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 (특별판)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 (특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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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테넷」, 「덩케르크」, 「인터스텔라」, 「메멘토」……. 스크린 너머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작품들을 선보여 온 거장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최신작 「오펜하이머(Oppenheimer)」가 올여름 개봉 예정이다. 북미 개봉(2023년 7월 21일)을 앞두고 6월 1일 공개된 비하인드더신 영상에서 그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야기”라고 표현한 「오펜하이머」는 1억 달러라는 제작비나 주연 킬리언 머피, 조연 「아이언 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의 화려한 출연진, 아이맥스 포맷 전용 영화, CGI에 의존하지 않은 핵 폭발 장면 촬영 등의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첫 번째 트레일러 영상이 공개된 직후 나온 2022년 12월 18일자 《버라이어티》 기사에 따르면 영화는 퓰리처 상 수상작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American Prometheus: The Triumph and Tragedy of J. Robert Oppenheimer)』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말 그대로 현대사의 가장 극적인 순간, 사건, 인물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사이언스북스에서 나온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특별판)는 오펜하이머 일대기의 결정판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영화 개봉에 앞서 우리 독자들에게 더욱 널리 소개하고자 페이지를 압축하고 무게를 가볍게 했으며 정가를 낮춘 특별판이다. 2023년 6월 14일부터 개최되는 서울 국제 도서전에 참가하는 민음사 출판 그룹의 부스에서 선행 판매의 형식으로 가장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영화 「오펜하이머」로 되살아온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핵 위기 시대에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

우리는 1945년 이래로 우리 마음속에 폭탄을 갖게 되었다. 처음에 그것은 무기였고, 다음에는 외교 수단이었다. 이제 그것은 우리의 경제이다. 그와 같이 강력한 물건이 40년이나 지난 후에 우리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리가 적들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 낸 거대한 골렘이 바로 우리의 문화가 되었다. 폭탄의 논리, 그것에 대한 믿음, 그것이 만들어 낸 비전이 바로 폭탄의 문화인 것이다.-E. L. 닥터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가 국내 처음 소개된 2010년은 제17차 아세안 지역 안보 포럼(ARF) 각료 회의에서 북핵 관련 6자 회담의 재개를 촉구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북한 핵 시설을 둘러싸고 고조되는 국제 사회의 긴장 상황은 핵무기가 처음 만들어진 지난 세기에 이미 예측된 바 있다. 그리고 그 첨예한 대립이 현재 진행형인 우리나라에서 주목해야 할 만한 인물이 바로 로버트 오펜하이머다. 제2차 세계 대전 승리를 향한 경쟁 속에서 태어난 핵무기는 이미 탄생 직후 엄청난 파괴력과 남용 가능성으로 인해 말 그대로 폭탄이 되어 왔다. 그리고 원자 폭탄을 개발하는 맨해튼 프로젝트의 총지휘자이자 원자 폭탄의 아버지 오펜하이머의 일생에 있어서도 극적인 순간들을 안겨 주었다. 저널리스트인 카이 버드와 영문학과 미국 역사학 교수인 마틴 셔윈 두 사람의 저자가 25년 동안 답사와 인터뷰, FBI 문서 열람 등 자료 수집을 거쳐 쓴 이 책은 2005년 처음 출간되자마자 전미 도서 비평가 협회 전기 부문(The National Book Critics Circle(NBCC) Award for Biography)을 수상하고 2006년에는 퓰리처 상 전기·자서전 부문(Pulitzer Prize for Biography or Autobiography)을 수상한 바 있다.
공동 저자 중의 한 사람인 마틴 셔윈 교수는 역사 다큐멘터리 제작과 집필 등 의욕적인 활동을 펼쳐오던 중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1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최형섭 서울 과학 기술 대학교 교수는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2023년판 옮긴이 후기에 셔윈 교수가 영화를 보았다면 복잡한 역사를 묘사한 방식에 대해 열을 올리며 설명했으리라며 그와의 일화를 떠올리고 있다. 이제 방대한 사료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을 읽은 다음 영화와 비교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 될 것이다.
2005년 전미 도서 비평가 협회상 수상
2006년 퓰리처 상 수상
2010년 APCTP 올해의 과학 도서
2011년 한국과학창의재단 우수 과학 도서

저자

카이버드,마틴셔윈

『의장:존J.매클로이와미국지배계급의형성(TheChairman:JohnJ.McCloy,TheMakingoftheAmericanEstablishment)』(1992년)과『진실의색깔:맥조지번디와윌리엄번디형제의전우애(TheColorofTruth:McGeorgeBundyandWilliamBundy,BrothersinArms)』(1998년)를썼고로런스리프...

