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녹스』의 작가 앤 카슨을 가장 다채롭게 보여주는 책 『플로트』
캐나다의 시인, 고전학자, 번역가인 앤 카슨이 2000년대 들어 발표한 스물두 편의 글모음. 대체로 실험적인 시로 분류할 수 있는 글들은 시와 산문, 비평, 희곡, 논문, 강연록, 축사, 안내문 등 형식적으로도, 주제와 소재 면에서도 폭넓고 다양하다. 이 스물두 편의 글이 각각 중철제본되어 PVC 케이스 안에 담겨 있다. 순서도, 편의상 가나다 순을 부여했을 뿐, 앤 카슨은 독자들이 자유롭게 읽기를 권한다.
‘차례’를 펼쳐보면, 「108(부유)」에서 「헤겔이 전하는 크리스마스 인사」까지 스물두 개의 제목이 적혀 있고 그 아래에 “순서에 구애받지 마시고 자유롭게 읽어주세요”라는 특별한 멘트가 있다. 독자들이 케이스에서 글들을 꺼내 분류하고 선택함으로써, 이 글을 저 글 옆에 놓음으로써, 또 계속 읽기와 멈춤을 통해, 글의 의미는 확장, 변조, 중첩돼나간다.
(스물두 편의 글 중 한 편인 「공연 기록」에는 「솔직함」, 「카산드라 뜨다 할 수 있다」. 「L.A.」, 「사소한 연극」, 「음료처럼 사용되는 소유격(Me)」, 「스택」, 「삼촌 추락」, 「침묵하고 있을 권리에 대한 변주들」, 「격렬하게 불변하는」 등의 집필 배경이 담겨 있다.)
*
그중 시는 그동안의 앤 카슨의 시들처럼, 고대 그리스 파피루스의 파편적 형태를 본떠 짧은 행으로 쓴 것도 있고, 산문 속에 삽입된 것도 있고, 일반적인 왼쪽 정렬뿐만 아니라 가운데 정렬, 오른쪽 정렬, 무정렬 등 각종 타이포그래피적 방법을 따른다. 그리고 산문시도 있다.
희곡들은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의 작업에 텍스트로 쓰인 것도 있고, 앤 카슨이 독립적으로 창작한 것도 있다. 고전학자답게 앤 카슨은 에우리피데스 등 고대작가들의 드라마를 현대의 맥락에서 자기만의 시적 방법을 따라 위트 있게 다시 쓴다. 고대의 드라마가 현대의 언어로 다시 씌어짐으로써,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언어적 맥락에 낯선 단어들이 침투하면서 과거의 형식은 활기를 되찾는다.
특히 대체로 긴 호흡의 강연록들이야말로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이고도 재미있다. 앤 카슨은 고전문학, 미술, 음악, 영화에 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그 모든 것을 뒤섞어, 한 분야의 전문가라면 도저히 상상하거나 생각해내지 못할 논제를 제시하고 그에 대해 치밀하게 해석한다. 또한 고전문학을 현대예술과 접목하여 해석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독자들에게 번역을 해줄 수밖에 없으므로, 앤 카슨의 모든 강연록은 최상급의 예술산문이자 작가 자신의 번역론이라도 할 수 있다.
앤 카슨의 강연록을 읽는 재미는 가장 잘 씌어진 예술산문을 읽는 재미와 같다. 번역가들이 클리셰 같은 상투어를 얼마나 증오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해, 클리셰라는 사진용어에서 사진에 관한 사유로 나아가고, 언어를 언어로 옮기는 번역 행위와 사물을 감각으로 옮기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회화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밝히고, 오디세우스가 10년 동안의 고생 끝에 아내 페넬로페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온 호메로스의 서사를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소설(『경멸』)과 장뤼크 고다르의 영화(〈경멸〉)라는 현대 생산물과 엮어 여성주의의 관점에서 다시 읽어내고, 불길한 운명을 예언하는 고대 서사시 속의 카산드라의 말이 불러일으키는 번역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에 대해 말하고, 거트루드 스타인과 피카소에 대해 쓰고…. 앤 카슨의 강연록이자 예술산문은 다양하고 이질적인 대상과 주제들을 어떻게 한 편의 내러티브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탁월한 예증이다.
