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수고했어 (양장본 Hardcover)

괜찮아, 수고했어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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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장편소설 『태양의 그늘』과 연작소설 『주먹 망원경』으로 독자들과 친숙한 박종휘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일찍이 자신의 소설 미학을 ‘장편’과 ‘연작’이라는 양식으로 수렴한 작가는 이제 단편을 통해 동시대 삶의 단면들을 다양하고 풍요롭게 펼쳐 보인다.
저자

박종휘

충남공주출생으로서울시립대학교와연세대학교대학원을졸업했다.
2015~2016년,3부작장편소설「태양의그늘」을출간하여독자들로부터많은사랑을받았으며이후수정·보완하여2022년개정판을출간했다.연작소설「주먹망원경」과소설집「괜찮아,수고했어」가있으며,2023년황순원문학상을수상했다.현재한국문인협회,한국기독교문인협회,한국소설가협회에서활동하고있다.

목차

작가의말

두남자
물수제비사랑
어느화요일오후
오래된기억
괜찮아,수고했어
코비의마음
편견과정의
해후

스마트소설
백만송이장미
백일홍

해설
삶의폐허를넘어서는사랑의역설/유성호

출판사 서평

이책은
장편소설「태양의그늘」과연작소설「주먹망원경」으로독자들과친숙한박종휘작가의단편소설집이다.일찍이자신의소설미학을‘장편’과‘연작’이라는양식으로수렴한작가는이제단편을통해동시대삶의단면들을다양하고풍요롭게펼쳐보인다.
「두남자」는일찍시집가아이셋을낳고남편과사별한선화는같은마을에사는‘윤씨’를시골집으로데려왔는데,가족들모두그를좋아한다.그런데어머니생신에그가아닌‘버스’라는남자를데려와식구들을대경실색하게만든다.‘버스’를탐탁지않게생각한가족들은그로하여금제풀에물러나게끔하려계획을세운다.그런데생신이튿날산책길에선화가발을헛디뎌둑길아래로미끄러져냇물에빠진다.이때수영도할줄모르는‘버스’가쏜살같이내리막길을달려가물에뛰어든다.이장면을본가족들은선화와‘버스’의사랑을받아들이게된다.그러면서동시에두남자의경쟁구도는와해되고,더강렬한사랑에대한가족들의뜨거운승인이이루어진다.
「물수제비사랑」에서경영컨설턴트로일하는민희는두아이를둔가장인데예전직장에서알게된영수에게여전히사랑의느낌을가지고있다.모처럼가정과그녀로부터모두벗어나자고떠난동해안거진항으로의가을휴가여행길에서민희는몸이시키는욕망과마음이시키는출렁임으로예측하기어려울정도로균열되어가는자신을발견한다.소설은이러한인간의양면성을포괄적으로이해하고자한다.왜냐하면인간을통합적으로이해한다는것은인간의양면성을불가피한존재방식으로받아들인다는것을뜻하기때문이다.소설은그것을훌륭하게증명하고있다.
「어느화요일오후」의성재는단골사우나에서생각지도못한큰일을겪는다.누군가성재의손을끌어다가면도기로자신의목을자해한것이다.체포되어‘증거인멸및살인미수특수상해’라는혐의를받은성재는거액의합의금약속을하면서사건에서빠져나온다.진짜범인의형은동생이택배일나간사이집이철거되었는데학교에서돌아온딸이무너져가는집에곰인형을가지러들어갔다가사고를당해이런일을저질렀다며나머지돈은포기하겠다고한다.그이야기를들은성재는원래합의금을그대로줄생각을한다.피해자인성재를통해용서나화해의구체적모습과함께,그것을어떻게회복해가야하는지를묻고답하는과정에서작가는인물들이가진확연한선악이나일관된윤리적계열체로구획지을수없는속물성과타자와의지향성을아울러보여준다.
「오래된기억」은카프카(F.Kafka)의소설을보는듯하다.누나집에얹혀사는‘나’는분명살아있는데자기몸이아니라고양이로변해있음을자각한다.모든것이그대로인데‘나’만예전의모습이아닌것이다.변신한지한달이되어갈때‘나’는스스로세상에먼지만도못한존재이고있어서는안되는‘악’이었음을고백한다.그리고죽음을준비하고실행하는묘사를통해작가는‘고양이’라는환의존재가‘인간’이라는실제적존재보다오히려평안할지모른다는역설을보여준다.이작품은인간사회의살벌한경쟁과서로에대한불신을근원적으로비판하는소설이다.
