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었던 존재들 : 경찰관 원도가 현장에서 수집한 생애 사전

있었던 존재들 : 경찰관 원도가 현장에서 수집한 생애 사전

$15.00
Description
사회가 외면한 모습을 기록하는 작가 원도의 첫 칼럼집
『경찰관속으로』이후 4년 만에 더 생생한 경찰관 이야기로 돌아오다!
현장에서 수집한 스물아홉 개의 단어로 보는 죽음의 뒷모습
★은유, 박미옥 추천!★
『있었던 존재들』은 원도 작가가 지난 2년간 《한겨레》에 연재한 칼럼을 다듬고, 새로 쓴 글을 더해 엮은 첫 칼럼집이다. 4년 동안 과학수사과에서 현장감식 업무를 담당하며 수백 명의 변사자를 본 원도. 투신자살, 목맴사, 고독사 등 각기 다른 모습으로 생을 마감한 이들을 보며 그들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과학수사요원으로서 느낀 감정을 가감 없이 기록했다. 사건을 복기하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그가 용기를 낸 이유는 명확하다. 하루에 34.8명이 자살로 죽는 나라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지막을 나의 마지막처럼 숭고하게 여기고, 그들의 마지막 표정을 기억하는 경찰관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소외된 죽음들이 줄어들길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
이 책의 특징은 ‘비상’ ‘단속’ ‘부패’ ‘묻다’ 등 현장에서 포착한 스물아홉 개 단어의 의미와 사건을 접목시켜 당시 상황과 감정을 생생하게 재현한 것이다. 이른바 경찰관 원도가 적어내린 하나의 ‘생애 사전’이라 볼 수 있다. 단어 ‘고개’엔 달동네 쪽방촌에서 고독사한 사람의 이야기가, ‘심연’엔 주머니마다 돌을 가득 넣고 한강에서 투신한 사람의 사연이, ‘부패’엔 로맨스 스캠 사기 사건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이 담겨 있다. 편편의 사연을 통해 세상에서 사라진 존재들과 변두리에서 희미하게 존재하는 소외된 자들이 있음을 상기시키며 사회가 외면해온 얼굴들을 불러낸다.

저자

원도

저자:원도

언젠가누군가의삶에있었던경찰관.

『경찰관속으로』『아무튼,언니』『농협본점앞에서만나』를썼다.

목차

프롤로그|사사로운사전4

고개는넘을수록슬픈것이었다14
단속하는마음26
공무도하가38
부패엔계절이없다50
어느시절의숙취66
정말로비상76
묻고살지요88
18,710,459개의사연102
나는한명의외로운운전사110
철지난인간의무대124
짬밥은맛이없다136
홍대입구역8번출구146
만원짜리밤154
부끄럽지만,마지막마음164

에필로그|이상한나라의경찰관178

추천의글184

출판사 서평

“대한민국에서누군가는해야할일이고내가‘누군가’가되었을뿐.”
경찰관의책무와한명의시민으로서놓지않는희망의끈

이책에등장하는사건은뉴스에서나볼법한먼이야기가아닌가까운이웃에게오늘도일어나고있는현실이다.집에가장먼저방문할경찰에게유서를남긴사람,방수팩에신분증을넣은채로한강다리에서뛰어내린사람,베란다창문을현관문으로착각하여추락한치매노인,배달음식을받으러나가듯집에서서둘러나가그대로투신한청년,앉은채로목을매사망한사람,아내가부활할거라믿고부패할때까지방치한지적장애가족….드라마보다더허구같은현실은우리가외면해온소외된자들이겪는일상이다.작가가말하는‘소외된자’란사회적약자만을뜻하지않는다.로맨스스캠사기로인해모아둔돈을다잃어스스로생을마감한평범한직장인도,공장에서일하다크레인에깔려사망한노동자도모두주목받지못하고사라진소외된자들이다.우리가알수없었던그들의마지막모습을과학수사요원의시점으로쓰인글로다시금마주하는동안우리는그들의자리에들어서게된다.그리고잔인한현실앞에우리가그간외면해왔던진실을깨닫는다.이것이그가경찰관으로서목도한일을계속해서쓰는이유이다.
잔인한현실이지만우리는살면서그들의목소리를잊지않고기억하고기록하는존재를만나게된다.다양한방법으로투쟁하는사람들이있어세상은조금씩나아지고있다.원도작가는앞으로법과제도가,사회의인식이변화하여억울한죽음이줄어들것이라믿는다.자살사망자수가줄어들어과학수사과의정원이감원되어도좋다는말이현실이되는것이그가꿈꾸는미래다.
르포작가은유는“‘있었던존재들’이숫자로처리되는현실을외면하지못하는그를독자도외면할수없게끔쓰는것이”며,이것이“글쓰기의힘이고,겁쟁이들의연대”라고말한다.원도작가가‘수백구의시체’대신‘수백명의변사자’라고쓴이유도이와같은뜻이다.한생명이었던그들의사연을글로남김으로써우리가연대해좀더나은세상이되길꿈꾸자고독려하는것이다.겁쟁이들이함께한다면분명용기가생길것이기에.
“희망이없다는얘기를구구절절늘어놓았지만그렇기때문에더욱희망과변화를소망하게되는게모순적이긴하다.그러나인생은결국예측할수없는일의총합이기에생의가능성을믿어본다.”(176쪽)

