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작물과사람이행복한농사를지은30여년의기록
『1%의힘농업안내서』를쓴유재흠선생님은대학졸업후젊음과농업,농민운동에대한열정으로귀농한뒤30여년동안농사를지어왔다.이책은그30여년분투의기록이다.땅을빌려농사를짓기시작하고,콤바인과이앙기등기계를익혀지역의논과밭을다갈고다니다일이끝나면3일을기절하듯잠들었던농사의기반을닦은시절,그리고우렁이농법을배우고주변농민들을설득하여친환경영농법인단지를만들며겪은성취와실패,마음맞는사람들과‘미친듯이농사짓는사람들-미농사’를조직하며전혀새로운협동의결실을맛보기까지온갖사건들이다큐멘터리영상처럼생생하게펼쳐진다.
저자는사라지다시피했던우리밀을알게되면서20여년동안우리밀을안정적으로,국수나빵등으로가공하기에적합하도록품질을개량하는일에매진하고전국을다니며강연을하기도했다.이런저자의노력은「한겨레21」을비롯여러매체에서다룬바있다.
코로나시기를지난후탄소치유농법이라는친환경농법을배우는한편몇몇농민들과작물과밭,비용등을모두함께사용하여정산하는,즉‘살림을통합하는’정도의농사를하면서‘기술을최고로비용은최소로’수렴되는협동농사의새로운단계로진입하게자신있게말한다.하루종일일하고도밤을새울기세로‘마늘을언제,얼마나,어떻게심을까’를토론하는것이세상어떤것보다더재미있고,아무리싸워도다음날새벽이면잊어버리는‘50대의기억력’이위대하다는너스레가유쾌하다.
이제농사는적정한규모를찾아1,200평짜리논17필지는혼자,세명이짓는밭농사는밭30마지기에밀과콩을,양파는5,400평과대파1,000평,마늘1,000평,감자1,600평규모이다.이정도규모농사에서얻는수입과지출등살림살이도자세히들려준다.
힘을모으고실패를나누는협동의어려움과기쁨
『1%의힘농업안내서』를쓴유재흠선생님은농사를시작하면서협동,협동조합의원리로농사를지어야겠다고『몬드라곤에서배우자』등을공부했다고한다.함께일해야일이잘되고결실도커진다는것을모르는사람은거의없을것이다.그러나현실이쉽지는않았다.이책에는유기농벼단지와영농조합등을만들기위한저자의노력과시련,성공과실패의경험이생생하게담겨있다.첫번째는몇년동안관행농사에익숙하여제초제를치지않으면잠이오지않는다는주변농민들을설득하여유기농벼단지를만들어생산하여,가장풍년을이룬해에사고가난일이다.벼에서농약이검출되었던것이다.몇개월동안수습을위해뛰어다니고나니불면의밤이이어졌다.저자는결국적당히두루뭉술하게,라며원칙을지키지않았던것을반성하며대의를위해,라고넘기지말고더철저하게더나자신을위해농사를짓자,라는원칙을세우게되었다.
두번째는‘미농사(미친듯이농사짓는사람들)’의경험이다.미친듯이농사를짓자며10여명이몇년간함께여러방식의협동을실험하며최적의방식을찾아간이야기가펼쳐진다.협동조직과농법을배우러일본에연수를가고농한기엔홍대와서울곳곳을함께다니며긴장을풀고우정을다졌다.작물종류부터심는날짜,방법모두끝장토론을한결과이제는비용과일,결산을함께하는‘살림통합농사’를짓는눈만마주쳐도알수있는동지가되었다는이야기는잔잔한감동을주며협동조직의원리를곱씹어보게한다.
99%를바꾼1%우리밀의힘
저자는우리밀을숙명의작물이라한다.왜일까?현재밀자급율은1%로미미하다.그러나우리밀은『조선왕조실록』과『농사직설』기록으로알수있듯이아주오래전부터길러온주식중하나였다.1954년한국전쟁직후미국의밀이원조로들어오기시작하면서재배면적이줄기시작하여1984년밀가루에대한관세를,1990년에밀알곡에대한관세를없애면서거의100%수입에의지하게된것이다.
1991년우리밀을살리자는운동이대대적으로전개되는중에농사를시작한저자가부안에서우리밀농사를짓기시작한것은밀수입자유화의물결이휩쓴뒤였다.저자의밀농사도전국우리밀농사처럼수입산대비비싼가격이라는장벽과변덕스런날씨,또수요와공급을잘맞추지못하는등여러고비를겪었다.거래처를아이쿱생협으로단일화하여계약재배로재배하기까지,우리밀관련자료를조사하고재배방법을여러번혁신하기까지오랜시간이걸렸다.마침내부안군우리밀영농협동조합은2022년에는제1회국산밀우수단지시상식에서대상을받는성과를거두었다.
『1%의힘농업안내서』는우리가잘알지못했던우리밀의역사를생생하게들려주면서품종과파종법,비료구성과주는시기등농법까지자세히들려준다.단지자급율1%만으로안전한먹거리의본보기가되고수입밀이농약,방부제,표백제등을덜사용하도록변화시켰다는점에서1%의힘은결코적은것이아니다.4%밖에안되는유기농사의방법이관행농사에전파되어소식재배,제초제와합성비료사용자제등으로이어진것도마찬가지이다.세상을바꾸는것은크기만이아니다.우리밀이10%될때까지밀농사와전국을다니며하는우리밀강연에도더힘을쏟을것이라는저자의진심에응원을보내게되는이유이다.
지구와생명을배우고소비와순환을이해하는가장좋은방법,농업
저자는30여년농사를지으면서삶을이해하게되었다고한다.막고품는다,즉문제가생기면머리로계산하기보다는몸으로해결해야한다는것,준비가반이며시작보다마무리가중요하다는것은농사에서가장먼저배운것들이다.함께하기위해서는실패를나누어야하고실패의원인에대해지치지않고토론해야마음이라는열매가열린다는믿음등이그것이다.농업의역사에대해들려주며최첨단AI무인트랙터도보습과쟁기라는역사적유산의변형일뿐이라는성찰도흥미롭다.
코로나팬데믹을거쳐가장무더웠던올해여름까지,아무리사람의기술이발달해도51%는자연이결정하는농업에종사하면서저자는지금문명의전환점에서있음을절감한다고말한다.5장‘묻고생각하는농업의미래’에는저자가생각하는우리농업의미래에대한깊은고민이담겨있다.심각한기후변화에맞서주식대부분이노지에서생산되는우리나라가대비해야하는방향,식량을자원화하는흐름에대응하기위해서친환경식자재를지역에공급하는친환경학교급식,완주군과부안군의지역푸드플랜등의경험에서교훈을얻자고한다.귀농과귀촌을꿈꾸는사람들에게는그지역에사는사람들과두터운관계망을맺는것이가장우선이며,비싼장비나첨단농법보다는흔히먹는작물을권하며,농사는자연에기대어몸을쓰는일임을잊어서는안된다고조언한다.당장분배정의를세우기위해사회를멈추는것이어렵기에,농사와농업을‘지구와함께살기’를배우는장으로바꿔보자고하는제안은신선하다.농업에대한걱정과통념을바꾸어줄이책을만나고,저자의제안에따라가까운농업기술센터부터찾아보면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