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작가,장일호기자추천!
가난한아이들은어떻게어른이되는가?여러번발음해보게되는말이다.마음이슬퍼지다가부끄러워진다.이책은애써감은눈을뜨게한다.장기적빈곤층에서성장한여덟명의목소리는가난서사의게으른접근인‘대견함’과‘불쌍함’너머를환하게비춘다.사람들이섣부르게재단하는것보다훨씬복잡한생활의요소와맥락이얽힌상태가가난임을드러낸다.그래서책장을덮고나면느끼게된다.가난하지않은아이들은어떻게어른이되는지.한사람이성장하는동안자연스레취하는것,자기몫으로누린것,눈감은것,선그은것이얼마나세세하고많은지를말이다.제목이곧메시지다.더나은공동체를위해던져야할단하나의물음이담긴책이다.
_은유(르포작가,『알지못하는아이의죽음』저자)
가난이주인공자리를꿰찬삶은피로하다.아이들은성장의기쁨을느낄새도없이조로한다.‘다음’을계획하기어려운삶에서체념은생존전략이자지혜가된다.저자는그들의말과말사이를방황하며깨닫는다.이들의이야기가공동체를위한중요한증언이자폭로임을.누군가에게는선진국일한국사회가짜놓은교육·노동·복지의그물이얼마나성기고낡았는지를.숫자나통계가아니라구체적인이름과목소리가주는통증을성실하게기록했다.몰랐다면알아야하고,안다면외면해서는안될목소리가도착했다.
_장일호(『시사IN』기자,『슬픔의방문』저자)
흙수저/금수저의시대,가난한아이들의말들
지난10여년간,‘가난혐오’,‘흙수저’,‘빈곤대물림’,‘청년빈곤’같은말들이우리사회의가난담론을지배했다.‘가난’은은폐되어야할상황이거나모욕의대상이었다.또는불행의상징이거나출생과함께벗어날수없는신분같은현실이되었다.그렇다면이시대의가난은실질적으로,자라나는아이들에게어떤영향을끼쳤을까?교육을통한계급이동에대한기대가사라지고노동의가치가하락한시대,‘대치동키즈’,‘금수저’,‘부모찬스’같은말들과거리가먼청(소)년들은어떤경험을했고무엇을꿈꾸어왔을까?지금이야말로이러한가난과불평등에대해치밀하고깊이있는논의가필요한시기일것이다.
『가난한아이들은어떻게어른이되는가:빈곤과청소년,10년의기록』은빈곤대물림을겪은가정의청소년들에대한저자의박사학위논문(『빈곤대물림가족청소년의대응기제』)에서시작되었다.20년넘게중고등학교에서교사로일하고있는저자는초임교사시절,가난한환경에서성장하는제자들에게아무런도움을줄수없는현실에자괴감과무력함을느껴대학원에서사회복지학을공부했다.이책은2016년완성된저자의박사학위논문을바탕으로이청소년들이어른이된이후의삶을계속따라가며그들의목소리를담아냄으로써,가난을둘러싼겹겹의현실을철저히“증언”하고“폭로”한다.가족문제와진로고민,우울증,탈학교?가출과범죄,그리고사회진출과성인으로서의자립,청(소)년의노동경험등의심층적인이야기를생생하게기록하며,마지막에는교육?노동?복지정책에대한날카로운진단과제안으로나아간다.
가난의틈새에서자라난성장의말들
『가난한아이들은어떻게어른이되는가』는지금한국사회의빈곤에대한해부인동시에,가난이라는굴레속에서청(소)년들이어떻게좌충우돌하면서삶에대한통찰과지혜를발견해내는지에대한가슴시린성장담이다.또한기존청(소)년담론에서지워진사람들,즉,특성화고나2,3년제대학졸업생,학교밖청소년,불안정노동자들의이야기이자,1990년대에태어나2010년대에청소년기를보내고2020년대에청년기를지나고있는사람들의이야기이기도하다.
