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를 폭격하라 (이계홍 중편소설)

해인사를 폭격하라 (이계홍 중편소설)

$15.50
Description
옛 관성에 젖어 낡은 사고의 틀안에서 허우적거리다 보면 역사의 방향을 놓치기 쉽다, 필자는 겸허히 역사 앞에서 행동하는 인물들의 행적을 더듬어 진실을 담아내려 한다.(필자의 말)

해방과 6.25, 70년대를 관통해온 굵직한 서사구조의 중편소설집
이계홍 작가의 ‘해인사를 폭격하라’...도서출판 ‘도화’ 간행

주로 굵직한 대하 장편소설을 써온 이계홍 작가가 최근 중편소설집 『해인사를 폭격하라』를 도서출판 도화(값15,000원)에서 펴냈다. 이 중편소설집은 ‘순결한 여인-1970년대 풍경화’, ‘해인사를 폭격하라’, ‘귀국선 우키시마호’ ‘인지 수사-아직도 여전히 답답하게’ 등 4편으로 구성돼있다. 이들 작품은 작가가 장편소설을 쓰다가 만난 우리 역사에서 특이한 소재와 중요한 사건을 묵혀버리기에는 너무도 아깝다는 생각으로 등장인물들의 행적을 하나하나 추적하여 집필했다.

중편소설집 ‘해인사를 폭격하라’는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역사적 맥락과 해당 사료를 바탕으로 사실적으로 재현해낸 리얼리즘 문학의 정수로 평가된다. 선 굵은 서사구조와 단단한 스토리 텔링이 독자를 견인한다. 동시에 역사와 시대를 넘어서는 존재로 자신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고투에 대한 증언이기도 하다. 특히 작가의 언론사 경력이 말해주듯 기자적 현장성과 작가적 상상력이 십분 발휘된 작품들로 독서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문제작으로 평가받을만 하다.

「순결한 여인-1970년대 풍경화」는 송안나(본명:송숙자)의 기구한 운명을 1970년대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바탕으로 진한 남도 사투리와 거친 욕찌거리로 사람 냄새 짙게 풍기는 이야기다. 속칭 양갈보로 살아온 송안나라는 인물을 통해서 인간의 한 생애에서 암초를 만나는 주요한 원인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러면서 상처받고 외로운 사람을 만나 따뜻하게 살아갈 날을 기다린다. 작가의 열망이 작품 제목 ‘순결한 여인’으로 승화되고 있다.
몸을 파는 여자로서 ‘고정간첩 공모자’로 찍혀 감당하기 힘든 고문과 육체적 고통을 겪게 되는 현장 묘사를 통해 작가는 시대의 야만에 눌려 불행이 오는 방식이 야속하상만, 우리 인생에서 불행은 그 사람만의 몫이 아니라 그가 살아가는 ‘시대의 초상’이라는 아픔을 전하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는 불행이 불행을 위로하고 구원하는 삶의 방식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송안나의 삶을 통해 당대 정치사회적 상황과, 주변에까지 확대되는 불행이 여러 각도에서 해석하도록 조명하고 있다. 작가는 작품 소재의 리얼리티를 강조하기 위해 걸쭉한 남도 사투리와 욕찌거리를 의도적으로 대화에 끼워넣었다고 말하는데, 이런 것들이 당대의 서사구조에 가감없이 소화되는 매력도 지니고 있다.