*
별도의 중철제본으로 묶인, 「내가 읽은 『플로트』」는 이 독특한 형식과 내용의 『플로트』를 먼저 읽은 김리윤, 김연덕, 성다영 시인이 쓴 소감문이자, 오마주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한 편의 아름다운 예술산문이자, 한 편의 새로운 시라고 부를 수 있다.
‘차례’를 펼쳐보면, 「108(부유)」에서 「헤겔이 전하는 크리스마스 인사」까지 스물두 개의 제목이 적혀 있고 그 아래에 “순서에 구애받지 마시고 자유롭게 읽어주세요”라는 특별한 멘트가 있다. 독자들이 케이스에서 글들을 꺼내 분류하고 선택함으로써, 이 글을 저 글 옆에 놓음으로써, 또 계속 읽기와 멈춤을 통해, 글의 의미는 확장, 변조, 중첩돼나간다.
(스물두 편의 글 중 한 편인 「공연 기록」에는 「솔직함」, 「카산드라 뜨다 할 수 있다」. 「L.A.」, 「사소한 연극」, 「음료처럼 사용되는 소유격(Me)」, 「스택」, 「삼촌 추락」, 「침묵하고 있을 권리에 대한 변주들」, 「격렬하게 불변하는」 등의 집필 배경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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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시는 그동안의 앤 카슨의 시들처럼, 고대 그리스 파피루스의 파편적 형태를 본떠 짧은 행으로 쓴 것도 있고, 산문 속에 삽입된 것도 있고, 일반적인 왼쪽 정렬뿐만 아니라 가운데 정렬, 오른쪽 정렬, 무정렬 등 각종 타이포그래피적 방법을 따른다. 그리고 산문시도 있다.
희곡들은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의 작업에 텍스트로 쓰인 것도 있고, 앤 카슨이 독립적으로 창작한 것도 있다. 고전학자답게 앤 카슨은 에우리피데스 등 고대작가들의 드라마를 현대의 맥락에서 자기만의 시적 방법을 따라 위트 있게 다시 쓴다. 고대의 드라마가 현대의 언어로 다시 씌어짐으로써,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언어적 맥락에 낯선 단어들이 침투하면서 과거의 형식은 활기를 되찾는다.
특히 대체로 긴 호흡의 강연록들이야말로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이고도 재미있다. 앤 카슨은 고전문학, 미술, 음악, 영화에 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그 모든 것을 뒤섞어, 한 분야의 전문가라면 도저히 상상하거나 생각해내지 못할 논제를 제시하고 그에 대해 치밀하게 해석한다. 또한 고전문학을 현대예술과 접목하여 해석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독자들에게 번역을 해줄 수밖에 없으므로, 앤 카슨의 모든 강연록은 최상급의 예술산문이자 작가 자신의 번역론이라도 할 수 있다.
앤 카슨의 강연록을 읽는 재미는 가장 잘 씌어진 예술산문을 읽는 재미와 같다. 번역가들이 클리셰 같은 상투어를 얼마나 증오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해, 클리셰라는 사진용어에서 사진에 관한 사유로 나아가고, 언어를 언어로 옮기는 번역 행위와 사물을 감각으로 옮기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회화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밝히고, 오디세우스가 10년 동안의 고생 끝에 아내 페넬로페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온 호메로스의 서사를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소설(『경멸』)과 장뤼크 고다르의 영화(〈경멸〉)라는 현대 생산물과 엮어 여성주의의 관점에서 다시 읽어내고, 불길한 운명을 예언하는 고대 서사시 속의 카산드라의 말이 불러일으키는 번역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에 대해 말하고, 거트루드 스타인과 피카소에 대해 쓰고…. 앤 카슨의 강연록이자 예술산문은 다양하고 이질적인 대상과 주제들을 어떻게 한 편의 내러티브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탁월한 예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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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중철제본으로 묶인, 「내가 읽은 『플로트』」는 이 독특한 형식과 내용의 『플로트』를 먼저 읽은 김리윤, 김연덕, 성다영 시인이 쓴 소감문이자, 오마주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한 편의 아름다운 예술산문이자, 한 편의 새로운 시라고 부를 수 있다.
플로트
$3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