이책에는모두여덟명의청(소)년의이야기가담겨있다.조부모부터대를이어내려온우울증과중독으로고통을겪고있는소희,성실하게생활하면그에따른보상을받으리라고믿지만한편으론불안한모범생영성,어려운환경에서도정말원하는일을위해자신의선택을밀고나가는지현,가족의무관심과방임속에서도사색하는시간을통해좋아하는일을찾은연우,어머니의병과빚때문에꿈을포기하다가독립하게된수정,전과자라는편견과오해속에서도자신을끊임없이바꾸고채워나가려는현석,‘돈좀만지는사장님’이되기위해아르바이트에전념하는우빈,학교밖청소년으로자존감이많이낮았지만이제자기자리를찾은혜주가이책의주인공이다.저마다성격도,삶에서추구하는일도,구체적으로처한상황도다르지만,어느지점에서는놀랍도록닮아있다.가난한가정에서성장한다는것은삶에여러제약이많다는뜻이고,정신적으로취약해지기쉽다는뜻이며,‘가족’에대해지나치게많이생각하게된다는뜻이자,가난에서벗어나야한다는짐을지고있다는뜻이기때문이다.
그렇다면불우한가정에서성장한청소년이가난에서벗어난다는것은무엇을의미하는가?그것은단순히대학에합격하는것도,졸업후안정적인일자리에취직하는것도아니다.이책은“빈곤은단순히낮은소득이아니라기본적역량의박탈”이며역량은“개인이가치있게여기는삶을영위할수있는실질적인자유”(146쪽)를의미한다는아마티아센의이야기를따른다.그렇기에가난을벗어난다는것은역량을되찾는과정이며,이과정에서가난,가족,다른사람들과사회에대한인식의폭을확장하고자기자신을고유한욕망을지닌독립된개인으로서이해하게될때아이들은부쩍성장한다.이러한가난이야기가성장담일수밖에없는이유다.또한이여덟명의청(소)년들은친구,가족,학교,지역아동센터,사회복지관,일터로부터크고작은도움을받으면서여기까지왔다는것을잘알고있다.그러므로저자는이들이“자신이힘들때누군가로부터도움을받았듯이자신의이야기가누군가에게도움이되기를원했”(8쪽)다고쓴다.자신이세상으로부터받은것을돌려주고자하는마음,자신의이야기가공동체의자원이되기를바라는마음,이들의“진정성과용기”는이책에서가장빛나는지점이다.
정책연구자가된교사가전하는사랑의말들
『가난한아이들은어떻게어른이되는가』는여덟명의청(소)년이경험한지난10년간의기록인동시에,20년넘게지속되어온저자의고민이맺은결실로서,제자들앞에서결코무력해지지않으려는한교사의책임감있는기록이기도하다.이책의저자강지나는경기도소재중고등학교에서영어를가르쳐온교사이자,사회복지정책(청소년)으로박사학위를받고정책과관련된여러편의논문을쓴연구자다.초임교사시절,가난한가정에서학대받는아이들앞에서아무것도할수없는상황을마주했을때,그는그러한상황을어쩔수없는현실로받아들이는대신,실질적으로도움이될방법을모색했다.교사는학교사회복지사,이후엔정책연구자의길을선택했다.그동안의진심어린시간들이고스란히이책에담겼다.자신의삶을성찰하는가난한청(소)년들의목소리와함께,저자가교육현장과복지현장에서끄집어낸생생한증언과통찰들이여기있다.
하지만이책은감정적인접근은최소화한다.저자는“세월과함께이들의변화와삶의굴곡이고스란히전해졌고때로는애처롭고가엾다가어떨때는존경스럽고대견하다는느낌이무수히교차했다”(8쪽)고쓰지만,그러한마음은보이지않는흔적으로남는다.이책의각장은여덟명의청(소)년의목소리가전면에나서는전반부,그리고이들의이야기로부터이끌어낸핵심주제또는의제를논의하는후반부로구성된다.전반부는저자와인터뷰참여자들이10년넘게관계를유지해온만큼따뜻하고긴밀한대화에함께하는듯한느낌을전달하며,여덟명각각의개성과말투,감정이매우생생하게살아있다.반면,후반부는이들개인으로부터거리를두고좀더일반화된문제를분석한다.인터뷰참여자개인에대한애정,그리고연구자로서의냉정함과차분함을잃지않으려는마음이교차되며,이조금다른결의이야기들은가난한청(소)년들의생애,마음풍경,가난의사회적구조를입체적으로조명해낸다.이렇게볼때,이책은‘사회적책임’을다하려는한교사가사랑하는아이들에게미처하지못한말들을전하는,또는오랫동안보내려고애쓴끝에결국은도착하게된소중한편지라고도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