목차

한국어판서문7|서문11|프롤로그21

1부|1장그는모든새로운생각을완벽하게아름다운것으로받아들였다29|2장자신만의감옥59|3장사실은별로재미가없다77|4장이곳의일은,정말고맙게도,어렵지만재미있다101|5장내가오펜하이머입니다119|6장오피137|7장님님소년들159

2부|8장1936년에내관심사가바뀌기시작했다183|9장프랭크가그것을잘라서보냈다209|10장점점더확실하게231|11장스티브,나는당신의친구와결혼할겁니다247|12장우리는뉴딜을왼쪽으로견인하고있었다267|13장고속분열코디네이터287|14장슈발리에사건309

3부|15장그는대단한애국자가되었다321|16장너무많은비밀347|17장오펜하이머는진실을말하고있다365|18장동기가불분명한자살385|19장그녀를입양할생각이있습니까?393|20장보어가신이라면오피는그의예언자였다413|21장장치가문명에미치는영향425|22장이제우리는모두개새끼들이다445

4부|23장불쌍한사람들477|24장내손에는피가묻어있는것같다493|25장누군가뉴욕을파괴할수도있다513|26장오피는뾰루지가났었지만이제는면역이생겼다535|27장지식인을위한호텔559|28장그는자신이왜그랬는지이해할수없었다591|29장그것이그녀가그에게물건들을내던진이유615|30장그는자신의의견이무엇인지에대해서는입을다물었다631|31장오피에대한어두운말들653|32장과학자X68|33장정글속의야수697

5부|34장상황이별로좋아보이지않지요?733|35장나는이모든일이멍청한짓이아닐까두렵다751|36장히스테리의징후791|37장이나라의오명813|38장나는아직도손에묻은뜨거운피를느낄수있다833|39장그곳은정말이상향같았습니다855|40장그것은트리니티바로다음날했어야했다869

에필로그891|감사의글895|원문출처907|참고문헌995|옮긴이의글1013|특별판옮긴이의글1015|사진출처1019

출판사 서평

영화「오펜하이머」로되살아온아메리칸프로메테우스
핵위기시대에『아메리칸프로메테우스』를다시읽어야하는이유

우리는1945년이래로우리마음속에폭탄을갖게되었다.처음에그것은무기였고,다음에는외교수단이었다.이제그것은우리의경제이다.그와같이강력한물건이40년이나지난후에우리의정체성에영향을미치지않을수있겠는가?우리가적들에대항하기위해만들어낸거대한골렘이바로우리의문화가되었다.폭탄의논리,그것에대한믿음,그것이만들어낸비전이바로폭탄의문화인것이다.―E.L.닥터로

『아메리칸프로메테우스』가국내처음소개된2010년은제17차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각료회의에서북핵관련6자회담의재개를촉구하던시기이기도했다.북한핵시설을둘러싸고고조되는국제사회의긴장상황은핵무기가처음만들어진지난세기에이미예측된바있다.그리고그첨예한대립이현재진행형인우리나라에서주목해야할만한인물이바로로버트오펜하이머다.제2차세계대전승리를향한경쟁속에서태어난핵무기는이미탄생직후엄청난파괴력과남용가능성으로인해말그대로폭탄이되어왔다.그리고원자폭탄을개발하는맨해튼프로젝트의총지휘자이자원자폭탄의아버지오펜하이머의일생에있어서도극적인순간들을안겨주었다.저널리스트인카이버드와영문학과미국역사학교수인마틴셔윈두사람의저자가25년동안답사와인터뷰,FBI문서열람등자료수집을거쳐쓴이책은2005년처음출간되자마자전미도서비평가협회전기부문(TheNationalBookCriticsCircle(NBCC)AwardforBiography)을수상하고2006년에는퓰리처상전기·자서전부문(PulitzerPrizeforBiographyorAutobiography)을수상한바있다.
공동저자중의한사람인마틴셔윈교수는역사다큐멘터리제작과집필등의욕적인활동을펼쳐오던중코로나19가한창이던지난2021년폐암으로세상을떠났다.최형섭서울과학기술대학교교수는『아메리칸프로메테우스』2023년판옮긴이후기에셔윈교수가영화를보았다면복잡한역사를묘사한방식에대해열을올리며설명했으리라며그와의일화를떠올리고있다.이제방대한사료를바탕으로한이책을읽은다음영화와비교하는것은독자들의몫이될것이다.

