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가귀감 - 돌베개 우리고전 100선 25

선가귀감 - 돌베개 우리고전 100선 25

$17.00
Description
대장경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부처님의 말씀과 조사의 가르침
수많은 불경의 내용을 어찌 다 알 수 있을까. 불교는 종교적으로도 학문적으로도 넘기 어려운 산이다. 서산대사 휴정은 부처의 마음을 헤아리고 싶지만 드넓은 대장경의 세계 앞에서 감히 들어갈 엄두조차 못 내는 이들을 위해 절실한 말을 뽑고 자상한 풀이를 달아 이 책을 완성했다. 중생을 연민한 고승의 마음은 거대한 수미산도 너끈히 겨자씨에 넣어 버렸다.

불자들의 교과서, 『선가귀감』(禪家龜鑑)

서산대사(西山大師) 휴정(休靜, 1520~1604)은 임진왜란 때 일본의 침략에 맞섰던 노승장(老僧將)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는 16세기 중반, 숭유억불(崇儒抑佛)의 나라 조선에서 짧았던 조선 불교 중흥기를 이끈 주역이자 조선 시대 내내 위기였던 불교의 명맥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고려 시대부터 3년마다 한 번씩 시행되던 승과(僧科) 시험이 조선 연산군 때 폐지되고, 뒤이어 중종(中宗)은 승과의 완전한 폐지를 공식화하는 등 극단적인 억불 정책이 펼쳐졌다. 1545년, 명종(明宗)이 열두 살 나이로 즉위해 불심이 깊던 문정왕후(文定王后)가 8년간 수렴청정하면서 불교는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 문정왕후가 선종과 교종을 되살린 1550년부터 문정왕후가 별세한 1565년까지의 15년이 조선 불교가 일시적으로 다시 일어난 시기였다. 휴정은 문정왕후에 의해 복원된 승과의 첫 합격자로서 곧이어 선종과 교종을 아울러 관장하는 대표 승려가 되었고, 그 막바지 시기인 1564년 이 책 『선가귀감』을 완성했다. 그러므로, 휴정은 이 시기 조선 불교의 주역이며, 『선가귀감』은 그 시대를 결산하며 선불교 부흥의 염원을 담아 만든 뜻 깊은 책이라 할 것이다.
『선가귀감』은 휴정이 불경(佛經)과 선승의 어록(語錄)에서 선불교의 핵심 어구를 뽑아 만든 책이다. 그저 본문만 제시한 것이 아니라 휴정 자신이 본문 조목마다 때로는 상세한, 때로는 간결한 주해를 달고, 일부 조목에는 게송을 붙였다. 휴정은 이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비록 불초한 사람이지만 옛날의 배움에 뜻을 두어 불경을 보배로 여긴다. 그러나 불경의 문장이 몹시 방대하고 대장경의 세계가 넓디넓어 훗날 나와 같은 뜻을 가진 이들이 좋은 글을 고르는 수고를 면치 못할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불경 가운데 중요하고 절실한 것 수백 마디를 뽑아 종이 한 장에 쓰니, 글은 간략하지만 의미는 두루 갖추었다고 할 만하다.

제자 유정이 쓴 발문에 따르면, 이 책은 서산대사 휴정이 묘향산에서 10년 머무는 동안 50여 권의 경론(經論)과 어록에서 공부에 긴요한 말을 뽑아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불교에 입문하는 불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중생을 위한 불교 입문서 성격의 선집이다. 이 책은 조선 후기는 물론 오늘날까지 여러 차례 재간행을 거듭했고, 일본에서도 17세기 이래 20세기 초까지 여섯 차례 이상 간행되면서 불자들의 교과서 역할을 했다.
불교 경전은 기원전 1세기경부터 기록되기 시작했고, ‘8만 4천의 가르침’이라고 말할 정도로 방대한 양의 경전과 어록이 존재한다. 그 내용이 매우 철학적이어서, 한 가지 경전을 깨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기록한 경장(經藏), 계율을 기록한 율장(律藏), 경전 주석서 논장(論藏)을 합한 삼장(三藏)에다 불교 관련 문헌 전체를 집대성한 것을 대장경(大藏經)이라고 한다.
바다처럼 넓은 대장경의 세계에서 중생을 감발할 수 있는 절실한 문장을 뽑는다는 건, 지극히 중생을 사랑한 서산대사 휴정의 마음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휴정에 의하면 부처의 말씀과 조사(祖師)의 말씀은 공부의 끝이 아니며, ‘문자로부터 벗어난 한마디 말’에 이르는 공부의 시작일 뿐이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이 책의 152개의 조목을 마음으로 새겨본다.
저자

