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공덕동 식물유치원’입니다 : 재개발 단지에 버려진 식물을 구조하는

여기는 '공덕동 식물유치원’입니다 : 재개발 단지에 버려진 식물을 구조하는

$13.88
저자

백수혜

중고매장에서보물찾기하듯오래된물건을찾아다닌다.가끔은길가에버려진물건을주워오기도한다.단순히사물에한정되어있던줍고모으는취미활동이재개발단지에버려진식물들을만나면서새로운프로젝트가되었다.누군가의도적으로혹은무의식적으로버린식물이‘공덕동식물유치원’에서무럭무럭자라는걸보면행복하다.좋은분을만나졸업하면더행복하다.언젠가는식물이쉽게버림받지않는세상이오길바라며,오늘도식물을찾아재개발단지로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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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어서오세요,식물유치원에

1재개발단지에서의만남
2그저최선을다할뿐
3식물유치원개원
4잊지못할첫졸업생
5다육이는키우기쉽다면서요
6온라인식물친구들
7초록손친구
8방아,이웃의선물
9공덕동곤충유치원
10식물유치원의겨울방학
11채소반친구들
12초록색담벼락
13식물유치원지킴이들
14흔둥이에게배운것
15먹는식물도있습니다
16일년생식물이알려준것
17식물유치원동창회


2남겨진것들은강하다

1초보식집사에게
2이름불러주기
3우리는모두친구!
4식물친구들과의대화
5내게맞는환경
6유치원실험장
7우리의산야초랜드
8골목이별축제
9죽은식물의세계
10경험이라는거름
11자연스러움이란
12다음을위한준비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세상에버려져도괜찮은건어디에도없으니까
식물에게배운작은것도소중히여기는태도

“버려진식물을보시면알려주세요.제가할수있는만큼구조하려합니다.집에서혹은가게에서키우기힘들어보내고싶을때도알려주세요.”

2021년에개설한트위터계정‘공덕동식물유치원’의두번째글이다.저자는어쩌다버려진식물을들여다보게되었을까.그는지난10년간영국에서지내는동안단지‘동양인여자’라는이유로배척받고차별당했다.게다가타국에서지낸시간이길어한국문화에도적응하지못해소외감을느끼면서자연스럽게버림받은것들에눈이가기시작했다.누군가에게버려졌지만굴하지않고어떻게든살아내려는식물에게마음이움직인건어쩌면저자가추구하는삶의태도였기때문일까.화분없이내팽개쳐져도해를향해꼿꼿이일어나는식물의얇은줄기에서그는강한위로를받았다.쓰레기틈에묻혀있던장미허브와길바닥에버려져있던알로카시아를되살리려고노력했던순간들은자신과같은소외된것들에게보내는응원이었던셈이다.

물론시행착오도있었다.종을가리지않고데려온식물들을몇없는장비와얕은지식만으로잘키우긴역부족이었던것이다.식물에대한정보가부족했던초창기시절엔별의별일들이일어나기도했다.독성이있는알로카시아구근을맨손으로잘라몇시간동안손이따가운채로있어야했고,귀여워서마냥지켜보고만있던애벌레가레몬나무이파리를다갉아먹고,동면에들어간식물이죽은줄알고뿌리를뽑아버리거나,목을축이다물에빠져버린벌을구하는등식물을키우지않았더라면겪지못했을일들이매일같이일어났다.

식물유치원을운영한지어느덧2년이되었지만,그는여전히식물을들일때마다새로운배움을얻는다고말한다.더이상그는버려진식물에연민을느끼지않는다.폐허에서살아남은식물은강하기때문이다.그들에겐어디서든적응하며변화에맞춰살아낼집념이있다.결국저자는식물을기르는지식을넘어식물을통해유연하게살아가는법을배웠다.


“식물을구조한다고삶이크게변하진않지만,
꾸준한책임감이나를더나은삶으로나아가게한다.”

“원예의궁극적목적은식물과인간의공존입니다.그렇다면공존을위해우리는현실적으로어떤노력을할수있을까요?그답이이책에있습니다.”

식물세밀화가이소영의추천사일부이다.이소영의말처럼백수혜작가는식물과의공존을위해우리가현실적으로어떤것을할수있는지제안한다.재개발단지까지가지않아도길에서구조할수있는식물에는무엇이있는지,뿌리를해치지않고구조하는방법뿐만아니라어떻게보살펴야하는지쉽게알려줌으로써구조활동이나와는상관없는일이아닌,누구나어디서든실천할수있음을상기시킨다.이책을읽으면매일지나가던길이다르게보일것이다.무심코지나쳤던벽돌틈새에피어난작은꽃과담벼락을무성히덮고있는덩굴식물에게서뿜어나오는생동하는기운을느껴보길바란다.

