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너무나 사랑해 (양장본 Hardcover)

나는 너를 너무나 사랑해 (양장본 Hardcover)

$23.69
Description
“나는 너를 너무나 사랑해
구두는 저절로 걸어가지”

사랑을 말하고 싶은 모든 순간을 위해
안 에르보가 발명한 새로운 사랑의 활로
안 에르보의 그림책 『나는 너를 너무나 사랑해』가 봄날의책에서 출간되었다.
사랑한다는 말이 마음에 미치지 못할 때, 그 자리를 대신할 언어와 풍경을 발명한 이가 있다. 시적인 문장과 감각적인 그림으로 흡입력 있는 작품세계를 선보여온 벨기에 작가 안 에르보. 그는 이 책에서 “나는 너를 너무나 사랑해”라는 말로 입술을 떼어, 귓바퀴를 간질이는 속삭임으로, 실소를 터뜨리게 하는 엉뚱한 말장난으로, 격렬하게 내달리는 외침으로 반복하며 끝없이 사랑을 말한다. 표지에 보이는 작고 둥근 실루엣의 연인은 사랑하는 사이지만 하나는 떠나고 하나는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말한다. “나는 너를 너무나 사랑해 틈이라는 말은 있을 수도 없이 허겁지겁 삼켜 버리듯 너를 끌어안지.” 번역을 맡은 윤경희는 해설에서 “이 책이 내게 일깨운 가장 중요한 것은 과장의 아름다움과 힘”이라고 밝혔다. 단순한 고백으로는 닿을 수 없는 마음, 말 너머의 언어를 필요로 하는 모든 순간에 이 책은 효험을 발휘한다. 어디를 펼쳐 읽어도 좋다. 표지를 걷으면 노랑, 파랑, 분홍이 차례로 등장해 다음 장에서 겹쳐진다. 드로잉과 콜라주가 뒤섞이며 새로운 색감과 질감을 만든다. 사랑으로 인해 촉발되는 감각과 감정을 다채롭게 시각화한 이미지들은 의미의 해석을 요구하지 않는다. 『나는 너를 너무나 사랑해』는 독자의 마음 깊은 곳에 사랑을 흐르게 하는 안 에르보의 가장 아름다운 발명이다.
저자

안에르보

1975년벨기에에서태어나브뤼셀왕립미술학교에서일러스트레이션과만화를공부했다.서정적이미지와시적인텍스트가견고하게어우러진그림책을50종이상출간했고,그중20여종이한국어로번역됐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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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나는너를너무나사랑해』는사랑에빠진모든존재를위한연애시그림책이다.
안에르보는글과그림을통해,그벅찬작업을훌륭히완성했다.

사랑한다는말만으로는부족한순간이있다.과연사랑이라는감정은언어의궁핍함을뛰어넘어다르게표현될수있을까.그물음에답이되어줄그림책『나는너를너무나사랑해』가봄날의책에서출간됐다.시적인문장과감각적인이미지로독자들을사로잡아온작가안에르보는이책에서상상과표현의경계를무수히넘어사랑을말하는새로운길을제시한다.그가펼쳐보이는다채로운장면을따라가다보면,사랑이얼마나낯설고도자유롭게말해질수있는지를확인할수있다.

*

이책은이별을앞둔연인(존재)의이야기다.이유는나와있지않지만‘너’는먼곳으로떠나야한다.‘나’는“아침에나는너를사랑해.정오에나는너를사랑해.저녁에나는너를사랑해”하고서두르듯말해보지만이내말문이막힌다.그러자너는“나는너를너무나사랑해”라는말로입술을떼어,“한낮은껍질콩빛으로스며내리지”라며따뜻한고백을건넨다.앞페이지에차례로등장했던노랑과파랑이조금씩포개지며장면은점점풍성하게채워진다.“우리둘은오래도록우리둘로”남기를소망하며연인은서로에게다가선다.

연인의입은마치새의부리처럼길고뾰족하게그려져있다.서로의귓가에속마음을털어놓기좋아보인다.귓바퀴를간질이는속삭임부터실소를자아내는말장난,격렬한외침까지서로에게끝없이사랑을고백한다.이책의끝까지만남과헤어짐을반복하면서도연인은더가까이서로에게다가서고더깊이서로를끌어안는다.이들은이렇게도말한다.“나는너를너무나사랑해틈이라는말은있을수도없이허겁지겁삼켜버리듯너를끌어안지.”

