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이 소설은
채종인 작가가 11년만에 펴내는 소설집으로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을 견지한 채 창작에 임하는 것이 얼마나 힘겹고 고통스러운 일인가의 증언으로, 예술가 개인의 내면 기록으로도 탁월하게 읽힌다. 소설집 『유미의 바다』에서 표제작인 「유미의 바다」, 「섬」, 「왼손잡이 아내」 「그 겨울 불꽃 속으로」, 「천안행 마지막 전동열차」 등 여섯 편은 소위 예술가 소설로 읽힌다. 예술가가 화자이거나 혹은 인물 이야기라는 것이다. 작가는 이들 작품에서는 일관되게 예술가의 소외와 고독, 그리고 내면적인 방황을 선연히 그리고 있다. 「공원에서」 「정임의 설」 「눈 속의 아기부처」 「포항함 756」은 단편 소설의 미학을 오롯하게 살려낸 가작들로 특히 인간 성정에 대한 천착이 돋보인다.
표제작 「유미의 바다」는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비정한 현실에 자아를 내어주지 않으면서 스스로 자기 자신의 개체적 가치를 정립하여 아버지의 바다를 자신의 바다로 만들어가려는 유미의 형상이 인상적이다. 고단한 삶의 고통과 슬픔에 침해되지 않고 견디고 헤쳐나가려고 하는 유미와 엄마의 긍정적인 제스처가 깊은 여운으로 연결되는 작품이다. 그 긍정의 원천이 다름 아닌 유미의 ‘글쓰기’와 엄마의 ‘그림’과 같은 예술이라는 것이 각별하게 와 닿는다.
「섬」은 소설가가 화자로 액자 소설형식이다. 어떤 규범이나 권위에도 얽매이지 않으며 어떤 명분이나 환상도 없이 불필요한 감정의 낭비도 없이 자기 자신을 기준으로 삼아 자기 자신에게만 의지하며 나아가려는 예술가적 태도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차 수병과 섬의 여선생이 바로 그런 상징으로 읽힌다. 이 작품에서 섬은 일견 환상 같기도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에서 비일상적인 체험을 사실적으로 전달하면서 어떤 깨달음의 보편성으로 끌어올리는 상징이다.
「왼손잡이 아내」는 집에 돌아 오지 않는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의 심리를 왼손잡이에 얽힌 사연과 함께 극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기다림의 극한 상황에서 왼손잡이를 둘러싼 여러 삶의 단면들을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을 정도로 배치하고 있다. 외출을 나간 후 늦게까지 소식도 없이 돌아오지 않은 아내를 기다리는 걱정과 근심의 질곡과 왼손잡이로 겪어야 하는 억울함의 세심한 연결이 삶의 단면들을 이루어 인상적인 풍경화로 독자들 앞에 나타나고 있다. 왼손잡이 아내가 바로 작가 자신의 분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하는 강렬한 푸른 빛의 예술혼을 엿볼 수 있는 매혹적인 작품이다.
「그 겨울 불꽃 속으로」는 시립 도서관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한 채 왜소해지는 남성들을 다룬 이 작품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하다. 도서관 사서와 화자의 모습 역시 모호하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삶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는 목소리는 절규에 가깝게 표출되고 있다. 그것은 작가가 예술을 추구하면서도 삶 전부와 맞먹을 무게인 “먹고 사는 것에”의 가치를 얼마나 중요하게 부여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내 삶에서 소중히 여기는 것, 내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 나를 나로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화자는 진지하게 묻고 있다.
「천안행 마지막 전동열차」 역시 소설가가 화자인 소설로 이제는 잊혀진 대상, 즉 과거에 자신의 진정을 바쳤던 대상을 상징화한 후 기억의 공간에 편입하여 기억하고 애도하는 작품이다. 몇십 년이 흘러 이미 예순 고개를 넘어선 소설가는 힘이 빠지긴 했지만 여전히 예술에의 맹세를 흥얼거리기도, 그 맹세에 대한 가치를 고수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그곳만이 그가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곳만이 그에게 이상적으로 남아 있는 유일한 세계이다. 여전히 1980년대가 그를 놓아주지 않지만, 그가 풀어내는 노래는 강철처럼 단단하지도, 철 지난 유행가 가사처럼 황량하지도 않으면서, 작지만 한층 내밀한 콧노래의 정겨운 울림으로도 감동적이다.
