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조남숙 소설집)

환승 (조남숙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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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조남숙의 소설집 『환승』은 인간의 극단적인 상실감과 고독감의 서사, 그리움과 기다림의 소설적 형상, 소통의 상대역 또는 긍정적 타자 등을 다채롭게 조명하고 있다. 우리 삶에 있어서 무엇인가를 잃어버리고 이를 회복할 수 없을 때, 그 상실감은 잃어버린 대상이 되는 무엇이 소중한 것일수록 더 커지기 마련이다. 그리움은 어떤 대상을 좋아하거나 곁에 두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을 때 발생하는 심정이다. 아니면 과거의 경험이나 추억을 돌이켜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을 말하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이를 두고 적극적인 행위를 보이기보다는 주로 멀리서 바라보거나 기다린다. 그것이 노력과 수고로 대신할 수 없는 운명에 있기에 그렇다. 소설 『환승』 그런 삶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이다.
저자

조남숙

도예가,소설가
서울에서태어났다.

이십년전,서울에서양평으로이주했다.
2019년한국소설에「환승」을발표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
한국소설신예작가에선정.양평문학작가상.
십년간수필을썼고,이후에소설을쓰기시작했다.
윤후명선생님의문하생으로들어가창작수련을했다.
문예지와「양평문학」에꾸준히작품을발표했다.
첫번째소설집이다.

