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스타코비치 : 시대와 음악 사이에서 (양장)

쇼스타코비치 : 시대와 음악 사이에서 (양장)

$55.00
Description
천재적인 작곡가, 나약한 지식인, 사려 깊은 친구, 다정한 아버지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쇼스타코비치의 삶을
가장 입체적으로 그려내다
유년에서 노년까지, 인간적인 면모부터 음악에 감춰둔 비밀까지,
쇼스타코비치를 기억하는 이들의 증언을 엮은 방대한 전기

저자

엘리자베스윌슨

런던태생으로외교관아버지를둔덕분에영국,중국,미국을돌며학교를다녔고,1964년부터1971년까지모스크바음악원에서므스티슬라프로스트로포비치로부터첼로를배웠다.영국과유럽에서여러앙상블과연주하며연주자로서교사로서활동을병행했고,러시아를주제로라디오방송과콘서트를기획하기도했다.러시아어에유창했고본인이음악가이기도했던윌슨은쇼스타코비치와관련해출판된증언들을선별하고작곡가와친분이있던사람들로부터새로운정보를끌어내이책을썼다.음악과연주가에대한책도썼는데,첼리스트재클린뒤프레의전기,2007년에는로스트로포비치에대한책MstislavRostropovich:Cellist,Teacher,Legen를출간했다.

목차

2006년개정판서문

1.유년시절과청년시절
2.젊은작곡가,자리를잡다
3.비판과응답
4.전쟁시절:소강기
5.스탈린주의의마지막시기
6.해빙기
7.새로운삶
8.마지막날들

감사의말
부록:첼로협주곡1번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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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영혼이짓밟힌어두운시대,그속에서방황한예술가의삶

쇼스타코비치는음악에관한한신동이자천재였다.그는열세살에처음작곡을한것으로보이고,열아홉살에첫번째교향곡을완성했다.피아노에도재능을보였는데자신이작곡한곡을연습도제대로하지않고연주무대에올라서핀잔을받는다.20대초중반에작곡한여러교향곡과고골을각색한오페라인<코>로이미명성을쌓은쇼스타코비치는오페라<므첸스크의맥베스부인>을발표하며대중적으로도엄청난인기를누린다.하지만훗날가장높이평가받는<므첸스크의맥베스부인>과교향곡4번은정권에의해형식주의라는혹독한비판을받고요주의인물이된다.사회주의리얼리즘에복무하지않은죄를물은것이다.
스탈린정권은이때부터본격적으로쇼스타코비치를핍박하는데,그의자유로운창작활동을제한하면서도한편으로는국제적인유명인사가된그를체제선전을위한도구로활용한다.쇼스타코비치는정권의이중적인행태때문에삶의고비마다위기를겪기도하고,이득을보기도한다.2차대전시기에는선전도구로활용된덕분에어려운상황속에서도본인과가족의안정을보장받았지만,형식주의자라는딱지가붙어레닌그라드음악원에서자신이가르친학생들에게비난당하는고초를겪는다.
스탈린이사라진이후에도처지는비슷했다.흐루쇼프정권의강압에못이겨그는공산당에입당하는데,이때문에사회적인지위는확보했지만본인이원치않은일들에동원되어야했고,때로는체제의앞잡이로서동료를비난하는성명에이름을올려야했다.태생적으로정치활동에맞지않는사람이었지만시대는천부적인재능이있는그를가만히두지않았다.
그의삶을염두에두고그의음악을들으면이런질문이자연스럽게떠오른다.만약그가시대의희생양이되지않았다면,자유롭게작품활동을할수있었다면어떤음악을썼을까?이책의후반부에서그는이질문에대한자신의생각을말한다.

“‘당의지침’이없었다면내가달라졌을까물었소?당연히달라졌을거요.내가교향곡4번을작곡했을때추구하던노선은내작품에서더선명하고날카롭게부각되었을거요.나는화려함을더많이드러내고더많이냉소적으로굴었을거요.내생각을감추려하기보다공개적으로드러냈을거요.그러니까더순수한음악을썼을거요.…그러나내가쓴음악이부끄럽지는않소.나의모든곡을다사랑하오.절뚝거리는아이라도부모에게는늘사랑스러운법이라지않소.”_708쪽,“8.마지막날들”중에서