「공원에서」는 지은 지 이십 년이 넘은 낡은 아파트를 배경으로 하는 3대 이야기이다. 소설에서 3대를 등장시켜 이런저런 이야기와 사건들을 전개시켜 나가는 방식은 우리 문학에서 수많은 문제작을 생산해 온터였고, 채종인 작가의 이 소설 역시 문제작이다. 3대의 틀 속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2대(아버지)보다는 1대(할아버지)에 더욱 초점을 맞추면서 날카롭게 현대사의 맥을 짚고, 싸늘한 풍자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역사의 틈바구니에 치인 1세대는 권위를 상실한 나약한 모습으로, 먹고살기에 바쁜 2대는 자본에 점점 길들여져가는 모습을, 화자인 3세대 손녀의 그런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대한 먼 듯하면서도 공감 의지가 엿보이는 소통의 감정을 해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정임의 설」은 산골에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아가는 정임의 삶을 다루는 이야기로 전체적인 디테일의 핵심은 명징하고 간결하지만, 그 핵심을 노골적으로 토로하지는 않는다. 교도소에 갇힌 남편의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주변의 인물이나 분위기 같은 윤곽 부식의 형태로 드러내면서 소설 언어가 인내 속에서 오래 익은 향기를 품고 더 섬세한 질감으로 나타난다. 이름 없는 개인의 삶에 초점을 맞추되 그 삶의 큰 매듭들뿐만 아니라 지극히 미세하고 사소하게 여겨지는 부분까지도 깊은 관심을 기울이면서 언어의 그물로 건져 올린 작품이다.
「눈 속의 아기 부처」 주인공이 할머니가 어린 자기를 밭의 오동나무 밑에 누이고 종일 일을 하는 순간을 기억하고, 할머니에게서 부처님을 모습을 찾아가는 길은 마치 구도의 길 같이 경건하다. 할머니와 부처님이 하나로 녹아들어 혼연일체가 되게 연결하면서 삶이라는 것의 다면성을 독자들의 마음에 잊을 수 없는 인상으로 각인시킨다. 그러면서 할머니로 상징하는 일관된 삶의 진정성과 순수한 자세의 경지로 가는 길 요체가 인간의 ‘몸’이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러한 배후에 작가의 ‘예술혼’이라는 배경적 힘이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포항함 756」은 1984년 해군 초계함 포항함에서 암호장으로 복무하던 김하사(나)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하나의 핵심으로 향하는 여러 개의 이야기 덩어리들이 병렬적으로 나열되는데 그런 이야기들이 완급을 조절하고 개별적 인물을 조명한다. 그러면서 군함에 승선한 사람들이 유기적인 운명으로 묶여 있는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군함에 승선해 고독과 불안에 떨어야 하는 낮과 밤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군인, 특히 수많은 암호자재와 음어자재를 사용해야 하는 암호장의 모습이 예술가의 모습으로 치환되어 보이는 작품이다.
채종인 작가의 소설집 『유미의 바다』에는 상당히 인상적인 울림을 담고 있는 인물들의 절규가 상당히 반어법적인 것으로 들린다. 억압의 굴레를 과감히 탈피하고 싶은 자유인으로, 진정으로 선망하고 있는 예술혼의 자리와 자신의 현실을 바꾸고 싶어하는 작가의 마음 끝자락의 절규를 확인할 수 있다. 절규 속에는 무거운 고뇌의 중량이 얹힌 예술가 내면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채종인 작가는 예술이야말로 인간을 존재하게 하며, 인간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도구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예술이라는 끈으로 연결된 인간과 거대한 우주를 총체적으로 그려낸다. 작품집의 인물들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로 연결되어 모두가 하나의 그물망 속에 놓여 있다. 그렇게 세상은 하나로 연결됨으로써 바다도 되고 섬도 되고 왼손잡이 아내도 되고 공원도 되고 도서관도 되고 감옥에 갇힌 남편도 되고 오동나무도 되고 부처도 되고 전동열차도 되고 군함도 되는 것이다. 독자들은 작품에 실린 화자들의 사연을 따라가다보면 작가가 구체적인 삶의 현장 세목세목들에 얼마나 자신과 밀착시키고 있는가를, 또한 세상의 제반 사항에 관해 얼마나 날카롭게 꿰뚫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그런 확인의 경험을 갖는 동안 소설 인물들의 이면이 슬며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고통스럽지만 그 면면을 하나하나 짚어가는 일은 독자들에게 있어 진정 소중한 체험이고, 채종인 작가의 소설을 읽은 기쁨일 것이다.
