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기행 : 추방당한 자의 시선 (개정판)

디아스포라 기행 : 추방당한 자의 시선 (개정판)

$16.80
Description
소수자의 시선으로 새로운 희망과 연대의 가능성을 탐구한
우리 시대의 명저 『디아스포라 기행』을 다시 만나다
30여 년간 한결같이 독자들의 지지를 받아온 작가 서경식의 『디아스포라 기행』이 개정판으로 독자들과 다시 만난다. 이 책은 1992년 그를 한국에 처음 알린 『나의 서양미술 순례』와 더불어 한국 사회에 깊은 울림을 남긴 대표작으로, 17년 만에 새로이 펴낸다. 초판이 출간된 이후로도 세계 곳곳에서 끊이지 않은 전쟁과 폭력, 지금 이 순간에도 나날이 고조되는 무력(武力)의 위협 속에 우리가 맞닥뜨린 곤경을 엄중히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한 「개정판을 펴내며」가 수록되어 더욱 뜻깊다.

저자

서경식

徐京植
1951년일본교토에서재일조선인2세로태어났다.와세다대학불문과재학중이던1971년,‘재일교포유학생간첩단사건’으로형서승,서준식이구속되며두형의구명활동과한국의민주화를위한운동을펼치기시작했다.이때의체험과사유는이후저술과강연,사회운동으로이어졌다.
『소년의눈물』로1995년일본에세이스트클럽상,『시대의증언자쁘리모레비를찾아서』로2000년마르코폴로상을받았고,2012년에는민주주의와소수자인권신장에기여한공로로후광김대중학술상을수상했다.
2000년부터도쿄게이자이대학에서현대법학부교수로재직하면서인권론과예술론을강의하고도서관장을역임했으며2021년정년퇴직했다.한국과일본에서동료와후학들이그의퇴임을기념하는문집과대담집인『서경식다시읽기1』『서경식다시읽기2』를펴냈다.

목차

개정판을펴내며
한국어판을펴내며

프롤로그|수레바퀴자국에고인물속의붕어

Ⅰ.죽음을생각하는날:런던2001년12월
마르크스의무덤|자폭하는세계|프리모레비|자폭의일상화|11층의창|우리망명자들|일본인의마음|사자의국민화|불사의공동체|파르지팔|성배의민족

Ⅱ.폭력의기억:광주1990년3월,2000년5월
망월동|어떤누나|풀덮인무덤|광주여영원히!|비엔날레|나는누구인가|시린네샤트|붉은하이힐|넓은바다로|침목|맨홀|재일의인권전|활자구

Ⅲ.거대한일그러짐:카셀2002년8월
아웃오브블루|도쿠멘타|싫은느낌|이중의디아스포라|아름다운열대풍경

Ⅳ.추방당한자들
1.난민의자화상:브뤼셀,오스나브뤼크2002년5월
브레인동크요새|오스나브뤼크|난민의삶|죽음의벽|망명자의자화상

2.어제의세계:잘츠부르크2002년여름,2004년여름
다나에의사랑|어제의세계|종이와스탬프|죽음의도시

3.세사람의유대인
강제와불가능성|문화로부터추방당하다|오직언어를모국어로삼아|티에의묘지

에필로그|코리안디아스포라아트

출판사 서평

경계에서사유하는디아스포라지식인의여정

평화가위협받는세계에서
지금다시,서경식을읽어야하는이유

서경식은익히알려져있듯1951년일본교토에서태어난재일조선인2세다.1971년‘재일교포유학생간첩단사건’으로구속된형서승,서준식의구명활동에뛰어들며한국민주화운동에힘을보탰다.이때의체험은이후그의저술활동에근간이되었고,재일조선인이자디아스포라라는소수자의관점으로사유하는글들을써왔다.
『디아스포라기행』은서경식이런던,잘츠부르크,카셀,광주등을여행하며‘근대’를사유하고,‘근대이후’인간의가능성을탐구한인문에세이다.‘디아스포라’라는말은본래‘이산’(離散)을뜻하는그리스어로,팔레스타인땅을떠나세계각지에거주하는이산유대인과그공동체를가리킨다.하지만이책에서저자는자기가속해있던공동체와땅을떠나도록강요당한사람전체를가리키는말로사유의폭을확장하며개념을새롭게‘탈구축’한다.
또한그는이책에서디아스포라라는용어의탈구축을시도할뿐아니라디아스포라의존재를더깊이이해하기위해문자텍스트를포함해다양한예술작품으로까지시선을넓힌다.아울러‘기행’(紀行)이라는형식을도입해대상에대해서술하는작가자신을유동하는위치로자리매김한다.
한사회에서이방인이자소수자로산다는것,재일조선인으로서과거에자기민족을지배한자의언어를모어(母語)로삼아살아간다는것은곧자신이누구인가,자신은왜남들과다른가를끊임없이자문해야하는삶을의미한다.경계에서사유하는디아스포라지식인으로서그의여정은몇겹의소수자들만이감지할수있는진실들을섬세하게포착해낸다.불안한정체성을안고살아가는‘추방당한’이들의초상(肖像)을그리는서경식의문장은현대사의질곡을대면해온그의삶과어우러져더묵직한울림을전한다.

무력(武力)이희망을위협하는시대에,
무력(無力)한이들의희망을사유하다

타의에의해‘밖’에자리하게된사람들,정체성에대한혼란을주어진조건으로안고살아갈수밖에없는디아스포라의이야기를읽는다는것은무지로인해그아픔을모르고살아온다수자들에게반성과성찰을요청한다.
서경식은경계에선디아스포라의삶을그자신의체험을통해핍진히그려내며,읽는이로하여금디아스포라의상처가단지‘그들’만의아픔일수없음을깨닫게한다.타자의고통을무딘공감의말로가로채지않고,자신의고통으로끌어안고자한걸음바투다가선다.그렇기에독자역시그의글을읽는경험을통해비로소‘서경식’이라는한디아스포라지식인의눈으로마주한세계에공명할수있게된다.
초판에서개정판출간에이르기까지,국제사회의평화는여전히아득하지만,그사이디아스포라를둘러싼한국사회의이해는다소간진전된바가있다.변화한것과변치않은것사이에서다시읽는『디아스포라기행』이새롭게던질파동에귀추가주목된다.특히서경식의저작을아껴읽어온오랜애독자들은물론,개정판을통해그의사유를처음조우하는다음세대독자들의반향에사뭇기대를걸게된다.
책의본문에서서경식은1958년파울첼란의브레멘문학상수상기념강연을인용하며‘투담통신’(投通信)의비유를소개한다.“편지를넣은병을바닷속에던지듯낯선땅미래의독자에게전달될지모른다는일말의희망속에서시도하는통신이라는의미”(259~260면)다.그는첼란의이말을에세이『디아스포라의눈』(한겨레출판2012)에서“글을쓴다는것은예컨대빈병에편지를넣어바다에흘려보내는것과같은,또는어둠을향해돌을던지는것과같은행위다.”(『디아스포라의눈』,274면)라고되새긴바있다.초로에접어든한디아스포라지식인이‘고통’과‘기억’의연대를통한희망의가능성을포기하지않기위해어둠을향해돌을던지듯쓴투담통신이다시한번우리앞에당도했다.이제당신이그절박한편지를펼쳐볼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