과학자와그가생산한지식의책임을묻다!

지식은그자체로문명의기반이다.하지만지식의폭을넓히는것은,인간생활의조건을형성할수있는가능성을통해개인과국가에게보다많은책임감을지운다.―닐스보어

과학자가된다는것은터널을통해산을오르는것과같다.터널반대편이계속위쪽으로이어져있는지,아니면출구가있기는한것인지알수없다.―오펜하이머

그리스신화에등장하는프로메테우스는제우스신의불을훔쳐내인간에게가져다준대가로매일독수리가간을쪼아먹는형벌을받게된다.히로시마원자폭탄투하이후《사이언티픽먼슬리》에서“현대의프로메테우스들은다시한번올림푸스산으로돌격해인간을위해제우스의벼락을가지고돌아왔다.”라고썼듯맨해튼프로젝트에참가한과학자들은연일언론의찬사와더불어대중의관심과존경의대상이되었다.그리고맨해튼계획의총지휘자였던오펜하이머는점차인류를향한경고의목소리를보내기시작했다.그리고냉전의시대몰아친매카시광풍에휩쓸려일종의본보기로서추락하고만다.
겉보기에는단한명의과학자가파문당한사건에불과했다.하지만모든과학자들은앞으로국가정책에도전하면어떤심각한결과를맞이하게되리라는점을알아채게되었다.제2차세계대전이후몇년동안,과학자들은새로운부류의지식인들로떠올랐다.그들은과학자로서만이아니라대중철학자로서의정당성을가지고정책수립에전문지식을제공할수있었다.오펜하이머가끌어내려지자과학자들은앞으로는좁은과학문제의전문가로서만국가에봉사할수있으리라는것을알아챘다.사회학자대니얼벨이나중에언급했듯이,오펜하이머의시련은전후시기“과학자들의구세주로서의역할”이끝났다는것을상징적으로보여주는사건이었다.
이책은크게다섯부분으로구성되어있다.우선1부에서는오펜하이머의가족사와어린시절,물리학자로성장하는단계를보여주고있으며2부에서는오펜하이머의오랜연인과아내를비롯해그의인생을바꾼만남들을살피고있다.3부에서는오펜하이머가맨해튼프로젝트의총지휘자로서활약하는과정과트리니티원폭실험성공의순간이등장하며4부에서는히로시마원폭투하를계기로달라진그의심경과입장이집중조명된다.5부에서는매카시즘에맞물린보안청문회현장에서수모를겪고물러난오펜하이머의말년을다루고있다.

오펜하이머의이상주의가그를곤경에빠지게했을때,나는그것이우리가받은훌륭한윤리학교육의논리적인귀결이라고느꼈다.펠릭스애들러와존러브조이엘리엇의학생이라면아무리현명하지못한선택일지라도자신의양심에따라행동할것이었다.―데이지뉴먼(에티컬컬처스쿨동급생)

로버트오펜하이머의어린시절은세심한보호와천재성에대한아낌없는독려로이루어져있었다.독일출신의이민자1,2세대인양친을두고부유한가정환경에서성장한오펜하이머가다녔던뉴욕에티컬컬처스쿨은창립자애들러의가르침대로세상이“있는그대로가아니라어떻게바뀔수있는지를”보게하는학교였다.감수성이예민하고내성적인천재소년이었던오펜하이머는이곳에서평생스승인교사허버트스미스와더불어점차더넓은세계와만나게된다.또한그가평생사랑한뉴멕시코주로처음여행을떠난시기이기도하다.오펜하이머가족이자주머물던페로칼리엔테목장은평생그의휴식처가되어주었다.1922년에처음방문한인근로스앨러모스목장학교부지는훗날맨해튼프로젝트의산실이되기도한다.
오펜하이머는우수한성적으로에티컬컬처스쿨을졸업한후전혀다른세계인하버드대학교에입학했다.그는스피노자나프로이트를탐독하며시를쓰는등다양한관심분야에서왕성한지식을과시했다.3년만에화학학사학위를받고최우등(summacumlaude)으로졸업했으나물리학에더관심을두고있던그는물리학계에서“중심에더가까운”영국케임브리지를선택하고노벨물리학상수상자(1906년)인J.J.톰슨의연구실로들어갔다.
그러나이곳에서그의신경과민이점점심해지는데특히실험물리학자인지도교수블래킷의인정을받지못한좌절감과질투심으로인해‘독’을바른사과를블래킷의책상에올려놓는돌발행동을하게되고,정신과상담을조건으로사태가수습되었다.그가즐겨읽던프루스트등의문학작품은그의정신을안정시켰다.

