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운명,제국의폭압에맞선
평범한소년의위대한투쟁
무함마드엘-고라니는차드고란족출신사우디아라비아‘이민자’로,14세까지정규교육에편입되지못하고행상등을하며살았다.그러던중스스로돈을모아일종의IT및영어6개월단기연수를위해방문한파키스탄에서,9/11이후이른바‘테러범’을색출하겠다며광분하던‘미국과그하수인들’에의해사실상납치되어악명높은관타나모수용소로끌려간다.그리고무려8년동안그곳에서억류당한다.그가“6세때부터알-카에다의자살특공대원으로활동”했다고끊임없이주장하던미국정보기관과군대의심문과고문과함께,“고위험,고위협”으로분류된채로.
처음에는잔혹한운명과제국의폭력앞에정신을차리지못했지만,그는이내마음을가다듬는다.‘지금이곳이내삶의터전일수밖에없다.’8년여의수감기간,그는동료수감자들과함께미군을상대로‘게릴라전쟁’을벌인다.노래를만들어부르고,오물을투척하고,주먹을휘두르며,무엇보다도미소짓고크게웃으면서제국이강요하는잔혹한운명에맞섰다.밥말리의노래와함께,샤케르아메르를비롯해잊을수없는수많은수감자‘동지’들과함께,그리고『쿠란』과함께(그는독실한무슬림이다)‘수용소의최고꼴통’은자신의존엄을지켰다.“내가있는자리에서더나은삶을만드는수밖에없다.그것이순리다”라고다짐하면서힘겨운투쟁속에서조금씩성장했다.결코쉬운일이아니었지만,그렇게“관타나모키드”는소년에서청년이되었다.
미국의전쟁이남긴거대한트라우마,
그래픽노블로폭로한‘인권블랙홀’의진실
영화<관타나모로가는길>,<모니타리안>등을통해우리에게그실체가일부폭로된쿠바관타나모미군기지내수용소는,여전히베일에싸인존재다.2001년미국의‘테러와의전쟁’선포이래지금까지전세계에서최소780명이‘전쟁범죄’및‘테러’명목으로이곳에감금됐고지금도40여명이갇혀있다.알려진사망자는9명이다.
관타나모수용소는아프가니스탄,이라크,리비아등에서의전쟁과함께‘테러와의전쟁이벌인국가테러’,‘21세기미국이야기한세계인의상처이자트라우마’의실례로자주거론되지만,삼엄한경계와극심한통제로그온전한실상이구체적으로알려지지못했다.특히수감피해자들의증언을시각화한자료가매우부족한상황인데,『관타나모키드』는무함마드엘-고라니의‘기록적인저항’과상세한증언을바탕으로‘그래픽노블’을통해이를구체적으로묘사하고있다.여러또다른엘-고라니들(관타나모의다른수감자들)의증언과기록,이를소개하며자료를찾아진실을파헤친이들의(알자지라,『위키리크스』,리프리브등)의도움을더해,제롬투비아나와알렉상드르프랑은수용소내캠프위치,기본운영방침부터헌병및해군으로이루어진간수구성,미군의‘표준작전지침’적용과‘기동진압부대’행동수칙,독방운영실태,심리전으로서의심문프로그램까지지금까지제대로알려지지않았던‘인권블랙홀’의실상을아주구체적으로적시해냈다.
‘깃모’라는낙인과만만치않은난관들,
계속되는글로벌사우스오디세이
그자신의투쟁과관타나모수용소를운영하는미국을향한세계곳곳의비판목소리들이합쳐지며생사여부확인과면회조차허용되지않던관타나모수용소에변호사접견이허용되고,재판이시작된다.“6세알카에다조직원”따위의근거뿐이었기에,불리한재판과정조차그의무죄판결을막을수는없었다.그는드디어8년만에미연방법원에서‘무죄’판결을받고바깥세상으로나온다.하지만그후의삶도결코만만치않다.가족과집이있는사우디아라비아가아닌차드로의귀환이결정된건시작일뿐이었다.감금으로인한신체의손상,‘깃모’(Gitmo,관타나모의줄임말.수용소수감자출신들을이르는은어)라는낙인,무엇보다도집요하게이어지는여러‘추적자’들의훼방은그의평온하고평범한삶을지속적으로위협한다.그는위협을피해차드,수단,베냉,가나,나이지리아등중서부아프리카를여전히옮겨다니고있다.
하지만그는여전히운명앞에서무릎꿇지않는다.어떻게든끈질기게생계활동을이어나가고,친구를사귀며우정을쌓고,가정을꾸린다.“여전히관타나모는나를놓아주지않지만,나는감옥에있을때처럼마음을다잡았다.내가있는곳에서더나은삶을살수밖에없다고.”이러한근성이야말로,그의글로벌사우스‘오디세이’가계속되는근본적인이유다.
“가장어두운시기를살아남은한인간의이야기”
“그럼에도그는우리를웃음짓게한다”
무함마드엘-고라니는관타나모수용소의피해자이고,이후의삶에서도난민의지위에처해있다.그와동시에그는미국의패권주의와‘테러’에맞서싸운용감한소년투사였고,어떠한상황속에서도자신의삶을꾸려나가고발전하려는성실한한사람이다.사우디에서행상을하던시절이든,관타나모에갇혀투쟁하던시절이든,석방이후여러나라를옮겨다니는신산한시절이든,그는언제나담담하고끈질기다.때로는부담스럽게사납고,모순된면모와오류도존재하지만,근본적으로선량하고자신의존엄을사랑하는한인간의이야기에는,누군가는<쇼생크탈출>과<인생은아름다워>의장면들을떠올릴그의‘실화’에는묵직한감동이있다.그어려운상황속에서도,그의이야기가우리를웃음짓게하는데에는그만한이유가있다.
결국우리는엘-고라니의모습에서서아시아그리고아프리카에서살아가는수많은이들의모습을겹쳐볼수밖에없다.제국주의,패권주의의침략속에서자주권과평화권,생존권을유린당해온그들의아픔을느끼는것과동시에,물러서지않고커다란벽을향해맞서싸우며역사를변화시키는‘엘-고라니들’의모습을상상하지않을수없는것이다.이책이한국에소개되는2024년,우리는미국주도의오래된‘패권’의지배를거부하는서아시아,아프리카그리고세계곳곳의‘봉기’를‘다극화’라는이름으로접하고있다.이거대한흐름을이해하려면,‘미국의전쟁이남긴글로벌사우스민중의상처와트라우마’에대한깊은공감이필수적일것이다.그리고오늘도어딘가에서또하나의‘게릴라전’을벌이며살아가고있을“관타나모키드”무함마드엘-고라니의이름과삶에는바로그민중의거대한세계사가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