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이 소설은
김영범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으로 표제작을 비롯해 9편의 작품을 싣고 있다. 가공할 자본의 힘 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지만, 그러나 다시 일어나야 하는 인물들의 현재 일상과 그곳에서 벗어나고픈 자유에 대한 욕망과 그리움이 송곳같이 꽂혀있는 소설이다.
「불온한 외출」은 지하철 2호선에 탑승한 주인공이 들고 있는 가방 안에는 온갖 연장이 가득하고, 그 연장들이 언제든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에서 비롯된 긴장감이 독자를 압도하는 작품이다. 지극히 불안정해 보이는 주인공의 심리 상태는 단순히 개인적인 분노가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공분으로 가닿고 있다. 이 작품은 상대방을 향한 분노와 비판이 비정상적으로 끓어오르는 오늘날의 사회적 분위기를 주인공 나의 지극히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통해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서부영화를 보는 시간」은 옛날 서부영화를 새벽 두 시 도시의 편의점과 엮어 정년퇴직한 중년 남자와 함께 풀어가는 상상력이 뛰어난 작품이다. 서부 개척시대의 서부영화에 푹 빠져 바코드 건을 마치 권총처럼 휘두르며, 폐기 처분되는 삼각김밥을 골라내는 편의점 알바 남자의 형상은 최후의 결투에 나오는 배우를 닮은 고독한 비애를 물씬 풍긴다. 중년 남자의 속화된 로망이 자아내는 희화적인 장면이 오래오래 잊히지 않는다. 서부극의 서사와 주제는 명쾌하다. 주인공이 악당을 물리치고 정의를 실현하거나 사랑을 쟁취한다. 중년 남자의 로망이다.
「위대한 노보 씨」는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미래 세계를 다루는 SF소설이지만 이 작품은 보통의 공상과학소설과 다르다. 기술의 진보와 발전된 미래상에 대한 경탄이나 신기함을 묘사하는 게 아니라 대신 토마스 무어 스타일의 고전적인 유토피아론을 피력하기 때문이다. 최신의 유행이나 미래로의 지향이 아니라 정반대의 인문학적 상상력, 인간과 사회의 본질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길 위의 길」은 거리로 내몰리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외롭게 살고있는 장 씨, 기구하게 살아온 여자, 그리고 길고양이, 이들을 유기적으로 엮어 형상화하고 있다. 소설 마지막에 지금까지 사람의 눈길을 피하기만 하는 삶을 살았던 장 씨에게 선택의 순간이 주어진다. 여자를 추적하는 사채업자와 대면을 회피할 것인가, 아니면 문을 열고 그들과 대면할 것인가. 똑똑 소리가 나는 문 앞으로 다가가는 장 씨의 발걸음은 문을 열고 그들의 눈을 피하지 않으면서 여자를 위해 무엇인가를 할 것 같은 희망이 보인다. 그것은 장 씨가 자신을 둘러싼 굴레에 맞서 구멍을 내고 깨부수기를 바라는 독자들이 가져보는 희망이기도 하다.
「흔들 머리 된다고」는 어린 시절에는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어머니의 마음 흔적을 짚어가는 이야기이다. 소설에서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추억하는 문장들은 한편의 추도문으로 읽힌다. “엄마 노발대발 흔들 머리 된다고”라는 노래 가사는 꾸민 허구가 아니라 육화된 그리운 어머니 목소리로 다가온다. 그러기에 어머니를 형상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작가의 진심이 독자의 마음에 고스란히 와닿는다.
「라스코 동굴로 가는 길」은 아내에게 구박을 받으면서도 종일 집에서 무료하게 빈둥거리는 명퇴자는 신문을 정독하다가 태국의 어느 유소년 축구팀 선수와 코치가 실종된 사건을 접한다. 동굴 수색 작업이 펼쳐진다는 기사 내용은 동굴, 흔적, 벽화, 라스코 동굴을 연상하게 하고, 어느새 구석기 시대의 혈거인의 생활로 주인공 상념을 정교하게 이끌어간다. 여러 일상적 소재를 엮어서 활발한 상상력의 전개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은 욕망은 소설에서 ‘의도적 실종’으로 불리며. 주인공은 스스로 완벽한 실종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스스로 동굴 밖으로 걸음을 내딛는다.
「우물가의 삽화」는 주인공인 소년이 그리워하는 성희, 민희 두 누나에 관한 이야기를 잔잔하면서도 담백하게 풀어나간다. 이 회상의 정서는 근본적으로 어떤 안타까움의 정서와 연결되어 있다. 그 안타까움은 누나들이 어떤 소문의 희생양이 되었지만, 소년의 능력으로는 그들을 돕거나 구조할 수 없다는 죄책감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더욱 독자의 마음을 안타깝게 흔들었다.
