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꿈 (신미나와 싱고의 교차 일기 | 신미나 산문집)

짧은 꿈 (신미나와 싱고의 교차 일기 | 신미나 산문집)

$15.00
Description
이 책 『짧은 꿈』은 시인 신미나의 두 달간의 도쿄 레지던시 생활을 기록한 산문집이다. 신미나에게는 시를 쓰는 자아와 그림을 그리는 자아가 나누어져 있다. 이 산문집은 ‘교차 일기’라는 콘셉트하에 서로 다른 두 자아를 넘나들며 써 내려가는 메타 에세이이다. 육첩 다다미방이 있는 가구라자카의 언덕을 중심으로 저자는 산책과도 같은 걸음을 옮겨나간다. 도쿄에 위치한 대학, 공원 등 곳곳에서 일제강점기를 살다 간 조선의 작가들을 떠올리며 현재로 흘러드는 과거를 감각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방인으로서 자신의 귀에 흘러드는 외국어의 낯선 감각에 사로잡힌다. 한편 일본 생활 속 다양한 미식 경험과 문화 체험 등을 통해 느낀 즐거움을 표현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한일 양국의 여러 번역가, 출판 관계자, 소설가, 시인 친구 들을 만나 우정 어린 교류를 나누며 추억을 나누는 장면들은 귀엽거나 아름답고 때때로 애틋하다.
저자

신미나

2007년《경향신문》신춘문예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쓸때는신미나,그림그릴때는싱고라는필명을쓴다.시집『싱고,라고불렀다』『당신은나의높이를가지세요』『백장미의창백』,산문집『다시살아주세요』,시툰『詩누이』『서릿길을셔벗셔벗』『청소년마음시툰:안녕,해태』(전3권)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는말

첫날밤
세우
의문의검은고양이
봄은짧아,걸어아가씨야
촛불같은눈동자,횃불같은눈동자
주오선창밖으로초록은우거지고
마트가좋아
아는것과알지못한것
입장바꿔쓴일기
우연과동시성
손바닥에쓴일기
레몬한알을방바닥에굴리다
돌아보고싶은사람
어기여차와돗코이쇼사이
과거와현재의교차로
시인동주에게
우리들의책거리시파티
우리가쇼핑할때이야기하는것들
현재의질문이미래가될수있다면
다시,광장에서
시와번역,그침묵의자리에서
수줍게건넨선물
궁극의안미츠를맛보고싶다
기억은곧감정이고,감정은종종웃기다
센슈대학교앞을걸으며
당신의운이되고싶습니다
식물처럼사랑하라
책거리서점일일점장의날
사랑은원고지한칸에함께갇히는일
바다포도,언어의맛
펀펀(funfun)한언어유희
내부검열자의메타일기
시절은지나가고,가수는노래한다
스페이스다다-무중력의우주에서
사랑을알아차리는아기처럼
도쿄여자대학교에서‘다시만난세계’
우설,혹은감각의이중주
너의목소리가들려
묘신기(猫神記)-나의늙은고양이에게
불완전한날들의대화-자아분열극
오독의꽃,시번역워크숍
둥근늪,마루누마예술의숲방문기
이다음에,간다강에서만나요
마지막장을미루는마음
스미다강다리위에서
번외편-가구라자카기담
서울국제도서전과텍스트힙
파치파치,메라메라,번역의불을건네며
사쿠라네코와저녁의식탁
미(美)와응시
두친구,쌍동밤처럼나눠쓴일기
토네이도속체리한알
밤의철도
환대의통로
방울소리가들렸다
작별인사는말없이
구름이걷히면다시

출판사 서평

시인신미나와싱고가함께전하는진지발랄가구라자카생활기
신미나산문집『짧은꿈』은저자가일본도쿄에서두달간체류하며나날이써내려간체류기이다.‘부캐(subcharacter)’하나쯤은당연시되는시대,시인신미나에게도‘싱고’라는이름의오랜부캐가있다.시를쓸때는신미나,그림을그릴때는싱고라는필명을사용해온저자는‘신미나와싱고의교차일기’라는부제로엮은이번산문집에서그둘을종횡무진오간다.
그날그날펼져지는두자아의힘겨루기!에도성외곽의해자를따라거닐며문학에관해이야기해야할때는‘시인력’이강해지고,일본드라마를보면서궁극의디저트를상상할때면‘싱고력’이용솟는다.때때로그두자아는야키토리집에서술잔을부딪히며빔벤더스의영화를두고사뭇진지한토론을벌이기까지한다.그렇게저자는가벼움과무거움,엉뚱한상상과진지한사유를넘나들며친근하고도먼나라인일본에서한때를보낸다.츠바키꽃잎을닮은달콤한낮잠같은이야기에여러분을초대한다.


