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눈빛들 (이월성 소설집)

무해한 눈빛들 (이월성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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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월성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으로 6편의 단편소설과 7편의 짧은 스마트소설을 통해 이야기꾼의 면모를 보여주면서 서사성과 서정성을 동시에 내포한 각별한 경험을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저자

이월성

저자:이월성
하늘아래첫동네인예천흰돌에서태어나남산아래이태원에서초중고를마치고동덕여자대학교를졸업했다.월간<생활법률>에서취재.편집기자로20대를보내고1993년<예술세계>로수필등단을했다.오랫동안아이들에게글쓰기를가르치다제자들을보면서‘내꿈찾기’에나서소설을쓰기시작했다.2015년<한국소설>에「엘리베이터에갇힌사람들」로소설등단을했다.

목차

단편소설
푸른우체통/7
멘도사/39
스프링21/63
누구나/91
석호潟湖/121
덧니/149

스마트소설
프라이드치킨한조각/173
그렇잖아요.안그래요?/181
무인호텔/189
열공나라/197
택시드라이브/205
비가그치면/219
감사합니다.그대가있어서/227

해설
삶의역설을통한사랑과희망의서사_유성호/237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이소설은
이월성작가의두번째소설집으로6편의단편소설과7편의짧은스마트소설을통해이야기꾼의면모를보여주면서서사성과서정성을동시에내포한각별한경험을독자들에게들려준다.

<푸른우체통>은할아버지가갑자기돌아가시자방학동안할머니와함께살게된‘연경’이들려주는이야기이다.할아버지는대학에서정년퇴임한후에바다가보이는소도시에내려와등대옆‘푸른우체통’에도착한편지에답신을보내면서사는데폭풍우가몰아치던날편지들을가지러갔다가비를많이맞으시고는환후가깊어져돌아가신다.연경은할머니와생활하면서많은것을듣고느낀다.그러면서자신이마음에둔K가자신의절친인정아와사귄다는징후에가슴이아프다.‘푸른우체통’은그안에편지를넣으면답신이오는데,그답글을읽으면고민해결의힘이생긴다는소문이퍼져나가사람들이모여든다.하지만할아버지가안계시니이제SNS에는푸른우체통의답신이오지않는다는글이올라온다.어느날할머니는연경에게한여자의이야기를한다.남편이제자와바람이났지만질투의힘으로살아온자신의이야기였다.할머니는손녀에게무조건많이많이사랑해라.아끼지말고마음껏사랑해라,말씀하신다.그후할머니손에의해할아버지서재에서몇달동안끊겼던푸른우체통의답신이보내진다.할머니는그답신에푸른동백나무그림을그려준다.할머니가그리는푸른동백나무는머지않아동백꽃이필것이라는희망을준다.이제할머니는할머니의언어로할머니세상에사신다.마음의상처를인내해온할머니가건네주는희망과용기의메시지를통해연경은한없는감동과위로를받는다.절망에서희망으로번져가는반전서사가압도적으로다가온다.

<누구나>는대기업이사인아버지와대학교수인엄마,그리고의대를다니는두동생과함께완벽하게자란‘김봄’이자신만의사랑을찾아가는이야기이다.초등학교초임교사인봄은첫날부터부모님과떨어져사는민수에게눈길이간다.학교일을마치고현관문을들어선어느날봄은부모님이나는대화소리를듣는다.차분하고교양있는엄마가평소와는전혀다른목소리로‘봄이를자신의아들들보다먼저챙기고사랑해주었건만그아이는곁을안주고차갑다고’하는것이었다.봄이는잊고있었던파란상자를책상밑에서꺼내그안에들어있던종이를찾아든다.중학교2학년때쯤“네엄마친구”라면서누군가상자에넣어준메모였다.상자에서나온뭉개진메모지속전화번호를통해봄은자신의엄마‘임미숙’이있는곳을찾아간다.떨리는봄의손에는‘힐링타이마사지’라는상호가적힌메모지가들려있다.이렇게어둑한공간에서엄마는“크고무해한눈빛”으로딸을바라보고있다.아무말없이부드럽게마사지하는엄마의따뜻한손길앞에서딸은“여자의손길이나에게괜찮다괜찮다고말하는것”같다고느낀다.눈물이고이면서이손길이멈추지않았으면좋겠다고도생각한다.그냥계속쓰다듬어주었으면좋겠다고생각할때다리위로물한방울이떨어졌다.엄마도딸도모두크고무해한눈빛으로사랑을심어온사람들이었던것이다.

