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그리고 환상

꿈, 그리고 환상

$15.00
Description
이 소설은
손영목 작가의 열세 편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것은 ‘꿈’과 ‘환상’이다. 작중화자의 어릴 적 소망 또는 꿈을 드러내는 자전적이고 사실주의적인 작품인 「환상 여행」을 제외하면, 「꿈, 그리고 환상」은 현실 세계에 환상성이 가미되어 있는 작품, 현실과 꿈 또는 현실과 환상이 교직되어 있는 작품, 현실속의 꿈이나 꿈속의 현실을 다루고 있는 작품 열두 편으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집이다.

저자

꿈,그리고환상

저자:손영목
1974년한국일보신춘문예소설당선
1977년서울신문신춘문예소설당선
1982년경향신문장편소설당선
1999년현대문학상수상
2004년한국문학상수상
2007년채만식문학상수상
2019년계간문예문학상당선
2024년탄리문학상대상수상
한국소설가협회부이사장·이사장직무대행(역임)
한국문인협회이사·문협60년사편찬위원장(역임)

목차

안개의우수-꿈,그리고환상1
밀랍인형들의집-꿈,그리고환상2
잿빛안개저편-꿈,그리고환상3
슬픈인어-꿈,그리고환상4
미로에서-꿈,그리고환상5
용굴-꿈,그리고환상6
환상여행-꿈,그리고환상7
죽음에관한명상-꿈,그리고환상8
스틸라이프-꿈,그리고환상9
고사나목과광진역-꿈,그리고환상10
백제성에서-꿈,그리고환상11
탈출구-꿈,그리고환상12
종말과구원에관하여-꿈,그리고환상13

작품론
현실과환상또는현실과꿈의경계에서_장경렬

출판사 서평

손영목작가의이번소설집에수록된작품들은사실주의문학인동시에환상문학이다.-장경렬(서울대영문과명예교수)

작품의상당수가넓게보아마술적사실주의문학의범주에속하는것으로볼수있는데,유형별로세분하면네유형으로나누어진다.첫째,몽환적또는환상적분위기를띠고있지만그럼에도여전히현실세계의한단면을사실주의적으로다루고있는작품으로,「안개의우수」,「밀랍인형들의집」이다.둘째,현실의삶에환상적요소가개입되어있는작품으로,「슬픈인어」,「용굴」,「죽음에관한명상」이다.셋째,현실의삶에관한이야기속에‘정신현상’으로서의꿈이‘액자형태’로삽입된작품으로,「잿빛안개저편」,「스틸라이프」,「백제성에서」이다.넷째,현실의삶이투영된꿈이이른바‘정신현상’의소재가되는작품으로,「미로에서」,「고사나목과광진역」,「탈출구」,「종말과구원에관하여」가있다.

「안개의우수」와「밀랍인형들의집」은현실세계안으로환상적요소가유입되고있다기보다현실세계자체가환상세계만큼이나비현실적일수있다는것을보여주는작품들이다.「안개의우수」는“짙은안개속”에서한“여자”와작중화자인‘나’사이의“꿈이나환상”과도같은만남을소재로다룬작품으로,현실세계를감싸고있는“짙은안개”와도같이환상적또는비현실적분위기가이작품을지배하고있다.「밀랍인형들의집」을지배하는것도환상적또는비현실적분위기이지만,이는“짙은안개”와같은것이라기보다사람이살지않는빈집에서감지되는썰렁한냉기와도같은것이다.남자와의동거끝에헤어져“정신적인안정에앞서생활의안정이시급”한여자,“당장먹고자는문제가시급”한“서미영”이라는이름의여자가직업소개소의주선으로일자리를얻는것으로시작하는이야기는,표면적으로정상인으로보이는인간또는인간들이억누르거나감추고있는병적심리가마침내걷잡을수없이기괴하고난폭하게폭발하는작품이다.이런일은언제어디서나일어날수있다는점에서도,인간의현실세계는환상세계보다더환상적인것일수있는것을보여준다.

「용굴」과「죽음에관한명상」과마찬가지로「슬픈인어」의배경을이루는것도일상적삶의현장이다.「슬픈인어」에서작가는이성에눈뜰무렵인한소년의입장에서“네살이나다섯살연상”인이웃집소녀와의은밀한만남을섬세하고시적인언어로묘사하고있다.소녀가“갑자기마을에서종적을감”추고,뒤이어그녀의것으로추정되는시신이발견되었지만,그녀의죽음을받아들일수없었던소년에게그소녀가인어가되어모습을드러낸다.이같은설정을통해환상적요소가사실적인현실세계안으로비집고들어오는작품이다.「죽음에관한명상」은한소년이할머니의죽음으로인해‘죽음이라고하는인간의영원한테마’에대해깊은생각에잠기게된다.그러던그가“아버지심부름으로담뱃가게에다녀”오러나갔다가“들판한가운데”서“알갱이가먼지처럼작으면서도촘촘하게밀집해광휘가훨씬뚜렷한그노르스름한빛의덩이”를목격하게된다.소년은“도깨비불”이아닐까생각하면서도“세상에도깨비가어디있어”라는생각과함께,“어느덧담배심부름생각은까맣게잊어버리고그불을따라잡는데만온정신을몰두”한다.이를따라가다결국소년은죽은할머니와만나“죽음”에대해이야기를주고받는다.이러면서‘도깨비가없는세상’속으로도깨비가존재할법한환상세계가슬그머니끼어든다.「용굴」은고향마을에있는‘용굴’이개발의희생물이될것이라는소식으로인해작중화자가이에얽힌어린시절의기억을회상하는것으로시작된다.어린그의주변에는“나이에비해체구가커서힘이세고싸움을잘해또래중에서는왕초”인“상도”라는아이가있다.“그로말미암은가장큰피해자”는작중화자인‘나’와‘나’의친구인“윤조”와“재철”이다.나는친구들에게“지긋지긋한굴욕”에서벗어나기위해모의해상도를“용굴에집어넣자고”설득한다.마침내설득을당한두친구와함께‘나’는각본에따라시도를하지만첫번째는실패하고두번째“용굴에들어가물이다찰때까지있다가나오는”모험을상도에게해볼것을제안한다.그런데용굴에들어간상도가나오지않는다.실종된상도의흔적은어디서도발견되지않는다.하지만어느날상도가평상시나다름없는생생한모습으로나를불쑥찾아와자신이“용굴의주인”인“용”이되었음을밝힌다.상도와대화를주고받는가운데‘나’는“오로지할수있는일이라곤비참한자신을눈물로써자책하는일뿐”이라는생각에몰려하염없이눈물을흘린다.작가는죽은것으로추정되는상도가갑작스럽게‘나’를찾아와대화를주고받는이야기를꿈속의환상체험으로분장하지않는다.“엄연한현실”의일부인양담담하게서술을이어갈뿐이다.작가는논리와합리를뛰어넘어존재하는신비롭고도이상야릇한이야기로,한국적인마술적사실주의를생생하게감지케한다.

