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중국사상의 흥기 3 하권 제1부 공리와 반공리 (양장)

근대중국사상의 흥기 3 하권 제1부 공리와 반공리 (양장)

$40.00
Description
20년 만에 나온 완역본 『근대중국사상의 흥기』(전4권)
『근대중국사상의 흥기』는 2004년에 처음 출판되었다. 2010년에 개정판이 출판되고, 2018년과 2020년에 재판이 나왔다. 저본은 상하 두 부분으로 나뉘고 총 4권 1,700면에 이른다. 2010년 아카데미아 유니버설 프레스(Academia Universal Press)가 이 책의 서문만 이태리어로 번역해 『제국인가 민족국가인가? 중국의 근대 사상』(Impero o Stato-Nazione? La Modernita intellecttuale in Cian)이라는 제목으로 단독 출판했다. 2011년 이와나미서점(岩波書店)은 『근대중국사상의 생성』(近代中国思想の生成)이란 제목으로, 책의 서문과 도론만 번역해서 출판했다. 이후, 2015년 하버드대학 출판사에서 출판한 책과 이탈리아에서 출판한 책은 모두 이 책의 도론만 번역한 것이다. 2023년 하버드대학 출판사가 다시 1천여 쪽에 이르는 단행본 The Rise of Modern Chinese Thought를 출판했는데, 그 내용은 『근대중국사상의 흥기』 상권 1, 2권을 합본한 것이다.
이번에 출간한 한국어판 『근대중국사상의 흥기』는 저본과 같은 상하 전4권의, 세계에서 유일한 이 저서의 완역본이다. 이 책이 중국에서 출간된 지 꼭 20년 만이고, 백원담 교수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중국학자들이 번역에 착수한 지도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번역과 출간에 이처럼 많은 시간이 소요된 까닭은 방대한 분량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 속에 담긴, 중국 송나라 때부터 근대 시기까지 등장한 수많은 사상 및 학자의 이론을 종횡무진 섭렵하기 때문이다. 왕후이는 중국 근대에 등장한 사상을 추적하고 분석하기 위해 송나라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집필을 시작한다. 마치 조너선 스펜스가 현대 중국을 설명하기 위해 명대 말기부터 설명을 시작한 것과 유사하게, 아니 더 철저하게, 송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송-명-청에서 근대로 이어지는 시기의 사상의 흐름을 담아냈다. 이 책의 1, 2권(상권 제1부, 제2부)은 올해 4월 15일에, 그리고 이 책 3, 4권이 7월 15일에 출간됨으로써 비로소 완역본 『근대중국사상의 흥기』(전4권)를 세상에 내놓는다.
저자

왕후이

저자:왕후이
1959년장쑤성양저우출생.칭화대학중문학과교수.중국사회과학원에서루쉰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고뉴욕대학을비롯한미국의다른대학들의초빙교수를역임했다.1989년천안문항쟁에참여한전력으로강제이주처벌을받기도했다.주요저서로『단기20세기』,『탈정치시대의정치』,『죽은불다시살아나』,『새로운아시아를상상한다』등.

역자:양일모
서울대학교철학과및동대학원을수료하고,도쿄대학대학원인문사회계연구과동아시아사상문화학전공으로박사학위를취득하였다.현재서울대학교자유전공학부교수로재직중이다.한림대학교인문대학철학과교수를지낸바있다.저서로『「세계와인간에대한동양인의사유』(공저),『21세기의동양철학』(공저)등이있고,번역으로『학생과교양』,『중국민족주의의신화』(공역),『공통감각론』등이있다.논문으로는「중국의근대성과엄복」,「근대중국의서양학술수용과번역」,「J.S.Mill과근대중국」등이있다.

역자:백지운
연세대학교중어중문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近代性담론을통한梁啓超啓蒙思想재고찰」(2003)로박사학위를받았다.일본게이오대학,베이징칭화대학,대만둥하이대학에서수학했으며,현재서울대학교통일평화연구원조교수이다.『창작과비평』,『역사비평』,『人間思想』,『文化硏究』,Inter-AsiaCulturalStudies편집위원으로활동하고있으며,동아시아탈/냉전의관점에서평화연구의방법론을모색하고있다.최근저작으로「혁명원조에서특구건설로:시아누크빌을통해본아시아냉전의역설」(2020),「민족문학,제3세계,동아시아:최원식의동아시아론의구조와계보」(2020),「독백과망각의전쟁:중월전쟁과아시아냉전의역설성」(2018),“AtopicMomentsintheSquare:AReportonDespairandHopeaftertheCandlelightRevolutioninSouthKorea”(2020),“‘OneBeltOneRoad’andtheGeopoliticsofEmpire”(2019),『혁명후/기』(2016,역서),『양안에서통일과평화를생각하다』(2016,공편)등이있다.

