무가 원래 암자 자신의 사부님 것이었는데 홍 사장이 훔쳐 간 것을 본래 그 자리에 돌려놓은 것이라며, 홍 사장의 본업이 장물아비라 신고할 수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킨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기 모두 다른 성격과 외모와 사연을 지녔지만, 그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관계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과 갈등 지점의 형상들이 하나같이 소나무로 회귀하는 각별한 경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키 큰 나무들」은 문화재과를 졸업하고 문화재 유적발굴 용역업체에서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하던 일을 집어치우고 재산용역을 차린 재희와 상명의 이야기이다. 창업한 그들은 대학 동아리 선배 형수가 던져주는 일거리를 받아 겨우 먹고 산다. 엑스포장 시설관리과에 근무하는 형수가 그들에게 주는 일거리라는 것이, 엑스포장 바닥에 깔린 보도블록을 일부러 훼손시켜 복원하는 것인데 수입의 상당량을 중간에서 형수가 가져가는 바람에 벌이가 신통치 않다. 실크로드문화 엑스포 상징 조형물로 보도블록을 까는 일을 맡은 둘은 천리마 형상의 보도블록을 깔려고 노력하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고 결국 상명은 떠나고 재희만 혼자 남는데, 멀리 서 있는 키 큰 나무들이 그를 가만히 지켜본다. 문화재 관련 종사자들의 삶과 더불어 그들 사이에서 비롯되는 심리적 요인들을 적재적소에 표현하여 소외된 현재를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터널」은 사립대학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들을 훼손되어가는 우리 공동체의 모습과 결부시켜 형상화하고 있다. 「기억색」은 고향집 처분을 둘러싼 소재가 뼈대를 이루는 스토리에, 집 뒤 연못에 빠져 숨진 동생 해승을 비롯해 그 시절에 머물러 있는 화자인 나의 기억을 고향의 공간으로 촘촘하게 채워가며 주제화하는 문장과 기교가 특별하다. 「티타임대여」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내가 학과 동기 다빈과 함께 ‘나 자신을 대여하는’ 사업을 공동 창업해 원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빌려주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에서 인물들이 고독하고 외로운 노인들을 만나 겪는 현장은 지금 우리 시대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직설적으로 보여주면서, 그런 현장이 지금 우리의 삶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빵」은 구조조정으로 회사에서 해고된 병국의 모습을 밀착 취재한 절절한 영상처럼 보여주고 있어 안타까움을 배가시키면서도, 결말에 그가 이루는 성취를 통해 독자들이 세상에 대해 마음을 열어도 될 용기를 내게 만드는, 금방 만들어진 빵같이 따뜻한 소설이다.
박산윤 작가의 소설 『까마귀 서점』은 사회 곳곳에서 소외되어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끊임없이 말을 걸고 그들이 맞닥뜨린 상황을 함께 헤쳐나가 보려고 애쓰는 값진 증언으로 읽힌다. 그의 소설은 삶과 타인과의 관계에서 소외된 인물들의 의식과 움직임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면서, 그 과정에서 획득하는 보편성의 감동이 독특한 감각이나 이미지를 통해 현재화되면서 소설의 인물들이 각자 서 있는 그곳이 바로 소외된 사람들의 우리 이야기 현장이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강하게 각인시키고 있다.
까마귀 서점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