「잿빛안개저편」,「스틸라이프」,「백제성에서」는“엄연한현실”속에서나름의삶을이어가는사람들의이야기이다.「잿빛안개저편」의주인공은초등학교3학년생인아이로,이아이는학교가기를지겨워하고공부도하기싫어한다.그런아이가어느날시험성적도나쁘고드센아이와한바탕싸움질을한데다가청소당번에걸려,“우울하고슬픈기분으로”혼자늦은귀갓길에오르면서서술이전개된다.「스틸라이프」의주인공은“살고있는아파트단지근처에지하철역이있”는한남자로,아침에서저녁까지그의하루삶이작품의배경이되고있다.「백제성에서」의주인공은“여행을황혼녘삶의질을높이는무슨필수요건처럼여기는안식구”를거느린남자로,“안식구”를따라중국으로“해외여행”을떠나서겪은이야기이다.이처럼세편의작품에등장하는인물이나사건은모두우리주변어디서나볼수있는현실속의평범한인물의평범한삶이다.그런그들이현실의삶한가운데서꾸는꿈이현실의삶자체에대한이야기안에‘액자형태’로삽입되고있다.특히「백제성에서」는손영목작가특유의작가적숨결을확인케하는작품이다.단순한여행기가아니라인간에대한작가나름의탐구가예리하게나타나는작품이다.

‘정신현상’으로서의꿈그자체를소재로한작품으로「미로에서」,「고사나목과광진역」,「탈출구」,「종말과구원에관하여」를볼수있다.이네편의작품은그자체가현실의삶을살아가면서누군가가꾸는일상의꿈을소재로하고있다.「미로에서」의주제는집으로가려고애를쓰지만끝내집에이를수없는“어린아이”의절망감과슬픔이다.「고사나목과광진역」에서도주제는길을잃은인간의절망감과슬픔이다.하지만이야기의소재는다르다.「탈출구」에서도“땅속의거대하고기다란공간,지하도로나지하철도의공사현장같은곳”에서“출구”를찾는인간이이를제대로찾지못해헤맬때느낄법한절망감과슬픔이주제이다.「종말과구원에관하여」에서도작중화자가길을헤매고있기는마찬가지다.이작품은“되짚어보건대,그꿈이어째서나를거기에데려갔을까?”라는의문으로시작되고,작품의마지막부분에이르러“아,정말이지그꿈이나를거기로데려간까닭이무엇일까?”라는의문을다시제기한다.이처럼현실속의작중화자인‘내’가꾸는꿈이‘액자형태’로제시되어있다.‘나’는꿈속에서“거대한도시”로“데려”가져,“폐허가되어가는중인지,진행이멈춘폐허그자체인지를단정적으로말하기뭣하게어수선하고너저분한풍경”의도시한가운데서방황을이어간다.그러는가운데“나는아무런동요나의심도없이순순히안내인을따라가어느집을방문”하여,“마리아발토르타”라는여인과만난다.마리아발토르타는1897년에태어나1961년에사망한이탈리아의작가이자시인으로,그녀는예수와성모마리아의현현이라는신비를체험한사람으로널리알려져있다.그리고그신비체험에근거한저서가바로꿈속의‘내’가언급하는“예수그리스도이야기”인「사람이요하느님인분의시」다.마리아발토르다와마주한‘나’는“카오스를거쳐태초의영원세계로돌아”갈“인류문명”에관해의견을나눈다.이윽고그녀를뒤로하고거리에들어선‘나’는이해할수없는“검투사”의“결투”가일어나고있고“객석”의“군중”역시이해할수없는반응을보이는“로마식원형경기장”에들어선다.마침내그경기장에서나오는것으로꿈은종결된다.

손영목의작가의연작소설집「꿈,그리고환상」은꿈과환상이일상적이고사실적인현실세계안에서교직되어있다.바로그시점또는지점을예리하게포착하여이를문제화한것이손영목작가의이번소설집에수록된작품들로,이는사실주의문학인동시에환상문학이다.손영목작가가펼쳐보이는이른바마술적사실주의문학은우리가알고있는기존의마술적사실주의문학의경계와범위를넓히고있는것으로볼수도있다.또는낯설지않지만그럼에도여전히새로운지평을기존의소설문학계에열어보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