현대물리학혁명의현장으로

나는오펜하이머를만나자마자대단한재능을타고난사람이라는것을알수있었습니다.―막스보른

케임브리지에서힘겨운1년을보내고난오펜하이머는비로소이론물리학분야에서재미를느끼게되었다.괴팅겐대학교이론물리학연구소의소장이었던막스보른은하이젠베르크와슈뢰딩거가최근의논문에서제기한이론적문제를두고고심하는오펜하이머에게감명을받았다.그는보른의초청을받고괴팅겐대학교로옮겨제임스프랭크,오토한,조지웰렌베크,폴디랙,요한폰노이만등과교류했다.1954년노벨물리학상을수상한보른은1924년에‘양자역학(quantummechanics)’이라는말을만들었고양자의세계에서상호작용의결과는확률에의해결정될것이라고제안했다.평화주의자이자유태인이었던보른은오펜하이머와같은민감한젊은학생에게이상적인스승이었다.
23세의대학원생오펜하이머는괴팅겐에머무는동안무려17개의논문을출판했다.괴팅겐은막스플랑크의양자발견,아인슈타인의위대한업적인특수상대성이론,보어의수소원자의거동에대한이론적해명,하이젠베르크의행렬역학,그리고슈뢰딩거의파동역학이론등,이론물리학의거대한혁명이이루어진곳이었다.1926년에하이젠베르크와디랙은24세,파울리는26세,그리고요르단은23세였다.볼프강파울리는양자역학을‘소년의물리학(Knabenphysik)’이라고부르기시작했다.1년전의불안한감정상태는자신감으로바뀌었고오펜하이머는떠오르는스타가되어있었다.
괴팅겐에서성공적으로박사학위를받은오펜하이머는레이던과취리히등에서잠시머물며연구를하고미국으로돌아왔다.오펜하이머는캘리포니아공과대학과캘리포니아대학교버클리분교에서각각한학기씩강의하기로했다.그가버클리를선택한것은이론물리학분야가취약한버클리야말로“사막”이었고,그는“무언가를새로시작하기에좋을곳”이라고생각했던것이다.물리학에서아직해결되지않은문제들에집중함으로써오펜하이머는학생들에게지식의최전선에서있다는들뜬기분을느끼게해주었다.이분야를전공하고싶다면버클리로가야한다는소문이전국적으로퍼지기시작했다.오펜하이머는추상적아름다움때문에양자역학을사랑했지만,그것은곧인류가세상과관계를맺는방식에혁명적인변화를가져올이론이될것이었다.

양자역학은상식적인관점에서보면불합리한방식으로자연을묘사합니다.하지만그것은실험결과와는잘맞아떨어지지요.그러므로나는당신이자연을있는그대로받아들일수있게되기를바랍니다.자연은원래불합리한것입니다.―리처드파인만

나치스의대두와유태인교수의정치편력

정치가진실,선함,그리고아름다움과도대체무슨관계가있다는거야?―로버트오펜하이머

1920년대후반부터활발한학문적활동을펼치던물리학자오펜하이머에게새로운시련이닥쳐왔다.심미안을추구하던자유인오펜하이머도1933년히틀러가독일에서권력을장악하자오펜하이머는정치문제에관심을가질수밖에없었다.그해4월독일에서는유태계독일인교수들이별다른이유없이대학에서쫓겨났다.1934년봄,오펜하이머는독일인물리학자들이나치스독일에서이민해나오는데필요한자금을모으기위한광고전단지를보고이후2년동안연봉의3퍼센트(1년에약100달러정도)를보내기로약속했다.오펜하이머는1954년심문관들에게“1936년무렵에나의관심사가바뀌기시작했습니다.”라고설명했다.