「해인사를 폭격하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으로 군인에 관한 인물전기를 많아 쓴 작가의 장점이 가감 없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6·25전쟁의 참화 속에서 미5공군의 폭격 명령을 거부하고 천년 고찰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을 지킨 한국 공군 전투조종사의 모습을 실제 전투를 하는 듯한 실감나는 표현과 긴장감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냉정한 리얼리스트의 눈〉으로 가난한 나라의 당대 군대 모습을 그대로 소설 속으로 끌어들인 이 소설은 장지동과 김영대라는 두 주인공뿐만 아니라 균형 축을 이루는 주변 인물들을 개성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군인이라는 직분에 충실히 살아가는 인물들이 전쟁을 통해 ‘민족장교’로서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펼쳐나가는 웅혼한 기상도 살펴볼 수 있다.
미5공군이 북한군이 들어왔다는 첩보를 접하고 “해인사를 폭격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나, 천년고찰 해인사에는 우리의 정신사가 응축된 ‘팔만대장경’이 소장돼있고, 이 문화재가 소실되면 안된다는 절박감으로 끝내 명령을 거부한 두 한국 공군 장교의 이야기는 우리 스스로를 가슴 여미게 한다. 그리고 한국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조국의 아픈 현실과 이를 극복해가는 의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 나라의 전통적·문화적 인식없이 단순히 전투 승리의 목표달성주의에만 매몰된 외국군의 태도야말로 얼마나 해당국의 자존감을 모욕하는 것인가를 보여준다.
비정하고 잔혹한 전쟁 상황에서도 군인으로서의 소명과 우리 것을 지키려는 투철한 민족의식이 젊은 공군 장교들의 혈관에 관류하고 있다는 것을 이 작품은 담대한 서사로 제시하고 있다. 청년 장교들의 애국정신과 생명력이 넘치는 작품이다. 군인으로서 ‘사나이’의 기질을 잘 드러낸 작품이지만, 동시에 가슴 따뜻한 휴매니티도 펼쳐져 헌걸찬 군인정신의 정수를 살펴볼 수 있게 한다. 한국 전투조종사들의 폭격 거부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이 고스란히 지켜졌으며, 이들의 뜻을 기리는 공적비가 해인사 경내에 세워져 있다.

「귀국선 우키시마호」는 해방 직후 한국으로 돌아오는 1호 귀국선인 우키시마호가 폭발해 침몰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8천 명이 넘은 사람이 승선했는데 생존자는 불과 이천여 명 밖에 안된다고 전해지는 이 사건을 다루면서 작가는 미군이 설치한 수중 기뢰 때문이든 패전한 일본의 방치와 외면으로 침몰했든, 수천 명이 수장된 사실과 진상조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실정을 매서운 눈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조선인 일본 육사생도들이 일본 패망과 함께 귀국하는 과정에서 귀국선 우키시마호가 마이스루 군항 앞바다에서 폭침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조난자를 구하러 가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다. 소설적 허구에 논픽션 형식을 취해 현실감을 더해주는 구성 기법을 취하고 있다.
정확한 사망자 명부를 비롯한 구체적인 사고 실체에 대한 접근이 차단된 가운데, 작가는 생존자들의 입을 통해 퍼즐 맞추듯 진상을 맞춰가고 있다. 조국을 잃은 나라의 백성으로 점령국의 나라에서 징용자로, 종군위안부로 힘들게 살다가 해방이 되어 귀국하는 사람들의 죽음이 결코 헛되어서는 안 된다는 작가의 집념이 인물들의 성격이나 묘사를 통해 강렬하게 제시되고 있다. 그 인물들이 사건의 실체를 향해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은 시대를 초월하여 진실을 갈구하는 작가의 탐구정신이 잘 맞닿아있다.
승선자 중에는 북해도 강제 징용자, 해녀, 만주와 사할린에서 종군위안부로 살았던 조선인 처녀들이 있었으며, 작품 속에서 이들의 절절한 사연들이 펼쳐진다. 패전한 일본의 허무주의적 좌절과, 그로인한 전후 처리의 방임과 무책임으로 귀국선의 항행은 불안하고 위태롭다. 그런데 일본 연근해 마이쓰루 군항 앞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사고가 일어난다. 이때 희망을 품고 귀국하던 조선인들 수천명이 수장되고 만다. 조국은 무정부 상태의 진공상태로 조난자들을 구할 어떤 의지도, 대책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패전으로 폐교된 조선인 일본 육사 생도들이 귀국길에 현장 출동하여 사건 해결에 나선다. 그리고 복수극을 벌인다. 조난자들을 대변하는 과정이 실화적 요소와 함께 전쟁의 광기를 고발함으로써 한일 관계에 새로운 담론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지 수사」는 남의 문중 땅에 몰래 묘를 쓴 사람과의 소송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이 소설은 우리로 하여 비판과 냉소의 형태가 현실의 어떤 순응과 체념의 경로를 거치는가를 심도 있는 내면과 심리묘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남의 문중 땅을 무단으로 점령한 자의 묘를 해결하지 못하는 재판 앞에서 패배의식을 느껴야 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그리고 있다. 수사 과정과 재판 과정이 본인도 납득하지 못하게 결말없이 끝나는데, 그런 가운데 무단 묘는 그대로 주인공의 문중 땅에 그대로 존속된다는 점이다. 상황을 보면 누구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을 어렵게 이끌어가는 재판과, 수긍할 수 없는 법에 지배되는 과정, 법적 인과율의 억압적인 상황을 주인공의 ‘독백’으로 폭로하고 있다. 결국 ‘상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을 법과 제도라는 장치가 장애물이 되고 마는 윤리적 허무주의를 증폭시킨다는 점을 고발하고 있다.

