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 릴레이

삼각 릴레이

$19.35
SKU: 9791192828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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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책은
유미경 작가의 신작 소설집으로 불완전한 현대인의 삶과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위태로운 시간들에 대하여, 그런 불완전하고 위태로운 삶 속에서도 만나게 되는 인간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부모자식 사이, 부부 사이, 사랑하는 사이, 친구 사이, 사제지간 사이를 비롯한 모든 인간관계가 주는 상처에 대한 작가의 끈질긴 탐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유미경

경상북도포항영일만에서태어나대학에서문예창작을공부하고대학원에서서양고대철학을탐구했다.
1991년「시와의식」에수필신인상을수상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고,2017년「한국소설」에단편소설「그림자감추기」가당선된후소설쓰는일에전념하고있다.
제15회월간문학상을수상했으며,저서로는소설집「그림자감추기」,수필집「사랑의나이테」가있고,현재충남당진에서활동하고있다.

목차

오빠생각
삼각릴레이
칼을가는시간
나비
겨울의끝
굼벵이의춤

해설/
인간관계가주는상처를어떻게치유할것인가/이승하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오빠생각」의‘나’는아이를여섯번이나유산하자아이에대한집착이강했던남편은술을마시면나를학대하기시작한다.어느날은재떨이를던져왼쪽눈을실명하게된다.나는오른쪽눈까지멀어지기시작하는절망감속에서가출해서울의고시원에서살아가게된다.내생에있어서가장고결했던관계는열살위오빠와의형제애였다.아침출근길에교통사고로세상을떠난아빠로인해충격을받은엄마가10년동안시름시름앓다가세상을떠난뒤로오빠는나의유일한피붙이였다.건축현장공사감독을하던오빠가난간에서떨어져죽자외로움에시달리던나는고아인샛별이를입양해키우기도하지만남편은나와입양한아이를다내치고는다른여자와산다.나는샛별이를다시보육원에데려다주고둥지였던가정을떠난다.그즈음에오빠와같이근무했던부하직원인남자가나타나벗이되어준다.절망에빠졌던나는나를‘반디’라고부르는그를통해삶을이어갈결심을하게된다.그는오빠에게서하모니카를배웠다며‘오빠생각’과‘메기의추억’을불러준다.그런남자가나에게는구원의끈을내려준신이다.현대인의고독과외로움을극명하게묘사한소설로각박한세상에서한명의친구만있어도우리는살아갈수있다는것을암묵적으로보여주고있다.우리는누구의옆에있는한명이될수는없는것일까?그누구의오빠와누나가될수없는가,심각하게묻는다.운명에대한숙고의사유가짙게녹아든작품이다.표제작인「삼각릴레이」의나(현서)는그와양수리에서데이트를하는중이다.친절한시청직원인현서에게그는호감을갖게되었고,1년에한번정도만났으니연인사이는아니다.그런데나는그에게사적인얘기를시시콜콜다말한다.더이상설렘이없다는이유로헤어질것을요구하는남편은교통사고로입원한병원의간호사와바람이나서이혼을요구하고나는담담히응한다.동갑내기서정요의청으로누드모델이된나는동성이지만그녀에게끌려밤새이야기를나눈다.새벽별이머리위로쏟아지는거리에서정요는나를안으며생애마지막친구인것같다고한다.하지만일년을하루도빠짐없이전화하던그녀가갑자기관계를매몰차게정리한다.이유는알수없다.얼마후서정요는밤늦게아들이있는수련장에갔다돌아오는길에교통사고로죽는다.나는병원장례식장에도가고발인날성당에서의장례미사에도참석하고천주교공원묘지까지간다.돌아오는버스안에서눈물을계속흘린다.작가는이소설에서예측불허에가깝고미묘한인간관계를다소은유적인수법으로탐구하고있다.나와그,나와남편,나와정요의관계가다상식을벗어난다.서로열렬히사랑하여결혼한남편이하루아침에등을돌린다.세상에둘도없는친구처럼굴었던서정요가전화한통화로관계를끊어버린다.1년에한번밖에안만난사이인데둘은죽마고우처럼친하다.작가는우리들의인간관계는운동회때두사람이발을한쪽씩묶고서경주하는삼각릴레이라고조심스럽게말한다.인간관계의복잡다단함을각자일상이가진무게만큼묵직하게형상화하고있다.
「칼을가는시간」은어느집에동거인으로들어간중년여성의심리를집요하게파고든다.결혼한지한달만에남편을교통사고로잃고미용사를하면서20여년을혼자산여자는평소소망했던가족의일원이되었지만그것을유지하는게쉽지않다.고3딸과중3딸을잘키우고싶었지만동거하는남자가호색한인데다비도덕적이다.상처한뒤1년동안네여자와놀았고,모든것을자신위주로살아가는뻔뻔한인물이다.두딸도그것을잘안다.큰딸이가슴을내놓고다녀도아버지인그는제지하지않는다.집을뛰쳐나간나는마음속에복수의칼을가는것이아니라자신이수면제를먹는다.여자는자신이죽는것이그남자에게하는복수라고생각한것이다.그순간걸려오는엄마의전화로마음이흔들리지만이미수면제를먹은상황이다.삶과죽음의물러설수없는양자대결의치열한의식이돋보이는소설이다.삶과생명이가진가치와삶의이쪽에서저쪽으로밀리지않으려는매달림이얽힌복잡다단한중년여인의심리를칼날같이날카롭게묘사하고있다.
