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문학사 강의 2

한국고전문학사 강의 2

$27.55
Description
마음과 정신의 궤적으로서의 문학사,
그 흐름과 맥을 짚다
이 책의 저자인 박희병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고전문학 분야의 손에 꼽히는 학자이고, 40년 가까이 대학에서 한국고전문학을 가르쳤다. 사실, 학생들에게 한국고전문학은 대체로 따분하고 재미없는, 그래서 기피해야 할 과목이다. 학생들은 한국고전문학을 왜 이렇게 인식하는 것일까? 아마도 중고등학교 내내 그리고 대학에서도 지식과 사실 위주로 한국고전문학을 가르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한국고전문학에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감동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고전문학은 그런 학문이 아니다. 한국고전문학은 심오하고 치열하며, 의미 있고 감동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다. 문제는 이것을 읽어 내는 안목과 방법이다. 안목이 없고 읽어 낼 방법이 없으니 무미건조한 지식 전달 위주의 방식에 매달리게 된다. 그 결과 한국고전문학에 내포된 사유와 정신은 방기된다.
한국고전문학사는 한국고전문학의 역사이다. 얼핏 생각하기에 한국고전문학도 어렵고 재미없는데 한국고전문학사는 오죽할까 싶을 수 있다. 물론 한국고전문학사를 지식과 사실 위주로 풀면 따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접근법을 버리고 문학사 속 인간들의 희로애락과 고뇌, 그들의 이상과 꿈과 좌절, 그들이 지녔던 열망, 그들이 힘든 삶 속에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가치들에 눈을 돌리면, 문학사는 우리에게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문학사 속 인간들의 삶에 눈을 돌린다면, 한국고전문학사는 지금의 내 삶과 연관을 갖게 되며, 현재적 의미를 획득한다. 이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다양한 삶과 그 굴곡에 대한 공부가 자신의 삶을 응시하고 자신의 삶을 풍부히 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런 문학사를 목표로 집필되었다.
저자

박희병

서울대학교국문학과교수를역임했다.국문학연구의외연을사상사연구와예술사연구로까지확장함으로써통합인문학으로서의한국학연구를꾀하고있다.주요저서로『한국고전인물전연구』,『한국전기소설의미학』,『한국의생태사상』,『운화와근대』,『연암을읽는다』,『21세기한국학,어떻게할것인가』(공저),『유교와한국문학의장르』,『저항과아만』,『연암과선귤당의대화』,『나는골목길부처다-이언진평전』,『범애와평등』,『능호관이인상서화평석』,『통합인문학을위하여』등이있다.

목차

제12강조선전기문학을보는시각―훈구파와사림파
제13강세조의왕위찬탈에대한문학적대응들
제14강국문시가와우리말표현의경계―정철,박인로,윤선도의시조와가사
제15강해동도가와새로운질서의모색
제16강다른목소리들―여성작가의출현
제17강임진왜란과병자호란을배경으로한소설들
제18강국문소설및장편소설의형성과전개
제19강17세기전반의문제적문인들―신흠,장유,이수광,허균
제20강중인문학
제21강판소리와판소리계소설들
제22강‘사라진’도와단호그룹

출판사 서평

생생한현장의강의를고스란히책에옮기다
박희병교수가40년공력을쏟아부은특별강의

이책은저자의대학에서의마지막학부강의인2021년1학기한국고전문학사강의를책으로옮긴것이다.61명의학부수강생과16명의청강생이,‘줌’이라는,저자에게는퍽낯선시스템으로이강의를들었다.보통30명정도가수강하는과목인데,저자의마지막강의를듣기위해국문과를비롯해언어학과,경영학과,인류학과,디자인학과등다양한전공자들이모여들었다.코로나시국이라학생들을직접대면하지못한다는아쉬움이있었지만,뜻밖에도줌강의를통해학부생은물론이고타대학의박사,교수들그리고중국과일본의학자도이강의를들을수있었다(강의수강생및청강생명단은3권499쪽에별도수록).
강의는총32강으로이루어졌고,매주2회75분간진행되었으며,번번이시간을넘겨열띤토론과질문,그리고답변이이어졌다.저자에게는그간대학에서가르친모든노하우를다쏟아붓는장이었다.강의때마다주고받은질문과답변만보아도이수업의열기가얼마나대단했을지고스란히느껴진다.이책에는<질문과답변>을매강의뒤에수록하였다.그리고이책에서다룬한국고전문학작품중31편의주요작품을뽑아저자의정확하면서도깊이있는번역을거쳐<작품읽기>로매강의뒤에수록하였다.

