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사연

누군가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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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평론가가 소설을 읽으면서 배우게 된
여러 장점에 관한 기록!
장두영 문학평론가의 평론집으로 그동안 『한국소설』에 월평을 연재하면서 읽은 작품들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소설 작품을 여러 번 읽으면 무언가 저절로 떠오르며, 거듭해서 읽다 보면 작품이 말이 걸어오는 느낌마저 든다고 토로한 저자의 글은 분석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와닿는다. 처음에는 흐릿하고 모호하기만 했던 대목들이 다시 읽을 때 비교적 또렷한 형체를 지닌 무언가처럼 느껴지는 현장에서 건져 올린 반짝임, 서늘함, 따뜻함을 소설 평론의 용어로 온전히 담아내고 있다.
‘감정의 궤적을 그리는 몇 가지 방법’ ‘기억 속의 공간’ ‘반성으로서의 권유’ ‘오래된 감정을 들여다보는 방법’ ‘상실을 말하는 세 가지 목소리’ ‘누군가의 사연, 누군가의 진심’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그때 그곳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시간’ ‘그들의 사연’ ‘환영 속의 슬픔’ ‘오래된 공허를 넘어서’ ‘한참을 돌아온 길’ ‘디테일, 또 디테일’ ‘마음의 여정’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감정의 움직임’ ‘어느 누군가의 이야기’ ‘기억 속의 얼굴’ ‘기억과 소설’ 등과 같이 나름으로 작품을 돋보이기 위한 단락으로 나누어진 평론에는 손영목, 김지연, 김상렬, 이정은, 박충훈, 우한용, 이만재, 조동길, 김민혜. 김광휘, 조동선, 박휘주, 윤원일, 김다경, 나 경, 임수정 소설가를 비롯한 60여 명 소설가의 다채로운 소설 숲의 현장을 만날 수 있다. 수많은 소설가의 소설 내면과 대화하는 저자의 작품에 대한 애정과 존경이 가득한 이 현장 평론집 『누군가의 사연』은, 금방 나온 작품을 대하는 순간 그것이 뿜어내는 빛, 천둥과 같아 귀먹을 수밖에 없는 순간의 희열을 재구성하여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소설을 자유롭게 해방시키고 있다.

저자

장두영

저자:장두영
대구에서태어나서울대국어국문학과와동대학원을졸업하였다.2009년『문학사상』신인상평론부문에당선되어등단했다.평론『그들은그것을알지못한채행하고있다』『뿌리를보는시간』등과평론집『소통의상상력』『애도의시간』,저서『염상섭소설의내적형식과탈식민성』등이있다.현재아주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책머리에

감정의궤적을그리는몇가지방법
시간은어떻게기억되는가-박찬호<악취>/12
행운의느낌,감정에의동참-박종규<잭팟터트리기>/17
애처로움을더욱애처롭게말하는법-이목연<꽃기린>/20
감격혹은상처-박경희<칼라꽃>/24

기억속의공간
너그러움에관하여-김지연<봄날은간다>/28
영원한모성성의갈망-강병석<미륵을부르는봄>/31
아버지의공간-최문경<햇볕드는집>/35
한계령오르는길-류담<나르키소스를위하여>/38

반성으로의권유
정상과비정상의경계에서-신중선<집으로가는길>/42
회복의공간,치유의공간-이하언<빨간신호등이있는마을>/45
차마외면하고싶은장면들-최정희<엄마의주검>/49

오래된감정을들여다보는방법
보이지않는것을그려내는법-임수랑<번짐>/54
슬리퍼의사용법-이병순<슬리퍼>/60
시간의강을거슬러가는법-한정배<무심천>/64

상실을말하는세가지목소리
40년된낡은다리미의목소리-손영목<한탄강>/72
죽지도살지도못한자의기이한목소리-박유하<블랙홀>/77
빛속으로사라진새의목소리-이순임<구아노의밤>/82

누군가의사연,누군가의진심
덫으로부터의탈출,그리고고향-양승언<덫>/88
타인의눈물-박희주<참새의눈물>/92
무지개의시절-김승섭<별은반딧불이되어나븐나븐내리고>/96
곰삭은맛을풍기는이야기-정형남<울엄니는당골래여>/100

사람과사람사이의거리
고무호스가울고있는풍경-박경숙<의미있는생>/104
어린아이와팽나무의시선,
그리고그리움의회상-한수경<나비머리핀>/108
낯설고도익숙한-성민선<라그랑주포인트>/113
일상속의몽상-김광님<러브체인>/117

그때그곳에서
금기와위반-나경<칼과장미>/122
삶의불확정성-김채형<눈폭풍속에서>/126
멜로지만괜찮아-남미자<기차는여덟시에떠나가네>/129
가난한연극,가난하지않은소설-김주현<완두콩한숟가락>/132

초상화를그리는시간
봄향기와갯내음,그리고고향-정동수<이웃>/138
변명과편견의목소리-양영수<천둥소리>/142
두번째전환-남마리아<바위틈에피어나는백일홍>/147
강물에비친초상-김창식<죽음의문>/151

