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에나멜 컬러풀

스프링 에나멜 컬러풀

$13.00
Description
김헤니 시인의 첫 시집 『스프링 에나멜 컬러풀』은 시적 분노로 쓴 픽션이다. 언어 작용이 공동체의 마음속에 만들어내는 권력과 환영의 장막을 찢고, 불처럼 솟아오른 날것의 감정이 물이 되어 모두의 신경 속에 흐르는 꿈의 기록이다. 대기 중에 흩뿌려진 물방울 입자들이 빛을 반사해 하늘 위에 무지개를 띄어 올리듯, 이 시집은 다중의 목소리와 침묵이라는 하얀 잉크로 쓴 77편의 시가 방울방울 모여 하나의 서사를 형성한다.
저자

김헤니

저자:김헤니
시인.『스프링에나멜컬러풀』은첫시집이다.

목차

돌풍과폭소의밤Nightingale

쌍무지개:It’sadoublerainbow!

빨강

헬리오폴리스에다녀온도드
나무,새me,nothing,bird,
PorF?
Ihatethosequestions싫어하는질문들
탄자국좀봐
잘루트의패턴
쾌락보다는고통이지
빨강공책
오르락내리락wegohighorwegodown?
무지개감칠맛
에밀리체인리스소울
도드의셀피
리퀴드디스플레이

주황

이름을잃어버린오렌지
스위트오렌지
비터오렌지
스위트비터오렌지
오렌지상자
오렌지의이사
오렌지수업
맑은물붓기놀이

숫자
도드의프랑스어공부
a쓰기
b읽기
c독해

노랑

새미의사랑은집어삼키기
타키사이키아시스터즈
새미의오리엔테이션
시간이무한했다면도드가만들었을것들
요즘유행하는옷
울보에게울보를
새미와잘루트와호텔
침샘
존재론적쌍둥이
눈물샘
뻔뻔하기vs선넘기
맑은물?흙탕물!
어려워
햇살처럼뻗어나가는

초록

초록눈의잘루트와청춘
도드와영상선생님dode&shootingteacher
자전거는앞으로나아갈때만평형을유지해
언니means친구
잘루트의초록눈과도드의파란을동시에호명하는말,청춘
잘루트의친언니
도드와잘루트의룸메이트
초록불을기다리다마주친빨간불
에너지키스
너그런거좋아해?
기억의변환점
밤이오지않을때밤은낮이다
그린룸greenroom
잘루트의전시회jalut’sexhibition
즐겨요여러분havefunpeople,havefun
한국인이아이디나비밀번호를만드는방식으로쓴시

파랑

물처럼흐르는가장높은온도의불
Blueisthecolorofnewbirth파란은새로운탄생의색
물반사waterreflection
맴맴mamam
밤의가수
에나멜컬러풀목마
아이여야만
구구단만못외운게아니었대
지어본적없는얼굴
시간여행발각기
받아-그리기
자기만의놀이
그럴땐영화를보는거야!
도드가가장약했을때
도드가가장용감했을때
엄마옆에서잠들던시절
첫째주일요일쉽니다

보라

더블레인보로쏘아올린다섯개의돌
새빨간도드의피가스며든정원에선왜파란히아신스가피어났을까?
돌이된나무petrifiedtree
이제부터나를누라고불러줄래?

하양

재에덮인누의바다
Here’saKisstotheWholeWorld!

출판사 서평

시적분노로쓴,77편의픽션

『스프링에나멜컬러풀』은시적분노로쓴픽션이다.언어작용이공동체의마음속에만들어내는권력과환영의장막을찢고,불처럼솟아오른날것의감정이물이되어모두의신경속에서흐르는꿈의기록이다.대기중에흩뿌려진물방울입자들이빛을반사해하늘위에무지개를띄워올리듯,이시집은다중의목소리와침묵이라는하얀잉크로77편의시가방울방울모이며하나의서사를생성한다.이책이그려내는포물선이사건을고정시키는말들을움직일만큼충분히긴지렛대가될것이다.

이작품은“너만침묵하면괜찮다”는집단의식을거스르며,말하는주체의행위가타자의입을통해발화되지않으리라는가부장적인언어작용의기대를배반한다.친밀한관계속권력작용과그로인해발생하는눈에보이지않는집단적폭력에관해말하기위해,언어작용아래눈에보이거나말해지지않는‘영토화’의과정을가시화하며,영원과시간-잠과꿈,일상의망각에서깨어날가능성을탐색한다.

