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운, 지워지지 않는 : 사진이 들려주는 전쟁과 인권 이야기 (양장)

지운, 지워지지 않는 : 사진이 들려주는 전쟁과 인권 이야기 (양장)

$24.00
Description
전쟁과 인권을 기록한 서로 다른 세 시선
『지운, 지워지지 않는』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에서 일본계 미국인 12만 명 이상이 강제 수용되었던, 미국 역사에서 지워진 사건을 통해 전쟁과 인권, 기록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책이다. 세 사진작가의 기록 사진과 생생한 글, 아름다운 그림이 놀랍도록 절묘하게 결합된 이 책은 2023년 권위 있는 도서 상과 우수 도서 목록에 거듭 선정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한반도 역시 그 자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요즘, 이런 비극적인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이 책의 간절한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제2차 세계대전 일본의 진주만 공격 이후 미국 정부는 서부 해안 지역에 살던 모든 일본계 미국인에게 강제 이주 명령을 내렸다. 이들이 ‘적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언비어와 혐오가 퍼졌고, 정부는 자국민 보호라는 명분으로 ‘행정명령’을 내린 것이었다.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일본계 미국인들은 이름 대신 번호표를 달고, 며칠 만에 정든 일터와 집을 뒤로한 채 철조망이 둘러쳐진 사막의 강제수용소로 가야 했다. 언제 돌아갈지 기약 없는 혹독한 수용소 생활이 3년 넘게 이어졌다.

『지운, 지워지지 않는』은 미국이 지우고 싶어 한 이 역사를 강렬하게 되살린다. 저자 엘리자베스 파트리지는 사진작가 도로시아 랭이 맨재너 강제수용소에서 찍은 순진한 어린 손자와 슬프고 건조한 표정의 할아버지의 사진(55쪽)에서 영감을 받아 이 책을 쓰게 되었다. “당시의 사진들과 그림을 통해 그 시공간 속으로, 지금의 우리처럼 희망을 품고 숨 쉬고 살아갔을 그 사람들의 세계로 우리를 데려가서 그들이 경험한 일상을 들려”(「옮긴이의 말」) 줌으로써 “미국 정부는 왜 노인과 갓난아이를 가두었을까요? 그들이 국가 안보에 어떤 위협이 될까요?”라는 저자의 질문을 독자들의 마음에 메아리치게 한다. 이주 과정의 당혹감과 수용소 생활의 암담함, 그 속에서 삶을 꾸려 가는 사람들의 생명력을 생생하게 표현한 로런 타마키의 아름다운 그림은 기록 사진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깊은 감동을 준다.

『지운, 지워지지 않는』은 전쟁의 참담함을 환기할 뿐 아니라 차별과 인권, 소수자와 민주주의 등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문제를 곰곰이 생각하게 해 준다. 같은 곳, 같은 사람들을 촬영한 세 사진작가의 서로 다른 시선은 사료를 읽고 해석하는 눈을 일깨워 줄 것이다. 초등 고학년부터 어른까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선정 및 수상내역
2023 시버트상
2023 전미어린이도서관협회 주목할 만한 책
2023 볼로냐 라가치상 특별 부문
2023 화이트레이븐스 리스트 선정작
저자

엘리자베스파트리지

도로시아랭,우디거스리,존레논의전기를포함하여청소년독자를위한책을썼습니다.전미도서상최종후보에올랐고,보스턴글로브혼북상,LA타임스도서상등을받았습니다.캘리포니아대학교버클리캠퍼스에서여성학으로학위를받고,이후중국의학을공부했습니다.
웹사이트elizabethpartridge.com.

출판사 서평

사진과글,그림의매력적이고독창적인결합

“주요인용문과현대적인그림및사진자료를창의적으로결합해매력적인역사적서술이탄생했다.”_『혼북(TheHornBook)』
“엘리자베스파트리지는여러목소리들을담아생생한이야기를들려주며,로런타마키는세작가의사진과자신만의정보를담으면서도멋진분위기의그림을극히매끄럽게직조해냈다.”_2023「화이트레이븐스」

이책은1941년일본의진주만미해군기지폭격장면과이어지는일본계미국인의체포장면으로시작된다.검은색과붉은색의대비,인생의가장행복한순간이라할수있는결혼사진과체포장면을대비하는강렬한시각적효과로,단숨에독자들을끌어들인다.
이주명령이내려진순간과이주과정에서벌어진일,임시집합소에서의생활,강제수용소에서의생활과갈등이벌어지는긴박한순간들,그속에서도끊임없이계속되는일상,그리고전쟁이끝나서수용소를떠나는모습까지,글과그림,그리고자료사진이정교하게결합된아름다운장면이처음부터마지막페이지까지펼쳐지며독자들을역사속현장으로초대한다.
글을쓴엘리자베스파트리지는이어두운사건을담백한문장으로서술하며,자신의생각을직접드러내기보다는여러사람들의목소리를들려주면서독자들이그질문에답하도록촉구한다.화가로런타마키는일본계캐나다인으로,조부모가제2차대전당시캐나다수용소에갇혔던상처가있다.이책을위해많은사진을보고그림을그리면서조부모세대처럼상처를덮어두기보다는계속떠올리고이야기나눌때더깊이치유할수있다는확신을얻었다.

