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일어날까? (정수남 소설집)

그는 일어날까? (정수남 소설집)

$15.00
Description
198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접목」으로 등단하여 정식으로 작가가 된 이후 40여 년을 오직 외길 글쟁이로 살아온 정수남 소설가가 펴내는 신작 작품집이다. 실향민 작가인 정수남 작가는 혼돈의 시대 속을 살아내며 운명처럼, 숙명적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반평생 해 왔으며 지금도 여전히 해내고 있다. 소설집 『그는 일어날까?』는 주야를 가리지 않고 쓰고 또 쓰는 작가의 팔십 년 된 육체와 삶의 내력을, 그의 존재 자체를, 오롯이 말해 주고 있다.
저자

정수남

저자:정수남
1984년서울신문신춘문예당선
국학대학국문과졸업
작품집으로『분실시대』『타성의새』『별은한낮에빛나지않는다』『아직도그대는내사랑』『시계탑이있는풍경』『길에서길을보다』『앉지못하는새』『아주이상한가출기』『생명의기원』『개들의전쟁』장편『행복아파트사람들』시집으로『병상일기』『너,지금어디있니?』『희망사항』등과산문집『시한잔의추억(1)(2)』,글짓기책으로『정수남선생과함께떠나는365일글짓기여행(1)(2)』등20여권이있다.
자유문학상.한국소설문학상,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문학저널창작문학상,전영택문학상,경기도문학상,이범선문학상,시선문학상등을수상하였다.
현재(사)한국소설가협회이사.고양작가회의고문,창작21작가회고문등을맡고있으며,파주에서‘정수남문학공작소’를운영하며후학들을가르치고있다.

목차


그는일어날까?/7
길과길/53
든든한집/81
수수께끼/117
정상청은죽었다/149
미혹/191
부끄럽지않은사랑/219
서쪽하늘,붉은노을/255
잃어버린시간/281

해설
서쪽하늘붉은노을속에아직끝나지않은짝사랑_임철균/327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표제작인「그는일어날까?」는입시학원강사’송주희‘가대학선배의간곡한부탁으로만난그녀의오빠와의이야기이다.결혼에딱히관심이없고오직문학에만관심이있는노총각인그는철저한마마보이다.주희와남자가만남을거듭하면서서로간에삶의방식과인식에변화가일어난다.정말나하고같이살고싶으면“어머니품에서나오세요.”라는주희의단호함에남자는한없이작아진다.소설의막바지에이르면,늦은나이에만난짝사랑들이첫사랑으로인식론적화학반응을일으키는상황이전개된다.「그는일어날까?」에서주인공의상대에대한마음과시선,그애틋함의여운이예사롭지않게길다.

「길과길」은주인공인아내가남편과함께교통사고로6년전에죽은아들의무덤을찾아간다.아내는아들이죽자재가한며느리가몹시서운하고섭섭하다.끔찍이생각하는손자‘주영’이마저연락이끊긴채제아비의제삿날에도오지않는다.그런아내에게남편은“이제그만놓아주자”한다.이제는각자서로의“길이다른걸어떻게하느냐”며서로모르는척눈감고가자고한다.하지만아내는‘남편과다른길’을택한다.아들이자제아비의무덤에찾아오지않는손자주영이를직접찾아나서기로마음먹는다.그리고“마음속에길하나품고살자”며다짐한다.아내는“길은그쪽으로가나이쪽으로가나결국은통하게마련”이라생각한다.그것이설령내내자신홀로걷는길일지라도아내는자신의길을끝내가리라굳게다짐한다.「길과길」에서만나는등장인물의길은모두각기다르다.그럼에도아내는그각자의길들이끝내는한길에서만날것이라는짝사랑의희망을놓지않는다.

「든든한집」은아내이자할머니의일인칭주인공시점과은미를주인공으로바라보는전지적시점이내내교차하는소설이다.주인공인‘나’는남편과함께‘은미’라는손녀를양육하고있다.은미의엄마인딸은15년전어린핏덩이를내게맡기고집을나가천방지축망나니로살고있다.그런딸이여러남자를갈아치우다이번에는돈많은이혼남을제대로만났다며찾아와인사를하면서은미를자신이키우겠다고한다.하지만어릴때자신을할머니집에억지로떠넘기고소식조차없이자유로운영혼으로사는엄마를결코받아들일수없는은미는친구들과상의끝에무단가출을하지만우여곡절끝에돌아온다.그때야비로소나는“우리집이다시든든하게세워졌다는것을실감”한다.이소설을읽으면서독자는‘모정’이어떻게그럴수있을까생각할것이다.하지만현실은소설보다더소설같으며때론더모질다.삶이라는것을충분히살아보고지켜본작가가그려낸우리네비정한세태의한단면이다.

