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손 - 봄날의 시집

미래의 손 - 봄날의 시집

$13.00
Description
“나를 펼쳐주세요 나는 줄줄 흐르고 싶어요
강이 될래요 바다가 될래요 마그마가 될래요"
한계 없는 상상과 용기, 그리고 사랑으로
삶의 모든 순간을 열렬히 껴안는 시인의 전심전력

『미래의 손』은 시인 차도하의 첫 시집이자 유고 시집으로, 총 62편의 시가 담겼다. 한계 없는 상상과 용기, 그리고 사랑으로 삶의 모든 순간을 열렬히 껴안는다. 뜨겁고 진실한 시인의 전심전력을 느낄 수 있다.
저자

차도하

저자:차도하
1999년경북영천에서태어났다.2020년《한국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산문집으로『일기에도거짓말을쓰는사람』이있다.『미래의손』은2023년10월22일세상을떠난시인의첫시집이자유고시집이다.

목차


시작노트

입국심사
동반자
세련
쉘위댄스
배급
왼쪽의일
독서유예
너를인용하기
빈집
풍경벗어나기
부고
기억하지않을만한지나침
헌팅캡
매드해터
선택
침착하게사랑하기
요절복통
추모
나의웃음
최초의시인
히든밀키웨이
소리가모두사라지는방
조찬
액체와이별하기
일인용식탁
현재는이렇게지나간다
산책로
시선
돌던지기
옷입기싫은아이
미래의손
바꿔치기
건축하기

지키는마음
안녕
레테르
과일적정섭취량
나의사물됨
구현되지않은슬픔
기념일
카운트
알로에종이컵
명사형죽음
착각애도
격리
레이스
체리가익어갈무렵
내용과연관있으면서도확장성있는제목
놀이터에혼자앉아있는어리고건방진신
미아
단어가사라진자리
피크닉
처치곤란한인간
지각과영원2
Carvedinstone
짧은마법
환영받는일
HOMELESSGOHOME
언덕을뛰놀던아이들이그것이무덤이었음을눈치챌때
대화
그러나풍경은아름답다

발문아무도가질수없어김승일(시인)

출판사 서평

봄날의책에서차도하시인의『미래의손』을펴낸다.2020년한국일보신춘문예로작품활동을시작한시인의첫시집이자,2023년10월22일만스물넷의나이로세상을떠난시인의유고시집이다.“쉬이접근하기어려운주제를다루는용기”와“기성시인누구도쉽게떠올릴수없게한개성의충만함”으로찬사를받으며등장한시인은이후매순간가장뜨겁고진실한목소리를들려주었다.그의시62편을모은『미래의손』은숨이턱막히는현실에서부터독특한형질의새로운세계에이르기까지,한계없는상상과용기,그리고사랑으로삶의모든순간을열렬히껴안는다.

나는
천국에갈것이고이시도파쇄기로들어갈것이다.
그러나시를쓸것이다.
많이쓸것이다.
_「입국심사」에서

『미래의손』의시편은특정한부구분없이차례로배치되어있다.이시집은“줄바꿈이불가능한책”이며“뱀보다훨씬길”고“줄자보다도훨씬길”다.“그런책으로세상의둘레를”재고자시인은지독하고도찬란한삶의면면을제대로마주하며시를쓰고또썼다.시집의문을여는「입국심사」는어떤천국으로우리를데려간다.살아가며했던모든말을잊고날고싶은방향으로날아갈수있는날개를달아준다.그리고마지막시「그러나풍경은아름답다」에서그날개는잊히지않을자국을우리안에남기며사라진다.기나긴여운이다.

몸에든멍을신앙으로설명하기위해신은내손을잡고강변을걸었다내가물비린내를싫어하는줄도모르고
(……)
신은침착하게사랑에대해이야기하고나는신의얼굴을바라보지않고강을보고걷는다
강에어둠이내려앉는것을,강이무거운천처럼바뀌는것을본다