휴정

휴정(休靜)
1520∼1604.조선불교를대표하는선승(禪僧)으로,속명은최여신(崔汝信)이고,호는청허당(淸虛堂),백화도인(白華道人),서산(西山)이다.평안도안주에서태어나유년기에부모를여의고서울에서과거공부를하다가불가의길로접어들어21세에승려가되었다.명종(明宗)때문정왕후(文定王后)에의해다시시행된승과(僧科)의첫합격자로,36세의나이에교종(敎宗)과선종(禪宗)을모두관장하는,조선불교의대표자자리에올랐다.사직하고묘향산에주로머물던중임진왜란이일어나자승병(僧兵)의총지휘관이되어평양성탈환에큰공을세웠다.저술과설법을통해임제종(臨濟宗)을정통으로삼아선종의우위아래교종을아우르는가르침을펴고,많은제자를배출하여조선후기불교의근간을만들었다.주요저작으로「선가귀감」이포함된「삼가귀감」(三家龜鑑)과문집「청허당집」(淸虛堂集)이전한다.

목차

간행사
책머리에
일러두기

서문

1장어떤물건

1.어떤물건
2.바람없는바다에일어난물결
3.언어로설파할수있다
4.이름에집착하지말라

2장두갈래길

5.‘선’과‘교’
6.입과마음
7.생각을끊으라
8.가진것을찾아헤매다니
9.미친마음
10.허공의꽃
11.마(魔)의땅
12.중생의마음
13.청정한본성
14.청정도망이된다
15.마음이곧본성
16.거울과그빛
17.집착의근기
18.부처의말씀과조사의가르침
19.활과활시위
20.출신활로

3장참선

21.‘활구’를참구하라
22.닭이알을품듯
23.마음의길
24.참선의요건
25.목숨을놓을곳
26.큰의심아래큰깨달음이있다
27.생각할수없는곳까지
28.모기가무쇠소를뚫고들어가듯
29.현악기를조율하듯
30.팔만사천의마군
31.번뇌의마귀
32.안광이땅에떨어질때
33.반조
34.마음이목석같은사람

4장미혹

35.부처를거꾸러뜨렸는가
36.말만배우는무리
37.마음에서생각이떠나면
38.원인과결과를떠난법
39.마음을비우고
40.미혹이일어나는이유
41.미혹은근본없는것
42.자신을낮추지도높이지도말라
43.깨달음과미혹

5장헛됨없는돈오

44.이치를단박에깨쳐도
45.바른지견
46.머무름없는마음
47.바른눈
48.마음을모르면
49.헛됨없는돈오
50.실끊어진꼭두각시
51.불법은본래얽매임이없으니
52.바른법을찾는것이사악함이다
53.송장지키는귀신
54.대열반
55.살생과도둑질
56.공(空)을알지못하면
57.끊고또끊되끊음이없으며
58.거울을갈아

6장모두가환

59.마음이일월같으면
60.마음에는얼굴이없거늘
61.환(幻)
62.환을떠나면
63.구름없는곳에서달을본다
64.모두가환이다

7장불법의근원

65.세마음과네믿음
66.불법의근원
67.좋은벗을부처섬기듯
68.내마음이부처
69.제도할중생이없다

8장세가지배움

70.수행의요체
71.말세의중생
72.덕이없는사람
73.거짓된수행
74.계율을지키지않으면
75.계율이스승이다
76.생사를초탈하려면
77.청정한지혜
78.선정에있으면

9장바른마음

79.좌선
80.해탈
81.정념
82.열반
83.집착하지않는다는헛된견해
84.성문과연각
85.청정한세가지업

10장정진

86.한몸이라여기는대자대비
87.분노의마음
88.인내
89.자신을낮추라
90.정념은무념
91.정진하는사람
92.망상을멈추라
93.뒤로미루지말라
94.진언
95.예배
96.염불

11장마음을지켜라

97.본심을지켜야
98.본성을보아평등을행하면
99.취함도버림도모두윤회
100.몸밖에서찾지말라
101.깨끗하고더러움은마음에있다
102.부처는중생을제도할수없다
103.아미타불의발원
104.불경을듣는다는것
105.불경을본다는것
106.마음다스리기를가벼이하면
107.보배는내안에있다
108.내마음에서깨쳐라
109.통발은잊어라
110.본래의진심을지키는일
111.선가의차선책

12장경계

112.널리들으면도를알지못한다
113.견문을자랑하지말라
114.도는삶을온전히하는것
115.쓸모없는외전공부
116.출가의이유
117.고통의불
118.세상의뜬이름
119.명예와이익을탐하는승려
120.양질호피
121.천하게팔리는불법
122.부처의옷을입은도적
123.가사입은도적
124.한그릇밥은농부의피
125.보시받는짐승
126.무쇠로몸을두를지언정
127.화살을맞듯이
128.역경계와순경계
129.닳아가는숫돌
130.진정한고통

13장더러운몸깨끗한땅

131.쯧쯧이몸
132.질박하고곧은마음
133.곧은마음이정토
134.참회와참괴
135.만행의길
136.마음과경계
137.보살은세간에놀아도
138.부처도바꾸지못할법
139.허망하고들뜬마음

14장할!