목차

환승/7
그날,하루/31
설매재그곳/57
숨을쉴수만있다면/81
그는나에게아무나가아니었다/107
아내의방/133
기획자차동호/157

해설
비극적세계관의새로운길찾기_김종회/185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조남숙의소설집『환승』은인간의극단적인상실감과고독감의서사,그리움과기다림의소설적형상,소통의상대역또는긍정적타자등을다채롭게조명하고있다.우리삶에있어서무엇인가를잃어버리고이를회복할수없을때,그상실감은잃어버린대상이되는무엇이소중한것일수록더커지기마련이다.그리움은어떤대상을좋아하거나곁에두고싶지만,그럴수없을때발생하는심정이다.아니면과거의경험이나추억을돌이켜생각하는애틋한마음을말하기도한다.많은이들이이를두고적극적인행위를보이기보다는주로멀리서바라보거나기다린다.그것이노력과수고로대신할수없는운명에있기에그렇다.소설『환승』그런삶을가진이들의이야기이다.
표제작인「환승」은극단적인고독감이주제이다.소설의화자인‘나’는예정도없이친정동네였던답십리를찾아간다.그런데이뜬금없는행위의배면에는남편과의소통부재라는원인행위가잠복해있다.편의점에서만난정체불명의남자는‘나’와어떤인과관계를형성하거나소설적줄거리에개입하여확고한상대역이되거나하지않는다.그럼에도불구하고남자는내내담론의중심에서멀어지지않는다.60대후반의연령에이른나는‘나’는자신에게‘청춘이라는시절이있었을까’를회의한다.소설에서주요한포인트가되는지점은,화자가옛동네를찾아가기위하여지하철을두번환승해야하는노선이다.이때의교통수단환승에견주어,작가는우리세상살이의환승과그규범에대한여러사유(思惟)를부가하고있다.
「그날,하루」는홍주희라는여자를화자로하여,송은호라는남자를관찰하는소설이다.홍주희는남편P와의결혼생활이‘목적없는사막을걷는기분’이다.화자는외로운만큼자신이할수있는도예작업에매진했고,그래도‘한번밖에없는인생에설명할수없는괴로움’을벗어나지못했다.이막막한날에그가만난남자가송은호라는조각가다.직업적동질성이없지않으나,그보다는두사람의존재론적외로움이서로의지경(地境)을알아본것이다.이들의만남과헤어짐에는극적인계기가작용하고,그러할때마다인연과가슴설렘과그리움같은어휘들이결부되어있다.이소설이송은호라는인물을매개로이해와공감의지평을열어두는것은,곧작가의소설에서비극적세계관을넘어서는새로운길찾기이기도하다.
「설매재그곳」은현실적인삶,특히시댁과의불협화를벗어나지못하고있는화자가양평시골을도피하듯찾아가고현욱이란남자와만나는이야기이다.시댁과의관계가어려우면당연히남편과의관계도그럴수밖에없다.시어머니가며느리에게‘너’라는호칭을쓰면서언제나모멸감을주고,시누이의속옷까지감당해야하는시댁이다.명문대출신남편은겉돌고떠밀리듯한결혼은행복하지않다.그런데그러한만큼양평시골현욱의집과당사자현욱은화자인‘나’에게도피처가되고,그와떨어져있을때는절실한그리움의대상이다.현욱의집이있는그곳의이름이‘설매재’다.눈속에서도매화가핀다는말이다.두사람의만남과관계의심화와같은사건은굴곡있게드러나지않고,이러한소설적정조(情調)가운데숨어있다.그처럼사건중심이아니라분위기와어조중심으로직조된소설이다.
「숨을쉴수만있다면」의중심인물은수민이라는여성이고수민과소통하는오랜친구는현애다.소설곳곳에현애의글이액자소설형식으로등장한다.수민은현애가있을곳으로짐작되는속초를향해떠난다.25년전에변사체가되어주검으로발견되었던현애가살아있다고판단하게된것은,한달전웹사이트에서한편의소설을발견했기때문이다.그소설이현애가아니면쓸수없는글이라고받아들인수민은,소설을지도삼아찾아간속초동명동의바닷가에서한여자를만난다.수민은그여자자현애인가아닌가하고혼란스러한다.작가는독자를이와같은혼란속에방치하면서명료한답안을제시하지않는다.하지만소설을읽다보면수민의눈앞에있는현애또는‘그여자’의정체가불확실하게드러나는것을독자들은수긍할수있다.수민의애도와그리움의진정성이어쩌면죽음의기로(岐路)를넘어서는우의(友誼)의산출에이를지도모르기때문이다.
「그는나에게아무나가아니었다」의화자는차도영이라는이름의여자이고,그와짝을이루는남자는인태라는이름을가졌다.동시대에편만(遍滿)한젊은세대의가치관을넘어서,오히려인간으로서의경우와도리를다하는사랑이이소설의메시지다.인태는고시원에서옹색하게살다가7평의작은오피스텔로이주한다.이사실이지시하는바는이들,특히인태의환경이넉넉하지않다는것이고이는두사람의결혼에만만치않은장벽으로다가온다.하지만이들은망설임없이이난관을넘어선다.‘나’에게는인태를두고‘경제력이부족하지만여러가지로가능성이있는남자’라는확고한인식이있다.인태가장남으로서부모를모셔야한다는생각을갖고있기에친구들로부터‘별종’으로취급받아도‘나’는크게개의치않는다.‘나’는비혼주의자가아니지만,무용을하며혼자사는것도괜찮다고여기는자유로운정신의소유자다.그러한만큼‘나’가인태를납득하고수용하는것은,외형적인사정의평가와관련없이한인간에대한내면적인신뢰로부터시작된것이다.
「아내의방」은화자의극단적상실감을보여주는소설이다.화자인‘나’는고학력의남편이고,아내는‘나’의모든단처(短處)를감당하고감싸주던과분한존재였다.그런데그아내가집을나가서며칠이지나도록돌아오지않는다.일반적인부부싸움끝에일시적으로가출한사례와는성격이다르다.소설에서서술되고묘사된아내의품성은단단하게정돈되어있다.그녀는‘살림하는시간이운동인양’움직이는인물이다.시내중심부에있는35평형고층아파트에,아내는협소한‘작업방’을두고책도읽고,컴퓨터도하고,붓글씨도썼다.아내의단련된성격은‘나’가구치소에갇혀있을때더잘부각되었다.다니던회사에문제가생겨서경제사범으로여러번의재판을거치며형을기다리고있던때다.하지만‘나’는아내의마음을살펴주는평범한남편의수준에도미치지못했으며,아내를비하하고유령보듯했다.아내가사라진후그방에서발견한화선지가바짝말라있는것은,이러한남편의태도를은연중에암시하는상징인데참으로아프게다가온다.
「기획자차동호」는한무명의도자조형작가와전시를추진하는기획자차동호란인물사이의이야기이다.차동호의주선으로K군에서전시회를하기로되어있었고그날짜가바로내일이다.그런데‘차’는‘나’가가장아끼던작품〈웅크린여인〉과누드드로잉세점을들고사라졌다.‘나’는그작품에‘내영혼의한편린이농축’되어있다고여긴다.그중간에코로나사태라는재해가개재(介在)되어있기는했으나,‘차’가사기행각을벌인것은분명하다.그는무책임했고그가말한대로된것은아무것도없었다.‘나’가뒤늦게분실이나파손에대한조항그리고군의작품인수증을받아두지못한부주의를후회하지만,이미시기를놓친터였다.차동호는60대초반,‘나’는그보다5살위다.그가우연히작업실을방문하고그방문이여러번이되면서두사람은친숙해졌다.‘차’는‘나’의작품에감정과스토리가담겨있다고상찬(賞讚)한다.전시회가지연되고마침내무산된주원인이코로나때문이었다고보는‘나’는‘차’를궁극적으로나쁜인간이라생각하지않았다.그러나그를이해하려애쓰는심경과전시회파행의현실사이에는너무큰격차가가로놓여있다.이간극은소설의말미에이르기까지해결의실마리를보이지않는다.그도그럴것이이작가가세상을보는시각이평안하고안온한분위기와상당한거리가있는연유로,길항(拮抗)하고갈등하는사건의조화로운접점이마련되기어려운까닭에서다.차동호와의풀릴길없는어긋남과더불어,이소설에서는또하나의어긋난사태를일종의알레고리로활용하는장치가각별하다.
위에서살펴본것처럼조남숙소설의핵심적인키워드는,등장인물과그주변의소통불능이다.사람과사람사이의의사가막힘없이잘통한다면,미상불소설적갈등의소재가될수없을것이다.소통의부재나불능은결국자아와타자의관계성에관한사안이다.이때의타자는자기외의다른사람을뜻하고,그는대체로경쟁이나갈등의대상이된다.지금껏조남숙의소설은그타자가소설적화자와심정적으로나물리적으로먼거리에있었고,그것이이작가의세계를우울하고비극적으로이끄는요인이기도했다.소설은그런비극적세계관을가진인물들의형상과이야기속에서새로운길찾기를모색하고있다.그런의미에서조남숙의소설『환승』은상호간의간격을좁히고긍정적인관계성을매설하는기회를독자들에게제공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