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가의 아이들

우물가의 아이들

$16.50
Description
전춘화 작가의 첫 장편소설
조선족 십대 아이들의 따스하고 역동적인 성장기
『우물가의 아이들』은 2000년 초반, 연변조선족자치구에 살던 홍희와 경매, 왕두 등이 집과 동네, 용정 우물가에서 크고 작은 사건을 겪으면서 한 뼘씩 성장하는 이야기를 유쾌하고 정겹게 그린 작품이다. 전춘화 작가의 첫 장편이자 청소년 소설이다.
완고한 민족 역사학자 할아버지와 부모의 갈등이 혼란스러운 홍희, 한국으로 일하러 간 엄마가 그리운 경매, 조선족 성지인 우물가에 만두를 팔러 오는 한족 아이 왕두는 서로의 세계를 조금씩 흔들면서 우정과 성장의 의미를 배워 간다.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부는 연변에서, 조선족의 정체성과 민족 정신을 강조하는 할아버지와 현실 적응이 우선이라는 부모,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아이들에게 미안해하며 단단히 준비되어서 어디에든 잘 착륙할 수 있게 해 주고 싶은 봉호 선생님의 서로 다른 가치관은 때로 부딪치고 때로 타협하면서 아이들에게 닿아 따스한 손길이 되어 준다.
길림성에서 나고 자란 전춘화 작가는 소설집 『야버즈』에서 중국동포이자 유학생, 이주노동자 등 여러 겹의 정체성을 가진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면서 전에 없던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우물가의 아이들』은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자 성장 소설이다. 조선족과 한족, 위구르족, 한국인 등이 어울려 살고, 교실에서는 사회주의를 배우지만 젝스키스와 핑클, 드라마와 예능 등 한국 대중문화를 거의 동시간대에 즐기는 2000년대 초 연변의 풍경이 놀랍고도 생생하다.
홍희가 타이머를 쥔 할아버지 앞에서 자기소개 연습을 하는 독특한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경쾌한 문장으로 독자들을 그 시절 연변으로 초대한다. 홍희는 서로 다른 어른들의 말을 따져 보며 생각을 키우는 법을 배우는 한편 장기라는 승부의 세계를 만나며 조금씩 성장한다. 엄마를 그리워하며 학교를 빠지기까지 하던 경매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힘들어하는 홍희를 위해 장기의 복기를 도와준다. 너는 주석이 될 수 있냐는 조선족 아이의 날선 질문에도 왕두는 자기의 꿈은 용정에서 빠오즈를 가장 잘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며 주석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말할 만큼 단단해진다.
홍희와 아이들이 펼쳐 가는 이야기 속에 조선족의 역사와 문화대혁명,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과 갈등 등을 엮어 들려주는 작가의 솜씨가 유려하다. 외로움과 갈등을 드러내는 장면에서도 작가 특유의 유머가 미소를 짓게 해 준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라는 할아버지의 질문에 답을 찾는 홍희와 친구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조선족이라는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걸림돌이 아니라 “삶을 밀어 올리는 디딤돌로 사용해 보자는” 저자의 마음에 닿게 될 것이다. 또한 누구나에게 있는 소수자성을 보는 눈과 따스하게 손 내밀며 공감할 수 있는 힘을 만나게 될 것이다. 김지은 평론가가 “한 어린이의 성장에는 겨레와 가족이 왜 믿음직스러운 원천인지 알려 주는 작품”, “새로운 각도에서 본 디아스포라 아동문학”이라고 한 이유이다.
실제와 상징을 결합한 독특한 장면을 풍부한 색채로 그려낸 강소연 작가의 그림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경계에 서 있는 이들의 성장 이야기를 담고자 하는 너머학교 ‘너머의 문학’ 시리즈의 첫 책이다.