<덧니>는딸지숙이갑자기세상을떠나자사위와손자에게여자가필요하다면서강선생을그네들에게소개해준‘홍여사’의이야기이다.어느날홍여사는사위와손자가좋아하는음식을들고찾아왔는데,거기서손자의학습지교사인강선생이엄마노릇을하고있음을본다.덧니가보일만큼활짝웃는것에매료되어사위에게만나보라고했던강선생은이제덧니를숨긴채차분한목소리로홍여사에게차갑게대한다.그러다가홍여사는아픈딸을위해매일한약을달여들고가는한노인을떠올린다.그때그녀는지숙의환영을보게되는데지숙이오른팔을굽혀삼각형공간을만드는것을환각처럼경험한다.마치지숙이홍여사의팔짱을낀것처럼말이다.이제그녀는치아가환하게드러나도록활짝웃으며어린이놀이터를가로질러걸어간다.우리가다시회복하고수행해가야할사랑의방식을보여주는소설이다.

<멘도사>는다육식물‘멘도사’를키우던‘나’가인터넷카페에서알게된‘페르세우스’를만나러가는장면으로시작된다.다육식물에관해해박하면서도자신에게친절하기그지없는그를만나,죽어가는멘도사를위한지혜를얻고자한것이다.두아들을독립시키고나서‘나’는남편과둘만남았다.남편은완벽하고든든한울타리가되어주었지만결혼후에는모든것이흐트러짐이없어야하는사람으로변했다.이제남편은회사를그만두고중고자동차딜러로일한다.페르세우스는“제가매일보는것은현실인데,현실은진실이고,진실은참인데,제가과연현실…….”이라는글을남겼고,‘나’는그의감정이다가오는것을느낀다.그리고둘은결국만나기로했다.이‘남편=페르세우스’의느닷없는등식은언젠가“다육이네.그거키우려고?”,“작다고소홀하게대하면안돼.”같은말을남겼던남편의잔상을불러온다.다육이가많아졌을때남편은5도쯤고개를삐딱하게기울인채“물은제대로주는거야?다육이는물주기에주의해야해.다육이는추위에강해.너무따뜻하게해주지마”라고했다.가장무심하게멀어진남편과가장따듯하게다가온페르세우스가동일인이라는생의아이러니를통해작가는우리가함께살아가는평범한일상에서새로운희망을발견할것을반어적으로보여준것이다.

<석호(潟湖)>의‘석호’는사취,사주등에의해바다와거의분리되면서생긴호수를말한다.예기치못한교통사고로다리를잃은주인공‘강’은아내‘진영’과함께바다가보이는휴양지로온다.사고이후세상과문을닫은그가바다로가자고했을때진영은너무도기뻤다.산책중에그들은팻말에쓰인‘석호(潟湖)’라는글자를본다.바닷물이지하로흘러들거나해안으로밀려들어왔다다시바다로가지못하고모래더미에갇혀민물과섞여만들어진호수였다.강은세상을이전시선으로볼수없다는것에한없는실의에빠진다.앞으로도많은시간을그렇게버티고견뎌내야한다는것을생각한다.진영은강이살아있기만하면다괜찮았지만,변해가는자신과사람들에게잊히길원하는강의행동이불안하기만하다.그때휠체어바퀴에널빤지가부서지면서그틈새로바퀴가빠지는상황이발생한다.두사람의서로를향한갈등의감정이최고조에치달았지만지나가던중년남녀가도와주어강과진영은거기를빠져나올수있었다.이렇게강과진영은제자리로돌아온다.그때미처못본문구가두사람을맞아준다.“석호는바닷물과민물이섞여플랑크톤이풍부해다양한생물의보고일뿐만아니라쾌적한삶을영유할수있는삶의터전이며후대에물려줘야할우리의자산”이라는문장을보자그들은새로운자산을향하여천천히나아간다.어둑한시간이이들을감쌌으나호면(湖面)위로는물고기가튀어오르고바다쪽에서는이광경을바라보는듯한폭죽소리가들려온다.선의를가지고누군가를살리기위해자신이다쳐버린강과그를사랑하는진영이치유의시간을가지려바닷가로나왔지만갈등만커져가는반어적아이러니를맞은바로그순간,그들은새로운희망을발견하고천천히걸어나간것이다.이월성작가특유의따듯하고아름다운희망의순간이새록새록다가오는작품이다.

<스프링21>은고3때같은반친구였던보현과윤서의산행과정을담은이야기이다.함께가기로했던지영이가오지못하고단둘이오르는산길이었다.마당발지영이,자유로운영혼윤서,모범생보현은서로다른개성때문에가까워진친구들이다.보현과윤서는유년시절보현가족이가곤하던뒷산을오른다.거기서보현은엄마아빠와‘인간스프링놀이’를하던기억을떠올린다.웅크리고앉았다힘껏몸을펴고손을쭉뻗어나뭇가지에닿는놀이였다.입시결과가엇갈리면서세사람의관계는조금흔들렸지만,여전히보현과윤서의우정은따듯한견고함을가진채독자들을사로잡는다.운동화를바꿔신자는윤서의말에보현은바람부는대로펄럭이는깃발을바라본다.저곳에오르면삶의역류를거슬러순리로접어들수있을까?웅크렸던몸이스프링처럼튀어올라찬란한봄을만끽할수있을까?그때들려온어디선가의총소리는보현의이러한소망에다시난경(難境)을부여하게된다.소설은20대미취업자들이겪는사회에대한공포와두려움으로끝을맺는다.등산을통해친구의우정을되찾기는했지만아직도이들이넘을현실의벽은높기만하다.

