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텍스트들

경계의 텍스트들

$17.00
Description
한국 근현대문학이 만들어 낸
다양한 경계를 탐색한 비평!
장두영 문학평론가가 우리 한국 근현대문학이 만들어 낸 다양한 경계의 지점들을 탐색한 비평글이다. 문학은 본질적으로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현실과 상상, 과거와 현재, 개인과 집단, 중심과 주변 사이를 오가며 새로운 의미를 생성해내는 현장을 포착하고 있다. 특히 식민지와 전쟁, 분단과 근대화라는 격변의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진화해온 한국 근현대문학의 경계를 탐색하고 있다.
이 책은 총3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 ‘역사와 허구의 접면’에서는 역사적 사실과 문학적 상상력이 만나는 지점을 탐구하고 있다. 신채호의 영웅전기부터 현대의 역사 시물레이션 게임, 2000년대 역사소설에 이르기까지, 역사가 어떻게 허구화되고 재구성되었는지를 살피고 있다.
2부 ‘전쟁과 체험의 변주’는 베트남전쟁이라는 특수한 역사적 경험이 한국문학 속에서 어떻게 형성화되었는지를 다루면서, 전쟁의 폭력성과 인간의 사랑, 집단적 트라우마와 개인의 기억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생성되는 독특한 서사들을 분석한다. 베트남전쟁소설의 대표작인 『머나먼 쏭바강』의 검토를 통해 베트남전쟁이라는 소재가 한국소설에서 어떻게 그려지는가를 살피고 있다.
3부 ‘한국소설의 경계’에서는 근대 초기부터 식민지 시기를 거쳐 현대에 이르는 한국소설의 다양한 경계적 양상들을 조명한다. 이해조의 신소설이 보여주는 근대화의 경계, 김말봉 소설의 통속성이 제기하는 고급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 김남천이 포착한 1930년대 후반 식민지 자본주의 모순, 그리고 손장순이 그려낸 1960년대 한국인의 정체성 문제까지 조명하고 있다.
이처럼 이 책에서 다루는 텍스트들은 어떤 의미에서든 모두 그 시대가 직면한 경계의 문제들을 예리하게 드러내고 있다.
저자

장두영

대구에서태어나서울대국어국문학과와동대학원을졸업하였다.
2009년≪문학사상≫신인상평론부문에당선되어등단했다.평론「그들은그것을알지못한채행하고있다」,「뿌리를보는시간」등과저서「염상섭소설의내적형식과탈식민성」등이있다.현재아주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머리말

1부역사와허구의접면
신채호영웅전기에나타난역사의허구화/10
역사시뮬레이션게임「삼국지」의스토리텔링연구/40
역사적상상력이머무는곳/71
서사적원천으로서의역사적빈틈/92

2부전쟁체험의변주
베트남전쟁소설론/110
베트남전쟁소설속사랑/155
박영한「머나먼쏭바강」의개작/203

3부한국소설의경계
이해조신소설가정소설적특성연구/254
김말봉「밀림」의통속성/285
김남천의「사랑의수족관」론/319
손장순의「한국인」론/359

출판사 서평

이에이글에서는신채호의영웅전기를대상으로역사와허구의교차양상을살피고그러한역사와허구의교차를통하여작가가의도한바가무엇이었는지파악하는것을목표로삼는다.즉신채호의영웅전기의서사구조와서사기법에대한분석을통해작가가어떤방법으로역사적인물을허구속주인공으로만들었고,그결과어떠한영웅상이구현되었는지,나아가작가의창작의도가무엇이었는지살펴보는작업이수행된다.우선2장에서는신채호가허구성과실재성을명확히구별하려는사관의입장을토대로사료를배열하지만배열된자료를해석하고평가하는과정에서허구적상상력이개입하고있음을살피고자한다.영웅전기작품간비교를통해허구화에대한신채호의인식변화를점검한다.또한이러한허구화가전통적인영웅서사와어떠한관계에있는지를파악하는것도2장의주요한관심사이다.3장에서는신채호의영웅전기가형상화하는영웅이어떠한특징을지니고있는지를살피고자한다.특히서사적인측면에서‘고난’의설정과극복과정을통해어떠한의미를끌어내고자하는지를점검한다.4장에서는독자에게영웅의모습을보여주는작가의전달방식에주목하였다.영웅을중심으로배제와포섭의논리가전개되어집단적의식의각성을유도하는서술상의특징을살피고자한다.