★ 줄거리

“나는 중국 조선족이다. 그리고 … 연암 박지원의 자손이다.”
할아버지 앞에서 두 달 동안 5분 자기소개 연습을 하는 아이는 세상에서 아마 나뿐일 거라고 홍희는 한숨을 쉰다. 덕분인지 자기소개를 잘 해낸 홍희에게 경매가 먼저 말을 건다. 둘은 문구점과 양꼬치 가게, 동네 상가를 돌아다니다, 우물가에 앉아 젝스키스의 신곡을 들으며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
자기소개 교육에 만족한 할아버지는 조선족과 항일 운동 등 역사 강의를 시작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과 달라 혼란스럽다고 말해도, 엄마 아빠가 말려도 말로는 할아버지를 이길 수 없다. 홍희는 장기를 배워서 할아버지를 이겨 볼까 하는 마음에 장기를 배우기 시작한다. 타고난 승부사 기질에 노력을 더해 처음으로 할아버지를 이긴 날, 엄마 아빠는 물론 할아버지까지 크게 기뻐하고, 새로 온 봉호 선생님은 청소년 장기 선수가 되어 한족 애들 코를 눌러 주라고 홍희를 꼬드긴다.
한국으로 엄마가 일하러 간 지 4년이나 되었으니 오히려 만날 날이 다가온다고 의젓하게 말하던 경매가 어느 날 학교에 오지 않자 홍희는 그동안 경매의 마음을 몰랐던 자신을 뉘우치고 빠오즈를 파는 한족 아이 왕두와도 친해지며 조금씩 성장하는데…….
저자

전춘화

중국길림성화룡시에서태어났습니다.2023년소설집『야버즈』로국내작품활동을시작했습니다.『경계없는소설(공저)』,2024년김유정문학상작품집『바우키스의말(공저)』등의책을냈고,꾸준히작품활동을이어가고있습니다.

목차

자기소개.........9
엇박자.........17
장기판위의가족.........27
룡두레우물가.........39
남쪽에서온선물.........54
광장무.........75
펼쳐진장기판.........94
두부집칭씨.........112
봉호선생님.........129
떠나는사람들1.........154
떠나는사람들2.........171
1년.........185
졸업식.........197
보너스챕터:작은책방.........218
다시깊어진우물가에서.........227

출판사 서평

★저자서면인터뷰중에서

1.작품은할아버지가홍희에게반복해서‘자기소개’를시키는독특한이야기로시작됩니다.왜‘자기소개’를이야기의출발점으로삼으셨나요?

조선족아이가주인공이고2000년대조선족마을이배경인만큼독자들에게는다소낯선세계일수있겠다고생각했습니다.그래서이야기의시작을‘자기소개’로열었습니다.홍희의다름을처음부터드러내면서도독자들이조금더편안하게이세계에들어오길바랐기때문입니다.

사실저도어릴때부모님께자기소개를자주배웠습니다.당시에는별의미없이반복했던일이었지만지금돌아보면그것은충돌보다안심을택하는,서로에게건네는작은평화의제스처였던것같습니다.홍희역시그런과정을통해자신이누구인지배워가는아이라고생각했고,그래서자기소개가이이야기의가장어울리는출발점이되었습니다.

2.작품에서할아버지가홍희에게장기를가르치려하고엄마도,봉호선생님도각기다른동기로장기를배우라고하는데요.장기는어떤의미를지닌소재인가요?

저의중학교시절에는지금처럼학원문화가발달하지않았습니다.그래서아이들이삶속에서자연스럽게익히는것들이많았는데,장기나바둑같은보드게임도그런배움의한방식이었던것같습니다.어른들은그것이단순한놀이가아니라아이의사고력과끈기를길러준다고믿었고,그래서종종등을떠밀어배우게하곤했습니다.

작품속에서장기는그런현실적인배경위에놓여있습니다.동시에장기는홍희를둘러싼어른들의서로다른기대와세계가만나는지점이기도합니다.할아버지에게는삶의지혜와기억을전해주는도구이고,엄마에게는아이가세상에서살아갈수있는기술이며,봉호선생님에게는홍희의가능성을발견하는계기입니다.

그래서장기는단순한놀이가아니라,홍희가여러세계사이에서자신의자리를찾아가는과정과함께움직이는상징적인소재라고생각합니다.

3.우물가는조선족아이들,광장무를추는한족,한국사람들등다양한사람들이모이는중요한장소로등장합니다.‘우물가’를이야기의중심공간으로설정한이유가궁금합니다.

제기억속에서우물가는조선족의오래된역사와전통같은정체성을품은곳이면서도,오랜기억들이서서히잊혀져가는침묵의장소이기도했습니다.아이들에게는놀이터였고어른들에게는잠시쉬어가는쉼터였지요.동시에낯선사람들이흘러들어오는,늘조금은약동하는공간이기도했습니다.

소설에서공간설정은굉장히중요하다고생각합니다.저역시글을시작할때어떤공간을중심에둘지오래고민하는편인데요.우물가를이야기의중심공간으로정하는순간,그안에서자연스럽게많은이야기들이흘러나오기시작했습니다.

