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에드워드토머스(EdwardThomas)는1917년4월9일,프랑스전장(戰場)에서적의폭격으로사망했다.그는시인로버트프로스트의권유로1914년12월첫시「바람에실려」를발표한이래,2년반이채안되는기간에144편의시를썼다.
시인토머스가길지않은생애내내,애정으로지켜보았던,가장자주자신의시속에등장시켰던영국시골의자연,풍경,계절,날씨,크고작은동식물,사람,전통들은아주빠르게변해가고거개가사라져갔다.어쩌면지금,이곳에서다시읽는,시집속여러시들은사라진것에대한애도의기록이라고도볼수있다.
특히여러시속에서주연으로,조연으로,또는단역으로출현하는온갖풀과꽃과나무등식물들―페리윙클,쐐기풀,스노드롭,너도밤나무,가시나무,개암나무,물푸레나무,분홍바늘꽃,노간주나무,자작나무,가시금작화,까치밥나무,산사나무,산쪽풀,호랑가시나무,딱총나무,노인풀,야생자두나무,사시나무,애기똥풀,선옹초,황새냉이,곽향초석잠,크로커스,그리고벌레와새등갖은동물들―올빼미,휘파람새,정원솔새,칼새,딱새,댕기물떼새,다마사슴,황조롱이,겨우살이지빠귀,오색방울새,굴뚝새,검은지빠귀,쇠물닭,붉은가슴울새,찌르레기들은그이름만으로도설레고매력적이고아름답다.시속에서낯설고매혹적인그이름들을찾아보고,어떻게놓여있는지,어떤소리를발하는지를살펴보는재미도쏠쏠하다.
1912년에영국으로건너온미국시인로버트프로스트(RobertFrost)와의만남은토머스에게시인으로서의삶을열어준중요한계기가되었다.1913년10월에런던의문인모임에서의첫만남이후,당시이미비평가로서명성을얻고있었던토머스는이듬해발간된프로스트의두번째시집『보스턴의북쪽』에관한세편의서평을발표했다.1914년8월토머스는가족과함께글로스터셔주에있는프로스트의집근처에서휴가를보내면서긴시간동안함께숲과들을산책하고시와삶과자연과임박한전쟁에관한이야기를나누며깊은우정을쌓았다.이시선집에수록된토머스의「해가빛나곤했다」와프로스트의널리알려진「가지않은길」은이시기동안의두사람의산책을배경으로삼고있다.
토머스의산문에서시적특질과가능성을읽어낸프로스트는그에게산문의리듬을살려시를써보라고권했고,토머스는12월에첫시「바람에실려」를쓴후전사하기까지2년반이채안되는기간에144편의시를썼다.
이시선집은토머스의시예순여섯편을그제재와형식을고려해다섯갈래로나누었다.1부의시편들에는영국인의성격과삶에큰영향을미친날씨와계절의변화에대한토머스의예민한감수성이잘드러나있다.2부의시편들은영국특유의삶과정경을섬세하게포착한다.소박하면서도섬세한1,2부의시편들은산업화로인해급속히본래의모습을잃어가는영국전원의자연과전통에대한토머스의애정어린관심의폭과깊이를보여준다.그에게풍경과자연은단지응시의대상이아니라그의몸과마음속으로들어와기분과감수성에복합적인영향을미치는존재였다.3부의시들은자신의“과거의행복과슬픔의원천”을끈질기게추적하는한고독하고우울한자아의모습을그린다.이시들에서토머스자신의어두운과거는어디에도속해있지않은,그래서소외감을느낄수밖에없는자신의현재를성찰하는한수단으로기능한다.4부에는토머스가흥미를느꼈던몇몇인물에관한시가실려있다.이시들에그려진이들은하나같이사회의주류에서벗어나있지만전원의풍경및전통과밀착된자신들만의삶의방식을통해매력적인활력과항구성을보여준다.
전쟁은이런인물들이대표하는문화와삶의방식들에대한심각한위협이자타격이아닐수없다.5부에실린시들은자신의조국인영국과영국인들의삶에어두운그림자를드리우기시작한전쟁에대한토머스의상념과감정을다채롭게표현한다.토머스는윌프리드오언(WilfredOwen)이나시그프리드서순(SiegfriedSasoon)과는달리전쟁의경험이나그로인한정신적외상을직접다루지는않는다.사실상당기간국내에서독도법교관으로복무했던그는참호전을치르는보병이아니라포병으로짧은기간동안전선에배치되었고,더욱이중년기에입대했기때문에이른나이에입대한다른전쟁시인들과는다른반응을보일수밖에없었을것이다.토머스는전쟁으로고통받는이들과전쟁의국지적여파에관한자신의느낌을무척절제된방식으로표현한다.
시집에수록된시들중특히「키큰쐐기풀들」,「장원의농가」,「애들스트롭」,「노인풀」,「사시나무들」,「집시」,「여자는그를좋아했다」,「롭」,「올빼미」,「벚나무들」,「해가빛나곤했다」,「겨릿말의놋쇠머리테가」들을눈여겨보았으면좋겠다.그중「롭(Lob)」은,힘들이지않고느릿느릿걸어가는듯한2행연구(聯句)형식으로쓰였는데,대지와밀접하게연관된풍경과민담속에서긴시간을통해진화해온한신화적인물을흥미롭게그리는가운데영국적전통의활력을긍정하고있는토머스의야심작이다(참고로「롭」전문은미리보기에수록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