역자:김영진
1970년경남삼천포출생.동국대학교불교학과를졸업하고,1998년동대학원에서중국위진(魏晉)시대불교연구로석사학위를받았고,2005년『제물론석』저자장타이옌[章太炎]의불교사상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이화여대철학과박사후과정,동국대BK21연구단박사후연구원,인하대한국학연구소HK연구교수,동국대불교학술원HK연구교수,캐나다UBC아시아학과방문학자를거쳤고현재동국대학교WISE캠퍼스불교학부교수이다.
그간『중국근대사상과불교』,『공(空)이란무엇인가』,『근대중국의고승』,『불교와무(無)의근대』,『중국근대불교학의탄생』을썼고,이들5권의저서가문광부와학술원추천우수도서에선정됐다.이외『대당내전록(大唐內典錄)』(공역),『근대중국사상사약론(近代中國思想史略論)』등을번역했다.제3회대원학술상(저서부문)과제29회불이상(학술부문)을받았다.
박사학위취득이후주로사상사와학술사맥락에서중국근대불교를연구했다.상기소개한책은그과정의성과다.십여년전부터한국근대불교학의성립과불교철학의시도라는주제로연구를확장했다.최남선,김법린,백성욱등몇몇불교계혹은불교관련인물의사상과학술을분석했고,식민지시기불교계의서양철학및서양사조수입에대해서도관심을갖고근대간행불교잡지를천천히읽고있다.향후수년간이분야에집중할요량이다.

감수:윤영도
연세대학교중어중문학과를졸업하고같은대학원에서석사및박사학위를받았으며,현재성공회대학교동아시아연구소의HK교수로재직중이다.지은책으로『냉전아시아의문화풍경』(1,2권,공저),『귀환혹은순환』(공저),『아시아의접촉지대』(공저)등이있고,옮긴책으로『중국의경제지리를읽는다』(공역)가있다.

목차

제8장우주질서의재구축과자연의공리

제1절옌푸의세가지세계관
1.번역과문화읽기
2.‘집단적에너지’와‘허’(虛)로써사물을받아들이고‘무’(無)로써용(用)을삼는‘중앙집권’
3.‘명(名)의세계’와‘역(易)의세계’
제2절‘역(易)의세계’:‘천연’개념과민족국가의근대성방안
1.‘천연’개념과‘역학’의우주관
1.1.사회진화론에관하여/1.2.헉슬리의순환적진화와스펜서의단선적진화/1.3.‘천연’개념으로구성된‘역학’의논리
2.사회의발전과정,윤리원칙과국가문제
2.1.헉슬리의진화범주에서삼중의영역과삼중의규칙/2.2.스펜서의방임주의와‘통제의집중화’/2.3.임천위치(任天爲治),보종진화(保種進化),힘의숭상의문제/2.4.군기권계(群己權界),무위(無爲)의정치와중앙집권
제3절‘군(群)의세계’:실증적지식의계보와사회의건설
1.‘군’개념의분화적특성과총체성
2.‘군학’(群學)을목적으로하는분과학문
제4절‘명(名)의세계’:귀납법과격물의과정
1.‘밀의명학’중의귀납/연역,실험/직관
2.‘진’(眞)과‘성’(誠)의호환과격물의과정
3.직관주의비판과주희와육구연의논변
4.‘생각과경험의일치’와불가지론
제5절근대성방안의‘과학’적구상

제9장도덕실천의방향과공리의내재화

제1절량치차오의조화론,근대성에대한부정과긍정
제2절1896∼1901,‘삼대의제도’와‘분과학문’
1.공양학과변법:캉유웨이의영향
2.삼대의제도,분과학문,그리고‘군’(群)의이상
3.인지와수신:도덕실천으로서의과학적방법
제3절1902∼1917,과학의영역과신앙의영역
1.과학,종교그리고지식론의문제
2.두개의이성,공리주의와근대묵학(墨學)연구
3.진화개념,민족주의그리고권리이론
제4절1918∼1929,과학과사람중심의세계
1.문명의위기와진화론의도덕적시야
2.지행합일,순수경험과인간의세계