일상의감각으로도시를사유하다
이야기는언덕마을가구라자카에있는육첩다다미방에서시작된다.가로네걸음,세로네걸음만큼되는방.시인윤동주도머물렀을법한작은크기의방.저자는그방에‘스페이스다다’라는애칭을붙인다.일상의조각들을그러모아상상력으로쏘아올리는공간.무중력우주같은그곳에서시인의두자아는마음껏부유한다.
저자는스페이스다다를거점삼아이방인의눈으로도쿄의일상을바라본다.동네마트에서1인분씩포장된참치회를발견하며‘혼자’가예외상태가아닌기본값인사회의분위기를체감하고,가구라자카골목을산책하며담장을따라활짝핀하얀꽃들에이끌린다.아무런사전계획도세우지않은채방문한도쿄국립신미술관에서우연히다자이오사무의얼굴과마주하기도하고,요초마치공원을찾아조용한놀이터풍경속에자신을놓아둘때도있다.일상속자유로운리듬에몸을맡긴채생활하는시인의시선을따라가다보면독자또한가구라자카일대를여행하는기분에사로잡힌다.


과거의빛과미래의그림자가포개어지는자리에서서
그러나일상속장면들이그저가볍게스치기만하는것은아니다.저자에게는문학을통해서알게된과거와현재,서로다른시공간들이겹쳐보이기때문이다.다자이오사무의촛불같은눈빛에김수영의횃불같은눈빛이겹치고,어린이놀이터에박열과가네코후미코,이봉창등이옥살이했던형무소와교수대가겹친다.하얀꽃들의이름이데이카카즈라인것을알고는그꽃에얽힌옛시인후지와라노데이카의사랑이야기를금세기억해낸다.호세이대근처에서는식민과문명사이에서서성였을소설가박태원의초상을떠올리며,과거가현재에스며드는방식에관해고민하기도한다.이렇듯저자는사물과장소에얽힌시간의흐름을읽어내며시공간이겹쳐지는순간에자신의발걸음하나를보탠다.이를통해전에보지못했던새로운풍경으로저자와독자는함께걸어간다.


고양이금단현상은언제부터시작되지?
:미소가번지는엉뚱한이야기들
책속에는소소한웃음을전해주는이야기가끊임없이쏟아진다.주로싱고력이샘솟는날들의일기들이다.사랑하는반려묘이응옹을무려‘나흘’이나보지못한탓에“고양이금단현상”을겪는저자,말장난같은리듬을가진‘트와일라이라이트’라는서점이름에얽힌뒷이야기,우설을먹으며‘혀로혀를씹는’기묘한은유를느낀순간,책거리매니저지영상이동료들에게장난치려고구입한여러맛의초콜릿중본인이고춧가루맛초콜릿을골라버린사건,일본으로놀러온친구들과새벽까지술을진탕마신다음날괴로워하며후지산으로향하는이야기등등.진지한이야기속에도깨알같은유머가있고,귀엽고사랑스러운순간들중에도눈을뜨이게하는사유가시작된다.이경쾌한전환은특히나이책이자랑할수있는즐거움이다.미소를잃은분들,폭신하고다디단디저트같은이야기들이여기에있으니한번드셔보세요.


우리말시어‘속꽃’을일본어로어떻게옮겨야할까
:번역의언어와침묵의자리
이책의초고는일본SNS노트(note)를통해서일본어로연재되었다.번역가리애상과함께우리말에서일본어로다시우리말로오가는동안문장에도시차가생겼으며,이러한말의이동가운데서선택을둘러싼망설임을겪었다고저자는고백한다.
익숙한모국어와낯선외국어의경계에서저자는마침맞은우리말로쉬이옮길수없는일본어단어들을만나고기록해둔다.가령‘하레노히(晴れの日)’.우리말로단순히옮기면‘맑은날’이되지만,그속뜻은일생에단하루뿐이없는듯한특별한날을이른다.‘시시오도시(ししおどし)’는직역하면‘사슴을놀라게하는것’이라는뜻인데,대나무에물이차면기울었다가텅!소리를내며제자리로돌아오는일본정원의장치를가리킨다.
저자가일본에체류하는동안진행하는번역워크숍또한말,특히시어의오묘함을드러내주는사례다.저자는“번역은언어의치환이아니라감각의전승”이라고말하며,자신이쓴시구절중하나인“하늘에불을놓는다올라간다마지막불꽃”이라는구절을일본어로옮길때‘파치파치(パチパチ)’대신‘메라메라(メラメラ)’를써야하는이유등을밝히기도한다.이일화는시가단순히의미의전달에그치는것이아니라그언어가가진느낌,말맛,구조등다양한요소를품고있는언어예술이라는것을일러준다.두언어사이를주유하며때로는우리말로단카를남기기도하는저자의언어에관한호기심은글의마지막까지반짝이며낯선느낌을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