“원고를쓰는동안이책이아주긴사직서로읽힐거라는걸알았다.”
원도가경찰관으로서쓰는마지막이야기

참사가벌어질때마다‘무능력한경찰’이라는키워드가뉴스를뒤덮는다.뉴스에서는하루가멀다하고경찰관을지탄하는보도가쏟아진다.경찰관을신뢰하지도,신뢰할수도없는사회.인력이터무니없이부족한데해달라는일이넘쳐나는사회.근원적인문제를파악하려하지않고소셜미디어에서는경찰관의방관과무능력만을생중계한다.그러나국민의신뢰와상관없이경찰은필요한곳에언제든가야한다.원도는오늘도무거운장비를이고지고주민들의눈살을맞으며힘겹게현장으로출동한다.주민들이불안해하니경찰차는최대한멀리주차하라는관리인,자신의자유라며변사자코앞까지와서사진을찍는행인,상습적으로악성신고를하고폭력을행사하는주취자에게시달리는일은이제특별하지않다.그는비난속에오래머무르지않고자신의방식으로정의를향해나아간다.억울하게죽은이를위해눈물을흘리고,글을쓴다.함께손을잡고세상을살아가는느낌이없어외롭다는그에게,자신이해결할수없는일들때문에괴롭고부끄럽다는그에게,우리는질타보다뜨거운응원을해야할때이다.
원도는이제경찰관으로서보고들은현장의사연을글로남기지않겠다고말한다.그의마지막하소연이자고백인이책이우리가나아가야할길을차근차근모색할수있는울림이되길소망한다.죽음을고민하는이에겐살아갈힘이되길,남겨진이에겐회복이되길,끝나지않은현장에서밤을지새우고있을이에겐용기가되길바란다.

추천사

원도의글을읽는것은세상의접힌한귀퉁이를펼쳐보는일이다.얼른도로닫고싶은데끝까지읽고있다.저자는하루에34.8명이자살로죽는나라에서과학수사과현장감식업무를한다.‘있었던존재들’이숫자로처리되는현실을외면하지못하는그를독자도외면할수없게끔쓰는것이다.글쓰기의힘이고,겁쟁이들의연대다.고통은몰아주고고통의출구는닫아놓은현장의이야기.긴사직서이자짧은유서를썼다지우는이들에게하루를선물하는책이다.
―은유(르포작가,『알지못하는아이의죽음』저자)

코끝이썩는냄새가현장을떠난일상에서떠오를때,남겨진자의절규와통곡이존재하는삶을어찌살아야할지다시아파하고있을때,이원고가때를맞추듯찾아왔다.처음『경찰관속으로』라는책으로원도를만났을때사람답게살고자한다면가져야할최소한의시선과사유란이런것일까생각했다.한때는순수했으나사는동안잃어버린마음들에대한자각이일어났다.감명깊어책을여러권구매해비록방황중이지만지키고싶은마음이많은동료와자주절망하지만지속하고싶은마음이간절한후배들에게나누었다.앞으로태어난것에의문하듯사는것에관해서도이해보다설명이필요할때,원도의생애사전이내삶을다시생각하게만들것이다.
사람은꿈꾸고희망하고갈망하다죽는건동일하다고말하는그는순수하다.그마음과시선으로살기얼마나어려울지가늠하다결국그시선이그를지금까지현장에있게했다는것을깨닫는다.꿈을동력으로현실의긴장을완화하고현장에복귀했을거다.매번삶에속을지라도분노가슬픔을만나위로받았을까.현장을겪으면서일어나는감정은옳고그름도아니요,좋고싫고의문제도아니다.삶을직시할때생기는자연스러운현상이기에내마음과시선이필요불가결한에너지임을저항하며숨김없이말한다.그래서비상식적인일들은그의성실한꿈을잡아먹지못한다.나약함이만든비겁을숙취로해소하고,맛없는현장의짬밥을마다하지않는그는그럼에도불구하고현장을떠나지못하는우리와몹시닮았다.행간사이에는보이지않는현장사람들의외로움은우리가일상에서매일같이느끼는감정과닮았다.인정하고싶지않아도인정할수밖에없는우리삶이다.
도무지이해할수없는인간의꼴에저항하며솔직하게직면하고꼿꼿하게바라봐야하는곳이현장이다.당연하다고규정했던많은일들을나아닌다른사람앞에서는멈추어서서생각해야하는곳이현장이다.사사로울수없는현장에서,사람마음만으론이해되지않는그곳에서,존재해야하는것들에대한깊은사유를끝까지놓지않는,그의의지와땀내가부패를관통한다.세월의짬밥만큼한층성장하고확장되어승화한것일까?범죄현장속에서사라졌지만사라지지않은존재들을직면하고써내려가는그를보면서,나의지난타임라인에불이켜졌다.
인생에나중이없다는그의말이뼈때리듯다가온다.다시정신을차려일상에서출구를찾아더듬는다.사람의마음은,삶의모습은왜이렇게다를까,의심하기보다의문하고고갯짓하면서도그강을건넌다.그리고심연을들여다본다.일상에묻혀있던단어가새로이보이고사전적의미그이상의시선을느끼면서내삶에깊은안도를느낀다.인생은결코아름다운것만보고살수없다는것을,불협화음을즐겨야즉흥연주가가능하다는것을,사는동안생긴슬픔은담아두어도좋다는것을,아니도리어담고가야할기억인것을그의현장에서배운다.그것이삶인것을지금에서야알았다.
끝나지않은현장에서밤을지새우고있을사람에게서절망하지않아도될생을본다.모든죽음앞에서사유하며존재하는당신이있어고맙다.
―박미옥(작가,『형사박미옥』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