「수수께끼」는실향민인정수남작가의직접적체험·자전적소설이자그의근본인식에가장절실하게닿아있는서사이다.화자인나는실향민이다.누이동생과나를데리고월남한아버지는40년전에돌아가셨다.돌아가시며아버지가마지막으로남긴말은“통일이래……되문,내……뼈다구래반드시페양……우리,선산에다……묻어달라우,알갓디?”였다.그때자신있게고개를끄덕인나는해마다아버지제사를정성껏지낸다.그러나내아들은할아버지의제사에무관심하다.묘지관리사무소에서는묘를이장할것인지계약기간을연장할것인지물어와고민하던나는결국20년연장을결정한다.하지만아들은요즘세상에누가통일을중요하게여기느냐고하면서,나의사고와행위를알수없는수수께끼같다고한다.나역시도아들이왜그렇게생각하는지알수없는수수께끼이다.소설속에서아버지와아들을향해‘수수께끼’를툭던져놓은작가는오늘도기다리고있다.누군가자신이던진그‘수수께끼’를풀어내기를.

「정상청은죽었다」는노인으로서당면해야하는친구의죽음에관한이야기다.소설은주인공인나의동창정상청이죽었음을알리며시작한다.그는빌딩과한옥,물류센터,주말농장을가진대단한자산가이다.그러나그는타자는물론자신에게도매우엄격한자린고비이다.자가용이없고빌딩관리를직접하는그는빌딩주차장한쪽에관리사무실컨테이너를놓아두고아들과주변에서주워온전선껍질을벗겨팔았다.조의금이아까워장례식에문상을전혀가지않았던탓에그의빈소에는조문객이거의없다.그의부인이평소와는다르게눈화장을하고화장품냄새를풍기며빈소안팎을드나들었다.장례식이끝난얼마후정상청이있던주차장의컨테이너가사라지고고급승용차가주차되어있더니빌딩이팔리고건물주가바뀌었다.삶보다죽음이더가까운노인의삶에서남은생을어떻게살아야하는가에관한작가의생각이짙게담겨있다.특히소설속에서두노인의생사관에대한대화는‘소유의집착’에서벗어나‘존재’로서의삶을살아야함을역설하고있다.

「미혹」은1인칭주인공시점이지만과거의일과현재상황이교차하며이야기를전개하는서사이다.나에게는지적장애아들을데리고시골고향집에서농사를지으며살고있는여동생이있다.나는“정년퇴직을얼마앞두고교장에게반기를들었다가사표를던진”이후아파트관리사무소에서경비원으로근무한다.해마다봄이면골치아픈문제가발생하는데,한예분할머니가몇년째아파트사이공간에텃밭을만들고있어그것을강제로철거해야하는데나는홀로시골에서텃밭을가꾸던어머니의모습이떠올라쉽사리없애지못한다.살아생전어머니는항상말했다.“난흙냄새가좋아.흙이얼마나좋은줄너희들은모르냐.모두여기서자랐는데.그냄새를벌써잊었니?”관리소장의호된질책을견디지못해결국사표를제출한나는동생에게기거할방하나마련해달라고부탁한다.아주오래잊고있었던어머니와자신의뿌리가어디에근원하고있는가에대한자각이자,자신이진정사랑하는것이무엇인지에대한자각에대한질문을던지는소설이다.

「부끄럽지않은사랑」은노년의사랑에관한이야기이면서,모두가쉬쉬하는노인들의성욕(性慾)에관한고백이기도하다.아내와사별하고홀아비로사는칠십이넘은전선생은작가이다.문학센터에서[창작교실]을지도하는과정에서중학교교사은퇴이후학원을운영하는이영숙이라는이혼녀를학생으로만난다.그녀는작은키에한쪽다리를저는장애를가지고있다.서른이넘은아들둘과사는영숙은생활력이매우강한사람이다.이에반해작가인전선생은불규칙한수입에중소기업대표인아들이생활비를도와주고있다.전선생과영숙은문학을매개로차츰가까워지다마침내깊은교감의단계에이른다.늦은나이지만반려자로서서로를선택한다.하지만영숙의아들들과달리전선생의아들은아버지의재혼에반대하고,며느리또한전선생의손자가곧유력집안과결혼할것이라는이유를들어강하게반대한다.그들은죽은아내까지들먹인다.그렇지만나는죽은사람생각하면서과거에빠져헤매는게현실적이지않다고생각한다.“살아숨을쉬고있다는건어쨌든과거에머문다는것이아니라미래를향해나가고있다는것아니겠느냐”는것이다.자식들의반대에도불구하고그녀와베트남으로해외여행을간전선생은북적이는공항의사람들속에서그녀의어깨를힘차게끌어안는다.