이계홍 작가의 중편소설집 『해인사를 폭격하라』는 여러모로 문제적이다. 역사적 사실의 기반을 바탕으로 인간의 조건과 그 경계를 넘어서고 있는 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각도의 정신의 투영과 상처 입은 자들을 함께 보듬고 안아 더불어 고통의 바다를 건너려는 푯대로 우뚝하다. 그리고 고통의 현실 속으로 파고들어 그것을 허물고 그 속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길러내는 가쁜 숨결로 독자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저자

이계홍

저자:이계홍
전남무안출생
동국대국문학과졸업,동대학원석사졸업,동대학원박사과정수료
1974월간문학신인상소설부문당선으로문단데뷔
동아일보문화부차장,문화일보문화부장사회부장,서울신문논설위원,수석편집부국장,용인대겸임교수,동국대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객원교수역임

〈창작집〉
소설집「틈만나면자살하는남자」(1992.책나라),중편집「비껴앉은남자」(1993.신원문화사),소설집「밑천」(1994.문학아카데미),장편소설「초록빛파도」(1994.아사달의꽃),소설집「서울노마드」(2016.문학나무),대하역사소설(5권)「깃발-충무공금남군정충신」(2020.범우사),역사소설「불타는나라」(2020.8-2021.12인터넷매체오피이언타임스연재),대하장편소설(4권)「고독한행군-어느민족주의자를위한변명」(2022.범우사),역사소설「장만」(3권)(2023.글로벌마인드)

〈인물평전〉
「이계홍의휴먼스토리」(2004.모아드림·‘신동아’연재‘이사람의삶’을묶은인터뷰집),인물전기「장군이된이등병최갑석」(2005.화남출판사·국방일보연재물이등병이장군이된최갑석이야기),인물전기「빨간마후라하늘에등불켜고」(2006.이미지북·국방일보연재물.전공군참모총장장지량장군이야기),인물전기「역사를넘어시대를넘어」-前주월한국군사령관채명신장군전기(2007.1-10국방일보)

목차


작가의말_진실을탐구하는작업의쾌미

순결한여인/11
-1970년대풍경화

해인사를폭격하라/87

귀국선우키시마호/153

인지수사/263
-아직도여전히답답하게

출판사 서평

「순결한여인-1970년대풍경화」는송안나(본명:송숙자)의기구한운명을1970년대의치열한삶의현장을바탕으로진한남도사투리와거친욕찌거리로사람냄새짙게풍기는이야기다.속칭양갈보로살아온송안나라는인물을통해서인간의한생애에서암초를만나는주요한원인을집요하게파고든다.그러면서상처받고외로운사람을만나따뜻하게살아갈날을기다린다.작가의열망이작품제목‘순결한여인’으로승화되고있다.
몸을파는여자로서‘고정간첩공모자’로찍혀감당하기힘든고문과육체적고통을겪게되는현장묘사를통해작가는시대의야만에눌려불행이오는방식이야속하상만,우리인생에서불행은그사람만의몫이아니라그가살아가는‘시대의초상’이라는아픔을전하고있다.그래서이소설에서는불행이불행을위로하고구원하는삶의방식을집중적으로파헤친다.송안나의삶을통해당대정치사회적상황과,주변에까지확대되는불행이여러각도에서해석하도록조명하고있다.작가는작품소재의리얼리티를강조하기위해걸쭉한남도사투리와욕찌거리를의도적으로대화에끼워넣었다고말하는데,이런것들이당대의서사구조에가감없이소화되는매력도지니고있다.

