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용선 : 지혜의 배를 타고 피안의 세계로 가다

반야용선 : 지혜의 배를 타고 피안의 세계로 가다

$15.31
저자

안중익

저자:안중익
출판사편집부장으로일하며번역서와불교서적을출간하는일을해오다중앙대학교예술대학원에서시와소설공부를시작,2020년『한국소설』신인상에단편소설「반야용선」이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
차기작으로쓴「문턱」이KBS라디오문학관드라마로선정되었고,그후「문턱」을극본으로각색하여제7회<늘푸른연극제>에참여<겨울배롱나무꽃피는날>로국립정동극장세실무대에올렸다.
공저로『아스팔트위의민달팽이』,『돈워리비해피』,『비밀번호0517』짧은소설『칠십이시간의랜트』,『여덟번째겨울』등이있다.

목차


작가의말

도어록
문턱
반야용선
색의우화
커튼
엄마의섬산티아고
4번타자김말순
능을박차고

추천사
한번도소설을써본적이없다는말/하성란

출판사 서평

「도어록」은택배물건을두고벌어지는옆집여자와의갈등속고립과치매걸린엄마의고립,그시간을예민하게감지하고있다.희주는옆집택배가잘못배송되었는데도달걀과포도같은품목이자신이주문한품목이어서별의심없이자신의집으로가져온다.그결과옆집여자로부터수취인이름도확인하지않고택배물품을먹어버린무식한인간취급을당한다.희주는사과의의미로옆집문앞에달걀과포도를놓아두지만옆집여자는그대로방치한채희주를무시한다.그런갈등이지속되면서희주는한번도보지못한옆집부부의모습을상상하기에이르고,고립은서서히희주의삶속으로스며들어어느순간임계점을넘어버린다.자신의의지와는상관없이심하게쾅쾅거리며계속움직이고,급기야옆집으로배달된택배상자를열고그속의원피스까지입어보기에이른다.요양원에있는치매걸린엄마는집에보내달라고,가고싶다며매일매일울부짖다가,코로나로면회가금지되자결국극단적인선택을한다.엄마와함께살려고준비한25층아파트에혼자남게된희주는자존심강한엄마가죽음을선택한것은자신을좀봐달라는몸부림이었다는것을깨닫는다.택배를훔쳐간다는옆집여자신고로자신의집에경찰관이찾아온날,희주는옆집여자집앞으로가서모자와마스크를벗고“진즉알았어야해.너를만나지않고도소통할방법이있었다”며현관문을걷어찬다.희주가소통에의간절함을이렇게라도나타내고있는것은엄마가들려준삼십삼천의이야기때문이다.“삼십삼천에는인드라망이란넓고큰그물이있는데그물코마다구슬이달려있어,그구슬들은서로를비추며영롱하게빛나지.그건이세상이독론적존재가아니라서로가이웃하고의지하면서존재한다는거야.”이웃들과마주보며대화하기어려운요즘삼십삼천인드라망을떠올리게만드는엄마의목소리는공동체에관한근원적인재성찰로나아가게만들도록여운이길다.

「문턱」은아흔세살정미소할머니가요양원에서겪는이야기를담백하게풀어나가고있다.40년을살아온내집화장실문턱을넘어서려는순간무엇에걸려넘어져치골이부서진나는3주간치료가끝나고집으로돌아가고싶지만아들은너무낡아집안에둘수없는가구버리듯,나를요양병원으로실어갔다.나는그곳312호실에서만난‘오지랖할매’와‘잠자는공주’들과함께죽음을기다리면서도타인이되어보기도하고,나와함께하지않은시절이있던이들의삶을이해하기위한순간도만들어본다.하루는밤중에너무심한갈증에시달리면서도혼자서물을마시지못하고힘겨워하는데어디선가나타난남자의도움을받는순간과맞닥뜨린다.남자의도움으로갈증을푼나는이튿날아침,간병인이미소할매가또정신을놓은모양이라면서물이고스란히남은물병을들이밀어도그말을믿지않는다.분명히그밤에남자가내민물한병을다마시고깊이잠들었기때문이다.우리사회의노인문제를보기드물게직절하게풀어낸이작품은‘KBS라디오문학관’노인의날드라마로제작되어전국노인들을찾아갔고,‘겨울베롱나무꽃피는날’이라는제목으로연극무대에올려져큰관심을받기도했다.

