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후이는이저작을통해21세기중국이어디로갈것인지에대해
가장명쾌한중국식의해명을내놓았다!
이책이출판된이후중국학계에서는제국·조공체계·천하·문명국가·대일통등과관련된토론이다시활발해졌고,또한유럽·미국·일본·한국에서도관련된논의들이서로반향을일으키며논쟁을일으켰다.이러한개념이나범주의재등장은민족국가패러다임에대한불만에서비롯된것이다.그러나많은상황속에서,또한민족국가라는프리즘을통해중국과그역사변화를관찰한결과라고할수있다.하지만19세기이후제국,문명등의범주는민족국가및민족주의사상과얽히면서종족화되고단편화되는과정을거쳤다.예를들어근대일본이제시한동양개념및그유교문명권은국가를초월한문명의범주이지만,이범주는중국의광활한서역,북방및그문명의다양성을개괄해내기어렵다.따라서이책은제국또는문명국가개념으로민족국가개념을대체할것을건의한것이아니라,제국.국가이원론을비판하고유학을중심으로한정치문화가어떻게트랜스시스템사회(trans.systemicsociety)에서작동하고시대적조건에적응하고변화하는지를탐색한다.
_왕후이,「한국어판서문」중에서
왕후이는왜‘근대’를이야기하는가?
동아시아에서근대란단순한시공간의좌표가아니다.이는‘근대’를‘근대화’로바꿔보면바로확인할수있다.동아시아에서의‘근대화’란‘서구화’에다름아니다.이런사실을바탕에깔고다시동아시아에서의‘근대’를바라보면,그‘근대’가‘서구’라는가치적지향점을가지고있는좌표임을쉽게이해할수있다.그런맥락에서왕후이의이저작은제목그대로이러한동아시아의틀안에속한중국의근대에등장한사상에대한추적이자분석이다.
왕후이는중국의근대를설명하기위해‘근대’에서부터이책을시작하지않는다.마치조너선스펜스가현대중국을설명하기위해명대말기부터설명을시작한것과유사하게,아니더철저하게송대(宋代)까지거슬러올라간다.그리고송.명.청에서근대로이어지는과정의사상을일반사상사처럼기술하는것이아니라,일본교토학파의태두나이토고난이제기해세계적으로공인되다시피한‘당송변혁기론’(唐宋轉變)으로부터시작해,그기저에깔린서구의‘제국-민족국가’라는발전도식자체에까지문제를제기하면서논지를전개해나간다.
왕후이는중국과관련한서구와일본의역사서사에대한분석과논의를전개하며,우선중국을규정하는두개의지점을논파한다.
하나는19세기근대국가와그정치문화가확립되는과정에서중요한변화를겪은서구의역사관념,곧헤겔과막스베버를비롯하여세계사의주체로서민족국가라는프리즘속에서역사를공간화하고철학화하는가운데중국을제국-국가이원론에놓고‘전근대적문명’으로규정한강고한담론에대한문제제기이다.
다른하나는나이토고난을위시한일본학자들이서구근대성과평행한동양적근세의담론을구성해간‘당송변혁기론’이다.
왕후이는이들담론이서로다른목적의식을갖지만,기실국가중심의서사로서그것은결국중국을하나의제국,하나의대륙/문명으로간주하면서‘국가가아니라고보는것’의문제,혹은그닮은꼴찾기에해당하므로바로그담론들이위치해있는근대적시간에대해질의한다.그리하여왕후이는중국의근대를어떻게이해할것인가의문제를사상사의관점에서해명해나가고자한다.
사상으로중국역사다시쓰기
2004년에이책의초판이나오고,2008년재판수정본이나오기까지4년의세월은중국이베이징컨센서스(BeijingConsensus)로대국굴기한시점이다.2008년베이징올림픽개막식에서는공자가3천명의제자를이끌고무대전면에등장했다.그장면은중국이세계사적보편으로군림했던전근대의시간성을국가차원에서공자와유가사상으로‘불러오기’를한것이라는점에서문제적이었다.
왕후이는중국초기근대성의구축과정을‘유교의사상적전환’이라는시세(時勢)와이세(理勢)의역사적소환과맥락화로해명한다.즉,사상사의관점과방법으로중국식근대를규정하고있다.그것은‘아시아정체론(停滯論)’혹은‘중국정체론’이라는,서구가규정한오래된이분법적인인식틀,‘중국위협론’으로현재화된서구오리엔탈리즘의지배서사를정확하게겨냥한다.왕후이는근대중국을제국.민족국가의이분법속에서근대로나아가기위해외부의충격에의존할수밖에없는낙후한제국질서와사회문화적상태로규정한고정된중국관혹은중국근대사관의해체와전환을촉구한다.