단군신화부터진달래꽃까지,인간을탐구하는문학사
박희병교수의한국고전문학사강의의특징

문학사는저자의집필목적에따라여러종류의문학사가가능하다.가령,촘촘한지식을강조하는문학사,민족을강조하는문학사,체계를강조하는문학사,시대구분을강조하는문학사등다양한문학사가있을수있다.
박희병교수의문학사는‘인간’을강조하는,인간을탐구하는문학사라는점에서기존의문학사들과는완전히다르다.박희병교수는한국고전문학사를통해문학의역사속에구현된인간의다양한마음그리고정신과대면함으로써삶과세계에대한우리의이해와인식을확장하고자한다.
박희병교수가집필한한국고전문학사의특징을정리해보면다음과같다.

첫째,이책은저자가평생수행해온한국고전문학및통합인문학연구의학문적온축이그바탕이되고있다.
책의저자소개란에나열된수많은저술들만보아도저자가얼마나많은,그리고깊이있는연구를해온학자인지알수있다.단순히기존에출판된저자의다른책과연결지어보아도그점을단박에알수있다.<제5강나말여초소설의성립>은저자의책『한국전기소설의미학』(1997)과연결되어있으며,<제22강‘사라진’도와단호그룹>은『능호관이인상서화평석』(2018),『능호집』(2016)등의연구와연결되어있다.<제23강탈중화주의와새로운세계관의정초―『의산문답』>은『범애와평등』(2013)이,<제24강조선의문호박지원>은『연암을읽는다』,『연암산문정독1,2』등의연구와연결되어있다.그리고<제26강생사를건인정투쟁―이언진의등장과『호동거실』>은『저항과아만』(2009)과연결되어있다.이외에도저자가발표해온연구성과를살펴보면대부분의강의주제가그의연구와번역을통해이룬결과물임을알수있다.

둘째,기존의문학사를보는시각과는완전히다른,새로운시좌에서한국고전문학사를보고있다.
가령,토풍(土風)과화풍(華風)개념을통해한국고전문학사의전개를주체적관점에서새롭게읽어내고있는것은이책의한특징이다.토풍,화풍이라는말은『고려사』에많이등장하는데,토풍은고유한풍속이라는뜻으로,화풍은우리나라에수용된중화의풍속이라는뜻으로사용된다.

문학방면에서토풍은우리말노래에대한애호와결부됩니다.화풍이강하면강할수록우리말노래에대한애호는약해지고,한시문에대한애호가커지는것으로보입니다.그렇지만한시문을무조건화풍으로규정할일은아닙니다.텍스트에담지된의식,정신,사상을잘헤아려봐야할것입니다.한시문중에는토풍이반영된것도있습니다.후대의악부시같은것이그러합니다.……형식은화풍이지만내용은토풍일수있다는거죠._<제6강고려전기의토풍과화풍>중에서