나는독일에서유태인들이겪는일에대해지속적이고사무치는분노를가지고있었습니다.독일에친척들이있었고,나는그들이미국으로올수있도록도움을주었습니다.나는대공황이나의학생들에게미치는영향을보았습니다.그들은적절하지못한직장을구할수밖에없었고,심지어아예직장을구하지못하는경우도많았습니다.그들을통해나는정치적이고경제적인사건들이인간의삶에이토록깊은영향을줄수있다는것을이해하게되었습니다.나는공동체의삶에보다적극적으로참여해야겠다는생각을갖게되었습니다.―로버트오펜하이머

1936년은오펜하이머가진태트록을처음만난해이기도하다.심리학도로서나중에정신과의사가되는진은오펜하이머의“진정한사랑”이었다.오펜하이머를이론에서행동으로움직이게한것은진의열정적인성격이었다.진의활동가적기질과사회의식이오펜하이머가에티컬컬처스쿨시절토의했던사회적책무에대한감각을불러일으켰을지도모른다.그녀는공산당원으로알려져있었지만중요한것은당보다도대의였으며1936년가을무렵그녀를사로잡은가장중요한대의는곤경에빠진스페인공화국이었다.
결혼에뜻이없던진과헤어진오펜하이머는그의아내가되는캐서린‘키티’퓨닝해리슨을만났다.그녀의전남편중하나인조달레트는스페인내전에참여한공화주의자이기도했다.오펜하이머의제자이자친구인로버트서버에따르면“그녀의관심은오펜하이머의경력을진전시키는것”이었다.그는키티와의사이에두자녀를두고평생서로를보살폈다.그러면서도진과의관계역시그녀가의문의자살을감행할때까지계속되었으며이로인해훗날소련의스파이로몰리기도한다.
오펜하이머에게공산당원딱지를붙이려는시도는무의미한것이었다.오펜하이머는한때공산당원이었던여러친척,친구,동료들에게둘러싸여있었다.오펜하이머의정치적편력에대한가장중요한사실은,그가1930년대에미국의사회,경제적정의를위해헌신했다는것이고이러한목적을이루기위해좌파의편에서기로선택했다는것이다.오펜하이머는항상스스로자유롭게사고하고스스로정치적선택을할수있기를바랐다.

사상초유의계획,맨해튼프로젝트

스페인문제에대해서는충분히할만큼했다.세상에는다른더급박한위기가닥치고있다.―로버트오펜하이머

오펜하이머의이름은정부관계자들사이에서원자폭탄을개발하기위한극비군사연구소를이끌후보자로거론되고있었다.이에앞서유럽에서전쟁이시작되기한달전인1939년9월1일아인슈타인은프랭클린루스벨트대통령에게편지를보내“새로운종류의대단히강력한폭탄이만들어질지도모른다.”라고경고했다.이때설치된우라늄위원회는2년뒤“전쟁의승패를결정지을것”이라는새로운무기에대한보고서를받고나서활동에박차가가해지며백악관직속의위원회가새로구성되었다.
과거정치활동과공산주의자들과의교류에대한반대의목소리에도불구하고그는불과34세때맨해튼프로젝트의지휘자로선발되었다.오펜하이머가우라늄관련회의들에서중요한해결책들을내놓음으로써어느새그가없으면관련업무가진행되지않을정도가되었던것이다.그는뛰어난이해력과열정뿐만아니라사람을다루는기술도갖추고있었다.15년동안쌓아온과학적업적과다양한사회생활을통해오펜하이머는미숙한과학영재에서세련되고카리스마넘치는지도자로탈바꿈했다.

이곳로스앨러모스에서나는아테네의,플라톤의,이상적공화국의정신을발견했다.―제임스터크

뉴멕시코의사막고원지대에거대한연구기지가세워질참이었다.오펜하이머는종종물리학과뉴멕시코사막에대한자신의열정을동시에추구했으면좋겠다는공상을해왔는데드디어절묘한기회가왔다.오펜하이머는프린스턴,시카고,버클리등지에서고속중성자핵분열에대한연구를수행하는여러그룹들이똑같은작업을되풀이하고있다는점을지적하며이들을한곳으로모아공동연구를하도록강조했다.그는전국각지에퍼진맨해튼프로젝트소속기관들의연구개발활동을통합하여사용가능한핵무기를만드는일을관장하게되었다.로스앨러모스에세워진비밀연구소는과학자와엔지니어를포함한민간인4000명과군인2000명이거주하는하나의마을이었다.
오펜하이머의청으로맨해튼프로젝트의자문을해준이지도어라비는자신은대량살상무기를만드는것으로“물리학300년의정점”을찍고싶지않다고말한바있다.라비가이미원자폭탄의윤리적문제에대해고민하고있었던데비해오펜하이머에게는형이상학적문제에신경쓸겨를이없었다.