제10장무아의자아와공리의해체

제1절장빙린이말하는개체와자성,그리고공리비판
1.개체개념은왜임시적이고심연이없는가?
2.정체성문제는왜일종의도덕적성향으로이해됐나?
3.개인관념의반도덕방식과확정된가치에대한탐색
제2절임시성의개체관념과‘공리’에대한해체―반근대적인개체개념은왜또다시보편성으로돌아갔나?
1.근대적태도:개체를군체진화라는시간목적론속에집어넣다
2.반근대적태도:개체를군체진화라는역사목적론과연관짓는것을거부하다
3.소극적인자유:개체관념의내포와‘공리’세계에대한비판
4.자연법칙과인도(人道)의원칙
5.무아의개체는도덕의기원이될수없다
6.아뢰야식,무아로서의자아,그리고다시보편성으로의회귀
제3절민족국가와장빙린정치사상중의개체관념―개체/국가라는이원론방식에서왜사회를생략했나?
1.개체개념은왜반국가적이고무정부적인가?
2.개체/국가이원대립의논술방식에서어떻게개체/민족의관계를이해할것인가?
3.개체/국가의논술방식과만청국가주의
4.개체/국가라는이원론적논술방식가운데왜사회범주를생략했나?
5.집단의부정(1)―개체에입각해서대의제와정치평등문제를비판한다
6.집단의부정(2)―상업에대한부정은누가국가권력을향유하는가와연관된다
7.집단의부정(3)―학회와정당그리고국가권력의확장
8.집단의부정(4)―개인,민족주의와그것이보인신사―촌사공동체에대한부정
9.‘개체는참이고단체는거짓’이라는여러겹의정치함의
제4절개체관념,종교건립론과‘제물론’세계관의인간중심주의에대한지양―무신론적근대맥락에서무엇이도덕의기원인가?
1.무신론그리고도덕재건을목적으로삼는종교실용주의
2.‘의자불의타’주장과불교삼성설
3.종교본체론과개체의의의
4.제물론의자재평등:본체는형기가아니며,이치는언어를끊고,명상을씻어낸다
5.개체/본체의수사방식과자연의공(公)

주(注)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근대중국사상의흥기』는중국의주요사상가와그들의사상자원을중심으로‘중국’의의미와그근대성의의미를탐색하는책이다.

1권(상권제1부)‘리(理)와물(物)’,2권(상권제2부)‘제국(帝國)과국가(國家)’에서는서구의‘제국-국가이원론’을비판하면서19세기말이전까지의유가(儒家)사상을중심으로서구와는달랐던중국의‘제국’과그전통사상·담론들의계보를추적하고있다.3권(하권제1부)‘공리와반공리’,4권(하권제2부)‘과학담론공동체’에서는1894년청일전쟁이후망국의위기에처한중국의지식인들이서세동점(西勢東漸)이라는시대의조류에대응하기위해서구근대사상문화와의전면적인접촉과수용을통해어떻게새로운시각으로‘중국’의의미를재구성하고,새로운지식권력이사회문화적인규범화와제도화를통해중국의근대성을형성해갔는지를분석하고있다.

3권(하권제1부)‘공리와반공리’에서는청일전쟁에서신해혁명사이(1894∼1911)청말중국사상계를주도한세명의사상가,즉옌푸(嚴復),량치차오(梁啓超),장빙린(章炳麟)을중심으로논의를전개한다.이세명의사상가가서구근대사상자원을수용함과동시에전통사상자원을재해석함으로써,사회변혁을위하여군체(群體)와개체(個體)개념을둘러싼이념과제도의합법화를위해유가중심의천리(天理)세계관으로부터공리(公理)세계관으로전환해가던과도기적상황을기술하고있다.

4권(하권제2부)‘과학담론공동체’에서는유럽제국주의와자본주의의전세계적확장으로인해위기에처한청나라말기이래중국의상황에서,근대적사회와국가를건설하기위한새로운사상적,세계관적기초로서과학관념을중심으로한공리세계관이출현하게된역사적의의와그것이근대중국의사회와지식,사유의기본틀로확립되어가는과정,즉천리세계관이공리세계관으로대체되어가는과정을사상ㆍ지식ㆍ제도ㆍ국가의상호관계속에서분석하고있다.