140.맑지만어둡고깊은구덩이
141.참선의병
142.종사의병
143.성인과범부를구별하는생각
144.자유인
145.나는본래공(空)
146.무위를배워마음이비면
147.구(句)
148.안가르쳐주신게소중하네
149.할!
150.임제의“할!”과덕산의몽둥이
151.부처를원수보듯
152.신령한빛

해설
휴정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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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불자들의교과서,『선가귀감』(禪家龜鑑)

서산대사(西山大師)휴정(休靜,1520~1604)은임진왜란때일본의침략에맞섰던노승장(老僧將)으로우리에게알려져있다.그리고그는16세기중반,숭유억불(崇儒抑佛)의나라조선에서짧았던조선불교중흥기를이끈주역이자조선시대내내위기였던불교의명맥이오늘날까지이어지는데핵심적인역할을한인물이다.

고려시대부터3년마다한번씩시행되던승과(僧科)시험이조선연산군때폐지되고,뒤이어중종(中宗)은승과의완전한폐지를공식화하는등극단적인억불정책이펼쳐졌다.1545년,명종(明宗)이열두살나이로즉위해불심이깊던문정왕후(文定王后)가8년간수렴청정하면서불교는다시일어나기시작했다.문정왕후가선종과교종을되살린1550년부터문정왕후가별세한1565년까지의15년이조선불교가일시적으로다시일어난시기였다.휴정은문정왕후에의해복원된승과의첫합격자로서곧이어선종과교종을아울러관장하는대표승려가되었고,그막바지시기인1564년이책『선가귀감』을완성했다.그러므로,휴정은이시기조선불교의주역이며,『선가귀감』은그시대를결산하며선불교부흥의염원을담아만든뜻깊은책이라할것이다.

『선가귀감』은휴정이불경(佛經)과선승의어록(語錄)에서선불교의핵심어구를뽑아만든책이다.그저본문만제시한것이아니라휴정자신이본문조목마다때로는상세한,때로는간결한주해를달고,일부조목에는게송을붙였다.휴정은이책의서문에서이렇게말하고있다.

나는비록불초한사람이지만옛날의배움에뜻을두어불경을보배로여긴다.그러나불경의문장이몹시방대하고대장경의세계가넓디넓어훗날나와같은뜻을가진이들이좋은글을고르는수고를면치못할것이다.그리하여내가불경가운데중요하고절실한것수백마디를뽑아종이한장에쓰니,글은간략하지만의미는두루갖추었다고할만하다.

제자유정이쓴발문에따르면,이책은서산대사휴정이묘향산에서10년머무는동안50여권의경론(經論)과어록에서공부에긴요한말을뽑아만든것이라고한다.이책은불교에입문하는불자들뿐만아니라모든중생을위한불교입문서성격의선집이다.이책은조선후기는물론오늘날까지여러차례재간행을거듭했고,일본에서도17세기이래20세기초까지여섯차례이상간행되면서불자들의교과서역할을했다.

불교경전은기원전1세기경부터기록되기시작했고,‘8만4천의가르침’이라고말할정도로방대한양의경전과어록이존재한다.그내용이매우철학적이어서,한가지경전을깨치는데도상당한시간이걸린다.석가모니의가르침을기록한경장(經藏),계율을기록한율장(律藏),경전주석서논장(論藏)을합한삼장(三藏)에다불교관련문헌전체를집대성한것을대장경(大藏經)이라고한다.바다처럼넓은대장경의세계에서중생을감발할수있는절실한문장을뽑는다는건,지극히중생을사랑한서산대사휴정의마음이있기에가능했던일이다.휴정에의하면부처의말씀과조사(祖師)의말씀은공부의끝이아니며,‘문자로부터벗어난한마디말’에이르는공부의시작일뿐이다.부처님오신날을맞아이책의152개의조목을마음으로새겨본다.

