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낙엽군과 킹왕짱 (이진-정환 소설집)

신낙엽군과 킹왕짱 (이진-정환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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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신낙엽군과 킹왕짱』(도화. 2025년 7월), 제목부터 독특한 소설집이 나왔다. 이진-정환 소설가의 첫 단편 소설집인데, 2020년 『한국소설』 신인상을 받은 이후, 『월간문학』 『내일을여는작가 』 『문학저널』 『표현』 『한국소설』 등에 발표한 단편들을 엮은 책이다.
『신낙엽군과 킹왕짱』, 우선 제목이 풍기는 인상이 그러하듯 소설 내용도 매우 특이하다. 일반적인 소설 기법으로는 본 적 없는 시도가 작품 곳곳에 드러난다. 「주름 만들기」, 「넌 너의 기억을 믿니」, 「스타를 꿈꾸는」, 「숙제」, 「신낙엽군과 킹왕짱」, 「아이엠」, 「샴 이야기」, 「하루만 더」, 「꿈을 설계합니다」, 「웃음꽃」 등 10편의 단편이 묶였는데, 중첩되는 김 연구원이라는 주인공 외에도, 각각 단편마다 다른 역할로 등장하는 실험동물들, 심지어 우리가 익히 아는 열대어 구피까지 점입가경 인물군이 대활약한다. 그들은 자신에게 찾아오는 변화들에 대해 의아해하면서도, 자신들에게 스며들어 떼어놓을 수 없게 된 끔찍한 기억에 대해, 그것과 함께 하는 진실에 대해, 그 모든 것을 스스로에게 각인시키면서도 받아들이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 그러면서 빛과 그림자를 분리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구분되지 않고 규정하기 어려운 존재로 현재를 무심히 견디고 있다. 작가가 다루는 다양한 작중 인물들은 한계가 없어 보인다.
이진-정환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처음 실험동물을 마주했을 때 그 충격과 경이로움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라고 했듯이, 독자들도 이진-정환 소설가의 소설을 처음 마주하면 ‘이게 뭔가’ 하는 충격과 경이로움에 빠져들고 만다. 그만큼 독특한 세계를 보여주는 이 단편들은 책으로 엮이기 전에 먼저 독자들과 한 번씩 조우했었다. 독자들은 ‘어렵다’는 평을 하는가 하면, ‘신박하다’는 평도 만만치 않았고, 그중에는 팬을 자청할 만큼 흠뻑 반한 독자도 있었다. 어째서일까. 왜 이렇게 평이 극과 극을 달릴까. 속내를 알아보려면 직접 『신낙엽군과 킹왕짱』을 들고 한 장 한 장 펼치며 읽어갈 수밖에 없겠다. 심지어 이진-정환 소설가는 독자들에게 작품 속 상징과 은유를 드러내기도 거부한다. 그런 친절은 독자의 상상을 방해할 뿐이라고 한다. 그 묘한 당당함이 궁금해서라도 책장을 넘겨봐야겠다.
이진-정환 소설가가 구축할 독특한 소설 세계는 어디까지 확장될까. 이진-정환 소설가의 ‘어렵지 않고 신박하게’ 등장할 다음 소설 작품들이 기대된다.
저자

이진-정환

저자:이진-정환
1995년계간『시인과사회』가을호,시부신인상수상
1998년동아일보사발행월간『신동아』제34회논픽션공모당선
2000년SBS서울방송제2회TV문학상수상
2020년(사단법인)한국소설가협회발행『한국소설』제64회신인상수상
2006년장편소설집『잘했어!흰털』발행.당그래출판사
2013년시집『프라하일기-우블라젠키사람들』발행.샛강출판사
2016년시집『지우개도그림을그린다』발행.샛강출판사
2018년시집『서랍속의생』발행.샛강출판사
2019년~시샘문학회동인지『시샘』발행인
2020년시집『팔짱끼고걸으면좋겠다』발행.스타북스
2020년앤솔러지『2021신예작가』발행.(사)한국소설가협회
2024년오디오북이진시집『프라하일기』발행.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2023문학예술전자출판지원사업선정작)
2024년전자책장편소설집『잘했어!흰털』발행.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2023문학예술전자출판지원사업선정작)
2025년전자책시집『수평선을사랑한갈매기』발행.샛강출판사