■작품속에감춰둔천재의메시지,음악속에서자유를얻다

쇼스타코비치의음악인생은《프라우다》에게재된사설“음악이아니라혼란”이전과이후로나뉜다고볼수있다.그사설이후로쇼스타코비치는자신의성향을감추고당이원하는작품을쓸수밖에없었는데,그가운데서도음악속에예술가로서의창조성을발휘하기위해최선을다한다.한편으로는사생활과관련된모티프들도음악속에은밀하게녹여내는데,쇼스타코비치의절친한친구로스트로포비치에게사사받은엘리자베스윌슨은쇼스타코비치음악속에감춰진비밀들을집요하게추적한다.예컨대쇼스타코비치의현악4중주5번을우스트볼스카야의1949년작클라리넷3중주와연결해분석하는대목은흥미진진하다.우스트볼스카야는쇼스타코비치의제자이자친구로서사적으로매우친밀한관계였다고전해진다.우스트볼스카야에게했다는발언,“나는재능이지만당신은경이요”에서쇼스타코비치가그녀를어떻게생각했는지엿볼수있다.윌슨은곡의구성과주제를실제일어났던일과교차분석하면서쇼스타코비치가음악속에남긴메시지를밝혀내려한다.이미이런분석은쇼스타코비치를좋아하고그의음악을즐겨듣던독자들에게음악을감상하는새로운재미를줄것이다.

십대중반부터작곡을시작한그는사실상임종을앞둔순간까지작업을계속했다.그건생계를위한일이기도했지만자신의창작열을불태우는방법이기도했다.때로작곡은부조리한세상에맞서는자기만의싸움이었으며,친구에게보내는다정한선물이기도했다.자신의음악이초연되는현장에서는항상안절부절못했으며,연주가마음에들지않거나반응이좋지않으면좌절하고,좋은반응을얻으면감격하는인간적인모습도보였다.소프라노갈리나비시넵스카야의증언은음악이쇼스타코비치에게어떤의미였는지짐작케한다.

사람들이자신에대해무슨말을하든그는개의치않았다.시간이흐르면이러니저러니하는말은사라지고오로지자신의음악만남는다는것을알았기때문이다.그리고그의음악은어떤말보다생생하게말할터였다.그는자신의예술이유일한삶이었으며,그안에누구도들이지않았다.예술은그의신전이었다.그안에들어가면그는가면을벗고자신의모습이되었다._715쪽,“마지막날들”중에서

■집요함으로위대한예술가의일생을재구성하다

이책은엄청난분량의주석과참고문헌을달고있다.본문을읽을때는분량의방대함에놀라지만,주석을읽을때면저자인엘리자베스윌슨의집요함과꼼꼼함에도감탄하게될것이다.윌슨은쇼스타코비치와관련된수많은문헌과자료,인터뷰를토대로쇼스타코비치의삶을재구성한다.가능한경우에는책을집필할당시살아있던당사자와직접만나서인터뷰를따왔다.그리고집필한내용을인터뷰당사자에게보내원고내용을확인받았다.가끔증언에오류의가능성이있거나그와상반되는견해가있을때도꼼꼼하게그내용을기록했다.또인터뷰를했지만관련된내용이아닐때는생략했다는언급을볼때,실제로이책을집필하기위해취재한분량은이책의몇배가될것임을어렵지않게짐작할수있다.그러니까이책은엄청난시간과정성을들인결과물인것이다.

읽다보면이책이쇼스타코비치의일생을담은단순한전기가아니라,쇼스타코비치의음악에대해서도매우밀도높은이해와분석을하고있다는점을깨달을수있을것이다.이를통해저자가음악에관해깊게이해하고있는전문음악인임을어렵지않게짐작할수있다.실제로윌슨의본업은작가라기보다는음악가,연주자에가깝다.책에서도수십번언급되는,쇼스타코비치의절친한친구가운데하나인첼리스트므스티슬라프로스트로포비치가엘리자베스윌슨의스승이다(윌슨은이책이후로스트로포비치에관한책을쓰기도했다).또한윌슨은쇼스타코비치가살아있을당시그가참석한연주회에가서음악을직접들어본,그러니까어릴적부터쇼스타코비치의팬이기도하다.재미있는사실을한가지덧붙이자면윌슨은작년에타계한유명피아니스트라두루푸의첫번째부인이기도했다.
클래식분야를전문적으로작업하며,쇼스타코비치를다룬책『죽은자들의도시를위한교향곡』를번역하기도한장호연번역가의번역도안정감을더한다.깔끔하고정돈된번역은쇼스타코비치가살았던시대의풍경을생생하게묘사한다.클래식분야의전문가인만큼쇼스타코비치음악이품고있는맥락도섬세하게살려냈다.
방대한분량과꼼꼼한자료정리,다양한인물과의관계등을보았을때쇼스타코비치나클래식팬이라면놓쳐서는안될책이다.관련된내용이확인하고싶을때마다펼쳐보는용도로읽을수도있을것이다.그과정에서보석처럼숨어있는,예술가의삶과작품이하나가되는빛나는순간들을만나볼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