번역을맡은윤경희는해설에서“이책이내게일깨운가장중요한것은과장의아름다움과힘”이라고밝힌다.우리안에흘러넘치는사랑을,그벅참을안에르보는현실에서는가능하지않은일들을태연히늘어놓는방식으로표현한다.수도꼭지에서바닷물이흘러나온다.새한마리의폴짝임이대도시의오페라를멈추게한다.구두는저절로걷는다.밤을만질수있을것만같고흐르는구름을다들이킬수있을것도같다.이러한과장(hyperbole)은거짓도잘못도아니다.그것은사랑의진심을더욱명료하게드러낸다.

윤경희는안에르보의문장이자아내는아름다움을살리기위해고심했다.작가의문장을있는그대로전달하고자애쓰면서도,불어의소리와이미지가어우러진표현은그효과를고려해우리말로섬세하게옮겼다.“나는너를너무나사랑해토스터는방울무무화과구운호두월귤잼타르틴을영원히구워내지”와같은문장은한국어의말맛과리듬을고려해다듬은결과다.역자가직접쓴해설이별지로삽입되어,이러한번역의고민과더불어이책이품고있는언어실험의의미를되새기도록돕는다.

이책의텍스트와이미지는어느한쪽으로힘이쏠리지않고서로를뒷받침하며의미를확장시킨다.드로잉과콜라주가뒤섞인독특한질감의그림은사랑으로인해촉발되는다양한감각을시각화한다.또긴꼬리를남기며날아가는비행기,화물선과조각배,지도의일부분등이책전반에걸쳐반복등장하는데,그것들은연인의만남과이별상황을암시함과동시에,이들이느끼는아득한거리감이나기다림의시간을상징적으로보여준다.그림을찬찬히들여다보는것만으로도이책이전하는사랑의의미를깊고풍부하게느낄수있다.

디자이너김리윤은부드러운사랑의속성을떠올리며책의물성을공들여구현했다.하드커버표지에는원서의표지와동일하게연인이껴안고있는이미지만을넣고,그위에반투명한재킷을입혔다.재킷에는불어원제Jet’aimetellementque와한국어판제목이중첩되도록인쇄해책의정서를은근하게드러낸다.한편본몬에서는서사를따라가는문장에는‘초설’서체를,반복되고변주되는고백에는‘고요’서체를사용해미묘한감정의결을달리느낄수있게했다.

*

사랑은안간힘이다.떨어질걸알면서도온몸을밀착하는것이고,불가능을알면서도온힘을다해밀어붙이는것이다.『나는너를너무나사랑해』는단순히사랑을이야기하는책이아니다.본심을미처다전하지못하였던삶의순간들을떠올리게한다.책속다정한연인이주고받는말들은익숙한의미를과감히벗어던진‘헐벗은말’이다.“느낌의언저리만맴도는말이얼마나하찮은지”일깨우며,그고백은언어의한계를뚫고독자에게로열려있다.대체로잉걸불처럼그윽하게타오르다가도때로는견딜수없는마음처럼거칠게내달린다.“사랑밖에는아무것도할게없어.그거야말로대단해.”『나는너를너무나사랑해』는독자의마음깊은곳에사랑을흐르게하는안에르보의가장아름다운발명이다.


해설에서

사랑은우리가언어의한계와결여를절감하는중대한사건이다.누군가에게사랑한다고최초로고백한이후,우리는그말을수없이동어반복하는지경에이르는데,물론그런상황도행복하지만,그말이아닌제발다른말로사랑의표현을변주하고픈욕구가생겨날수있다.사랑의말을변주하면서사랑의삶을갱신하고싶다.내가이렇게나너를사랑하는데,사랑이이렇게나엄청나서그저사랑해사랑한다는서너음절로는모자라는데.사랑하는자는사랑스러운허풍선이거짓말쟁이가되기를자처한다.연애시에서과장의수사법이남용되는것은당연한일이다.
『나는너를너무나사랑해』는연애시그림책이다.이책에서안에르보는동어반복과변주를한꺼번에성취하려는사랑고백의욕망을과도하게과장하여과잉적으로표현한다.(…)한계를확장하며마침내도달하는지점에서말은부서지고,끊어지고,멈춘다.말하는자의호흡도불규칙해진다.숨이멎는듯해,사랑과죽음이혼융되는지점이기도하다.위태롭고황홀한.
_윤경희,「사랑의동어반복과변주」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