「리리의 꽃밭」은 누군가를 향한 추억 이야기인데, 리리라는 여성에 대한 인상이 강렬하다. 이 소설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자그마한 상처나 부끄러움, 원망은 희미해지고 남게 되는 것은 누군가를 향한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의 현장을 그리고 있다. 사랑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한, 그럼에도 시간과 회상을 통과하면서 그리움의 존재로 미화되는 리리라는 인물이 이채롭게 그려진다.
「로타네브와 베나토르」에는 남편으로서 아빠로서의 존재감에 대한 회의,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에서도 겉돌기만 하는 생활, 갑갑하고 답답한 일상의 동굴에 갇혀 살아가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남자의 아내는 최근 개업한 카페에 정비소 기름 묻은 작업복 차림의 남편이 접근하는 것을 금지한다. 가게 매출이 줄어들 것 같은 계산 속 때문이다. 가족이나 직장 동료와 소통이 부족한 남자는 트윗 모임방에서 발견한 작음 숨구멍 하나에 위안을 느낀다. 하지만 위안을 준다고 믿었던 작은 공동체가 허위였음을 알게 되었을 때 느끼는 당혹감은 환멸로만 이어지지 않고 뒤늦은 깨달음에 대한 암시로 이어진다. 아내의 욕심에 거부감을 느꼈던 남자도 아내와 다름없이 허상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 겉으로는 반대처럼 보이던 로타네브와 베나토르가 결국 하나였다는 깨달음이다.
김영범 작가의 소설 『불온한 외출』은 우리 주변의 흔한 인물들의 삶을 원숙한 시선으로 탐구하면서도, 낡은 통일성이나 총체성의 관념에 대한 거부의 몸짓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의 소설은 인간의 노동, 시간, 가치, 지성을 생활의 실재성으로 집요하게 파헤치면서도, 현실을 넘어서는 가능성을 상징과 상상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과 싸우는 상대와 어떻게 연루되어 있는지 부단히 질문하고 있고, 그 날카로운 질문이 송곳이 되어 갑갑한 삶에 자유의 숨구멍을 뚫고 있는 것이다.
김영범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으로 표제작을 비롯해 9편의 작품을 싣고 있다. 가공할 자본의 힘 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지만, 그러나 다시 일어나야 하는 인물들의 현재 일상과 그곳에서 벗어나고픈 자유에 대한 욕망과 그리움이 송곳같이 꽂혀있는 소설이다.
「불온한 외출」은 지하철 2호선에 탑승한 주인공이 들고 있는 가방 안에는 온갖 연장이 가득하고, 그 연장들이 언제든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에서 비롯된 긴장감이 독자를 압도하는 작품이다. 지극히 불안정해 보이는 주인공의 심리 상태는 단순히 개인적인 분노가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공분으로 가닿고 있다. 이 작품은 상대방을 향한 분노와 비판이 비정상적으로 끓어오르는 오늘날의 사회적 분위기를 주인공 나의 지극히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통해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서부영화를 보는 시간」은 옛날 서부영화를 새벽 두 시 도시의 편의점과 엮어 정년퇴직한 중년 남자와 함께 풀어가는 상상력이 뛰어난 작품이다. 서부 개척시대의 서부영화에 푹 빠져 바코드 건을 마치 권총처럼 휘두르며, 폐기 처분되는 삼각김밥을 골라내는 편의점 알바 남자의 형상은 최후의 결투에 나오는 배우를 닮은 고독한 비애를 물씬 풍긴다. 중년 남자의 속화된 로망이 자아내는 희화적인 장면이 오래오래 잊히지 않는다. 서부극의 서사와 주제는 명쾌하다. 주인공이 악당을 물리치고 정의를 실현하거나 사랑을 쟁취한다. 중년 남자의 로망이다.