목차

주름만들기/7
넌너의기억을믿니/35
스타를꿈꾸는/59
숙제/83
신낙엽군과킹왕짱/99
아이엠/119
샴이야기/143
하루만더/165
꿈을설계합니다/189
웃음꽃/211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저자의말

하지만욕심부리지않을것이다.
독자들이내소설집을읽고한문장이라도밑줄칠만한게있다면,고개끄덕일부분이있다면,우선그것으로만족할것이다.천차만별각자운명과생을영위하는독자들을,각자그자체로고유한우주인독자들을,한문장으로라도고개끄덕이게할수있었다면,그것만으로도대단하지않은가.

아,그중몇퍼센트독자에게서는,잘읽었어요,정말재밌었어요,어떻게이런생각을다했어요.팬이될것같아요,이번달의수작이네요,단숨에읽었어요,꼭내이야기같아요,이거다음이야기도있는거죠?문장이막힘없이술술읽혀요,라는말도들었다.고맙고감사하다.오늘도내일도글쓰는일이즐겁고책읽는일이기쁜한소설쓰기와책읽기를멈추지않을것이다.

책속에서

디는카메라의빨간불이다시켜짐과동시에‘토끼뇌에주름만들기’의최종목표를깨우쳤다.인위생성된토끼주름을이식받은인간들이토끼흉내를내기시작하면큰일이다.그래서주름이주름인줄모르는토끼만살아남을수있는것이다.더는망설일시간이없었다.토끼의대갈통한계로디의머릿속에서늘어날대로늘어나고꼬일대로꼬인주름들이폭발했다.직전에,점입가경문답을끈기있게경청하던하늘이안구건조증앓는눈에눈물모으듯눈꺼풀을끔벅했다.새끼번개가일었다.구름이번개를받았고구름의물방울들이재채기터지듯급하강하기시작했다.바람이얼씨구나물방울들을실어날랐고,나뭇잎들이물방울간지럼을타기시작했고,이슬먹은노오란풀꽃들은목디스크걸린목을일으켜온전히깨어났다.동시디의대갈통과가장가까운커다란두개귓구멍을통로삼아마구잡이튀어나온주름들이달렸다,날았다,튀었다.
혹주름이주름인줄모르는애기토끼가널먹더라도속지마,절대로!
하늘과구름과나무와바람이디의주름에동조했다.나비와공조한풀꽃들이달리고날고튀는디의주름들을모아모아광합성시켰다.디의주름들이사방팔방홀씨되어흩어졌다.디를똑닮은애기토끼들이새로운먹이를먹어치웠다.
노오란풀꽃들이밤이나낮이나잊지않고흔들리며앞뒤좌우위아래로디의메시지를전달하고전달했다.
속지마,속지마,절대로….
---「주름만들기」중에서

-넌왜그렇게참을성이없니?캴캴.
넌왜그렇게자꾸헉헉대니?캴캴.9-12는나의더위를이해하지못하고있는게분명합니다.나는나의새로운목표만을생각합니다.김모네는웃기는연기로떴습니다.나는표정연습부터시작합니다.나는벌러덩하늘을보고케이지바닥에눕습니다.3백개의실험용케이지들을수납하는대형책꽂이형식스테인리스선반바닥은초대형하늘이자초대형거울입니다.오늘따라유난히반들반들한하늘은내얼굴은물론내더위먹은영혼까지비쳐줄태세입니다.나는선반을향해,헤헤,호호,낄낄,웃고또웃어봅니다.웃음사이사이토할것같은증세가새치기합니다.부패한고깃덩어리처럼뒤죽박죽곤죽이되어버린나의온갖장기들이울렁증등쌀에서로먼저몸밖으로부풀어터지려고난리들입니다.나는더럭겁이납니다.노선생이김모네유튜브보기를속히중단하고나타나나를울렁증벼랑에서끌어내려주기전까지는어떻게든이고비를견뎌내야만합니다.나는선반거울을향해입술을달싹거립니다.폭염에녹아한판의엿처럼붙어버리려는주둥이를강제로찢어하하,킬킬,호호,찍찍,웃음소리를만들어냅니다.
---「스타를꿈꾸는」중에서

