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 병실이 있는 집

일곱 개 병실이 있는 집

$17.00
Description
최영희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으로 우리 문학 풍토에서 비교적 소홀하게 참여하였던 돌봄의 아이콘인 간호사의 관점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병원에서 간호사들은 질병으로 와해되어 가는 환자들의 삶에서 인간의 한계와 마주칠 수밖에 없는 아픔을 함께 나누며,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순간을 목격한다. 『일곱 개 병실이 있는 집』 에 실린 「이상한 날」, 「연소증후군」, 「즐거운 부고」, 「온누리에 축복을」, 「검은 새」, 「유턴」, 「환절기」 7편의 작품들은 간호사의 눈을 통해 병원이라는 세계와 그 안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질병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 곁에서 만날 수 있는 구체적 사람들의 내면과 외면의 드라마를 아주 실감 나게 엮어놓았다. 또한 공통적으로 기존의 돌봄 윤리가 지니는 관념성과 억압성을 비판하면서 이와 공모하는 가부장제나 자본주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다.

저자

최영희

저자:최영희
2017년농민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연소증후군〉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중앙대학교예술대학원에서소설을공부했으며2018년경북일보문학대전에서단편소설〈환절기〉로상을받았다.

목차

작가의말

이상한날
연소증후군
즐거운부고
온누리에축복을
유턴
검은새
환절기

해설
일곱개의병실속돌봄윤리/황효숙

출판사 서평

단편소설일곱편으로구성된이책은표재그대로일곱개병실을갖춘‘소설의집’이다.-태기수·소설가

최영희의『일곱개병실이있는집』은우리문학풍토에서비교적소홀하게참여했던돌봄의아이콘인간호사의관점을본격적으로다루고있다는점에서매우주목할만한작품집이다.-황효숙·서울여자간호대학교교수

「이상한날」은코로나백신접종자와주사실간호사사이의관계가얼마나위험한지를돌봄윤리의차원에서문제삼고있다.소설은시간을제시하며다큐멘터리를보여주듯진행된다.백신주사의종류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에대한설명,백신접종자들의백태,막무가내환자.노인환자애로점,할머니환자의특징,용문신고양이문신환자,환자가바라보는의료진,주사액카운트긴장,아나필락시스20분대기후귀가등실제상황을찍은듯이실증자료를근거하여사건을현실감있게들려준다.

「연소증후군」은보호감호소의폐쇄병동간호사가화자인소설이다.이곳에수용된환자들은너무도분명한범죄가해자다.반사회적인격자,정신질환자,약물중독등으로사회적물의를일으킨사람들을정신감정후수감하는곳이라폐쇄병동이있는병원이다.이소설에서는‘보호감호소’라는단어를통해그런억압적제도가얼마나교묘하면서도체계적으로공생관계를왜곡시켰는지아이러니하게보여주고있다.
「즐거운부고」는삼형제이야기다.형님은시골우체국노조위원장으로지방유지다.D시체신청에근무하는동생은사무관진급을앞두고있다.화자인둘째는중소기업에서지방근무중이다.소설에는죽음에관한이야기가여럿등장하는데,그중두개는죽음을예고하는이야기다.하나는폐암선고를받은화자의형수이고,또하나는화자의초등학교친구아버지의죽음에대한예고이다.이소설은인간의의존성에관계된이야기이기도하다.인간은처음부터관계적인존재이며누구나의존속에서살아간다.의존의정도와내용은구체적이고특수한존재인개인의맥락에따라다르다.추상적존재인인간에게보편적원칙을적용하는것이아니라구체적존재인인간의상황과요청에응답하는것이돌봄의핵심이다.그래서「즐거운부고」에서보여주는자기돌봄은우리가어느엄마의자식이듯돌봄에필연적으로관계된존재들을전제한다.그렇기에관계를단절하기보다는관계를유지할것을권장한다.한사람이존재한다는것은다른존재들과의연결과관계속에서만가능하다는것을확인해주는것이돌봄윤리이기때문이다.