왕후이의이책은바로세계지배질서의전환이라는시세(時勢)에공자와유가의21세기적도래가갖는함의를역사적통찰과세계사인식틀의전환문제로제기함으로써,올림픽개막식무대에서의공자의소환이그저국가과시의촌극에그치는것이아님을확연히느끼게한다.중요한것은,중국에새로운왕조가세워질때통치이데올로기를제시해온과정의역사적맥락이고,그전환적기점들에대두한사상적부침이다.중국은사상적준비가수반될때에만통치질서가구축될수있었고,그로써제국중국이구성되었기때문이다.
왕후이가‘유교의사상적전환’으로중국의근대를이야기하는까닭은송.명.청에서근대로,그리고현대의중화인민공화국으로이어지는중국의장구한역사에대한자기확인의욕망과이를세계사속에자리매김하고자하는구상일수있다.
왕후이는오늘날중국의탈정치화(脫政治化)상황을직시하며그근본원인이당(黨).국가체제의일원화에있음을주장한다.즉,인민의생활과요구를정치에직접적으로반영한다는‘인민민주’를제1원칙으로삼던중국공산당의노선이점점관료화되고,이론투쟁은권력투쟁을중심으로하는정치투쟁으로비화하면서,정치가탈정치화되기시작했다.또한개혁개방이후자본활동이활발해지고그에따른재계급화가진행되면서인민평등의원칙도위기를맞았다.왕후이는이러한중국의현대정치를‘탈정치화된정치’라는말로요약한다.즉,중국공산당이이데올로기적기능과역할을간과함으로써정부의정책에대해전향적으로견인해내지못하고부정부패의남상이되는현실을비판하고있는것이다.
왕후이는중국식사회주의의정치적·경제적·사회문화적개진을위한사상논쟁의장을열고현실정치의올바른지향을추동해내야한다고역설한다.이러한왕후이의이론적,실천적행보야말로송대유가가천리(天理)의기치를들고사상적역행을통해이룬유학적제국,그리고명청시대신제도론과경사지학(經史之學)이이민족의통치아래에서도새로운실천철학의지평을열었던장구한정치사상의역사전통을21세기의관점에서재조명하고자한사상적도전이아닐까한다.왕후이의이러한주장과행보는중국공산당의입장에서는뼈아픈일침일것이다.그는중국역사의엄정한사상사적맥락,연속과불연속의동학(動學)을계승하여사상의전환국면을만들어가는지식인의역할을자임한것이라할수있다.
왕후이는중국역사상각시기별사상과제도와정책을직접연계해세밀한분석을진행한다.과거대부분의사상사계열의연구는역사적배경이나사회적배경을짧게소개하고,제도사나정치사에서는사상적배경을간단히설명하는정도에머물렀지만,왕후이는본격적으로사상과제도가어떻게호응하는지를집요하게천착하며,송-명-청에서근대로이어지는중국사상의발전이사실은서구를기준으로하는일반적인발전도식과다름을드러냄으로써,자연스레‘당송변혁기론’이나‘제국-민족국가’라는분석틀의한계를드러낸다.
이에전통사상을분석하는과정에서왕후이가주목한것은‘예’(禮)이다.‘예’야말로중국전통사상의핵심개념이면서동시에중국정치에서의정권과제도개혁및시행에전제되는‘합법성’을확보해주는명분이기때문이다.그래서이같은‘예’를통해,정치적변화가필요할때사상이이를어떻게주도하며,사상의변천과분기(分岐)속에제도가어떤동력으로작용하는지를분석한다.
물론왕후이가이책을통해거둔성취는왕후이의논리속에서의성취일뿐,그성취내용에대해객관적인시비득실을따지는것은별도의문제이며,교토학파의‘당송변혁기론’처럼국제적인보편학설의하나로자리잡을수있느냐하는것은미지수다.이부분에대한판단은독자의몫이다.하지만그판단이어떻든지간에,왕후이에의해중국사상사에대해기존에없던새로운거시적관점과분석틀이제시되었다는사실은그자체로충분한가치가있다.
이책의내용
『근대중국사상의흥기』는상하각2부,네권으로이루어졌으며,글자수가9만자에달하는방대한저작이다.2004년에초판이나왔으니,20년만에한국어판이출판된셈이다.게다가완역본은한국어판이유일본이다.