「괜찮아,수고했어」의주인공정희주는35년동안눈코뜰새없이일해온보험회사지점장으로가족들은여전히자신의보호가필요한데명예퇴직권유를받는다.그러던어느날초등학교동창모임에서명준을다시만난다.같은초등학교를나와서중학교에서도같은반으로진학한명준은자신의신발에조약돌을넣어주곤했다.명준은수십년이지났지만똑같이희주의신발에조약돌을넣어놓았다.그때조약돌이부딪치며소곤거리자희주의마음이더없이충만해진다.그것은명준에대한기억과그가건넨조약돌의사랑에서비롯한것이다.인간본연의그리움은인간존재의양면성곧마음의깨달음과몸의욕망이라는것을설파하는작품이다.미세하고도역동적인삶의결을탐사하고형상화함으로써근원적그리움의깊이를통해공감적마음의지도를완성하고있다.
「코비의마음」은동물우화소설이다.아프리카탄자니아남쪽셀루스동물보호구역이무대이고,코비를비롯한코끼리일가가주인공이다.유난히코가길게태어난코비를친구들은부러워하고코비는그것을부끄러워한다.자신만의세계속에서홀로외로워하면서자신감을잃기도한코비이지만언제나몸이아프거나약한친구들을돌본다.어느날밀렵꾼들에게잔혹하게살해된코끼리사체를마주한코비는복수할계획을세운다.코끼리일가와밀렵꾼일행사이에강물에서전투가벌어지는데이때아빠코끼리가그들의총에맞아죽는다.그리고‘코비의마음’은그들공동체에전해지게된다.코비가족과아프리카평원으로상징되는생명의세계와밀렵꾼으로상징되는폭력의세계가대조되면서이작품은삶의가장근원적인가치를입체적으로바라보게해준다.허물을벗은나비가날개를활짝펴고나는것처럼,생명지향의마음이비상하는순간이아닐수없다.
「편견과정의」의‘나’의또래인강민주선생님은임신중인스물일곱에남편과이혼했다.남편의외도와이혼의충격으로그녀는정신지체아아들을낳아,아들을향한손길이마치삶의목적인양아이를보살핀다.교사로서도학생들을그렇게대한다.반면‘나’는누가봐도불행할이유가없다.외모반듯한남편에공부도제법하는건강한딸이있지않은가.하지만속사정은다르다.남편은사업에실패하고목공예사무실을운영하는데노숙자,장애인,실직자들을끌어들여그곳을숙소로만들어살도록했다.강선생님은자식이장애아지만‘나’는남편이장애인이라는생각이든다.그녀는남에게는후하고가족에게는인색한그는무능하고무책임한남편이자아버지라고생각한다.겨울이되어강선생님이성공한젊은사업가와재혼을하게되었다.이때신랑으로부터“예쁘잖아요.이름도예쁘고,마음도예쁘고,무엇보다이사람의이곰보가귀엽고예뻤어요”라는말을들은‘나’는남편을찾아간다.그렇게‘나’는온전한가족사랑을회복한다.‘편견과정의’라는제목은장애를바라보는편견과,보편적인것이정의라고굴레를씌우는편견에대한저항도담고있다.
「해후」는불임부부의애환과그과정에서수행하는시험관시술,그리고딸아이를얻은부부가겪어가는감정의곡선들이아름답게담겨있다.결혼8년차인데아이가없는은수를통해생명이라는큰주제를실현하면서새로운차원의생명력을부여하는작품이다.‘은수-우주-딸아이’가이루는사랑의트라이앵글로폐허의시대를애잔하게건너가는과정을따뜻하고도포근하게보여주고있다.
스마트소설「백만송이장미」는초등학교동창의권유로골프를배운주인공미선이영태의후배부부와함께첫라운딩을나갔던날의짧은기록이다.미선은골프관련핀잔을준후배부인에게마음이상했지만,그녀가허름한주점에서뛰어난가창력으로무대를휘젓는장면에매료된다.그자신도아는노래‘백만송이장미’였고,그순간무대에는빠알간백만송이장미가황홀하게피어나고있었다.반전을통해시적황홀을가져다주는이색적작품이다.
「백일홍」은아내와사별한후5남매를키운구순노인이겪는심리적갈등을다룬다.노인이어린시절에본배롱나무는붉은꽃잎이여름한철동안피고지고를반복해‘백일홍’이라고도불렸다.그는서울북촌에한옥을짓고거기에어린시절의꿈이었던배롱나무를심었다.하지만거동마저불편한노인이되어자식들은아버지구완을두고옥신각신한다.하지만이집에서살다가죽겠다던노인은막내딸이한옥은겨울에추우니요양병원에가셨다가따뜻한봄에돌아오시라는말에부디요양병원에들어가기전나를데려가라고신에게기도한다.인생론적상처와그로부터얻은노인의성숙한시선이애잔하면서도살갑게다가온다.

이처럼박종휘소설은섬세한문체(style)를통해합리성의힘과신비성의힘이결속되는과정을산뜻하게보여주면서도삶의날카로운단면을재현해보여준다.그의단편미학은장편이추구하는전체성이나서정시가중시하는내포성사이에존재하면서양자의성격을동시에아우르고있다.따라서독자들은박종휘작가의단편을통해세계적보편성을가진거대담론은물론,우리가지나치기쉬운일상국면의정수도함께경험하게된다.그만큼그의단편들은그안에담긴인생단면을통해‘내포적전체성’에이르는각별한경험을부여하고있다.나아가그의시선은폐허와도같은현실에대하여매우구체적이고보편적인근원의힘으로대항한다.
박종휘의소설은현저하게개별적체험을구체화하는방향을취하면서독자로하여금인간보편의존재방식을이해하게끔한다.이러한양방향의독해를가능하게하는경험,감각,감수성을모두담고있기때문이다.이렇게박종휘작가의소설은경험적진실성을최적화하면서구체성과보편성을결속한공감적마음의지도로독자들앞으로우뚝하게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