중국근대사상의토대,공리세계관과과학관념

천리세계관에서공리세계관으로의전환은단순히세계관의전환만을의미하지않는다.세계관의사회문화적기초,제도와규범,관습의종합적인변화를의미하며,근대시기에는궁극적으로천하체제에서민족국가체제로의변화를의미한다.왕후이는19세기말에이르러이전까지중국의도덕적실천,문화적정체성,정치적합법성의핵심개념을구성하고있던도덕/정치공동체의보편적가치관으로서천리세계관과그에의존한제국질서가위기에직면하여해체되고대신공리/과학세계관과그에상응하는민족국가모델로대체되었다고보고있다.

왕후이가상권의도론에서도지적한바와같이,공리개념은유럽의근대인식론의대두와밀접한관계가있을뿐만아니라근대적사회관과인간관,그리고근대과학과정신과학의방법론적전제이자바탕을이루고있다.원자론적인개인주의관념이나인간중심사상을기저로한유럽의근대인식론적원칙이자연의원칙만이아니라이성적이고성찰적인모든존재물에대해유효하고규정력을지닌공정하고이성에적합한도덕원칙을발견하고자하였다면,유사한인식론적전환이청말중국에서도발생하였으며,이후중국의근대는바로이러한새로운인식론에기반한세계관의전개와분화과정이었다.

번역을통해진화론과사회학,그리고논리학이라는서구근대사상의핵심을끌어들여공리적세계관을구축한옌푸로부터,과학ㆍ지식ㆍ이성과도덕ㆍ정치ㆍ종교의조화를통해근대적공리를내재화하고자했던량치차오,그리고불교사상에기반을둔무아(無我)적개체관념을통해근대의자기중심적주체와사회[群]공리에대한반근대적해체를시도한장빙린에이르기까지,3권에서살펴보고있는신해혁명무렵까지는중국전통사상자원과서구근대사상관념들이상호길항하고절합하면서중국의근대적공리세계관의맹아를형성해나갔던시기였다.

그이후5ㆍ4신문화운동과동서문화논쟁을거치는동안중,서사상간의모순과길항은이어졌지만,결국근대중국사상지형에서의주된흐름은과학담론이내재화된하나의새로운공리세계를구축해가는과정이었다.왕후이는바로공리세계관과과학관념이중국의근대사상을형성한토대이고,현재까지도중국사상의근대성문제의핵심에자리잡고있다고보고있으며,그지식계보를탐색함으로써중국근대성문제를반성할수있는사상자원을발굴할수있다고보고있다.즉중국근대시기과학관념의특징과전개,분화를단서로중국근대세계관의형성과근대사회의제도적실천의관계에착목하여중국근대도덕관념과정치관념이근대과학관에뿌리를두고있음을분석하고있다.

근대중국의과학주의에대한거부와비판,그리고왕후이

왕후이가청말이후과학관념에기반한공리적세계관을중심으로중국근대사상의전개과정을서술한또다른이유는80년대이후중국학계의과학주의에대한비판에서보여주듯이,그것이현대중국에대한이해를둘러싼핵심문제로부상했기때문이다.근대적인과학관념을중심으로한공리세계관이중국근대의전개과정에미친영향과결과에대해80년대이후중국및해외의중국학자들은대체로비판적으로바라본다.그들은청말이후중국에서공리세계관의패권적역할을‘과학주의’라고비판한다.여기서말하는과학주의는본질적으로다른과학의영역과사회의영역을구분하지않고,자연에대한접근방식을사회에적용하는방법론적오용을지칭한다.

즉실증주의와과학방법의대상을자연에국한하지않고인류사회전체로전환하는오류를범했다는것이다.80년대이후중국지식계일부에서의과학주의에대한거부와비판에대해,왕후이는그들의목적이과학중심의공리적세계관을비판하기위해서라기보다중국사회주의국가의통치모델에대한비판을통해자유주의시장경제체제를옹호하기위한것이라고보고있다.즉자유주의시장경제체제를주장하기위해,현재중국의통치모델을청말이래과학주의에기초하여사회의다양성과주체성을부정하는일원론적전체주의의산물로서비판하고있다는것이다.