왕후이는북송때부터중화민국초기에이르는천년간의사상적변화맥락을중국이근대를이루어가는중요한경로로제기하여,‘중국’과‘중국근대’에대한중국내재적발전의시각속에서이해를촉구한다.
지난천년의중국역사에대한역사학논쟁에중요한공헌을한것으로평가받는이책은매우명징한문제제기로시작한다.‘중국’을어떻게이해할것인가,그리고‘근대’와‘현대’를어떻게이해할것인가?저자는이책의목적이중국지성사의기원을밝히는데있는것이아니라,서구의시간적목적론과는다른당시의유교적세계관과인식론에내재한역사적인식의틀을밝히는것이라고하였다.
저자는네가지주제를중심으로문제에접근한다.‘리(理)와물(物)’,‘제국과국가’,‘공리와반공리’,‘과학담론공동체’가그것이다.이번에출간한두권은상권제1부,제2부에해당하며1부는‘리(理)와물(物)’,2부는‘제국과국가’이다.
논의의중심은유학의전환과청조의제국건설과정과중국의근대적국가건설과정의중첩문제를해명하는것이다.곧북송시대부터점차형성된천리세계관의역사동력은무엇이며,청대제국건설과근대중국이라는국가건설은그것과어떤관계가있는가.저자는이주제논의를통해네가지문제의지점을설치하고사상회통의방식으로해명해나간다.
첫째,유학및그전환을중심으로한사상전통.
둘째,다민족왕조내부에서유학은어떻게이하지변(夷夏之辨)의서로다른족군(族群)관계를처리하고,‘중국’이라는함의를규정했는가?
셋째,청대제국전통과근대국가전통형성간의관계및그내외관계모델.
넷째,민족주의와근대지식·제도의형성을통해중국의독자적인초기근대성형성문제.
저자는제국과국가,봉건과군현,예악과제도라는정치제도와관련한세쌍의개념을중심으로중국과중국의근대를이해하지않으면안된다는문제인식에서,북송이후중국유가의역사적단절의식과시세판단에기반한사상의재구성노력을의미화하고자한다.송대유가는천리의세계관이라는이학(理學)의유학형태를갖추고발전시키며당시정치제도를개혁하고자하였다는점에서,그정치성이확연한사상의맥락,그역사동력의내재적과정을해명해내는것이다.여기서중요한것은사상의구성성이라는입장이고,방법으로서의사상대화이다.‘내재적인시야는당대와의끊임없는대화과정속에서생산된다’는언명에서확인할수있듯이저자는중국과그근대를해명하는시각과방법으로시세라는역사인식틀을전통사상의전환맥락에서가져온다.그리고서구의제국-국가이원론과일본의당송변혁기론에대해그것이근본적으로자본주의와민족국가라는틀에서중국에대한규정적시각을가지는문제를논파한다.그런데그것은최근‘포스트민족국가’담론,곧제국담론이나새로운민족국가연구의성과들을최대한수렴하여당대적사상의재구성을끈질기게지향한다는점에서일방적문제제기의한계를넘어서고있다고할수있다.
이책에서는특히책전체를이끄는글인‘도론’(導論)이매우중요한데,저자는도론에서중국사상사의분석과정에서다룰이론적문제들을펼쳐보인다.그핵심내용은우선중국역사의지속적인변화속에서,여러왕조가각자의방식으로중국왕조로서의합법성을구축하였는데,이과정은직선론적역사서술,그연속성의시각으로파악할수없다는것이다.따라서왕후이는‘시세’(時勢)와‘이세’(理勢)라는개념을가지고시간목적론과는다른역사인식의틀을제공하고,그것이동시에각시대의유학세계관과지식론에내재함을정밀하게분석한다.‘천리의성립’을군현제국가,종법봉건문제,토지제도,세법제도,양송(兩宋)시대의이하지변등의문제와연관해서논구하는것이다.여기서눈에띄는지점은유학의전환도중요하지만그것이이하지변의역사적맥락을추적하며어떻게중국이다른족군과관계맺기하며그사상적기조를변화시켜왔는지를해명하는대목이다.
왕후이는한국어판서문에서‘신형세계관의구성’이라는시진핑정부의신형대국론의관점을상기시키며,그중국화의구성성에초점을맞추고궁극적으로청나라가이민족으로서어떻게새로운근대국가로의전환을위한경로를만들어왔는가를규명한다.그것은오늘의중국이일대일로와상하이협력기구등세계지배질서의다극적체제로의전환을기도하는사상적기저는무엇인가를가늠할수있는중요한참조체계가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