2000년대에들어역사가문화콘텐츠로소비되는현상이두드러졌다.댄브라운의「다빈치코드」가번역^출판된것을전후로해서국내에도팩션열풍이불었고,소프트한역사관련서적이출간되어서점의인문교양코너를장악했다.대중의반응에민감한영화^드라마분야에서도역사는흥행의열쇠로간주되어역사물의양적증대로이어졌다.한국소설분야에서도역사라는키워드는뜨거운화두였다.출판시장의침체에도불구하고김훈의「칼의노래」와김별아의「미실」이각각2004년과2005년베스트셀러에올랐으며,역사소설과는거리를두고있던여러작가가역사를소재로한작품을발표하여대열에동참했다.
이런현상은1990년무렵부터시작된포스트모던적인역사관념의연장선상에있다.대체역사소설을시도한복거일의「비명을찾아서」(1987)나움베르토에코의「장미의이름」을패러디하면서추리소설적기법을결합한이인화의「영원한제국」(1993)은미메시스적전통에서탈피하고자하는움직임을잘보여준다.역사적전망의제시를위한‘현재의전사로서의역사’를형상화하고자하는리얼리즘적관점에서역사적사실과허구적상상력은주종관계를형성했던것에반해포스트모던역사관념에서는양자의위계가근본적으로의문시된다.대중역사소설에서도왕조중심의권력투쟁기나궁중비화에서벗어나한개인의생애를다룬「소설동의보감」(1990),「소설토정비결」(1992)등이인기를얻었던현상도‘역사속전형적인간’이아닌‘개인의이야기’를구현하고자한시도로파악된다.

지금까지정비석의「소설김삿갓」,이문열의「시인」,이청의「바람처럼흐르는구름처럼」세작품을중심으로김병연과그의문학을어떻게소설화하는지살펴보았다.김병연의행적에들어있는수많은‘빈틈’에각각의작품은어떤식으로대응하는지그방식을비교해보는작업이었다.
‘빈틈’을작가의기법과상상력을채우려는시도는「소설김삿갓」의특징이다.구체적인물형상화,생생한장면묘사,그럴듯한상황설정,상식적인수준의유교적세계관의활용등의여러소설적기법으로개연성에바탕을둔스토리의전개에공을들여서기존에전승되는설화의줄거리를그대로따라가는모습을보였다.
「시인」에서는‘빈틈’이많은설화와통념에반복적으로의문을제기하는상상력이특징적이다.이때상상력의작동을위해활용한것은인물내면에대한분석이며,그결과기존의설화적통설이제시하는김병연에관한이미지를탈피하여인간김병연을새로운관점에서바라볼수있게한다.김병연과그의문학에내재한한과비극성에대한재해석이라고할수있다.
마지막으로「바람처럼흐르는구름처럼」은‘빈틈’이많은설화의한계를넘어김병연의실제모습에가까이가려고노력하였다.이를위해역사기록이나학술연구등을통해확인할수있는자료를위주로김병연의행적을재구성하였다.이것은빈틈을메우려는시도가아니라최대한빈틈을줄이고자하는방식으로이러한상상력의성패는역사와허구의균형잡기가얼마나적절한가에달려있다고하겠다.