그들의사연
아버지와자식들의사연-안수길<실종>/156
타투하는여자의사연-김경해<사랑을새기다>/160
카멜레온들의사연-신용성<카멜레온>/164
늙은춤꾼의사연-윤원일<왈츠추는늙은이>/169

환영속의슬픔
고독과그리움집-이길환<찔레꽃화장>/176
허락되지못한‘행복한사랑’-이찬옥<핑크로즈>/180
독특한소재로표현된팽팽한긴장감-조규남<쪽>/184
당신의휴대폰은당신이누군지말한다-이병순<인질>/189

오래된공허를넘어서
과거와의화해-이선우<관>/196
도서관광시곡-이연초<하이드비하인드>/201
공허의질감-천종숙<박제>/205
키위새의길찾기-한정현<벤야민의지도>/209

한참을돌아온길
인간은곤충이다-이정은<생태관찰>/216
세태의표정들-표중식<투명완장>/220
30년을돌아온길-강준<느티나무에핀꽃>/223
순수로돌아가는길-박충훈<흐르는강물처럼>/226

디테일,또디테일
디테일의묘사와의인화-김다경<그겨울>/232
인생의갈림길-박성선<갈림길>/236
인물묘사와관찰의시선-권흥기<도장찍는사람>/240
마음의디테일-이종숙<차가운손>/243

마음의여정
이해할수없는것들-박종윤<지렁이의춤>/250
태양을집어삼키는괴물-이완우<비문증>/255
돌무덤너머의소녀-이진<여전히,거기>/259
마음속의폭풍-박은몽<사흘동안>/262

가족이라는이름으로
제의로서의소설-조동길<죄제>/268
동화속신데렐라의운명-홍지화<로즈타투>/271
흐르는강물처럼-김병룡<백악기가족사진첩>/277

감정의움직임
감정의솜씨-강성숙<무촌>/284
낯섦과신선함-도명학<생일>/287
꿈결같은죽음-김상렬<꿈>/290
상황속으로-고윤숙<57일간의수렁>/294

어느누군가의이야기
어느등산가의선택-신영철<아들과함께가는길>/300
어느여행자의기록-우한용<도도니의참나무>/304
어느장의사의죽음-이만재<메모리얼스톤>/310

기억속의얼굴
회상의형식-김명희<금빛여자중학교>/316
모순혹은허무-이상은<그남자의칼>/320
치정혹은순정-이휘용<이름>/323
지속되는긴장,그리고반전의묘미-김민혜<아내가잠든사이에>/326

기억과소설
어린소년의기억-김광휘,돼지털공장/330
가족사적기억과역사적기억의결합-조동선<까마귀떼울음>/334
오래된사랑의기억-박경숙<기억의나무>/339

출판사 서평

저자의말

평론가김윤식선생님께서는문학월평을쓸때한작품당세번씩은읽는다고하셨다.글을쓸때는우선많이읽으라는주문이다.그렇게많이읽으면작품에서무언가를배울수있다는조언이기도하다.작품월평을쓰려고할때면늘머릿속에떠오르는말씀이다.

책속에서

김지연의단편「봄날은간다」는독특한서정적분위기의창출이돋보이는작품이다.소설은시종일관잔잔하게유지되는서술자의목소리를따라펼쳐진다.서술자는급하거나넘침없이소설의공간적배경이되는지리산산판의한적한전원속으로독자를이끌고간다.주인공선우여사의전원생활을그려내는대목에서는여유로움이한껏묻어난다.그리고이러한전원생활의여유로운분위기는정확한어휘와표현,풍성하고섬세한문장력에의해소설속에담겨진다.작품속에서서술된지리산전원생활은한폭의풍경화가된다.

임수랑의단편「번짐」은사건의전개보다는소설적분위기의제시에한층주력한작품이다.인물과사건을통한서술이라는‘말하기’보다는비유와암시가한껏담긴소재들을소설내부에펼쳐놓는‘보여주기’를주로활용한다.외로움이라는눈에보이지않는감정을서술을통해보여주기위해많은노력을기울였으며,작품의제목에서도나타난것처럼외로움이번져나가는모습을문장으로붙잡아내는데성공하고있다.그결과이작품은어느몽환적인장소를화폭에옮긴풍경화를연상하게하는데,주인공Y의주위를둘러싸고있는진한외로움의감정이독특한색채의물감으로그려지는듯하다.

손영목의단편「한탄강」은주인공‘나’가아내와함께아내의고향을방문하는여행을다룬다.소설속언급처럼‘과거로의회귀여행’이라부를수있는이번여행에서주인공의아내는오랫동안잊고있던유년시절의추억을회상하며흐뭇한미소를짓기도하고,일찍돌아가신어머니와언니를그리워하고,쉽게정붙일수없었던새어머니와이복동생들을향한거리감을새삼떠올리면서비감에젖어들기도한다.그리움의대상들이저멀리서손짓을하고있지만결코그들과다시손을맞잡을수없다는안타까움이소설의전편에깔려있는주된정조다.한탄강인근의어느시골마을이라는특정한공간적배경이라든가인물의단순하지않은가족관계와내력을다룬이소설은누군가의남의사연이지만,이소설은과거의시간들은회복될수없는영원한상실의영역에속하기에아름다우면서도애달프다는보편적인진실을환기함으로써독자들을깊은공감으로이끌어간다.