새롭게정립하는,정본(定本)『선가귀감』

『선가귀감』은현재한문본(묘향산간행본)과한글본(송광사본)두가지판본이존재한다.한문본은1564년에처음간행되었다.이책은현재전하지않지만,1579년(선조12)간행본에1564년(명종19)금강산백화암(白華庵)에서쓴한문으로된서문이전하는바,최초편찬시기는1564년으로추정할수있다.현재전하는가장이른시기의한문본은1579년에사명당(四溟堂)유정(惟政)과의천(義天)등이교정하고유정이발문을써서출판한이른바‘묘향산간행본’이다.‘묘향산간행본’은휴정의최초저술과크게달라졌다.이점은한글본과대조해보면알수있다.최초저술에있던58개조목이삭제되고일부구절이첨삭되면서편차(編次)도일부수정되었다.‘묘향산간행본’의수정이온전히휴정자신이한것인지는확실치않으나휴정생존시기에출판된것이므로이쪽을완성본,혹은정본(定本)으로삼아야한다는것은올바른판단이다.현재시중에서구해볼수있는『선가귀감』의대다수도1579년간행한문본(묘향산간행본)의번역본이다.

한글본은최초의한문본이나온1564년에서5년뒤인1569년(선조2)금화도인(金華道人)이라는호를쓰는승려가이책을한글로번역해서묘향산보현사(普賢寺)에서간행했다.금화도인은휴정의제자의천(義天)으로추정된다.1569년의이한글본이현재전하는『선가귀감』한문본과한글본을통틀어가장이른시기에간행된책이다.이한글본은1610년(광해군2)순천송광사(松廣寺)에서재간행되어널리읽혔다.

『선가귀감』정본은한문본(묘향산간행본)이라는것이대다수의입장이다.그러나이책의역자정길수교수의의견은조금다르다.한글본(송광사본)이최초출간된한문본과시기상으로도가까울뿐만아니라휴정의최초저술형태를충실하게간직하면서의미맥락을파악하기쉬운측면이있다고본다.또한한문본에비해한글본은훨씬많은조목을포함하고있으며,후대에생략되어한글본에서만볼수있는조목의본문과주해중에오히려불교초심자의이해를돕는내용이많다고보았다.이에정길수교수는한글본을저본으로삼고,필요한경우한문본에추가된주해와송(頌)을함께제시해서두본의장점을아울렀다.이책은한문본(묘향산간행본)을번역한기존의책들보다최초의한문본에더가깝고,한글본과한문본을비교하여빠트린내용없이충실하게번역했다는점에서새로운정본의정립이라이를만하다.

이책의구성

이책은총14장152개의조목으로구성되어있다.152개의조목중에서한문본에는없고한글본에만있는조목이58개에달한다.매조목은,저본의본문(불경과선승의어록)→주해(휴정의주석과해설)→역자의해설순서로3단계로구성되었다.휴정은좋은글을뽑아단순히나열한것이아니라조목간의연관을고려해네영역으로구상했는데,이책에서는의미맥락을고려해휴정이구상한네영역을다시총14장으로세분했다.

이책의1장은총론에해당한다.여기서‘마음’이라고이름을붙여도옳지않다는‘무엇’이책전체의화두로제시되고있다.2장에서는‘선’(禪)과‘교’(敎)에관한논의를폈다.‘선’과‘교’를분변하되하나로아우르다가결국‘선’의길로결단하는데,그핵심은“‘선’은부처의마음이고,‘교’는부처의말씀이다”라는말과‘교(敎)의뜻을놓고오직이순간자기마음에드러난일념으로선(禪)의주된뜻을자세히참구하면출신활로를얻을수있다’라는구절에있다.

3장부터13장까지는참선의방법,수행의방법에관한내용이다.3장에서는화두를참구함으로써깨침에이른다는간화선(看話禪)의세계를다루었고,4장에서는미혹의본질을논했다.5장에서는돈오(頓悟)이후에점수(漸修)해야하는이유,6장에서는환(幻)을떠난진리의세계를논했다.7장에서는삼보(三寶)의의미를밝히고,8장에서는수행의계율을명시했다.9장에서는좌선(坐禪)을통해이르는청정세계를이야기하고,10장에서는동요하지않는정진(精進)을논했다.11장에서는자신을향한공부를역설하고,12장에서는수행자의잘못된자세를낱낱이질타했으며,13장에서는외물을좇지않는곧은마음에진리의길이있음을거듭말했다.

14장에는앞에서말한수행의방법과이책전체의마무리에해당하는내용을담았다.선승들의병을논한조목이앞조목의내용을이으면서‘자유인’의경지를말하는내용으로이어지고,‘자유인’을징검다리삼아책전체를마무리하는마지막두조목에이른다.일체의분별을다놓고집착에서벗어나내안의신령한빛을꿰뚫어보라는것이이책의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