채종인 작가가 11년만에 펴내는 소설집으로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을 견지한 채 창작에 임하는 것이 얼마나 힘겹고 고통스러운 일인가의 증언으로, 예술가 개인의 내면 기록으로도 탁월하게 읽힌다. 소설집 『유미의 바다』에서 표제작인 「유미의 바다」, 「섬」, 「왼손잡이 아내」 「그 겨울 불꽃 속으로」, 「천안행 마지막 전동열차」 등 여섯 편은 소위 예술가 소설로 읽힌다. 예술가가 화자이거나 혹은 인물 이야기라는 것이다. 작가는 이들 작품에서는 일관되게 예술가의 소외와 고독, 그리고 내면적인 방황을 선연히 그리고 있다. 「공원에서」 「정임의 설」 「눈 속의 아기부처」 「포항함 756」은 단편 소설의 미학을 오롯하게 살려낸 가작들로 특히 인간 성정에 대한 천착이 돋보인다.
표제작 「유미의 바다」는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비정한 현실에 자아를 내어주지 않으면서 스스로 자기 자신의 개체적 가치를 정립하여 아버지의 바다를 자신의 바다로 만들어가려는 유미의 형상이 인상적이다. 고단한 삶의 고통과 슬픔에 침해되지 않고 견디고 헤쳐나가려고 하는 유미와 엄마의 긍정적인 제스처가 깊은 여운으로 연결되는 작품이다. 그 긍정의 원천이 다름 아닌 유미의 ‘글쓰기’와 엄마의 ‘그림’과 같은 예술이라는 것이 각별하게 와 닿는다.
「섬」은 소설가가 화자로 액자 소설형식이다. 어떤 규범이나 권위에도 얽매이지 않으며 어떤 명분이나 환상도 없이 불필요한 감정의 낭비도 없이 자기 자신을 기준으로 삼아 자기 자신에게만 의지하며 나아가려는 예술가적 태도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차 수병과 섬의 여선생이 바로 그런 상징으로 읽힌다. 이 작품에서 섬은 일견 환상 같기도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에서 비일상적인 체험을 사실적으로 전달하면서 어떤 깨달음의 보편성으로 끌어올리는 상징이다.
「왼손잡이 아내」는 집에 돌아 오지 않는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의 심리를 왼손잡이에 얽힌 사연과 함께 극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기다림의 극한 상황에서 왼손잡이를 둘러싼 여러 삶의 단면들을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을 정도로 배치하고 있다. 외출을 나간 후 늦게까지 소식도 없이 돌아오지 않은 아내를 기다리는 걱정과 근심의 질곡과 왼손잡이로 겪어야 하는 억울함의 세심한 연결이 삶의 단면들을 이루어 인상적인 풍경화로 독자들 앞에 나타나고 있다. 왼손잡이 아내가 바로 작가 자신의 분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하는 강렬한 푸른 빛의 예술혼을 엿볼 수 있는 매혹적인 작품이다.
「그 겨울 불꽃 속으로」는 시립 도서관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한 채 왜소해지는 남성들을 다룬 이 작품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하다. 도서관 사서와 화자의 모습 역시 모호하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삶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는 목소리는 절규에 가깝게 표출되고 있다. 그것은 작가가 예술을 추구하면서도 삶 전부와 맞먹을 무게인 “먹고 사는 것에”의 가치를 얼마나 중요하게 부여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내 삶에서 소중히 여기는 것, 내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 나를 나로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화자는 진지하게 묻고 있다.
「천안행 마지막 전동열차」 역시 소설가가 화자인 소설로 이제는 잊혀진 대상, 즉 과거에 자신의 진정을 바쳤던 대상을 상징화한 후 기억의 공간에 편입하여 기억하고 애도하는 작품이다. 몇십 년이 흘러 이미 예순 고개를 넘어선 소설가는 힘이 빠지긴 했지만 여전히 예술에의 맹세를 흥얼거리기도, 그 맹세에 대한 가치를 고수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그곳만이 그가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곳만이 그에게 이상적으로 남아 있는 유일한 세계이다. 여전히 1980년대가 그를 놓아주지 않지만, 그가 풀어내는 노래는 강철처럼 단단하지도, 철 지난 유행가 가사처럼 황량하지도 않으면서, 작지만 한층 내밀한 콧노래의 정겨운 울림으로도 감동적이다.