「나비」는사랑의기쁨에대해말하는소설이다.작가는인간이누구랑관계를맺게되었을때,상처만주는것이아니라는말을하고있다.그런데이사랑은짝사랑이다.이루어지지못한사랑으로안타까워한다.소설의마지막에서는나와당신의사랑이성취될것임을암시한다.나비가날개를움직이지않고있다가사랑하는이를위해오직한번날아오를것이라고한다.인간은사랑하기에행복하다.그런사랑의행복을차분하게그리고있다.
「겨울의끝」은미혼모문제를다루고있다.나는급성뇌종양이와서시한부인생이시작된중년여성이다.대학4학년때딸이생겨그딸이고등학생이되도록혼자서키운미혼모다.미혼모가이사회에서존중받기란불가능에가깝다.경제적인문제는더욱더모녀를곤경으로몰고간다.목숨이경각에다다른나는자신이죽고나면홀로남겨질딸의존재를알리기위해남자를찾아간다.작가는이런나의쓸쓸하고도서글픈심회를세심하게추적하고있다.내남편이되어야할사람은딴사람남자가되어있다.나는다른여인과결혼한남자를하염없이그리워하면서,용서를빌면서,생의종착역에다다른다.사랑하는사람품안에서죽기를원하지만그건쉽지않다.하지만딸소리가엄마의납골당이나무덤을찾아올때친아버지민수가곁에있다는것을예감한다.현실속에서는실제로는더이상아무것도일어나지않는것처럼보이지만,사실은서로의삶과연결되어지는생의필연성을깊이있게탐색하고있다.
중편소설「굼벵이의춤」은굉장히자극적이고충격적인이야기로,주인공은끝내자살을한다.사람들중에는태생자체가아주기구하거나불행한경우가있다.소위‘첩의딸’인나는입을봉하고산다.다섯살때엄마손을잡고아빠와살기위해이집에들어왔는데세살위의언니가나에게잘해주었다.하지만나는누구에게도마음을열지않는다.친구들이‘첩의딸’이니같이놀지말라고왕따를시키자자신의태생을저주하고있던나는개미와같은벌레를잔인하게죽이면서마음을다스린다.살해의쾌감은증폭되고,나는이세상모든생명체를저주하는가학적인인물이된다.자신을왕따시킨창옥이가화해를청해도이미마음에벽을쌓은나는완강히거부하고혼자만의성채에서타인을증오하면서살아간다.언니의흑진주같이맑고투명한눈동자를미워하고,언니의형부가될사람이나타나자아주교묘한방법을써그와육체관계를맺어결국남편으로만든다.된다.동생에게남편될사람을빼앗긴언니는자살기도를하지만실패로돌아가자비구니가된다.애정없이언니에대한복수심으로결혼한나는남편과사이가좋아질리없었다.남편이폭력을행사하자홀가분하게이혼한다.딸도사랑을쏟을대상이아니다.상처입고황폐해진가슴속엔그어떤사랑도들어올자리가없다.이소설은인간의피학이가학으로바뀌는과정을집요하게물고늘어진심리소설이다.‘굼벵이의춤’제목에서보이듯이모든타자는나를괴롭히는개미들이고,나는굼벵이다.굼벵이에대한동정심이내마음을바꿔야하는데이미악마가된나는굼벵이를저주하며밟아죽인다.그러면서‘이렇게흉물스런몰골로사는것은결코사는것이아니’라는생각은자학과가학을동시에행하게만든다.소설은종반부에이르면불교의주요교리가나온다.비구니가된언니의편지,설득,감화로마침내나는마음이바뀐다.남편과딸을버렸지만마음깊숙한곳에서는얼마나사랑하고있었는지다시금확인하고,그리워하는것도죄가될까봐꼭꼭숨겼던것을비로소인지한다.언니를향한그간의악감정을정리한나는굼벵이에게그렇게했듯이이제는자신을단죄할일만남았다.나는결국자해를선택하는데이장면은보기드문비극미의절정이다.도달불가능한실체라는결여와그공백주위를지속으로맴돌고있는욕망의무한순환은아프기만하다.실체의결핍을채우려는욕망공간과손에쥘수없는것에대한환영에의매혹이굼뱅이춤으로환을이루는데,이것은환과멸의절묘한알레고리로나타난다.
유미경작가의여섯편소설은이처럼다양한인간의구체적인운명을입체적으로그리고있다.개별인물의삶이란구체를통해,인간존재의보편적진실을보여주는구체성의현장이다.인간이라면누구나부딪쳐야하는어렵고도절박한인간관계속의삶의표정을생생하게보여준다.극단적인개인주의시대에불완전한존재들의개성과,어쩔수없는운명에대한원형적텍스트가될만한존재론적인물음이깊은울림을주고있다.
이소설의인물들은사회적관계속금기로부터자유로운세상을꿈꾸기도하고,그금기에의해억압된내안의나를발견하기도한다.미처의식하지못한내안의나역시도자신이라는것을깨닫고,억압된자신과만나려고몸부림치기도한다.그과정에서죽음혹은그를둘러싼인물들의의식을집요하게파헤치면서,목숨의소중함을역설적으로말해주는역설의미학을그로테스크하고도강렬하게묘사하고있다.
인물들은엄청난고통과그에못잖은엄청난크기의욕망을지닌삶을체험하며,그체험이최초로이루어졌던무의식이나의식의시간과공간속을유영한다.그공간속은현재진행형이고현재의기록이다.그렇기에인물들의시간은부정되고,과거와더먼과거가섞이고또한현재와도섞이는전쟁을치르고있다는것을,유미경작가소설「삼각릴레이」는훌륭하게증언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