표제작인「반야용선」은몸이온전치못한딸을키우며살다가저세상으로먼저보낸여자인‘나’의입관체험으로이야기가시작된다.병든몸으로19년을살다가먼저떠난딸의죽음은생각만큼쉽게받아들여지는이별이아니다.나는반야용선을타고떠난딸의마음을조금이라도알고싶어관에들어가누운것이다.관뚜껑이닫히고어둠이이불처럼전신을감싸고,관뚜껑을두드리는해머소리가들리고얼굴위로흙이쏟아지는소리와목탁소리,염불소리가들리는그때,흐느끼며애원하는여자의목소리가들려온다.“꺼내주세요.숨을쉴수가없어요.”나는그목소리의주인이절집마당에서본빨강색긴머리에,굽높은구두를신고와서봉사자의부축까지받았던여자라는것을아는순간십분도참지못할걸왜왔지싶어심사가뒤틀린다.네살에성장이멈춘채시각과청각을잃고열아홉살까지살다죽은내딸이그렇게살고싶어애쓴세상을그여자가오염시키는가싶어화가난다.하지만그때홀연히떠오른것이낡고편안한내신발이다.그신발이이끄는대로나는세상이곳저곳떠다녔고,그게내삶이었다는것을새삼깨닫는다.그러면서좁은구두속에서벌겋게부르터있을빨강머리여자의발에생각이미친다.관에서나온나는구두한쪽을벗고아픈발을주무르고있는빨강머리여자곁으로다가가스카프를풀어그의엉덩이아래에깔아준다.돌아오는길,전동차내옆에앉은빨강머리여자는휴대폰으로아르바이트시간을확인하며불안해하더니어느새내어깨에기대고잠든다.나는여자쪽으로몸을조금기울여주면서내딸도살았으면빨강머리를하고싶었겠지생각하며내려야할곳을지나친다.240센티미터신발이나를태우고이승의바다를부유하는반야용선이었다는것을풍부한현실인식의능력과종교적인묘사의능력으로무게있게형상화한작품이다.용머리를한지혜의배를타고삼도천을건너피안의세계로건너간,평생온몸으로자식을지켜준아버지에대한짙은그리움이소설의한축을담당하고있기도하다.그래서그런지울림이더욱짙고크다.

「색의우화」는하경이경주남산의열암곡마애불의미소를화폭에담으면서,마애불은우리에게어떤가르침을주기위해그토록고통스러운모습으로긴세월을견디고있는것인가?묻는소설이다.‘감은듯내리뜬눈,차가운돌속에숨어든미소’의열암곡마애불을그리는하경의형상을통해마치알을깨지않고는날수없는새처럼무엇인가를버려야부처가될수있다는것을몸을통해여실히보여준다.자기자신을부단히열어나가고끊임없이혁신시키는것이계속살아있다는것을보여주는과정이라는것을뜨겁게인식시키는소설이다.

「커튼」은병원침대에서살아가는여자의마음을아주리얼하게그리고있다.발목수술을앞둔55세장경주는코로나로보호자도없이혼자커튼하나로경계가그어지는병실에입원한다.수술뒤에도남편은보이지않고그녀의안부를걱정하는것은이따금옥신각신하던커튼밖의창가노인뿐이다.그사이새로온옆침상의환자는걸걸한목소리로사방에전화하고,밤이면코를심하게골지만그래도미운정고운정을쌓는다.퇴원하는날,남편은코로나PCR검사가여간불편한게아니라고미간을찡그린다.퇴원수속후1층으로내려오자풍겨오는커피향에경주는직접커피를사들고오다넘어진다.내손을잡고일어서라는남편의손을뿌리친경주는목발을짚으며내힘으로서고걸을거라고중얼거린다.죽음과삶이공존하는병실의커튼하나로나뉘는작은세계에서만난환자들의모습,경주가고립을벗어나자립하는순간을입체적이면서도심층깊게형상화하고있다.