4.작품중부모님이한국으로일하러가신아이들이많아지는한편교실에서는사회주의정치교육이이루어지고아이들은한국의대중문화를실시간으로즐기고있는데요.이런변화가일어난배경과과정이궁금합니다.

그시기의조선족사회는굉장히빠르게변하고있었습니다.
한국과중국이수교한이후한국으로일하러가는조선족들이급격히늘어났고,저희또래아이들중에도부모님이한국에나가계신경우가흔했습니다.하지만학교안의교육은여전히중국체제속에있었기때문에교실에서는사회주의정치교육을배우고있었죠.

흥미로운건그와동시에아이들의일상에는이미한국문화가깊이들어와있었다는점입니다.당시에는인터넷이나위성방송,CD같은매체를통해한국드라마나음악이빠르게퍼졌고,저희도그것을거의실시간처럼접하며자랐습니다.

그래서한교실안에는사회주의정치교육,한국으로떠난부모세대,그리고한국대중문화를소비하는아이들이동시에존재하는묘한풍경이있었습니다.국경은여전히국가안에있었지만사람들의삶은이미국경밖으로움직이고있었던거죠.저는그시기의공기를작품속에자연스럽게담아보고싶었습니다.


5.작품에서조선족은어디서나낯선존재일수밖에없다는시선과3개국어를하는것을장점으로삼자등소수자를바라보는서로다른시선이담겨있는데요.작가님은이주배경을비롯한여러다른‘소수자성’에대해어떻게바라보자고하고싶으신가요?

조선족출신인저는중국에서는소수민족이고,한국에서는동포이면서도사회주의국가에서온이주민,외국인이기도합니다.어느쪽에서있어도‘소수’라는위치에놓여있는셈이지요.20대시절에는그사실이내심괴롭기도했습니다.마치가시처럼제정체성을계속찌르는것같다고느꼈던것같아요.

하지만시간이많이흐른뒤생각의폭을조금넓혀보니세상대부분의사람들역시각자나름의‘소수자성’을지니고살아간다는믿음을갖게되었습니다.다만어떤사람에게는그것을드러낼지말지를스스로조절할수있는여지가있고,또어떤사람에게는그렇지않은경우도있는것같습니다.그래서지금의저는소수자성을단순한거침돌로만바라보기보다는,가능하다면삶을밀어올리는디딤돌로사용해보자는마음이더커진상태입니다.


6.한국사회에는이주민과다문화가정이많습니다.서로다른배경을가진사람들이어울려살기위해가장중요한것은무엇일까요?문학은서로다른경험과정체성을이해하는데어떤역할을할수있다고생각하시나요?

어릴때부터중국에는56개의민족이있고,지역마다억양과식습관,기후와문화까지모두다르다는이야기를배우며자랐습니다.그러다보니사람은서로다른것이당연하고자연스럽다는감각이제인간관계의기본값이되었던것같습니다.낯선타인을만나면먼저호기심이생기고,그안에서비슷한점하나라도발견하면몹시반가워하는그런정서였지요.

사실작은범주안에서도사람들은모두서로다른배경을가지고있습니다.다만아직까지한국사회에서는국적이나학연,지연같은비교적큰범주안에서서로를묶으며정서적인안정감을빨리획득하려는경향이있는것같습니다.그과정에서자연스럽게배제되는사람들도생기고요.

저는관계에서는무엇보다‘느림’이작동해야한다고생각합니다.누군가와는빠르게결속되고또누군가는쉽게배제되는현상은결국내안의불안이작동한결과일지도모르니까요.서로를천천히그러나꾸준히탐색하면서각자에게맞는안전거리와넘지말아야할경계를확인해가는과정이필요하다고생각합니다.그과정은신중하고,어느한쪽도쉽게다치지않도록조심스럽고정교해야할것입니다.

돌이켜보면작은연변이라는공간안에서다양한사람들에게열린시선을가질수있었던데에는소설의영향도컸던것같습니다.허구의이야기이지만책속에서는서로다른시대와국가의인물들을입체적으로만나볼수있으니까요.그런경험은어릴수록더자연스럽게현실의사람들에게도이어지는것같습니다.가족과친구들을조금더입체적으로바라보고그들의다양한이면을들여다보게된데에는문학의역할이컸다고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