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삶을 가로질러 봄 (노성배 두 번째 시집)

막연한 삶을 가로질러 봄 (노성배 두 번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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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노성배 시인의 두 번째 시집. 2017년에 낸 첫 시집 《한때 꽃이었으면 된다》 이후 8년 만에 내놓는 신작 시집이다.
저자

노성배

시인노성배는1957년전라남도나주에서태어났다.유난히글을그리워했던그녀는삶속에서수도하듯이쓴작품들을모아두었다가2015년현대문학에발표하면서등단했다.부모님이세상강하게버티라고남자이름을지어주었던것처럼,가난의절정에서사춘기도되기전에중학교를마치고일을시작했던어린시절을거쳐,환갑이올때까지불꽃처럼소녀로,엄마로,어른으로살아온것이그녀의전부이다.지금은인생의숙제를끝내고,질긴삶을즐기기로하고안양시장골목에서놀이터같은일터,일터같은놀이터를만들어출퇴근하고있다.

목차

1.막연한삶을가로질러봄

내일/복수/흘리는것들/지금여행중/봄날/골목유정/내엄마/막연한삶을가로질러봄/시인의집앞에죽은화분이있었다/고독한행복/한박자만늦추자/섬/같이삽시다/살림살이/끼려거든/하늘에오르사/습관/사춘기딸사추기엄마/꼭그렇게하지않아도된단다/내일이궁금해서오늘을산다/아버지의눈물/친정집수건/꽃은절망하지않는다/느낌의주인/변한다는것/어른이된아들에게/입닫귀열/카더라/오월의내력/불안/좁은길/다시봄/벽시계

2.평온의지평선아래

반달/정쟁/한류/재활용/들고양이/아파트/버선발/저출산/아리랑/임진강에서/엄마와아내/결혼지옥/착한3.1운동/광화문광장/길을물었다/우리이모/절대적인/스마트폰그리고초인/칼의쓰임/쓰나미/반복의기적/비판/음양오행

3.발길끝에저절로새겨진

커진마음/사랑/시잘쓰고밥잘사주는여자/나팔꽃/비가오면/꽃그렇게예쁜짓만하는줄알았다/흔들려도예뻐/산당화/자작나무/소낭구/처음으로사랑고백받던날/갈퀴나무와산지기/고흐와의하룻밤/매화초옥도/처음이었으므로나는성글다/내가내게꽃을선물합니다/빈집/웃음의파고/착각/체념/선을넘는/나혜석/타인의본질/외길/생각사용법/요즘말/무관심/발길마다

4.더이상예쁠수없는꽃처럼

차림/물건들/짝사랑/다만/걱정/나의유정한일생앞에서/건망증/밥한번먹자/겨울잠/치매/서쪽으로창을내어/만년필/협상의기술/도로또/엄마의시간/흰머리/침묵의기술/여자니까/문뒤에/운명을사랑해보기/불면증/달맞이꽃/깨달음/고요한소음/박하사탕/느림의이치/결정장애/단순하게정면으로

출판사 서평

저자의첫시집에대해시인이근모는“시속에잠재한시상들과삶의아름다움과순수함이숨쉬는그자체로《약해지지마》란시집을출간한일본의‘시바타도요’같은시인이한국에도건재하다는나름의생각과함께신선한충격을받았다.노성배시인은‘시바타도요’처럼순수그자체의아름답고진솔한시를창작해내고있었기때문”이라고평했다.
첫시집을통해일상속의섬세한감정과인간내면의풍경을따뜻하게그려낸시인은이번시집에서한층더깊어진시선으로‘막연한삶’을관찰하고,그안에서살아가는이들의고요한움직임을포착한다.이시집은삶의조각들을모으는순례자의시선으로그속에서발견한온도와결,그리고흔들림을‘시’의언어로가다듬은노력의결정체다.
시인은,“한점구름처럼있다가사라질각오로용단하여시단에발을내디뎠다.”며“미숙하고원망가득한시어들을모았던1집을되짚어2025년《막연한삶을가로질러봄》으로아직도잘게일렁이는가슴을달래어다시희망같은두번째시집을낸다.”고이번시집을내는소회를밝혔다.

우리를‘덜막연한’봄으로이끄는따뜻한언어-

《막연한삶을가로질러봄》은순례자의여정같은시집이다.그여정은한방향이아닌내면과외면,과거와현재,개인과공동체,신뢰와의심사이를오가는복합적인이동이다.언어의정교함과자신만의통속에서벗어난서정이공존하며,일상의조각은흔하지만,그흔함속에서‘살아있음의실체’를통찰하려는태도를보여준다.그리고성찰의끝에서우러나오는단순한진심-“운명을사랑하라”,“단순하게정면으로”라는문장-은삶의무게를견디는시적역설로작동한다.
시인은‘불완전한자신’과‘흔들리는세계’를함께껴안으며동시에기록하는일이야말로내가살아있음의증명이자,타인과공유할수있는시의가치라고말한다.따라서이시집은“막연한삶을가로질러”지나면서도,그‘막연함’을시적감각으로붙잡으려는노력의산물이라고할수있다.봄을기다리고,고독속에서울컥하고,나를반성하고,타자를안아주는마음을담담하게쏟아내는이시집은,우리의봄이도래하기위해얼마나긴겨울을견뎌야하는지,조용히울림을남긴다.
노성배시인의시집이“순례자처럼말하지않지만”,독자에게는조금더사랑스럽고‘덜막연한’봄을기억하게해주기를바란다.
-김종순/문학박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