나역시이번프로젝트가‘물리학300년의정점’에놓여있다고생각하지만자네와는다른생각을하고있네.나에게이것은전쟁중에상당히중요한무기를만드는일이야.나치스는우리에게선택의여지를주지않을것이라고생각해.―로버트오펜하이머

열린세계를향하여

우리는이미인류의미래에깊은영향을미칠것이분명한과학과기술의위대한쾌거를손에넣은것이확실하다.가까운미래에유례없는무기가만들어져전쟁의성격을완전히뒤바꿀것이다.우리가빠른시일내에이새로운물질을어떻게통제할것인지에대한합의에이르지못한다면,그로인해얻을수있는일시적인이익보다그것때문에인류가받게될영구적인생존의위협이훨씬커질것이다.―닐스보어

보어는맨해튼프로젝트와관련해독일과비국을누비며오펜하이머에게깊은영향을주었다.보어에게과학탐구의공동체적문화는진보와합리성을만들어내는것과동시에평화도일구어낼수있었다.그러므로전후에세계각국은어떤잠재적적성국이핵무기를비축하고있지않다고확신할수있어야만했다.그것은국제감시단이각국군사및산업시설에서하는일과새로운과학발견에대한모든정보를갖는‘열린세계’에서만가능한것이었다.
원자폭탄에대한윤리적이고정치적인문제에대한토론은로스앨러모스의과학자들사이에서점차큰고민으로다가왔다.젊은물리학자루이스로젠은‘이나라가핵무기를살아있는인간에게사용하는것이옳은일인가’라는주제로발언한오펜하이머가“우리모두는끝없는두려움에떨면서살도록되어있지만폭탄은또한모든전쟁을종식시킬수있을지도모른다.”라고기억한다.그리고이런희망은당시모인과학자들에게설득력이있었다.과학자들은이장치가국가주권의개념을바꾸어놓을것임을알고있었다.그들은프랭클린루스벨트를신뢰했고그가바로이수수께끼를해결하기위해국제연합을만들고있다고믿었다.

주권이없는지역이존재할것이고,주권은국제연합에있게될것이다.그것은우리가아는방식의전쟁이종식될것을의미하며,이것이바로그약속이다.그것이내가이프로젝트를계속할수있었던이유이다.―로버트윌슨

슈퍼폭탄에맞선한사람

첫번째섬광의빛이땅바닥에서부터올라와눈꺼풀을투과했다.내가처음으로올려다보았을때나는불덩어리를보았고,그바로직후에이세상의것같지않은구름이떠오르는것을보았다.그것은매우밝고매우자주색이었다.어쩌면그것이이쪽으로흘러와우리를집어삼킬지도모르겠다고생각했다.―프랭크오펜하이머

제2차세계대전이막바지에다다르면서,로스앨러모스의과학자들도조급해졌다.1945년4월30일히틀러가자살을했고,그로부터8일후독일은항복했다.세그레가그소식을들었을때,그의첫마디는“우리가너무늦었군.”이었다.로스앨러모스의과학자들은프로젝트의정당성을나치스굴복에두고있었던것이다.세그레는그의회고록에“이제폭탄이나치스에사용될수없게되자의구심이고개를들었다.”라고썼다.
그러고나서마침내7월14일,트리니티핵실험이성공적으로이루어졌다.연구가성공한데대한환희,다음연구를향한순수한매진.리처드파인만을비롯해많은과학자들은역사적현장에서는감격의순간이었다.그러나핵실험이끝나자로스앨러모스를휘감은성취감과는별도로오펜하이머는책임감에대한더큰고민에빠졌다.오펜하이머의지도아래만들어진원자폭탄이이제곧사용될것이었다.하지만그는그것이소련과의군비경쟁을촉발하지않는방식으로사용될것이라고스스로에게되뇌었다.