「위대한 노보 씨」는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미래 세계를 다루는 SF소설이지만 이 작품은 보통의 공상과학소설과 다르다. 기술의 진보와 발전된 미래상에 대한 경탄이나 신기함을 묘사하는 게 아니라 대신 토마스 무어 스타일의 고전적인 유토피아론을 피력하기 때문이다. 최신의 유행이나 미래로의 지향이 아니라 정반대의 인문학적 상상력, 인간과 사회의 본질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길 위의 길」은 거리로 내몰리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외롭게 살고있는 장 씨, 기구하게 살아온 여자, 그리고 길고양이, 이들을 유기적으로 엮어 형상화하고 있다. 소설 마지막에 지금까지 사람의 눈길을 피하기만 하는 삶을 살았던 장 씨에게 선택의 순간이 주어진다. 여자를 추적하는 사채업자와 대면을 회피할 것인가, 아니면 문을 열고 그들과 대면할 것인가. 똑똑 소리가 나는 문 앞으로 다가가는 장 씨의 발걸음은 문을 열고 그들의 눈을 피하지 않으면서 여자를 위해 무엇인가를 할 것 같은 희망이 보인다. 그것은 장 씨가 자신을 둘러싼 굴레에 맞서 구멍을 내고 깨부수기를 바라는 독자들이 가져보는 희망이기도 하다.
「흔들 머리 된다고」는 어린 시절에는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어머니의 마음 흔적을 짚어가는 이야기이다. 소설에서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추억하는 문장들은 한편의 추도문으로 읽힌다. “엄마 노발대발 흔들 머리 된다고”라는 노래 가사는 꾸민 허구가 아니라 육화된 그리운 어머니 목소리로 다가온다. 그러기에 어머니를 형상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작가의 진심이 독자의 마음에 고스란히 와닿는다.
「라스코 동굴로 가는 길」은 아내에게 구박을 받으면서도 종일 집에서 무료하게 빈둥거리는 명퇴자는 신문을 정독하다가 태국의 어느 유소년 축구팀 선수와 코치가 실종된 사건을 접한다. 동굴 수색 작업이 펼쳐진다는 기사 내용은 동굴, 흔적, 벽화, 라스코 동굴을 연상하게 하고, 어느새 구석기 시대의 혈거인의 생활로 주인공 상념을 정교하게 이끌어간다. 여러 일상적 소재를 엮어서 활발한 상상력의 전개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은 욕망은 소설에서 ‘의도적 실종’으로 불리며. 주인공은 스스로 완벽한 실종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스스로 동굴 밖으로 걸음을 내딛는다.
「우물가의 삽화」는 주인공인 소년이 그리워하는 성희, 민희 두 누나에 관한 이야기를 잔잔하면서도 담백하게 풀어나간다. 이 회상의 정서는 근본적으로 어떤 안타까움의 정서와 연결되어 있다. 그 안타까움은 누나들이 어떤 소문의 희생양이 되었지만, 소년의 능력으로는 그들을 돕거나 구조할 수 없다는 죄책감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더욱 독자의 마음을 안타깝게 흔들었다.
「리리의 꽃밭」은 누군가를 향한 추억 이야기인데, 리리라는 여성에 대한 인상이 강렬하다. 이 소설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자그마한 상처나 부끄러움, 원망은 희미해지고 남게 되는 것은 누군가를 향한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의 현장을 그리고 있다. 사랑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한, 그럼에도 시간과 회상을 통과하면서 그리움의 존재로 미화되는 리리라는 인물이 이채롭게 그려진다.
「로타네브와 베나토르」에는 남편으로서 아빠로서의 존재감에 대한 회의,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에서도 겉돌기만 하는 생활, 갑갑하고 답답한 일상의 동굴에 갇혀 살아가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남자의 아내는 최근 개업한 카페에 정비소 기름 묻은 작업복 차림의 남편이 접근하는 것을 금지한다. 가게 매출이 줄어들 것 같은 계산 속 때문이다. 가족이나 직장 동료와 소통이 부족한 남자는 트윗 모임방에서 발견한 작음 숨구멍 하나에 위안을 느낀다. 하지만 위안을 준다고 믿었던 작은 공동체가 허위였음을 알게 되었을 때 느끼는 당혹감은 환멸로만 이어지지 않고 뒤늦은 깨달음에 대한 암시로 이어진다. 아내의 욕심에 거부감을 느꼈던 남자도 아내와 다름없이 허상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 겉으로는 반대처럼 보이던 로타네브와 베나토르가 결국 하나였다는 깨달음이다.
김영범 작가의 소설 『불온한 외출』은 우리 주변의 흔한 인물들의 삶을 원숙한 시선으로 탐구하면서도, 낡은 통일성이나 총체성의 관념에 대한 거부의 몸짓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의 소설은 인간의 노동, 시간, 가치, 지성을 생활의 실재성으로 집요하게 파헤치면서도, 현실을 넘어서는 가능성을 상징과 상상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과 싸우는 상대와 어떻게 연루되어 있는지 부단히 질문하고 있고, 그 날카로운 질문이 송곳이 되어 갑갑한 삶에 자유의 숨구멍을 뚫고 있는 것이다.
불온한 외출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