베트남전쟁에대한정치사회학적해석을강조한관점은장점과단점을동시에지닌다.“한국군의용병적위치까지도제국주의의비판을통해함께바라볼수있게되었다”거나,“신식민주의에대한민족주의적저항”을형상화하였다고독해하려는시도는앞선시기평론에서다루지못한평가를완성한다는점에서적지않은의의가있다.그러나“엉뚱한일종의만화경으로떨어졌다”고평가받는작품에대해소재적인측면을강조한나머지“제3세계론적시각을부여”하였다고고평하는사례도발생한다.또“베트남전쟁에대한중국과소련의태도가완전히결락되었”음을한계로지적하기도하는데문학사에서이기준을충족시키는사례는한편도없는것이실정이다.
특히‘용병’으로표현되는파월군의성격규정에대해서는신중한접근이요구된다.이미전쟁기간동안한국군은미국의용병이라는비난이국내외에서제기되었으며,본고의대상작품모두에서용병에대한언급이발견된다.용병론은베트남전쟁을둘러싼일반론의차원이므로그러한소재가채택되었는지를주요평가기준으로설정하기에는무리가있다.더욱이용병의전쟁이었다는것은상당한진실을포함하는말이지만다른측면에서는자신의모순을합리화하는강력한기제로읽힐수있음을지적하는송승철의견해에주목할필요가있다.따라서소재차원의확인을넘어전쟁체험특유의강도와파병을둘러싼당대의담론에대한세밀한분석이필요하다.

소설적형상화의측면에서박영한의장편은황석영의단편에비해유리한위치에있다.한명의초점화자를운용하는것에비해복수의초점화자를운용할때발생하는이점이다.「머나먼쏭바강」(1978)은황일천병장을중심으로동료부대원들을배치함으로써확장된전쟁경험을서술할수있게된다.단편이참전장병의개인적인탐색에머문다면,「머나먼쏭바강」에서는복수의중대원들을통해집단의체험을형상화할여지를확보한다.
소설은‘몬타나촌’을수색하는장면으로시작하여수색대원들의눈을통해베트남인의모습을그려낸다.이때제시된풍경은민족적편견이강하게개입된것이라는점에서문제적이다.마을에는“젖퉁과아랫도리만겨우가린벙어리처녀”와“염소우는소리”로항의하는늙은사내만이남아있다.그들의보금자리에선악취가풍기며,사방을둘러보아도문명의흔적을찾기어렵다.사실몬타나족은베트남서부고원지대에거주하는소수민족이다.이들은베트남족에비해차별적인대우를받으며,내부식민지의처지에놓여있다.수색대원의눈에비친촌락은‘가난하고궁핍한자’,‘패배약자’,‘야만(원시적)’과같은정형화된공산진영의묘사들로채워지는데,이는한국인이베트남인을바라보는선입견을노출된결과이다.가장궁핍하고발전이더딘몬타나촌을전형적인베트남마을로묘사한것은베트남을‘미개’한땅으로재발견하려는무의식이개입된것이다.

이해조의신소설에는직계가족이나친인척관계를형성하는인물들이주요역할을맡아이들사이에서갈등이빚어지고사건전개의중심을이루는경우가빈번하다.주요배경이가정으로설정되고,작중인물이가족구성원을중심으로이루어지며,건전한가정윤리를주제로다룬소설을‘광의적가정소설’이라규정할때,이해조의신소설대부분은이범주에포함된다.주지하는바와같이가정소설은고소설이즐겨활용한서사적유형이라는점에서신구소설의단계적변화도식을설정하려는논자들은신소설의가정소설적특성을주목하였다.
대표적으로임화는신소설을‘과도기문학’으로규정하고가정소설의형식을‘구소설의유제’로파악하였다.그는“가정소설의형식이란것은군담,전기등속으로부터구소설의역사가일단비약한산물”로서“가정소설적요소라는것은또한신소설가운데있는구소설적요소임을의미”한다고설명하였다.이런관점은후속연구에서도지속되는데,송민호는고전소설연구에서널리활용되는‘협의적가정소설’유형을적용하여이해조의「빈상설」은쟁총형가정소설로,「홍도화」는계모형가정소설로분류하고,이러한가정소설적특성이“신구소설적요소가혼효되어있는과도기소설의특질을잘나타내고있다”고설명하였다.「빈상설」을“축첩으로인한가족간의갈등을그린소설”로파악하고작품에서발견되는가정소설적특성을“구소설의형식에서크게벗어나지못한”결과로설명하는이용남의논의도넓게볼때같은연장선상에있다.