이처럼이월성작가는삶의고단한아이러니속에서희망을발견해간다.모든존재자가겪는좌절과소외의상황을그는궁극적삶의원리로바꾸어가는긍정적회귀성을보여준다.이러한내외적상황안에서인간의역설적희망을그려가는작가이다.그의작품은비상한인지적충격을주기보다는,삶의결핍과허무와절망을넘어새로운희망에가닿는흔치않은예기(銳氣)를보여준다.
짧은분량의스마트소설<택시드라이브>는마음이괴로울때마다택시를타고서는기사에게속마음을털어놓는‘진해’라는젊은여성의이야기이다.진해는자기가만든프로젝트를가로채성과를올린상사,정말자기밖에모르는“요즘젊은것들”,사막에나무를심으면서공공적가치를실현하려는시민운동가언니부부에대하여오늘도택시기사에게속사포처럼쏟아낸다.불판에서금방튀겨진팝콘처럼사방으로날아간감정을소쿠리에담기위해무작정택시를타고는벌거숭이가되어속마음을털어놓는것이다.그러면서언젠가한번은기사쪽에서아내이야기를들려주면서개운해한적도있다.이소설은기사쪽에서자신의이야기를쏟아놓는반전구조를통해익명화된우리사회를조감(鳥瞰)하고있다.

<프라이드치킨한조각>은딸과사위그리고손자들과함께사는‘천여사’의이야기이다.남편과이혼하고나서열심히살아사업이번창했을때천여사는따뜻한온기가있는가정이그리워사위에게아파트를사주고함께살게되었다.그러다가사업이어려워졌고그녀는딸마저매몰차게변해가자마음고생이심하다.어느날천여사가갑자기타계하는데그녀는부도로날렸던돈에이자까지더해진통장을남긴다.그런데빈소에몰려온사람들이천여사가전재산을기부하였고매달‘치킨데이’를만들어양로원어르신들께‘1인1닭’을드리라는당부를하였다고유족들에게말을건넨다.딸네식구가어머니를배제한채프라이드치킨파티를벌였던기억에대한응징으로천여사는이러한조치를취한것이다.누군가에대한서운함에대해치킨을매개로하여반전을시도한작품이다.

<그렇잖아요.안그래요?>는마당발봉사자희경이잘모르는여자가털어놓는이야기를들어주는데서시작된다.희경은아들이유치원에다니면서그주변에서모임을맡아열심히봉사활동을했고지금은단체장이되어지역에서그녀를모르는사람이없을정도가되었다.한여자는술에취해희경에게신세타령을하였는데이제희경이자신의아들문제를쏟아놓는반전이벌어진다.로스쿨다니던아들이한여고생에게과외공부를가르쳤는데그녀가갑자기임신을해서결혼을시킨후이혼을시키려는계획을가지고있다.그런데불평을늘어놓던여자가갑자기희경에게“그러면안되죠.그렇잖아요.그건아니죠.안그래요?”한다.불평과조언의주체가순간적으로바뀌어버린것이다.여기서희경의존재전환은우리가마지막까지견지해야할윤리적최저임계점을보여주는순간이아닐수없을것이다.

<열공나라>는육십중반의명숙이도서관에서문학창작수업을듣고는다시학생이되어스터디카페를찾는과정을그린다.어느날노트북사용시소음을주의해달라는카페지기의말에명숙은누가자신을지목한것일까생각하다가체크무늬잠바를입은남자를떠올렸다.그러다가그가매우예의바른모범청년이고,어렸을때귓병을앓아청력이떨어진다는사실을듣게된다.그때부터명숙은청년에게미안함을느끼고그를만나면반갑기까지하다.하지만청년은공부흐름을방해하는작은소리도싫었고명숙에게눈치를주어도그녀가깨닫지못하는것에입술을깨문다.서로에대한오해와이해가편재(遍在)한내면세계를잘비추어준스마트한소설이다.

<비가그치면>은산을오르다가빗줄기를만난주인공이정자로피했다가거기서만난한중년여자와대화를나눈다.여자는평생가구사업을하다가공장에불이났는데남편이여자의20년지기와함께돈을들고해외로도피했다고한다.그리고두사람이교통사고로동시에세상을떠났다고하였다.그러면서여자는“나를가장사랑해줄내가있네요.나는나를위해남편의기억을수선해예쁜마음만안고살래요”라고하면서목에둘렀던수건을풀어주인공의목에감아준다.이렇게잠깐내린비와우연히만난한여자가,이별을준비하던주인공에게새로운충전의순간을가져다준것이다.

<감사합니다.그대가있어서>는스스로환갑축하플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