신낙엽군은반쯤감긴눈으로목청을향해기원했다.귀신파도님,이제그만놀려요,이제나는귀신파도님의진동을다알아요,귀신파도님이당당당떨면나는덜덜덜떨면서리듬을맞추고,캉캉캉떨면갈갈갈떨면서리듬맞추면된다는것도깨달았어요,힘들었지만이제는귀신파도님마음도알것도같아요,나혼자단잠자니까샘나시는거죠?하지만이제그만좀놀리세요,나도잠좀편히자게요,부디요,그래서내일먹이를한알만더먹을수있다면귀신파도님의당당당떨림도조금은덜힘들게견뎌낼거니까요.신낙엽군은잠결에도열심히기도했다.귀신파도는분명마음넉넉한신일테니까.
-얏,떨렝이!이등신,안일어낫?
신낙엽군은등줄기가뜯기는고통에반토막난멸치처럼터엉튕겨일어났다.갑자기튕겨일어나는바람에덜덜덜떨리던몸이순간딱멈추었다.신낙엽군은낭창낭창흔들리다벼락맞은마지막낙엽처럼눈초점도제대로맞출수가없었다.거기그가있었다.
---「신낙엽군과킹왕짱」중에서

나는머리는두개몸은하나인샴쌍둥이실험모델입니다.유전자변형으로만들어진특별한실험쥐이지요.달리표현하면우리는몸뚱이하나에머리가두개달린생명체입니다.덕분에우리둘은정확히둘이면서하나인데,그증거로우리둘은성격이완전히다릅니다.‘나’는철저하게이성적이고‘너’는철저하게감성적이죠.나는근거를들이대고분석하고논리적으로합당해야만행동으로옮기지만,너는직감적으로우선캐치되는감성에최우선을두고행동을결정합니다.우리에게결정적인사단이일어난것은‘그녀’가실험에투입된직후부터입니다.이성적인나와감성적인너는누가먼저랄것도없이그녀에게홀딱빠져버렸습니다.우리유전자를조작하여탄생시킨김연구원이뜯어말려도불가능한마음들이었죠.우리는정확히두개체이다보니마음도정확히두배였습니다.물이한컵인것과두컵인것은엄청난차이입니다.물한컵으로화분두개꽃을피워낼수있다면물두컵으로는화분네개꽃을피워낼수있습니다.화분두개꽃과화분네개꽃이맺을열매개수를생각해보면더확실해집니다.그열매차이가나중에다시화분개수차이를만들것이며따라서물한컵으로출발한베란다와물두컵으로출발한베란다화분수는전혀다른숫자가되어있을것입니다.
---「샴이야기」중에서

나는사료를입에넣고오도독깨물다가웃음이터진다.입안에서오도독가루가되었던사료가하하흩어진다.앞케이지울쌍이콧등을찌푸리며훼훼고개를내젓는다.나는앞케이지녀석이름을모른다.알필요도없다.금방웃음과함께허공으로날아가버릴테니까.아마도녀석은이동물실험실실험법칙에따라나와비교되는실험군으로세팅된실험모델일가능성이높다.내가시도때도없이꽃잎이돋고피고웃음이터지고깔깔하하대는걸보면그렇다.나는가끔너무심하게웃다가방금생각했던내용을까맣게잊어버리곤하는데,아마나는어제도오늘도내가지금어떤실험에사용중인지를들었을것이다.그리고내가그실험의한현상으로시도때도없이웃는다는것도설명들었을것이다.하지만들으면뭐하나.나는또하하깔깔웃음으로모든현상과설명과실험기억을다날려버릴텐데.나는그래서‘아마도녀석은이동물실험실실험법칙에따라나와비교되는실험군으로세팅된실험모델일가능성이높다.내가시도때도없이꽃잎이돋고피고웃음이터지고깔깔하하대는걸보면그렇다’라는앞문장의진위여부와인과관계도그만잊어버리고말았다.또하하핫핫웃어대는바람에.
---「웃음꽃」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