‘공덕동식물유치원’을지금까지운영할수있는건,화원에서파는우람한식물과달리작고볼품없는식물에게도아낌없는사랑을준입양자들덕분이었을것이다.얼굴한번본적없지만그의도전에물품과정보를아낌없이지원해주는식물계친구들덕분에식물유치원의내일은걱정이없다.꼭식물이아니더라도작은것도소중히여기는마음들이모이면버려지는생명은줄어들것이다.

“작고소중한마음들이모이면큰움직임이된다는것을보여주고싶다.당신이있어지속할수있다는것을꼭전하고싶다.”

책속에서

재개발단지가존재하는이상구조활동은계속될것같았다.우리집에와서잘자라준식물들이더잘보살펴줄다른집으로가도좋겠다는생각이들었을즈음,이것을하나의프로젝트로만들어꾸준히활동해야겠다는계획이머릿속에스쳤다.이렇게즉흥적으로시작된‘공덕동식물유치원’의유기식물구조프로젝트.이프로젝트는사실식물들이시작하게만든것이다.그들이쓰러지지않고살아남아나를이끌어주어서,우리와함께살아보자고내게손내밀어주어서시작된것이다.
22쪽재개발단지에서의만남중에서

“‘식물유치원’은어때?네가데려온식물들이옹기종기모여있는모습을보니까왠지유치원이떠올라.”
유치원이라니!단어자체에서활기차고즐거운분위기가느껴지고,새싹이자라는모습이아이들과비슷해희망을가득담고있어마음에쏙들었다.아이들의까르륵웃는소리가사람들을행복하게만들듯이식물이자라는모습을보며분양받은사람들이행복해졌으면하는마음에‘공덕동식물유치원’으로이름을정했다.
29-30쪽식물유치원개원중에서

식물을좋아하는사람들사이에선웬만큼친하지않고서야키우던식물을죽인일은쉬쉬하는분위기다.하지만나는성격상식물의상태가안좋으면어떻게해서라도도움을구하려고인터넷에자문하는편인데,다육이는상태가나쁜지눈치채지도못한사이에초록별로떠나어디에말하지도못했었다.그럼에도계속키워보는이유는앞으로구조하는식물들을잘살리고싶은간절함때문이다.이번에내손에서살아남은기특한다육이에게얻은자신감덕분에다음도전은한결수월할거라믿어의심치않는다.
44쪽다육이는키우기쉽다면서요중에서

재개발단지에서구조된식물들이그렇다.주변에서흔히볼수있는흔한식물이다.나도그렇다.흔한사람이다.어떤식물은잡초같은데왜화분에키우냐는질문을받곤한다.하지만특이하고예민한식물이었다면재개발단지에방치되어쉽게죽었을수도있다.흔둥이는어디서든잘적응한다.변화에맞춰잘살아간다.그어려운일을평범한것들은해낸다.
97-98쪽흔둥이에게배운것중에서

글을쓰며활동을정리하다보니문득공덕동식물유치원의끝은어디일까싶다.유기된식물이없어더이상구조활동을할필요가없어지지않는한계속할것이다.장기전이될것이다.그러니지금까지마음을얹어주신분들과함께하는시간을만들어마음을표현하는자리를만들어야겠다.공덕동식물유치원동창회.작고소중한마음들이모이면큰움직임이된다는것을보여주고싶다.당신이있어지속할수있다는것을꼭전하고싶다.곧따뜻해지면다같이모여식물이나씨앗을나누며마음껏식물이야기를풀어야지.
121쪽식물유치원동창회중에서

왜인지모르겠으나실험장으로이사한대부분의친구들은놀라운회복세를보였다.때론소생되지않아초록별로보내기도했지만살아나는친구들이더많았다.회색지대에서시간을보내며힘을비축한후자신의길을선택하는것처럼느껴졌다.비실비실힘없이축늘어진초록잎이물에서도바람에서도햇빛에서도힘을얻지못하다가웬일인지실험장에서지내다보면어느새힘이생겨쌩쌩해졌다.
나도그어느것에위안을얻지못할때실험장속하나의식물이되어본다.외부자극을피해쉬다보면튼튼해지니까.식물에게도우리에게도잠시쉬어갈실험장이필요하다.항상기운차게살아날거란보장은없지만포기하기전에잠시쉬어가는순간은인간에게나식물에게나반드시필요하다.
158-160쪽유치원실험장중에서

실패없이식물키우기쉽지않다는걸알면서도계속해서도전하는자체가멋진것이다.그러다보면나와는안맞는식물을알게되고,어느정도포기하는것도배운다.초록별로떠난식물은우리가다음식물을더잘키울수있는‘경험’이라는밑거름을남겨준다.
183-184쪽경험이라는거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