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이 확정된 동물

멸종이 확정된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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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백인경 시인의 두 번째 시집으로, 그의 시편들은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고백이 깃들어 있다. 생생한 일상 정경과 핍진한 발화가 진솔하고 위트 있는 언어로 표현되는데, 『멸종이 확정된 동물』은 삶의 지극한 진실을 품은 말들을 부지불식간에 툭 던져놓으며 낯선 매혹을 환기한다.
저자

백인경

저자:백인경
2012년에문예창작과를졸업하고곧바로상경하여낮에는컨텐츠에디터로,밤에는작사가로,새벽에는시를쓰고있다.오래방황했던이십대의마지막계절에와서야어떤시선에도얽매이지않고세상에‘나’를남길용기를얻게되었다.고양이와여행,혼술을좋아하고SNS를통해시와에세이를비정기적으로연재하고있다.

목차

1부
플랭크
올바른자세
징크스
랜드마크
경청
스케치여행
배니싱트윈
파우더형인간
해피버스데이
가정식희망
독설가
위시리스트
멸종이확정된동물24선
소품
담론(fence)
영수증은버려주세요
마스킹

2부
애착의형태
도르레
악필
인디언서머
운동성
라토마티나
스프링클러
슬랩스틱플래시
하우스와인
이그저
얼렁뚱땅오렌지
아가미
연작
내가좋아하는과자
이동수업
OOTD
뒤풀이건배사
이글루
실리카겔
리플리증후군
그린벨트

3부
알고리즘
글라스하프소모임
레이시스트
맥거핀페스티벌
멀리사는친구
Trysome!
크로마키
마음의준비
이스트
백일장키즈
룸메이트
꿈에같은사람
유기
몰입
캐시어스클레이,자주색비키니옷장

해설
당신을고백하는찰나의빛성현아

출판사 서평

사람에게열렬히말을거는시,
무모하면서도다정한결기

봄날의책에서백인경시인의시집『멸종이확정된동물』이출간되었다.2019년성동혁시인의『아네모네』를처음출간한이래,최근신해욱시인의『자연의가장자리와자연사』까지매시집마다뛰어난시인들의고유한작품세계를선보여온‘봄날의시집’의11번째책이다.
2018년첫시집『서울오면연락해』출간이후6년만에두번째시집을펴낸백인경시인은문예지지면,개인온라인공간,다양한오프라인전시현장을다채롭게넘나들며작품을발표해왔다.시로무엇을할수있고어떻게행위할수있을지궁리해온시인은그활동의텍스트묶음집으로서두번째시집『멸종이확정된동물』을낸다.
그의시편들은여기한국사회에서살아가는사람들에대한고백이깃들어있다.생생한일상정경과핍진한발화가진솔하고위트있는언어로나타나는데,『멸종이확정된동물』은삶의지극한진실을품은말들을부지불식간에툭던져놓으며낯선매혹을환기한다.아울러백인경의시편들은마음씀이돋보이는데,그의시는인간의마음에대해골몰한다.인간의어떤편협함과무신경함을반성하고내치되,용기와자유로움을시에서내내발산한다.이는백인경의시가“고백할수있는나의슬픔과상한마음,고백할수없는앓는타자의고통과해진마음,이모두를고백하려드는무모하면서도다정한결기”(성현아평론가·해설)를품기때문일것이다.

“거기가그렇게좋으면평생거기서살아
엄마는갈거야
그러던엄마가진짜로사라졌을때
별안간어른이돼버린거지”

돌연한진실을품은일상성의시

『멸종이확정된동물』이사람에게열렬히말을거는시집이라고했을때,그일상을발화하는목소리는편하고흔한말이면서도,삶의돌연한진실과비의를품고있는듯하다.가령묘한매력이압권인시「이글루」에서“엄마는갈거야”말하고,정말엄마는가버린다.모녀로살면서옥신각신투닥거리고다독거리며경험했을숱한양가감정과애증……그리고“가란다고진짜가는사람”이되었을때느껴지는쓸쓸함을시는힘들이지않고능란하게표현해낸다.“오래머문발자국처럼배꼽이깊어”진다는이미지를통해빼어나게형상화한다.백인경시의독특한지점은이러한일상성에있다.어떤시는“신도림역에서모자를두고온적이있어”(「OOTD」)라고시작되고,또“델몬트오렌지주스병”에서“존재자체로상징적인거”(「위시리스트」)를보기도하며,구체성을띤단어와표현들이자주등장하는데,여기에는얼얼한매혹이깃들어있다.
시「뒤풀이건배사」는입말의향연이다.‘뒤풀이건배사’라는형식그대로무슨일을“잘끝낸”후기념하거나회고하기위해“이자리를”주최한누군가의말들이이어지지만,참석자들의소곤소곤대는말소리가괄호를통해서주기적으로끼어든다.“(안주뭐시켰어?)”“(노래방가고싶은데)”라는말들이후마지막에는“무작정저를사랑하지는말아주세요그만큼금방잊히는게없거든요”라는육성이이어지는데,이처럼사뭇진실에가까운말들을아무렇지않게불시에툭던져놓는지점이매력적이다.“손목엔검은봉지를걸고,한손엔와인잔을든채담벼락을넘어오는낡은내가있잖습니까”(「하우스와인」)라는발화역시당차고쓸쓸하지만자유로움을거느리고있다.백인경의시에는매력적인고백의말들과잠언이풍성하다.이는『멸종이확정된동물』이“지극한내밀함과극도의개방성을지닌대화를시도”(성현아평론가·해설)하고있기때문일것이다.

“목숨이요
하나잖아요
누구나공평하잖아요
공평해야하잖아요”

자유로움과용기의시

백인경의시에는책임감과용기가스며들어있다.시집제목을따온시「멸종이확정된동물24선」에서화자는인간의무신경한폭력성을인식하며“언니,왜우리한테/울음을그치는법만알려줬어요?”라고되물으면서도“공평해야하잖아요”라고직접적으로발화하며최대한무해한생을살고싶다고다짐한다.이는타인의죽음을목도하며“부고를”접할때에도,“어쩌다”가아니라“어째서”라고문제시하며분노와원망이“철썩치”(「운동성」)미는시인의태도와도공명한다.마찬가지로그는“사실과진실의차이”에대해골몰하며,이를“은폐하려는움직임”의여부라고짚어내며“도화지만큼만정당해졌으면좋겠다”(「담론[fence]」)라고피력하는자이기도하다.시인의시는“매끄럽지않”고“과도하고당돌하고거침없”으며“읽는이에게로가마찰할수있게”(성현아평론가·해설)한다.
그렇다면이때인간성은,인간의마음은무엇을지향해야할까.그의시는“바삭한슬픔”에대해서이야기한다.“조금만부딪혀도금세곰팡이가피고상해버리는마음”으로“서로에게돌을던지고싶어하는습성”쪽,그러니까너무쉽게협소한것에만매몰되는인간의마음이아니라,시의제목‘파우더형인간’처럼“단단”하지만“바삭한슬픔”쪽으로“후천적진화”가필요한것이다.“끊임없이서로를핥는방식으로/최선을다해바스러지는연습이”(「파우더형인간」)요청되는것이다.그바삭한슬픔은슬픔이끝내자기자신으로향하지는않으며,슬픔자체로만머무르지않는다.할수있는일을해보자하는용기와자유로움을불러일으키는슬픔.꿋꿋하게타자의슬픔을껴안고마주하는일을해낸다.『멸종이확정된동물』은그러한방식으로“마음을저렇게키우는”(「유기」)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