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그 깊은 독백 (익숙했던 것과의 결별 바람이 지구를 흔든다)

정년, 그 깊은 독백 (익숙했던 것과의 결별 바람이 지구를 흔든다)

$17.00
Description
우리에게 일이란, 직장이란 어떤 의미일까?
인생의 사계절에서 나는 어디쯤 왔을까?

정년을 맞는 소회를 담담히 기록한 공감 에세이
“직장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사원증, 개인 법인카드, 노트북을 반납하고 나니 허허벌판에 던져진 벌거숭이처럼 남는 게 아무것도 없다. 한순간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처럼 공허하다. 이제부터 아마추어 같은 삶은 시작될 것이다.”

멈춤과 여백을 허용하지 않는 현대사회 속 인간의 삶을 노래한 시집 《풍경소리》의 박갑성 작가가 7년 만에 펴낸 신작 에세이다. 이번에는 32년간 근무해 온 직장을 떠나는 정년퇴직자로서, 지나간 시간에 감사하고 한편으로 쓸쓸한 감정을 일기 형식으로 담았다. D-365로부터 시작해, 오랜 시간 삶의 일부였던 정든 공간에 퇴직 인사를 고하기까지 1년의 시간이 기록된다.
작가는 여전히 새벽 지하철과 버스에 몸을 싣고 성실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앞으로 명함과 직책이 없는 삶에 내던져질 두려움과 외로움을 애써 털어내면서 평생 해온 자신의 업에 마침표를 찍어간다.
출퇴근길 한강의 불빛과 사무실 창가에서 바라보던 빌딩숲, 퇴근길 동료들과 기울이던 술 한잔의 추억, 힘든 업무로 하얗게 밝아오던 새벽까지, 정년을 앞둔 작가에게는 모든 것이 돌아갈 수 없는 그리운 풍경이 되어간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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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갑성

저자:박갑성
-경남남해출생
-SK텔레콤(1992~2024)
-들꽃아피어라(2005,비매품)
-풍경소리(2018)

목차


프롤로그_4

여름#365~#306_10
가을#303~#214_66
겨울#211~#122_126
봄여름#117~#3_184

출판사 서평

명함없는삶으로돌아갈시간,
길가에떨어진낙엽이바스락거린다

시를짓고글을쓰는직장인으로서7년전시집《풍경소리》를발표했던저자가평생일해온직장을떠나기전1년간의소회를담담히기록하여《정년,그깊은독백》을펴냈다.

《정년,그깊은독백》을쓴박갑성저자는최근에정년퇴직하기전까지한기업에서32년간근무한직장인이었다.노트북이든백팩을메고지하철과버스손잡이에몸을의지하고출근해하루를살아내는보통의사람이었다.그러나한편으로는삭막한도시의일상속에서도변해가는계절과흘러가는시간을따뜻한언어로풀어낼줄아는시인의마음을지닌사람이다.그의글에서는어린시절보고자란남해의바다가출렁거린다.

평범한직장인이면서시인인저자는정년퇴직을앞두고1년간의하루하루를기록한다.새벽출근길지하철창밖으로바라다본한강의어스름한불빛.커피한잔을들고사무실창가에서면바라보이던빌딩숲.풀리지않는일을붙잡고새벽까지씨름하던나날들.퇴근길에동료들과술한잔으로하루의피로를달래던시간.이모든것이그리운풍경이되어그의노트에쌓여간다.

인생의시계는어김없이돌아간다
정년을앞둔마지막한해를보내는마음

“바람이밤을흔든다쉽사리잠들수없는밤불면의베개에이마를묻고뒤척인다바람이지구를흔든다심한현기증같은산다는건바람같은것인지도몰라”(p.5)

저자는제주애월에서한달살이를하면서느린걸음과마음을연습해보려했지만익숙한것과의결별은쉽지않다.아늑하고정형화된삶에서벗어나는일은숨이멎는듯고통스럽기까지하다.그리고다시일상으로돌아와,이제남아있는365일을뚜벅뚜벅걸어간다.이책은그시간에대한흔적이다.

지금껏회사의명함에기대어살아왔다고고백하면서,저자는앞으로맞닥뜨리게될낯선날들에대해이렇게다짐한다.
“이제부터조금은느리고서툴고지난하겠지만,다발에묶이지않고한송이꽃으로(…)타인의삶이아닌오롯이자신의삶을살아내려고합니다.그러다보면중년의독백도들꽃처럼맑고향기로워질거라믿습니다.”(p.279)

이책은삶의오르막과내리막을걷고있는많은이들에게따뜻한위로를건넨다.각자의인생길을되돌아보게하는어떤울림을전해주는깊은사유들로채워져있다.

책속에서

정년이후의모습을생각해본다.자신과오랫동안마주하고있어도우울해지지않을수있을까?타인의성(城)안에서누려왔던혜택과익숙함을과감하게지울수있을까?거울속에비친자기모습을보면놀라지않을수있을까?
노트북이들어있는백팩을메고,헤드폰으로노래를들으면서책장을넘기다지하철창문에비친내모습이보인다.오래전에알고있던젊은이는오간데없고,낯선사람이덩그러니남았다.(p.36,여름#339)

선배!무슨계획이라도있나요?
정년이얼마남지않은내게묻는말이다.그렇다고딱히생각해둔것은없지만,어떻게하면잘놀수있을까?하고고민해왔다.이십여년전에작성한버킷리스트를보면서괜스레웃음이나온다.이또한일이되지않았으면한다.
난,불확실한긴여행을시작하는자유인이다.(p.50,여름#321)

맨발로지양산을걸었다.길위에밤송이가떨어져굴러다니고가을향기가산을덮자,사람들의얼굴에가을이물든다.이런날에는버스를타고도심을벗어나한적한곳으로숨어들고싶다.매순간이바닥이고아픔이라생각했는데,지나간시간은언제나별처럼빛난다.이백구십사일남았다.(p.73,가을#294)

직장생활내내새벽시간에깨어있었다.첫버스,첫지하철,그리고첫출근.언제나처음이라는수식어를달고살아왔다.정년이후에새벽시간은어떤모습으로찾아올까?종잇장처럼구겨진새벽의시간을다림질하면삶의주인으로살아갈수있을까?(p.97,가을#244)

구순의어머니앞에서예순의아들은여전히어린아이와같다.꼭꼭씹어먹어라,이것도먹어보거라,(…)어머니의삶이매서운겨울을살고있듯이내삶도초겨울에접어들고,어머니는자꾸만낡은시간이그립다고했다.별이빛나는밤에어머니와나란히누워이런저런생각과이야기로겨울밤은깊어지고있다.(p.131,겨울#206)

저녁을먹고버스를기다리는데,함박눈이가로등불빛속으로솜사탕처럼쏟아져내리며형체도없이사라진다.산다는게저런게아닐까싶다.봄속에눈을맞고서서존재이유를묻는다.눈처럼녹아사라지는집착과기다림을잡고왜그렇게도흔들리며살아가고있는지.(p.174-175,겨울#130)

회사에서받는마지막월급이다.그래서더애틋하다.정년퇴직후매월들어오던월급이들어오지않으면어떤느낌일까?비워지는곳간(庫間)을시간은잔인하리만큼억누르며불확실성은그만큼숨통을조여올것이다.(…)거리에많은사람과자동차가강물처럼흘러간다.이제부터삶의역습을경계해야한다.나의경쟁자는오직나뿐이라는사실을잊지말자.(p.274,봄?여름#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