<제9강삼국다시읽기와토풍의소환―『삼국유사』>또한토풍과화풍의길항작용속에서우리고전문학의향방을서술하고있다.토풍과화풍이라는프레임에서봤을때,눈여겨볼시기는조선후기이다.이시기에주목할점은하층문학혹은하층의현실이한문학에수용되거나반영되어한문학을내부적으로변화시켜간현상이다.민요풍의한시가창작된다든가,악부시가창작된것을대표적인예로꼽을수있다.뿐만아니라사설시조나판소리,탈놀이(탈춤)에서보듯,하층의목소리나사고방식이보다적극적으로표출된점도주목해야한다.국문소설이대거창작되어큰인기를끈것,야담이성행한것도바로이시기이다.이처럼조선후기는이전과문학장이완전히달라졌으며,한문학이일방적으로주도하는상황이라고말하기는어렵게되었다.국어문학의성장이이런변화를야기했다.이때문에고려전기와는또다른맥락에서토풍과화풍의관계가문제시된다.고려전기가시간이흐를수록화풍이강해지고토풍이위축되는양상을보여줬다면,조선후기는갈수록토풍이강해져급기야토풍이화풍보다우세한양상을보이게된다.
<제12강조선전기문학을보는시각―훈구파와사림파>또한기존의관점과다르게훈구파와사림파문학의특징과성취를새롭게읽어내고있다.우리는흔히훈구파는보수적이고사림파는진보적이라는통념을갖고있다.일종의이분법이다.그런데과연그럴까?이책에서는훈구파의진보적인면과사림파의보수적인면을고루보여준다.영남사림파는훈구파의대립자로서15세기후반역사에등장했다.이들은훈구파와경제적기반이달랐고체질이달랐으며이때문에정치적으로충돌하며각축을벌였다.이과정에서문학적·이념적대립역시야기되었다.그렇기는하지만훈구파와사림파는서로이어져있는면도있다.이들은사대부지배계급에속한다는점,민(民)을통치의대상으로간주했다는점에서는일치한다.그러므로훈구파와사림파의문학적대립은크게보아지배계급내부의주도권싸움과관련되어있다는점에유의할필요가있다.그러니양쪽의문학을지나치게선악구도나진보/보수프레임으로재단하는것은실상을왜곡할가능성이있다.훈구파문학에도훌륭한점과한계가있고,사림파문학에도훌륭한점과한계가있다.훌륭한점을평가하는데인색할이유는없지만,한계는한계대로냉철하게직시할필요가있다는것이저자의논점이다.
이외에도여성영웅소설에내재된‘젠더’문제를다각도에서새롭게해석하고,특히‘여성동맹’,‘인정투쟁’과관련지은논의(제18강국문소설및장편소설의형성과전개),담연그룹의문학과학문세계를,방대한텍스트읽기와정밀한작가연구를토대로균형잡힌시각에서새롭게읽어내고있는점(제25강담연그룹의문학과학문)등은박희병교수만이갖고있는독특하면서도새로운시좌이다.

셋째,‘민’(民),‘여성’,‘경계인’,‘비판적지식인’,‘중하층계급’에대한관심이두드러지고,‘유교중심주의’에갇히지않고자유의하는저자의시좌는단연압권이다.
중인신분의역관시인이언진(1740~1766)은이십대에단명했다.짧은생을살았지만,그의삶은온통신분차별에대한항의와자신의정체성을담보하기위한싸움으로점철되었다.저자는이언진의시집『호동거실』을소개하며,이언진에대해‘우리문학사에처음보는괴물의등장’이라고말한다.

콧구멍치들고주인뒤를졸졸따르니
종이라불리고하인이라불리지.
천한이름뒤집어쓰고도고치려않으니
정말노예군정말노예야.(『호동거실』중에서)

서산에뉘엿뉘엿해넘어갈때
나는늘이때면울고싶어요.
사람들은대수롭지않게여기며
어서저녁밥먹자고재촉하지만.(『호동거실』중에서)

이외에도<제10강우리말사랑의노래들>,<제15강해동도가와새로운질서의모색>,<제16강다른목소리들―여성작가의출현>,<제20강중인문학>,<제21강판소리와판소리계소설들>,<제28강야담의성행과『청구야담』>,<제29강탈놀이와민중의식>,<제31강여성주체의새로운모습들>을통해,한국고전문학사에등장한다양한인물들을보여준다.

넷째,한국고전문학작품의아름다움과감동이생생히느껴지는강의이다.
이책은거시적관점에서한국고전문학사전체를통관하고있지만지루하지않으며,지적자극과문예적감흥이넘쳐난다.특히박희병교수의깊이있고예리하며생생한작품해석을찬찬히따라가다보면미처몰랐던한국고전문학작품의아름다움을발견할수있다.
가령,저자는향가의대표작이라할수있는「제망매가」와「찬기파랑가」를번역하고해설하여향가가가진아름다움을고스란히느낄수있도록해준다.또한우리나라향가와동시대에창작된일본단카,중국당시와비교해수준높은향가의문학세계를보여준다.

이렇게비슷한시기동아시아에서지어진작품을음미하며향가작품을들여다보면,향가에독자적인미학이있고우리대로의시학이있음을발견하게됩니다.저거보다이게낫다,혹은이거보다저게낫다,이런걸말하려는게아닙니다.다독자성이있습니다.중국당시는당시대로,일본단카는단카대로그미적독자성이있습니다만,우리향가역시독특한미적지향과세계가있다,이런걸발견할수있다는말입니다._<제3강향가,그서정의깊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