진실은어디에있는가?세사진작가들의서로다른시선

『지운,지워지지않는』에는일본계미국인들의강제수용과정과수용소생활을찍은세사진작가의사진들이담겨있다.도로시아랭은대공황때거리에나온이주민실직자의모습을사진에담아유명해진작가로,전쟁격리이주당국의요청을받아강제이주과정을촬영하게된다.이주당국은강제이주과정이“인도적이고질서정연하게이루어졌음을보여주는기록용사진”을남기고싶어했다.하지만도로시아의생각은달랐다.강제수용은불법이라며,자신의카메라를사용하여이평범한미국인들을“위협”으로부르는것이얼마나터무니없는지를보여주려고했다.감금된상태이지만가구를만들고,숙소를꾸미고,채소밭을가꾸는등일본계미국인들이이상황을견딜만한것으로만들려고분투하는모습을생생히담아냈다.
토요미야타케는맨재너수용소수감자당사자였다.그는“나는모든것을기록해야해.이런종류의일이절대다시일어나서는안돼.”(59쪽)라고결심한다.몰래‘도시락카메라’를만들고필름과인화를위한약품을외부에서들여오는위험을무릅쓰며수용소의철조망안에서실제로무슨일이벌어지고있는지를담아냈다.그는용감하게도로시아가촬영금지당한사진들을찍었고,또공동체의일원이라가능한사적이고무방비상태인순간들을찍어진솔한일상을남길수있었다.
또다른시선을보여주는앤설애덤스는장대한자연풍경을주로촬영한사진작가이다.맨재너수용소소장의요청으로수용소를촬영하게된앤설은수감자들이근면하고쾌활하다는것을보여주고싶어했고,맨재너를살기힘든곳으로보이게하는그무엇도보여주지않으려했다.
도로시아와앤설의사진을비교해보면같은사건에대한시선이어떻게다를수있는지단번에이해할수있다.예를들어도로시아가남긴맨재너수용소는모래폭풍이몰아치는황량한풍경이다(46~47쪽).하지만앤설이담은수용소모습(92~93쪽)은“우뚝솟은산으로둘러싸인사막의강렬하고도매혹적인풍경덕분에맨재너사람들의정신이강해졌다고믿”는그의생각을드러낸다.이책은이주당국에의해도로시아가촬영금지당한부분과앤설이촬영하지않기로선택한부분까지언급하며독자들의생각을촉구한다.

차별,인권,소수자,민주주의등다양한생각거리

비인간적이고참담한격리와강제수용이일어난것은전쟁이불러온정체를알수없는두려움때문이다.진주만폭격이후에일부미국인은일본군이미국본토를다시공격하지않을까두려워했다.일본계미국인들이미국정부를방해하고,일본잠수함이나일본군에게암호무선메시지를보낼지도모른다는근거없는소문들이퍼져나간것이다.
전쟁이끝나고강제수용에대한소송이이어졌다.일본계미국인들은그어떤불법적인행위를하지도않았고막대한피해를입었음에도불구하고,공식적으로미국재판부는이강제수용이불법이라고한적이없었고제대로된보상도없었다.오히려‘아시아계이민자는모범적인소수자’라며애국심을끊임없이증명할것을암묵적으로강요받아왔다.
「전쟁이끝난뒤」「단어가중요한이유」「아시아계이주민에대한차별과시민권침해」「‘모범적인소수자’라는잘못된신화」등차별과편견,인권에관한글과글쓴이의말과화가의말,각사진작가의삶이소개된부록은이책을더깊이이해하게해준다.미국사회의본질과시민권과인권,시민권이해에도큰도움이되는글이다.
책을옮긴강효원선생은이책은어느공동체에나있는,낯설고생소한존재들에대한이야기라고말한다.전쟁이나재해처럼경험한적없는커다란위기가닥쳤을때,분노와두려움이평소생경했던우리사회속의낯선존재들을향한다는것이다.
우리의의지와무관하게처한상황에따라,우리는낯선이방인들을손가락질하는존재가될수도있고,손가락질받으며불이익을당하는존재가될수도있다.세계곳곳에서전쟁소식이들려오고한반도에서도위태로운대결이이어지는요즘,이런비극적인역사가반복되지않도록하려면어떻게해야할까?더깊은민주주의와인권을위해더많은성찰과연대가필요하다는것을이책은강력하게이야기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