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듣는다

모두가 듣는다

$17.50
Description
6년 만에 우리 곁에 찾아온 루시드폴 신작 에세이

음유시인 루시드폴의 한층 깊어진 사유, 한결 넓어진 음색
지금, 그가 당신의 세계에 귀 기울입니다
외로운 마음들을 따스한 목소리로 감싸온 루시드폴이 6년 만에 신작 에세이로 독자들과 만난다. 아름다운 선율뿐 아니라, 서정적인 노랫말로도 널리 사랑받아온 그는 그간 『아주 사적인, 긴 만남』 『모든 삶은, 작고 크다』 『너와 나』 등의 책을 발표했지만, 서한집이나 사진집, 음반과 결합된 방식이 아닌 단독 산문집으로는 첫 책이다. 그런 만큼 이제까지보다 진솔하고도 내밀한 고백을 담고자 애썼다.

저자

루시드폴

음악인이자감귤과레몬나무를돌보는농부.2001년《LucidFall》을시작으로2023년《Being-with》까지여러장의음반을냈고,책『아주사적인,긴만남』『모든삶은,작고크다』『너와나』등을쓰고옮겼다.

목차


―하나

함께추는춤
모두가듣는다
나의작은작곡가
들리지않는몸짓
나를기울이면

―녹음수첩

―둘

크리스마스카드
익숙하고낯선바람사이로
숨소리
세상에서가장짧은악보
너머
신서시스트
모난소리
필름과테이프
무대의시간
비단에수를놓듯
음악의맛

―《Being-with》를위한라이너노트

출판사 서평

작고여린존재들에귀기울이는
한음악가의사려깊은속삭임

2019년,루시드폴은반려견보현의소리로만든음악들로채운특별한음반《너와나》를발표한다.음반에는‘보현작곡,루시드폴편곡’이라는크레딧이실렸다.그는보현뿐아니라나무와도함께음악을만드는작업을시도한다.그가초대한아티스트‘아기진귤나무’와의협업과정은책속「나의작은작곡가」에실려있다.이글에서그는한사람의음악인으로서‘음악’이라는사건,그리고‘작곡가’의정의(定義)에대해생각한다.
책의표제작이기도한「모두가듣는다」에서는한걸음더나아가‘소리’와‘듣는다’는것의의미를사색한다.‘듣는다’는표현은자칫음향을청각기관을통해감지하는작동으로만협소하게오해될수있다.그러나누구보다소리에대해신실하게탐구해온음악인으로서그는이번산문집에서듣는다는의미를새로이탈구축한다.그에게있어듣는다는행위는비단소리만을감각하는것이아니라,나의소리를낮추고타자의울림에감응하는의미를지닌다.

함께있지만아무도애써듣지않는,세상의살갗아래에숨어있는소리들이있다.그런소리로음악을만들면어떨까.그음악을함께듣고,들리지않던소리에귀를기울이면,타자의아픔도조금더들을수있지않을까.
―「나를기울이면」,55면

그는타자의아픔을외면하지않고,세계의아름다움을보다다양한방식으로‘통역’하기위해몰두한다.책의표지에제목을점자로싣고,자신의목소리로책의전문(全文)을낭송한오디오북을제작하며(12월중순출간예정),신작출간기념행사를수어통역사와함께하는배리어프리(Barrier-free)북토크로진행하는것역시공감의가능성을넓히고,보다많은존재와손잡기위한바람의표현이다.
음악공연과함께하는북토크에이어12월18일부터는서울정동에위치한갤러리‘스페이스소포라’에서책『모두가듣는다』를더욱폭넓게느낄수있는전시〈모두가듣는다〉가열린다.루시드폴의글,사진과더불어음악여정의오랜벗인기타,소리채집에쓰인녹음기,필름카메라등의애장품도전시될예정이어서기대를모은다.
긴시간‘사람’의마음을위로해온그의목소리는이제그‘너머’를향한연대로확장한다.책의커버와속표지로FSC인증을받은친환경종이이자,목재대신사탕수수의찌꺼기,농업부산물을원료로만든비목재지(Tree-freepaper)를택한것또한그러한노력의연장선상에있다.

당연한얘기지만동굴에도수많은동식물이산다.누군가는그들의소리를듣지만,누군가는들으려하지않는다.찻길을넓힌다고수십년넘게살아온나무를잘라낸숲이있다.어떤이들은그곳에사는맹꽁이와쇠똥구리와긴꼬리딱새의소리를듣지만,또어떤이들은아무것도듣지않았다.그리고아무렇지않게나무를잘라냈다.
들리지않는데대체뭐가문제냐고묻는이들에게이렇게말하고싶다.아무리“세상은듣지않는다”해도함께사는타자의몸짓을애써듣고,보려는사람도우리곁에는정말많다고.
―「들리지않는몸짓」,47면

그때도,지금도,여전히처음처럼우리를설레게하는
루시드폴의고백

1부에실린글들이근래그의지향성이맞닿은지점들을이야기한다면,2부에실린「크리스마스카드」「익숙하고낯선바람사이로」등의글에서는애틋한유년시절을추억해,20여년간사랑받아온‘루시드폴’이라는한음악인의시원(始原)을엿볼수있다.
사랑하는가족을떠나보내는애도의과정을담은「너머」,지난봄세상을떠난류이치사카모토를추모하는「숨소리」와같은글에서는소중한존재를음악으로되새겨기억속에간직함으로써,읽는이들에게도깊은여운을남긴다.
책의첫장을여는「함께추는춤」에서는관객과청중에게“음악을연주하고들을때,우리는모두가함께춤을”추는것이라는고백을전한다.공연장객석에앉은이들역시“무대에선나를울리며,나역시그들의몸짓을듣”는다는대목은그의음악을오랫동안아껴온팬들에게뭉클한감동을선사한다.

그들은무대아래에있는연주자다.무대에서건너온소리를되돌려주는그들의몸짓이다시나에게전해지고,서로마주한우리는마치앨빈의방에놓인마이크와스피커처럼춤을주고받는다.공연이계속되는한,우리는함께춤을추는것이다.
―「함께추는춤」,19면

음악을완성하는과정을요리에빗댄마지막글「음악의맛」또한예술가의작업방식과창작의영감이궁금했던이들에게반가운읽을거리다.이어지는‘《Being-with》를위한라이너노트’는새음반발매를앞두고책을통해먼저선보이는글로,루시드폴의신작을기다려온독자들을위한특별한선물이다.

음악은세상어디로든흘러간다.그러므로나도모르는누군가가또어디에서내음악을맛보게될지알수없다.모두가각기다른풍경속에서음악의맛을보겠지.내음악은어쩌면요리가아니라작은풍경하나를얹는소담한접시는아닐까.아니면세상의무수한맛을아주조금돋보이게해줄한꼬집소금은아닐지.무엇이면어떨까싶다.지금내가가진모두를쏟아만든이맛을누군가맛보아준다면.그리고그사소한맛이누군가에게아주작은의미라도될수있다면말이다.
―「음악의맛」,231면

그는새책『모두가듣는다』에서도한결같이음악으로,문장으로“작은풍경하나를얹는소담한접시”를마련해독자에게건넨다.이제그무구한접시위로독자들이각자자신만의아름다운풍경하나를얹을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