그것을두르고맞으면아프지만멍들지는않는다

신의목소리가멎었다원래없었던것처럼
연인들의걸음이멀어지자그는손을빼내어나를세게때린다
_「침착하게사랑하기」에서

시인은2017년제25회대산청소년문학상고등부시부문대상을수상하며일찍이두각을나타냈다.이후한국예술종합학교연극원서사창작전공재학중,2020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는영예를안으며탁월한실력을높이인정받았다.당선소감으로시인은“문장을열심히갈아서창으로만들어어딘가로꾸준히던지겠다”는당찬포부와다짐을들려준바있다.“제가문학청년을꿈꾸는청소년일때사람들이문단내성폭력을고발했습니다.나보다먼저태어나고싸우고시쓰는사람들을보면서시를썼습니다.내대답이나오기도전에부정하고긍정하던어른들에게한방먹이기위해썼습니다.그러니저는글을쓰겠습니다.”
그진실된목소리는등단이후행보로이어졌다.문단내성폭력가해자와연관된출판사의신춘문예당선시집에작품수록을거부하고,고료를밝히지않는문예지의청탁을거절했다.신인에게작품발표기회란얼마나소중한지시인은모르지않았다.자신의시를직접낭독한녹음파일을담은메일링서비스‘목소리’를통해독자와의새로운연결통로를만들었다.기성문단의부당한처우와부조리에질문을던지고균열을냈다.그는침착하게맞서고침착하게사랑했다.

그렇지만어둠속에서도춤을추는사람은춤을출것이다
손을뻗는자리가막혀있고발을디딘곳이푹꺼져도

이런것은상상해도좋지
부드러워진상처처럼
아프고사랑스럽지

빛이있으라,빛이있으라……?
중얼거리는사내의손을잡고
없어도돼요
나는춤을추기시작했다

누군가넘어질것같을땐맞잡은손에힘을줬다
_「쉘위댄스」에서

2023년4월4일,시인이출판사로61편의시를묶어보냈다.생전에시인은시집출간을위해여러시편을섬세히퇴고했고,책의꼴을상상하면서표지로삼을그림을고르기도했다.그렇게뜨거운계절을보낸시인은불현듯영면에들었다.이후출판사는그가남긴원고를강성은,신해욱시인과함께정성어린손길로도닥였다.뜻이훼손되지않도록원고교정은최소한으로하고,시집의표제,시의배치,표지그림등책의꼴을갖추기위해필수적인요소들에조심스레의견을모았다.차도하시인이미처채우지못한빈칸(‘시인의말’)은그의산문집에서한문단을가져와갈음했다.발문은그의목소리를기억하는김승일시인이맡았다.

도하는숨기지않는다.도하는언제나용감하다.알려줘야한다.도하는사람들을속이거나,자신이얼마나불쌍한지를말하기위해서시를쓰는게아니다.도하는상상하기위해서쓴다.차도하시인은상상할수없는것을상상할수있기를바라면서상상할수있는것을상상한다.그러기위해서는자신이그나마안다고생각하는것을,자신이가진몇없는현실을공개해야만한다.도하의상상은언제나거기서출발한다.
_김승일시인,발문「아무도가질수없어」에서

차도하를읽는다.차도하를상상한다.아마도그는강을오래들여다보는사람이었겠지.강가장자리의얼음이녹는것도보고강속으로머리를처박고먹이를찾는오리도봤겠지.“할말이있는사람처럼,혹은할말을다잃은사람처럼가만히응시”했겠지.지칠때까지걷는사람,아직걷지못한산책로를내일다시걷기위해집으로돌아가단잠에드는사람이겠지.
차도하의문장은빠짐없이단단하고깊다.“어두운밤에갑자기일어나/자신의빈뒤통수를만져줄사람을찾아다녔”거나“갑자기터지는웃음처럼/왜여기피어있을까싶게//뜬금없이흰꽃”을만져본사람의손에서만들어진것이니당연하다.그손이먼미래에있다면,그것을믿는다면,우리는언제고차도하를꺼내읽을것이다.하나뿐인그손을다시맞잡기위해.

내가할수있는말과내가할수없는말을구분하는데지쳤다.무엇이든다말해버리고싶고,아무것도말하고싶지가않다.그러나무엇이든다말하려다가도문득입을다물게되는순간이있고,아무것도말하지않으려다가도불쑥말이튀어나오는경우가있다.나는어떻게든말하게될것같고,어떻게든말하지못하게될것같다.막막하다.너무좁은방에서너무많은물건을정리하고있는기분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물건들을이리저리옮겨보고싶다.잠깐이더라도마음에드는배치를발견하고싶다.
_차도하시인,산문집『일기에도거짓말을쓰는사람』(위즈덤하우스,?2021)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