시집의제목‘스프링에나멜컬러풀’에관하여

‘SpringEnamelColorful’은한밤중에비가내리면물기맺힌사물들이빛을머금으며생기를띠고색이깊어지는작용을그려낸다.비온뒤잠시나타나는쌍무지개는,사물들이본래색을지닌것이아니라빛의반사로인해색이있는듯보일뿐임을상기시킨다.이는언어가우리의생각·기억·관계·감각을만들어내는방식과닮아있다.쌍무지개의선명한첫번째무지개와흐릿한반사상의이미지는질문을던진다.나의생각과감정에서비롯된다고굳게믿어온말들이,실은우리자신의존재를반영해온것이아니라,일상속에서마주한언어와이미지들이권력작용에의해응축된결과물에불과한것은아닐까,라는.

Spring은사계절의봄이자,동시에‘본다(see)’는의미의봄으로,화산지대에서끓어오르는온천(hotspring),튀어오르는용수철(spring),탈출과해방을뜻하는‘tospring’의다의적울림을담아낸다.Enamel은금속·유리·도자기의표면을광택과색으로장식하는유리질재료이자,치아와물고기비늘을감싸는단단한표층으로,늦봄새로돋아난잎의빛나는표면과붉은기운,멀리서보이는연둣빛을연상시킨다.Colorful은형형색색,흥미진진함,파란만장함을아우르며,세계의균열과폭력속에서발견한다정하면서도잔인한인간내면의다채로운감정과입체적인면면을드러낸다.

시집의등장인물및주인공도드에관하여

도드:불에탄서술자.
개나리:도드를자기거울로삼지않고,도드로보는친구.
오렌지:화가.도드의죽은여자친구.이름을잃어버렸다.
새미:패션디자이너.도드와오렌지의친구.오렌지의이름을훔쳤다.
잘루트:사진가.도드의어릴적친구,였을까?
그:도드의연애상대.
그외의이름들:도드의실패한연애상대들.

주인공도드(Dowd,?????)의이름은성경속등장인물다윗의히브리어어근의소리이다.이단어는본래“끓다,달아오르다(toboil)”라는의미에서비롯되었지만,“사랑하다(tolove),친애하는이(dearone),친구(friend),삼촌(uncle)”이라는뜻으로도쓰인다.도드는단순한이름이아니라,그소리에사랑의열기와애정을담은호명을동시에품고있다.

시집의구성및사용설명에관하여

『스프링에나멜컬러풀』은77편의시로이루어진하나의이야기이다.사건은시간순서대로나열되고있지않지만,처음부터끝까지차례대로읽으며주인공도드의머릿속에서벌어지는기억의전쟁을따라읽어보기를권한다.지금나에게들리는목소리가누구의것인지끝까지의심하고묻고또묻기를권한다.

시집의챕터를구성하는색깔들의의미에관하여

표지의비눗방울에맺히는무지갯빛은보는각도에따라색이변하는운색(Iridescence)이라는이름을갖고있다.보석내부의층,틈,균열,결함이나손상이의도치않게프리즘역할을하여빛을분산시키며스펙트럼이나타나는현상을말한다.

각각의챕터는각인물이했던말과,인물들과도드의관계에서일어난사건들로구성되며그를통해각각의입장과관점을드러낸다.하나의서사에다중의서술자를포함하고있는만큼,각색깔의의미가하나가아닌여럿일수도있다.시를읽으면서각각의색깔과연결지을수있는단어들을찾아보고또기록해보기를권한다.

이시집을읽어주었으면하는독자들에관하여

­복수의불가능성에대해오래고민하다셰익스피어의친구가된사람.
­플래시백도노스탤지어도이제는지겨워과거의기억을내려놓고싶은사람.
­한때머물던공동체를떠나본사람.공동체안의권력이작동할때그에맞서본사람.
­애도의계절을건너온사람.상실앞에서어디까지가나이고어디까지가너인지,그래서내가잃은것은누구인지죽은이와오래이야기나눠본사람.
­‘지켜낸다’는사랑의의미를물어본사람.타인의가시를가만히쓰다듬어본사람.

시인의말

돌풍과폭소의밤Nightingale

한친구는
번역된책이아닌작가가직접쓴언어로시를읽을때에만
새로운언어를습득하는데도움이된다고말했고

한친구는
나에게시를번역하는일에관해선말도꺼내지말라며
하나마나한이야기라고말했다

또어떤사람은
한책에두가지언어를인쇄하는일이
종이와잉크를낭비하는일이라고했는데

나는T.S.엘리엇을읽다가
나이팅게일이라는단어앞에멈춰서서
그사람의말이틀렸다고생각했다

한국어를쓰는내가떠올릴수있는건고작간호사인데
영어가모국어인사람은자기도모르게
Nightingale,돌풍과폭소의밤을듣게되잖아?

언어에싸인목소리를읽어내는법을
세상모든사람에게들려주면어떨까

누군가돌풍의밤,폭소의밤에관해
끊임없이이야기해왔다는걸

밤이오고있다는것을

2025년9월
김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