「해인사를폭격하라」는실화를바탕으로하는작품으로군인에관한인물전기를많아쓴작가의장점이가감없이드러나는작품이다.6·25전쟁의참화속에서미5공군의폭격명령을거부하고천년고찰‘해인사’와‘팔만대장경’을지킨한국공군전투조종사의모습을실제전투를하는듯한실감나는표현과긴장감으로독자들을사로잡는다.
〈냉정한리얼리스트의눈〉으로가난한나라의당대군대모습을그대로소설속으로끌어들인이소설은장지동과김영대라는두주인공뿐만아니라균형축을이루는주변인물들을개성적으로배치하고있다.군인이라는직분에충실히살아가는인물들이전쟁을통해‘민족장교’로서의인생관과세계관을펼쳐나가는웅혼한기상도살펴볼수있다.
미5공군이북한군이들어왔다는첩보를접하고“해인사를폭격하라“는명령을내렸으나,천년고찰해인사에는우리의정신사가응축된‘팔만대장경’이소장돼있고,이문화재가소실되면안된다는절박감으로끝내명령을거부한두한국공군장교의이야기는우리스스로를가슴여미게한다.그리고한국인이라면누구에게나조국의아픈현실과이를극복해가는의지를생각하게한다.그나라의전통적·문화적인식없이단순히전투승리의목표달성주의에만매몰된외국군의태도야말로얼마나해당국의자존감을모욕하는것인가를보여준다.
비정하고잔혹한전쟁상황에서도군인으로서의소명과우리것을지키려는투철한민족의식이젊은공군장교들의혈관에관류하고있다는것을이작품은담대한서사로제시하고있다.청년장교들의애국정신과생명력이넘치는작품이다.군인으로서‘사나이’의기질을잘드러낸작품이지만,동시에가슴따뜻한휴매니티도펼쳐져헌걸찬군인정신의정수를살펴볼수있게한다.한국전투조종사들의폭격거부로해인사의팔만대장경이고스란히지켜졌으며,이들의뜻을기리는공적비가해인사경내에세워져있다.

「귀국선우키시마호」는해방직후한국으로돌아오는1호귀국선인우키시마호가폭발해침몰하는사건을다루고있다.8천명이넘은사람이승선했는데생존자는불과이천여명밖에안된다고전해지는이사건을다루면서작가는미군이설치한수중기뢰때문이든패전한일본의방치와외면으로침몰했든,수천명이수장된사실과진상조사도제대로이루어지지못한실정을매서운눈으로들여다보고있다.
조선인일본육사생도들이일본패망과함께귀국하는과정에서귀국선우키시마호가마이스루군항앞바다에서폭침되었다는소식을듣고,조난자를구하러가는과정이그려지고있다.소설적허구에논픽션형식을취해현실감을더해주는구성기법을취하고있다.
정확한사망자명부를비롯한구체적인사고실체에대한접근이차단된가운데,작가는생존자들의입을통해퍼즐맞추듯진상을맞춰가고있다.조국을잃은나라의백성으로점령국의나라에서징용자로,종군위안부로힘들게살다가해방이되어귀국하는사람들의죽음이결코헛되어서는안된다는작가의집념이인물들의성격이나묘사를통해강렬하게제시되고있다.그인물들이사건의실체를향해조금씩조금씩나아가는모습은시대를초월하여진실을갈구하는작가의탐구정신이잘맞닿아있다.
승선자중에는북해도강제징용자,해녀,만주와사할린에서종군위안부로살았던조선인처녀들이있었으며,작품속에서이들의절절한사연들이펼쳐진다.패전한일본의허무주의적좌절과,그로인한전후처리의방임과무책임으로귀국선의항행은불안하고위태롭다.그런데일본연근해마이쓰루군항앞에서원인을알수없는폭발사고가일어난다.이때희망을품고귀국하던조선인들수천명이수장되고만다.조국은무정부상태의진공상태로조난자들을구할어떤의지도,대책도없다.이런상황에서패전으로폐교된조선인일본육사생도들이귀국길에현장출동하여사건해결에나선다.그리고복수극을벌인다.조난자들을대변하는과정이실화적요소와함께전쟁의광기를고발함으로써한일관계에새로운담론을제시할것으로기대된다.