윤원일의중편「왈츠추는늙은이」를읽고나면거센파도가넘실대는바다를배경으로낚싯대를드리운키작은노인의형상이떠오른다.노인은문득낚싯대를내려놓고스탭을밟기시작한다.몸을풀기위해쉐도우복싱을하는권투선수처럼노인은바다를배경으로혼자서왈츠스탭을밟는다.지난세월을회상하면서,때로는자신의과거를부끄러워하거나후회하면서,또때로는그리움에흐뭇한미소를짓는노인의형상이다.「왈츠추는늙은이」는쉽게잊혀지지않을독특한캐릭터의창조에성공한작품이다.

박충훈의「흐르는강물처럼」은동강의아름다움에대한찬가다.고의로부도를내고도피생활중인주인공,하루종일하는일이라곤강가에나가낚싯대를드리우는것뿐인생활,아름다운풍광에둘러싸여지내면서이복형제의존재를뒤늦게확인하고,무책임하게저질렀던자신의과오를깨닫게된다는내용이소설의줄거리다.얼핏줄거리만놓고볼때는굳이동강을배경으로삼지않더라도별지장이없을듯싶다.하지만소설의문장을따라가다보면동강의아름다움에서서히동화되어결국더러움의때를벗고순수함으로돌아가는주인공의변화과정이설득력있게제시된다.강원도두메산골을휘감아나가는동강의은은한물결속에서서히빨려드는느낌,아마인간을향한대자연의위로가선사하는안온한느낌일것이다.

이진의단편「여전히,거기」는그리운사람을향한애절한만가의형식으로구성된작품이다.그리움혹은안타까움의마음을표현하기위해소설은일인칭서술자인‘나’의기억에기댄다.하나씩길어올린기억의조각들을한데모으면그리운그사람의얼굴이떠오르고,낮은웅얼거림이들려온다.“노래같기도,울음같기도,비명같기도한”그런웅얼거림에귀를기울이고,그것이의미를지닌발언으로터져나올수있게만드는것이이소설의역할이라한다면,이소설은결국억울하게죽은넋을위로하는진혼제를거행하는일에해당한다.억울한사연을들어주고,애달픈생애를위로해주는한편의시이자노래가곧이소설이다.

조동길의단편「죄제」는제사라는전통적인제의를소재로삼아몇가지의미있는내용을길어올리는작품이다.첫째는점점잊혀져가는과거의풍속에대한세밀한기록으로서의의미이고,둘째는시대가바뀐것을확인하고그러한변화에서사라져가는것에대한아쉬움과안타까움을토로한다는의미이고,마지막으로셋째는고독사를둘러싼쓸쓸한세태묘사로서의의미이다.세가지의미가작품속에서하나로녹아들면서,상당한무게감을지닌문제를제기하고있다.

김상렬의중편「꿈」은소설의첫머리에서상당한궁금증을유발한다.작품의제목은‘꿈’이라고되어있으나정작소설의첫문장은꿈과는의미상정반대의지점에놓여있는‘죽음’에관해서말하고있기때문이다.“어머니의방에서는늘죽음의냄새가난다.”꿈과죽음을한곳에펼쳐놓는이유는무엇일까?이소설을읽는다는것은이러한궁금증을해소하는일이된다.
주인공‘나’가말한죽음의냄새는중풍에치매까지걸린어머니의똥오줌냄새다.워낙연로하시고,병환이깊고심하여당장내일돌아가신다해도전혀놀랍지않은상태.가끔향불을피워놓고그앞에서“‘기왕가실거면어서가세요.’하고혼자은밀히속닥이는지경”이라고‘나’는솔직한심경을털어놓기도한다.구린내와비린내,간혹향냄새가뒤섞인어머니의방냄새를‘나’는죽음의냄새라부른다.

박경숙의중편「기억의나무」는삶과죽음,과거와현재,인연과사랑,사람과나무등한두마디로정리하기힘든무겁고깊은주제들로가득하다.서사적인측면에서도19세기후반부터현재에이르기까지상당히긴시간대를시간적배경으로채택하여소설의외관도제법웅장하다.이러한양적,질적풍성함을한데모아이끌어주는것이바로‘기억’이다.이소설은제목에서암시된바와같이,오래된은행나무가들려주는이야기의외관을취한다.나무가인간세상의일을지켜보고있으리라는상상,비록말은하지못하지만그것을다기억하고있으리라는상상,삶과죽음의경계에놓여있는인간은나무가들려주는이야기를들을수있으리라는상상이바탕에깔려있다.어떻게보면애니미즘의분위기도슬쩍느껴지는상상속에서기억을통해소설의몸통을빚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