「서쪽하늘붉은노을」은노인들의삶과의식양상에있어무엇이늙어가는우리를살아가게하는가를다루고있다.주인공나는평교사로정년퇴직을하고,아내를사별한이후홀로살아가는노인으로[실로암사우나]에서목욕을즐기는것이낙이다.얼마전부터사우나를하면서모래시계에맞춰1에서500까지숫자를세는것이자꾸헛갈린다.혹시나하고나의의식상태를내심걱정하는데신학대학을중퇴했다는청년이매번나에게다가와죽음이후하느님의나라천국에대하여설교를한다.사우나친구인홍영감은팔십나이에도여전히건강한몸을자랑한다.나는또다른사우나친구인백영감이요즘보이지않아찾자홍영감은팔십넘은늙은이들이보이지않으면죽음밖에는없다고자조하듯이흘린다.그말에나는주변에서영원히떠나간이들의얼굴과추억을떠올린다.죽음이두렵지않다는홍영감은죽음이찾아오면그냥어서오세요,하고맞을생각이라면서덧붙인다.“어쨌든지금은숨을쉬고있으니까.열심히살아야지.죽음따위는잊어버리려고.그거야어차피때가되면누구에게나찾아오는것아니겠어.”백영감또한언젠가홍영감과비슷한말을했다.“우리는모두아침이슬”같다고.백영감을찾아나선12월겨울날오후,나는서쪽하늘에물든붉은노을을보면서“문득붉은꽃이활짝피어있는그노을너머가빼빼청년이주장하는천국이아닐까?”생각한다.그러면서사우나에서모래시계에맞추어세던숫자를나의걸음에맞추어세기시작하던나는모래시계는일정하게숫자를요구하지만늙은나의걸음에맞춘숫자는그럴필요가없음을깨닫는다.어떻게늙음의상태를살아갈것이며죽음을맞이할것인가하는문제를제기하고있다.

「잃어버린시간-코로나19시대의여섯빛깔이야기」는코로나19때를배경으로여섯개의에피소드가있는옴니버스구성이다.첫번째이야기는고관절이부러져요양병원에입원한늙은아내시점의이야기다.두번째이야기는고관절이부러진아내가병원에입원한이후70대남편의독백이일기형식으로전개된다.세번째이야기는동창생이코로나로죽은상갓집에있는한친구의내레이션이다.네번째이야기는요양병원원장의인터뷰기사형식의이야기다.코로나19에따른방역지침과그에따른사람들의물리적,심리적상황을서술하고있다.다섯번째이야기는카자흐스탄에서온요양병원의간병인시점의이야기이다.여섯번째이야기는코로나19시대어느요양병원에서일어난일로원장이요양보호사가병원내에서마스크를착용하지않은것에대하여사무장을강하게질책하면서벌어진에피소르를그리고있다.이처럼‘잃어버린시간-코로나19시대의여섯빛깔이야기’라는공통주제아래다양한삽화를연결하는옴니버스구성의원칙을충실히따르고있는소설이다.

정수남작가는‘밥과문학을타협시키는것은문학정신과예술혼을훼손시키는’것이라고생각하는작가이다.그래서그런지이번소설집에는문학적성찰의깊이가유독돋보인다.정수남작가는올해팔순이다.그의소설적표현에의하면‘서쪽하늘붉은노을’속에서있다.그러나그에게는여전히‘아직끝나지않은짝사랑’이있다.그짝사랑의대상이자신을사랑하든사랑하지않든그는여전히자신의모든것을그짝사랑에바치리라맹서하고있다.그리고이것은결코빈말이아니다.정수남작가에게문학은운명이자숙명이다.그런의미에서이번신작소설집은우리들의등짝을호되게내려치는죽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