이제나는죽음이,세계의파괴자가된다.―바가바드기타중에서

전쟁직후오펜하이머는핵무기의존재가미국에,나아가전세계에위협으로작용하게될것이라고경고했다.미국의핵독점은유지될수없었다.맨해튼프로젝트에참여했던다른과학자들과같이,그는소련이3~5년안에미국의핵독점을무너뜨릴수있을것이라고보았다.핵을보유함으로써미국의안전을지킬수있으리라는환상은위험한것이었다.
냉전군사체제에맞서싸우게된오펜하이머는1949년이되자핵군축과관련된상황이호전되리라는기대를버리고자신의영향력을이용해정부와일반대중이원자력에가지고있는환상에찬물을끼얹기위해계속노력했다.그는또한민간핵발전소에내재된잠재적위험요소들에대해서도이야기했다.이와같은발언들은핵기반기술의개발을선호하던국방부나전력산업관계자들로부터미움을사기에충분했다.그는여전히보어의비전인전세계적개방만이핵시대를사는인류의유일한희망이라고믿었다.하지만냉전초기에유엔에서진행된핵무기통제협상은교착상태에빠져있었다.그러나그는포기하지않고,전세계적인개방,정보공유의중요성을강조했다.“우리는비밀주의와두려움때문에극소수의사람들만정보를알고있는상황에서는올바르게행동할수없습니다.”라고단언했다.오펜하이머는유일한구제책은“솔직함”뿐이라고결론지었다.

우리는대단히끔찍한무기를만들었고이는세상을한순간에완전히바꾸어놓았다.그것을만듦으로써우리는과연과학이인간에게유익하기만한것인가라는질문을던지게되었다.―로버트오펜하이머

현대판갈릴레오,열린마음의주인

1950년대의암흑기에논쟁의중심에있다는이유로그가괴로움을겪을때,나는그에게마음만먹으면외국의대학에서그를환영할테니외국에나가서살생각은해보지않았느냐고물었습니다.그는대답했습니다.“제길,나는이나라를사랑한단말야.”―조지프로스트케넌

오펜하이머는매카시반공히스테리가극에달했던시기에가장눈에띄는희생자가되었다.그는원자의힘을이용하기위한노력에앞장섰지만,그가동포들에게위험성을경고하려고했을때,즉미국이핵무기에대한의존을줄여야한다고주장했을때미국정부는그의충성심을의심했고그를재판정에세우고말았다.프리먼다이슨이언급한‘파우스트의거래’에서와같이오펜하이머는거래의조건을재협상하려고시도했지만바로그때문에잘려져나가야만했다.역사가바튼번스타인은“이사건은궁극적으로매카시없는매카시즘의승리였다.”라고썼다.

1954년보안청문회이후,공인으로서의오펜하이머는더이상존재하지않았다…….그는전세계에서가장유명한사람중한명이었다.수많은사람들이그를존경했고,인용했으며,사진을찍고,조언을구했으며,찬사를퍼부었다.그는새로운종류의영웅의원형(源型)으로,과학과지성의영웅으로,새로운원자력시대를연장본인이자살아있는상징으로신격화되었다.그리고갑자기,모든영광은사라졌고그역시사라져버렸다.―로버트코플란

프린스턴고등연구소이사회의장인루이스스트라우스의주도하에다분히악의적인고발과불법도청으로그의개인적인연애사까지들먹이며수모를안겨준보안청문회가끝났다.스트라우스는개인적복수심으로행동하는것처럼보이지않기위해오펜하이머를소장직에서유임시키는투표를몇달미뤘다.그동안고등연구소의교수들은오펜하이머를지지하는공개서한을작성해서명을받을시간을벌었으며연구소의종신교수들은모두서명했다.오펜하이머는중절모와더불어그의트레이드마크처럼되어버린애연습관으로얻은후두암으로1967년세상을떠나기한해전까지프린스턴고등연구소자리를지킬수있었다.

전세계적으로냉전은종식되었다.하지만한반도에서의핵대결은여전히공포스러운현실로남아있다.오펜하이머는핵확산이불가피하다는것을처음부터명확하게이해하고있었다.오펜하이머가1946년에제안했던핵무기국제통제계획은오늘날에도여전히유효하다.오펜하이머의삶과고민은누구보다도대한민국의독자들에게실제적으로중요한가치를지닐것이다.―카이버드,마틴셔윈,한국어판서문에서

오펜하이머의고난은그가시류에휩쓸리지않고물리학자답게스스로세운명징한논리에따라사고하기를멈추지않았기때문에찾아왔다.현재인류가당면한문제를해결하기위해서는우리역시그런태도를견지해야할것이다.이번영화가“원자폭탄의아버지”라고만알려진오펜하이머의고민이널리알려지는계기가되었으면좋겠다.―최형섭,특별판옮긴이후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