「인지수사」는남의문중땅에몰래묘를쓴사람과의소송문제를다룬작품이다.이소설은우리로하여비판과냉소의형태가현실의어떤순응과체념의경로를거치는가를심도있는내면과심리묘사를통해보여주고있다.남의문중땅을무단으로점령한자의묘를해결하지못하는재판앞에서패배의식을느껴야하는주인공의심리를그리고있다.수사과정과재판과정이본인도납득하지못하게결말없이끝나는데,그런가운데무단묘는그대로주인공의문중땅에그대로존속된다는점이다.상황을보면누구도쉽게해결할수있는것을어렵게이끌어가는재판과,수긍할수없는법에지배되는과정,법적인과율의억압적인상황을주인공의‘독백’으로폭로하고있다.결국‘상식’으로해결할수있는것을법과제도라는장치가장애물이되고마는윤리적허무주의를증폭시킨다는점을고발하고있다.

이계홍작가의중편소설집『해인사를폭격하라』는여러모로문제적이다.역사적사실의기반을바탕으로인간의조건과그경계를넘어서고있는인물들을통해다양한각도의정신의투영과상처입은자들을함께보듬고안아더불어고통의바다를건너려는푯대로우뚝하다.그리고고통의현실속으로파고들어그것을허물고그속에서새로운생명력을길러내는가쁜숨결로독자들의가슴을파고든다.

저자의말

필자는십수년동안주로대하장편소설을써왔다.임진왜란시충무공정충신장군일대기를그린역사소설「깃발」5권(범우사간행)을비롯해,해방공간의좌우이념대결을그린대하장편소설「행군-어느민족주의자를위한변명」4권(범우사간행),역사소설「소설장만」3권(글로벌마인드)등을펴냈다.그리고틈틈이중편소설을썼다.단편소설은호흡이짧아내용을다담지못하는아쉬움이있어서주로중편소설을써왔다.이번중편집으로묶은「해인사를폭격하라」「순결한여인-1970년대풍경화」「귀국선우키시마호」「인지수사-아직도여전히답답하게」도그일환이다.

이들작품은특이한소재와중요한사건을만나묵혀버리기엔아깝다는생각으로등장인물들의행적을하나하나추적하여집필했다.집필과정에서관련인물인터뷰,도서관과인터넷,자료수집을위한출장등‘발품’을팔았다.역시문학은발품에따라서좋은소재를발굴할수있고,작품화할수있다는것을알게되었다.

수록된작품들은그동안「월간문학」,「문학저널」,「소설문학」등에발표된것들이다.발표될때마다특이한소재때문인지문학적평가를받았다.작품중일부는제목을바꾸고,내용도수정해새롭게내놓는다.

필자는현재동학농민혁명을소재로한역사소설‘죽창’을남도일보에연재하고있다.이작품도대하소설로완성될것이다.이미다른작가선배들이동학농민전쟁을소재로쓴작품들이있지만,내나름의역사해석으로덤벼들고있다.동학농민혁명의역사성이기존의기득권구조하에서편견과왜곡으로굴절된부분이많아정당하게평가받도록진실을복원하고싶다.조선조말병든나라를바로세우겠다는동학농민혁명주도자전봉준·김개남·손화중이체포돼처형되고,그후에도동학농민군이온갖탄압을받으면서도반외세,반봉건,민족자주깃발을높이들었다.그럼에도운동역량이배제되었다.유림의항일투쟁은정당화되면서동학의반외세저항운동은부정된것이다.계급적신분질서때문이다.이결과에너지를하나로결집하지못하고,불필요한내부적대립과배척의양상이결과적으로식민지역사를불러왔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기득권세력이동학세력과함께연대하여반외세,반봉건,민족자주운동을강화해왔다면비극적인망국은불러오지않았을것이라는생각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