「엄마의섬산티아고」는‘나산티아고를다녀올께’라는짤막한쪽지를남기고사라진엄마의행방을찾아다니는딸의이야기이다.동생건우가산티아고보도여행을떠났다가탈수와심장마비로죽은후엄마는섬망속에서건우만찾는다.그러면서중얼거린다.‘요즘은죽은사람을만나는방법도있다던데……?’그런엄마의소원을가상현실을이용해죽은자를만나게해주는프로그램제작사대표가들어주기로했는데,엄마가느닷없이사라진것이다.나는일주일이넘어도돌아오지않은엄마를더는기다릴수없어실종신고를하고직접찾아나선다.그과정에서아빠의전화번호가바뀌었고,학교에사표를내고사라진것을알고충격을받기도한다.건우의위패를안치한용궁사로달려가지만엄마머리카락한올찾을수없고,스님은산티아고는엄마가마음속에품은섬이라고한다.엄마가마지막으로통화한사람은엄마의절친인수지아줌마인데,그둘사이에는비밀이없다고한다.그런데도아줌마는계속엄마의행방을모른다고한다.가상현실프로그램제작사대표로부터수지아줌마가마음병을심하게앓는사람을치료하는디딤수련원원장이라는사실을안나는급히수련원으로달려간다.원장아줌마를만나엄마가그곳수련원에서환자가아니라환자를돌보는봉사자로와있다는것을확인한다.내가당장엄마를만나보려고하자원장아줌마는“모르겠니?여기가엄마의산티아고야.죽기전건우가머물렀고꿈을찾으며걷던선티아고라”고하면서제지한다.엄마의몸은현실너머의산티아고에가닿아있고,그것은삶의초점혹은중심의변화로이어져어떤피안의세상을향한조짐을보여주고있어시사점이깊다.

「4번타자김말순」은누군가의며느리로아내로엄마로힘겹게살아가는말순의하루를세태소설로그리면서도,가족이개인이라는우주에어떤가학성그림자를드리우는지를잘보여준다.때로는가족이라는이름이고통이될수도있는데,무작정아름답고풍요롭게볼수없다는이야기이다.소설의통시성에기반한정곡을찌르는표현이역동적이고도맵다.

「능을박차고」는딸둘을둔돈많은남자와결혼한희수의삶을그린다.5년넘게병상에누운남편과그런아버지의상황은전혀아랑곳없이돈만노리는두딸의형상을손에잡힐듯이생생하게그린이소설은조금만깊게들여다보면이땅의남편을향한위로와위무로읽힌다.

안중익작가의『반야용선』은현실의서사와내세의종교를선량하면서도원숙한시선과현실너머의피안의세계를염원하는발원,그두축으로융숭깊게펼치고있다.선량하다는것은인간에대한선의와신뢰를바탕으로한다는것이고,원숙하다는것은인간을어떤상황속인물로파악할줄안다는것이다.피안의세계에대한종교적인염원은색에갇히는것을부정하고,공의세계에대한탐구로진지하고도깊게이어진다.

소설『반야용선』은삶의진실과종교의초월을아우르는이채로운독창세계의시발점에서있다.삶은현실에,몸은부처에,정신은피안의세계에매달려있으면서도반야용선을타고가닿은세계에대한간절한소망과모습을보이는소설『반야용선』의인물들은독자들이앞으로눈여겨지켜보기에충분한자격을지니고있다.그렇기에더욱값지게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