「공원에서」는 지은 지 이십 년이 넘은 낡은 아파트를 배경으로 하는 3대 이야기이다. 소설에서 3대를 등장시켜 이런저런 이야기와 사건들을 전개시켜 나가는 방식은 우리 문학에서 수많은 문제작을 생산해 온터였고, 채종인 작가의 이 소설 역시 문제작이다. 3대의 틀 속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2대(아버지)보다는 1대(할아버지)에 더욱 초점을 맞추면서 날카롭게 현대사의 맥을 짚고, 싸늘한 풍자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역사의 틈바구니에 치인 1세대는 권위를 상실한 나약한 모습으로, 먹고살기에 바쁜 2대는 자본에 점점 길들여져가는 모습을, 화자인 3세대 손녀의 그런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대한 먼 듯하면서도 공감 의지가 엿보이는 소통의 감정을 해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정임의 설」은 산골에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아가는 정임의 삶을 다루는 이야기로 전체적인 디테일의 핵심은 명징하고 간결하지만, 그 핵심을 노골적으로 토로하지는 않는다. 교도소에 갇힌 남편의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주변의 인물이나 분위기 같은 윤곽 부식의 형태로 드러내면서 소설 언어가 인내 속에서 오래 익은 향기를 품고 더 섬세한 질감으로 나타난다. 이름 없는 개인의 삶에 초점을 맞추되 그 삶의 큰 매듭들뿐만 아니라 지극히 미세하고 사소하게 여겨지는 부분까지도 깊은 관심을 기울이면서 언어의 그물로 건져 올린 작품이다.
「눈 속의 아기 부처」 주인공이 할머니가 어린 자기를 밭의 오동나무 밑에 누이고 종일 일을 하는 순간을 기억하고, 할머니에게서 부처님을 모습을 찾아가는 길은 마치 구도의 길 같이 경건하다. 할머니와 부처님이 하나로 녹아들어 혼연일체가 되게 연결하면서 삶이라는 것의 다면성을 독자들의 마음에 잊을 수 없는 인상으로 각인시킨다. 그러면서 할머니로 상징하는 일관된 삶의 진정성과 순수한 자세의 경지로 가는 길 요체가 인간의 ‘몸’이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러한 배후에 작가의 ‘예술혼’이라는 배경적 힘이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포항함 756」은 1984년 해군 초계함 포항함에서 암호장으로 복무하던 김하사(나)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하나의 핵심으로 향하는 여러 개의 이야기 덩어리들이 병렬적으로 나열되는데 그런 이야기들이 완급을 조절하고 개별적 인물을 조명한다. 그러면서 군함에 승선한 사람들이 유기적인 운명으로 묶여 있는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군함에 승선해 고독과 불안에 떨어야 하는 낮과 밤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군인, 특히 수많은 암호자재와 음어자재를 사용해야 하는 암호장의 모습이 예술가의 모습으로 치환되어 보이는 작품이다.
채종인 작가의 소설집 『유미의 바다』에는 상당히 인상적인 울림을 담고 있는 인물들의 절규가 상당히 반어법적인 것으로 들린다. 억압의 굴레를 과감히 탈피하고 싶은 자유인으로, 진정으로 선망하고 있는 예술혼의 자리와 자신의 현실을 바꾸고 싶어하는 작가의 마음 끝자락의 절규를 확인할 수 있다. 절규 속에는 무거운 고뇌의 중량이 얹힌 예술가 내면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채종인 작가는 예술이야말로 인간을 존재하게 하며, 인간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도구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예술이라는 끈으로 연결된 인간과 거대한 우주를 총체적으로 그려낸다. 작품집의 인물들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로 연결되어 모두가 하나의 그물망 속에 놓여 있다. 그렇게 세상은 하나로 연결됨으로써 바다도 되고 섬도 되고 왼손잡이 아내도 되고 공원도 되고 도서관도 되고 감옥에 갇힌 남편도 되고 오동나무도 되고 부처도 되고 전동열차도 되고 군함도 되는 것이다. 독자들은 작품에 실린 화자들의 사연을 따라가다보면 작가가 구체적인 삶의 현장 세목세목들에 얼마나 자신과 밀착시키고 있는가를, 또한 세상의 제반 사항에 관해 얼마나 날카롭게 꿰뚫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그런 확인의 경험을 갖는 동안 소설 인물들의 이면이 슬며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고통스럽지만 그 면면을 하나하나 짚어가는 일은 독자들에게 있어 진정 소중한 체험이고, 채종인 작가의 소설을 읽은 기쁨일 것이다.
유미의 바다 (채종인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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