이에대해왕후이는과학주의가중국근대를형성한중심이념인가의여부가문제의초점이아니라,19세기말이래중국에서과학주의가지배적인역할을하게된이유,그리고그역사적맥락과사회적조건이무엇인지를물어야한다고보고있다.바로이점이19세기말중국의근대적변화에대한접근방식과관련하여,왕후이의시각이기존의연구시각과다른점이자본저서가중국근대에대한독특한경관과인식을보여주는점이다.

중국근대형성에서과학은그결과의긍정과부정을떠나서중심축을형성했을뿐만아니라중국근대지식체계와사회구성의기본원리가되었다.그리고이와같이과학또는과학적공리세계관이근대중국의형성에서핵심적인역할을했던데에는당시중국이처한국내외의복잡한역사적맥락이자리잡고있다.새로운윤리관과사회구성원리를위한천리세계관에대한비판의필요성,민족국가의건립과부강의필요성이과학을공리로한세계관을출현하게하였고,이를배경으로과학은교육과사회영역에서지식생산과지식체계의분류모델이되었으며,사회활동과국가운영의사상적토대가되었다.

그러나과학적공리주의는자신을모델로한지식분류로처음내세운자연과사회를망라하는보편적원리에서벗어난이른바비실증적인분야에의해도전을받게되었을뿐만아니라,민족의존립과부강을위해호출되었던과학은오히려민족주체성의확립을위해그가치가비판적대상이되는역설적인상황에처하기도하였다.이와같이특정한상황에서과학의모순적이고역설적인지위와역할을간단히과학주의로평가하고,이를국가사회주의의지적토대로서비판하며자유주의를주장하는것은역사를지나치게단순화하는것이라고왕후이는비판하고있다.

이처럼『근대중국사상의흥기』3,4권에서의논의와분석가운데에는1990년대중국내자유주의계열의사상가들과대립각을세우던신좌파의거두로서,서구중심주의적인담론과언어로부터벗어나서새로운언어와방법론들을중국사상자원으로부터찾아내근대시기중국의사상계보를재조명하고,탈근대적대안을모색하고자했던왕후이의고민들이고스란히녹아있다.그런측면에서보면그런문제들의뿌리이자중ㆍ서사상대립의핵심이라할수있는‘리와물’의문제,그리고서구중심의근대세계체제와국제질서의근간이되는‘제국/민족국가이원론’의문제를중심논제로삼고있는이책1,2권의문제의식은오히려이3,4권으로부터비롯되었다고할수도있을것이다.

중국의신좌파이론가왕후이

칭화대학중문학과교수이자,칭화인문사회고등연구소소장으로재직중인왕후이(汪暉)는중국의정치개혁담론을주도하는‘신좌파’이론가로불린다.‘신좌파’는1990년대에중국의친자본노선을비판하는일군의지식인들을일컫는말인데,왕후이는이들신좌파지식인을대표하는인물이다.1990년대에‘중국의길’(中國道路)을두고활발하게제기된사상논쟁에서신좌파는신자유주의노선을주장하는우파와견해를달리하며사회적공정과평등의가치를주류담론에다시금각인시켰다.왕후이는1984년남징(南京)대학에서석사학위를받았고,1988년에는중국사회과학원에서중국의대표적인현대문학연구자인탕타오지도하에박사학위를받았다.

청조의경학전통을유지해온양주학파,당송(唐宋)문학·원곡(元曲)·왕궈웨이(王國維)전문가,태평천국연구자,어문학자,루쉰연구및현대문학전문가등중국전통학문의대가들을학부와석사과정의스승으로둔왕후이는문혁을거쳐다시문을연78학번,개혁개방1세대로서사회주의중국과포스트사회주의중국에서냉전적학지(學知)를내재화했을것이다.사상의빈곤을절감하며‘박투’해왔을것이라는예상과는다른분명한사상과학문의거처를두고있었던것이니,왕후이의사상사연구작업은그러한탄탄한사상과학문의전통때문에가능했다.1996~2007년동안잡지『두수』(讀書)의주편(主編)을맡으면서중국신좌파의리더로서중국사상담론계를이끌었으며,2013~2018년에는제12기전국정협위원(全國政協委員)으로선출되기도하였다.그리고국제적으로도학술적공로를인정받아2013년10월20일,독일철학자위르겐하버마스와함께루카파치올리상(LucaPacioliPrize)을수상한바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