「온누리에축복을」은화자가신생아실간호사다.생물학적으로취약한불가피한인간의한계로취약한삶의구간을안전하게지내기위해우리는타인의힘에의지해야한다.이같은인간의취약성과의존성에대한응답이돌봄이고,아이를돌보는엄마가그대표적인이미지다.소설은산모들의천태만상과아이들의태명을통해요즘산모와신생아상황을적나라하게서술한다.이소설은열린결말을통해스스로찾아야할자기돌봄윤리의확장성을제시하고있다.자신이의무를느껴야할대상에다른사람들뿐만아니라자기자신도포함된다는것을의식하면서,이기심과책임감의갈등은사라지게된다는점이중요하다는것을예리하게형상화한소설이다.
「유턴」은‘독수리5형제’라고불리는다섯명의오랜친구이야기인데,늙음과죽음에대한성찰을보여주는소설로도읽을수있고,희생중심의돌봄행위로인해오히려돌봄노동이제대로평가받지못한채사적이고감정적인차원에서희생당하는돌봄의윤리를묻는소설로도읽을수있다.10년넘게시어머니병을수발한현숙의돌봄노동에대한부당한대우가적나라하게폭로되고있다.‘효행상’,‘착한여자콤플렉스는오랫동안켜켜이쌓인견고한퇴적층이라시대가바뀌어도좀처럼벗어날수없다’는것에관한문제도제기한다.생활보호사인순영은“담당은일흔,여든넘은할매들다섯명이거든.얌전한할머니도있고성질도걸걸하고욕심많은할매도있다.노인들대부분혼자산다.자식들이있어도잘안오니까다들외로븐기라”하는말을쓸쓸하게내뱉는다.경자는아흔아홉까지사신시할머니,시부모님다돌아가시고한시름덜었다했더니이제남편이속을썩인다고팔자타령이다.영주는딸이육아휴직을마치고다시직장으로돌아가자육아를고스란히떠안게된신세이다.이러한상황과위치가당대의한개인으로서의여성문제가아니라고대로부터이어온인류사전체의문제라는것이‘유턴’이라는제목의의미이기도하다.

「검은새」는장애가있는아들을돌보는청소년상담사김미선의이야기다.그녀의아들은고등학교때뇌염을앓고난후유증으로인지장애가있다.합병증으로기억력장애,신경학적장애및경련성발작,치매,간질,실어증으로정신지체상태이다.가기싫다는아들을어르고달래서산속에있는‘사랑의공동체’로데리고가지만한달이지나고자기를데려가지않으면죽어버리겠다고협박해서석달만에집으로데려온다.소설은희생중심의돌봄행위로인해오히려자신이희생당하는부모로서겪고있는일상,부모가잃게될많은것과부모가봉착할사회적폭력을다루고있는돌봄윤리의소설로볼수있다.청소년상담사인어머니의아들에대한돌봄상황을소설의시작과끝에배치되면서중요서사를진행하는이소설은아들을보호하지못했다는어머니로서의자괴감이나죄의식은더욱심각하게자신을짓누른다.이런자괴감과죄의식의폭력성은윤리를윤리로환대할수없는윤리적폭력을대변한다.정당한모성을부당한모성으로왜곡하고있기때문이다.그녀를비판하기는쉽다.그러나그런비판이그러한사고를막기는어렵다.이런슬픔과절망을자신에대한분노와분리하려는힘겹고도처절한자기용서의윤리적결단을환기시켜주는소설이다.

「환절기」는동네의원주사실간호사의이야기다.남편의폭력과시어머니의간섭에포위된결혼생활을청산한간호사의두돌된아이는아이가없는시누이가데려다키운다.그녀는좁은공간에갇히는꿈을자주꾼다.폐소공포증이생겼는지문이꽉닫혀있으면불안하다.위경련때문에죽을고생이다.통장잔고는몇달째바닥이고월급은들어오기무섭게흔적도없이사라진다.그녀는미래가그려지지않는다.간호사는자신이이렇게힘들어도간호에서의돌봄윤리는자기삶의실존을위협받는취약한상황에처한환자에대한서사적이해를전제로상호성과보호의윤리적차원을지닌다.특히간호사는환자를위한실존적옹호를해야한다.때로간호행위자들은돌봄의윤리를실천할수없는어려운상황에대해윤리적고뇌를경험하고있다.간호사는사회적책임에따른오로지헌신과희생만을요구받는‘천사’나‘영웅’이아니라는것을적나라하게보여주는소설이다.

이처럼『일곱개병실이있는집』에서의병실은작품의뼈대를이루고있기는하되,그병실에는인간의여러질환과고통이단순한치료적원리에남아있지않고구체적으로묘사되고있어돌봄의입장에서간호라는이름으로행해지는본래의간호개념과서로충돌하는데그충돌현장이작품에생명을부여하고소설의맛을더해준다.소설은돌봄자체에대한의문과현실적한계에대한고려없이는돌봄의가치가평가절하될수있음을매섭게지적한다.돌봄윤리자체가일방적이고이타적인상실이아니라관계적이고자기보존적인선택에토대를둔다는측면도크게부각시키는이소설은돌봄행위에서돌봄의취약성과의존성을인정할때만이,그리고그런돌봄의한계를자기돌봄의행위로극복할때만이진정한돌봄윤리가성립될수있음을강조하고있다.그렇기에독자들은『일곱개병실이있는집』을통해돌봄윤리에서조차제외되었던많은타자의목소리에도귀를기울일수있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