본고에서는손장순의장편「한국인」을서사구도와인물의심리묘사를중심으로살펴보았다.이작품은희연과문휘의만남과헤어짐을중심으로그주위에관희와혜미,한선과소라부부를병치하여총세쌍의남녀결합에관한이야기를기본적인서사전개의축으로삼고있다.이들의결합은공통적으로실패로귀결되는것이특징인데,남녀의실패로끝나는과정에관한서사에서가장근본적인요인으로작용하는것은바로경쟁심이다.경쟁심은애정과친밀감의대상이되어야할자신의배우자마저경쟁의상대로여기게만들고결국부부생활의파탄을초래한다.이보다앞서경쟁심은동료나친구와같은타인의시선을의식하여배우자를선택하도록이끌었다는점에서역설적으로남녀의결합을가능하게한요인으로작용하기도한다.작품속인물의결합을가능하게하고동시에그결합이실패로끝나게만든요인인경쟁심은가정외부의활동에도지속적인영향력을행사하는데,문휘나한선이사회부적응자의신세가되고마는것역시주체성을상실한채끊임없이타인의시선을의식한결과로해석될수있다.이러한경쟁심은인물의내면을꿰뚫어보는작가의치밀한심리묘사의수법을통해효과적인서술적장치로기능하게된다.
한편이작품은당대한국사회를형상화함에있어지식인으로설정된여러인물의시선에의존한다.이작품에등장하는주요인물들은남녀를막론하고최고의교육을받은엘리트지식인으로설정되어있는데,이들은가정내부의문제에서는왜곡된경쟁심에쉽게휩싸이지만가정외부의문제,즉공적영역에대한문제에대해서는이지적이고냉철한현실감각을지니고있다.경쟁심과같은인물의은밀한속내는작가적서술상황에의존하고,당대현실에대한파악은인물의시선을통한초점화인인물적서술상황에기대고있다.긍정적인인물로설정된주인공희연뿐만아니라병리학적문제를안고있는문휘역시당대의세태를관찰함에있어서는통찰력을발휘하며,심지어작중에서가장부정적인인물로설정된도수역시미국의원조정책에만의존하는한국경제의모순을예리하게포착한다.이러한서술상황의이중적인운용을통해서한편으로는남녀결합의실패라는서사전개를,다른한편으로는당대사회의형상화를동시에추구하고있는것이다.
남녀결합의실패라는서사전개와당대한국사회의세태관찰의시선제공은주인공희연의인물설정에서하나로통합된다.타자의가치기준에종속된나머지경쟁심이강한여타의인물과는달리희연은자기중심적인삶의태도를견지하면서주변인물과사태를서술자와동등한지위에서조망하지만결혼의실패라는자신의운명에관해서는철저히작중인물로서의인지적한계를지닌다.희연은다른인물과마찬가지로‘불행’을경험하는것이다.그러나“모든불행은인간을성숙하게만든다”라는명제처럼희연에게불행은성숙의계기로작용한다.경제적으로큰어려움없이살아오는동안다분히관념적으로만사고했던그녀로서는불행을겪음으로써작품의결말부에이르러사회의현실적모순을직시할수있게된다.요컨대남녀결합의실패에관한서사는희연이라는인물의내적성장의과정으로환원되며,이작품의진정한주제는당대한국사회와한국인을역사적인맥락에서조망하고진단하는것임을알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