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 공감각 - 봄날의 시집

사육 공감각 - 봄날의 시집

$13.00
저자

박시현

저자:박시현
2021년《시와반시》에「비의(秘儀)」외4편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관람’동인이다.

목차

1부용수탕
승재
녹,결
표본
한국아방가르드협회의추억
대해문구사아들박창우를위한헌시
서머
퍼플드랭크
나와너와유진의미래
바이스탠더
관람자들
초음속
동굴성
공포가된사람
체육과음악
싶은
생기는놀이터
야간캠프
과일의속력
둥글다면그것이
영역
모든몸은몸짓을가지고태어난다

2부성림장여관
대천사의마음
좀의자립
강선마을13단지
복귀하는영
호수공원
피셔맨베스트
야외수업
성찬식
각다귀
공급과중단
붉은사슴과붉은사슴뿔
이사야
난내삶의끝을본적이있어내가슴속은갑갑해졌어내삶을막은것은나의내일에대한두려움
모르는모두를
절정경험
미트볼러브
물방울스포츠클럽
집게없는집게벌레는벌레
사식
사슴5

3부송아지다실
아주잘게부서지는
지축차량기지
그사람의트레몰로
무형검
필요없는사랑을하려고
랫트
대륙보다작고암초보다큰
리사이클링
사랑전설
친구를찾아서
우화
측면
사우스포
청룡연못
아침일까궁금하다
바질
닌자비디오연체료갚기
우리와자세한빛

사육공감각
양서류
좋은사람들
요괴,한밤중

4부남옥빌라
훼미리마트
야영

미래총포사
코이토류우(鯉と?)
얼마나누구에게나

해설
지난여름에묻어둔것들(조대한)

출판사 서평

“내가좋아하는건여름에다있다”
:영원히서로를반사하며
터질듯이빛나는여름의장면들

박시현의시집『사육공감각』이출간됐다.2021년《시와반시》에「비의(秘儀)」외4편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한시인의첫시집이다.

시집을펼친독자의눈을가득채우는것은무수한여름풍광들이다.거기에는“너와과일.너와썩은과일.마가린.들여다보게되는바다.쇠.쇠기둥.고철과비눗갑”(「녹,결」)같은,시의화자가좋아하는것들이잔뜩담겨있다.여름은그렇게잔뜩담긴것들을쏟아내는계절이자다쏟아진자리에남는계절이다.

그러나그여름이미지를낭만적인기분의표현으로만여긴다면섣부른판단이다.해설을쓴조대한평론가는시집속에넘쳐나는무수한여름이미지에먼저주목하면서도,그여름이단순하게청춘의이미지로만그려지지않는점을강조한다.그여름에는그저아름답게빛나는것들만놓인것이아니라분명하게불타고,썩고,낡아가는것들이함께있기때문이다.

또한그여름에는오랜죄의식과원인모를두려움또한녹아있다.그계절은“아무리꺼도선풍기가꺼지지않”고,“여러번묶어도새어나오는”(「서머」)무언가가있는시간이며,닫고싶어도새어나오는불안과꺼림칙하게곪아가는두려움이있는공간이다.이처럼박시현의여름은활짝열린가능성과봉인되지않는공포를동시에품는다.그여름은사방이거울인밀실속에갇힌빛(「좀의자립」)에가깝다.그빛은거울을통해영원히반사되고있고,그로인해밀실은폭발할것만같다.아름다움과공포가공존하며한없이되풀이되는,비밀스러운여름의입구가지금열리고있다.

미래에서있으면모든것은과거가된다
:이미무너진것들이무너지는것을바라보는경험

시집은“뒤뜰에서헌책상이불타는걸구경”(「승재」)하는것으로시작된다.그것은학창시절종업식이있던날의기억이다.시속화자에게있어자신의한때를마친그날은지나온모든과거를돌이켜볼수있는미래적인시기이기도하다.그런데시속의세계는종업식무렵선풍기에덮개를씌우는이상한세계다.즉이곳에서여름의끝은한시기의끝이다.

『사육공감각』을읽는경험은과거의사물들이완전히소멸되는대신에썩거나낡은꼴로,사체로,표본으로여전히가득한세계를관람하는일과같다.헌책상은불탔고(「승재」),과선배는죽었다(「한국아방가르드협회의추억」).과선배는생전에화자에게이렇게말했다.“너는세계를망가뜨릴새끼야.”세계를망가뜨리는일,그것은세계의끝,미래에위치하여이미무너졌거나점차무너져가는과거를바라보는일과도다르지않을것이다.

1부에서4부까지의부제(용수탕,성림장여관,송아지다실,남옥빌라)들은모두낡아녹슬었거나오늘날생생한모습을찾아보기힘들것이라예상되는기표들이다.시집에덧붙은‘연체발생비디오목록’의〈스트리트파이터II〉,〈가위손〉,〈영구와땡칠이4〉,〈아기천사두두〉를비롯한시집내에서발견되는여러시어들을통해독자는자연스럽게특정할수있는과거를떠올리게된다.이는오랜시간이어지고있는레트로열풍속에잔존해온과거의파편들과도연결된다.그러나많은이들이과거를좋았던것으로‘회상’하며그리워하는것만은아니다.경험해보지못한과거를그리워하는이들또한등장하고있기때문이다.이는동시대적시간속에서당대가미래를향한발걸음을멈추고,과거를그리움,좋았던것의유의어로반복해불러오고있는현상의한사례이기도하다.

그러한맥락에서이시집은복고주의가지닌감상적인면만을취하지않는다.조대한평론가는해설을통해박시현의시집이“개인의미래”가“전부정해져있”(「닌자비디오연체료갚기」)는시대의한단면을드러내고있음을강조한다.이미너무나미래이기에더는미래가없는듯한감각이과거의풍경들속에서재확인된다.계속해서멀어지고낡아감에도완전히사라지는대신에폐업딱지가붙은점포의이미지로서남은과거들이여기에있다.

불가능한비행의시도를통해개방되는새로운감각

죽은나비몸통에핀을꽂는다.멈춘것들은다심장이뚫려있다.약품이묻은나비는자료다.품목이다.고모는약을바르고얼마못가죽었다.심장이뜨겁다고했다.너무뜨거워서뜨거운줄을모르겠다고.(…)사람에게날개는한쌍의이물질이다.
―「표본」부분

시집에서는또한날개와비행의이미지가숱하게발견된다.놀이터의죽은새,날개없이공중으로떠가는것들,날개를본뜬거라는사람의귀,소라를버리고뛰어드는소라게,뒤집힌채날아가는죽은매미,날아다니는버섯,내얼굴을하고날아다니는새,날아다니는울타리와젖소…….

시「표본」은“사람에게날개는한쌍의이물질이다”라고마무리된다.이때날개와비행은날수없는사람의유한성과이를극복하려는시적역설의이미지로서드러나고있다.시「야영」에서잡아던져진개구리에게는날개가없지만,개구리는잠시날고있다.잠시비행중인개구리에게새로운감각이들어선다.그것은몸의한계를통해익숙한삶의조건을넘어서면서얻는경험이며,그경험은자유롭고도어색한것이다.박시현에게그러한경험은익숙하고낡은시를버리고,새로운시를향한가능성과불가능성사이에서갈등하며도약하려는시도그자체이기도하다.“나는지금날아가고있다.”라고말하는화자의목소리와함께이시집의독자들또한익숙하고도낯선,자유롭고도어색한,아름답고도스산한감각들사이를날아다니기를바란다.

시인의말

지루한사람은
멈추면된다.

2026년5월
박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