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국 인문 기행

나의 미국 인문 기행

$18.00
Description
“그것이 나의 끝나지 않는 ‘인문 기행’의 한 페이지다.”

우리 시대의 경계인 서경식의 유작,
분열과 냉소의 미국에서 도덕의 거처를 묻다
우리 시대의 경계인 서경식의 유작
냉소와 분열의 미국을 성찰하다

2023년 12월 18일, 디아스포라 에세이스트 서경식이 세상을 떠나자, 많은 이들이 애도를 표했다. 그토록 많은 이들이 서경식의 죽음에 슬퍼한 것은, 그가 생전 날카로운 사유를 벼려낸 특유의 아름다운 글로 제자리 없이 헤매는 수많은 이들에게 벗이자 스승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리라. 이처럼 많은 이들의 벗이자 스승이었던 우리 시대의 경계인, 서경식의 유작 『나의 미국 인문 기행』이 반비에서 출간되었다.
『나의 미국 인문 기행』은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 『나의 영국 인문 기행』에 이은 ‘나의 인문 기행’ 시리즈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책이다. 언제나 그의 글에는 현실에 대한 첨예하고도 치열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나의 인문 기행’ 시리즈의 이전 책들 또한 인문주의의 의미,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역사에 대한 통찰들로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나의 미국 인문 기행』에서는 그가 전작에서 다뤄온 주제들에 더해, 자유와 환대의 기치를 내건 미국으로 대표되는 오늘날의 세계가 마주한 암울한 현재에 대한 사유가 특히 빛난다. 서경식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 하는 재난과 전쟁 범죄, 국가 폭력의 끔찍한 현실 속에서 “도덕의 거처”를 묻는다.
이 책에서 서경식은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직전인 2016년과 학생운동을 하던 중 수감된 두 형(서승과 서준식)의 구명 활동을 위해 미국을 오갔던 1980년대,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통받는 2020년을 오간다. 그는 세 시간대를 오가며 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혐오가 극심해지며, “전쟁 도발이 먹구름처럼” 드리운 세계에 대한 깊은 염려를 표한다. 동시에 자신이 미국에서 만난 사람들과 예술 작품을 떠올리며 ‘선한 아메리카’, 더 나아가 ‘선한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사유의 단상을 전한다.

저자

서경식

저자:서경식

1951년일본교토에서재일조선인2세로태어나1974년와세다대학문학부프랑스문학과를졸업하고도쿄케이자이대학현대법학부교수로재직했다.2006년부터2년간성공회대학에서연구교수로머물며한국의다양한지식인,예술가들과교류했다.1995년『소년의눈물』로일본에세이스트클럽상을받았고2000년『시대의증언자쁘리모레비를찾아서』로마르코폴로상을받았다.2012년에는민주주의실현과소수자인권신장에기여한공로로제6회후광김대중학술상을받았다.1970년대‘재일조선인유학생간첩단사건’으로알려진조작사건으로구속되었던형들(리쓰메이칸대학교수인서승과인권운동가인서준식)의석방과한국민주화를위해활동한경력이있다.이때의경험은이후의사색과문필활동,강연으로연결되었다.

일본에서1991년출간된『나의서양미술순례』로한국에알려지기시작했으며,그밖에『청춘의사신』,『디아스포라기행』,『난민과국민사이』,『고뇌의원근법』,『언어의감옥에서』,『나의서양음악순례』,『역사의증인재일조선인』,『나의조선미술순례』,『시의힘』,『내서재속고전』,『다시,일본을생각한다』,『나의이탈리아인문기행』,『나의영국인문기행』,『나의일본미술순례』,『서경식다시읽기2:회상과대화,최종강의』등의책이소개되어있다.2023년12월18일,향년72세의나이로세상을떴다.



역자:최재혁

도쿄예술대학에서일본및동아시아근대미술을전공하고박사학위를받았다.일본근현대미술연구와일본예술서및인문서번역작업을하며,출판사‘연립서가’에서책을만든다.서경식의책으로는『디아스포라기행』(공역),『나의조선미술순례』,『나의이탈리아인문기행』,『나의영국인문기행』,『나의일본미술순례』등을옮겼고,그밖에『인간은언제부터지루해했을까?』,『재일의연인』,『성스러운동물성애자』등을옮겼다.

목차

여는글
1장뉴욕
2장워싱턴D.C.
3장디트로이트
4장다시뉴욕1
5장다시뉴욕2
6장아메리카1
7장아메리카2
맺음말

출판사 서평

디에고리베라,벤샨,피카소,로라포이트러스……
자기중심주의와불관용의땅에서발견한
관용,연대,저항의조각들

옥고를치르던형들의구명운동을위해방문한뒤,30여년만에다시찾은미국은자기중심주의와불관용이극심해지는곳이다.소수자를향한차별적인언행에도불구하고도널드트럼프가유력한대통령후보자로부상하고,여러문화가뒤섞여“서로갈등하고항쟁”하는다양성이라는가치보다‘단일’을주장하는이들의목소리가나날이커지는곳이다.그런미국에서서경식은자신에게선의를가지고다가와준이들과,참혹한현실속에서도‘진실’을용감하게이야기하는작품들을만난다.
자본주의의대명사미국에서사회주의자로서대중에게침투하려던디에고리베라,참혹한현실을그려내며자신의그림을저항과연대의무기로삼았던벤샨,스페인의독재자프랑코에항의하며미국으로망명한피카소의작품「게르니카」와,미국의국가폭력과감시를문제삼아도발적인작품을선보이는로라포이트러스…….서경식은암울한현실속에서도미술관복도를거닐며,부정의에저항하며해방의씨앗을심으려고했던예술작품을감상한다.그리고지금우리가살아가는암담한현재를똑바로응시하며“쓰고그리는일”의의미를묻는다.
“예술가는항상오만함에맞서는기개와,시퍼렇게살아있는권력을향한모멸의태도를갖춘자”라는벤샨의말처럼,서경식이불러낸예술작품들은우리가부정의에맞서고선의를나눌줄아는‘인간’임을다시금깨닫게한다.소수자를향한혐오와배제의목소리가높아져가는미국에서그가발견한관용과연대,공감의조각들은,우리를“자기중심주의와불관용”의세계가아닌“복수의문화가부딪히는”,“환대와자유”의세계로이끌것이다.

폭력이진부해지는시대,
이정표가되어줄디아스포라지식인의사유

“우리는앞으로긴악몽의시대를살아가게될것이다.”라는그의말대로세계는‘긴악몽의시대’에들어섰다.2022년러시아가우크라이나를침공한이후전쟁이계속되고있으며,이스라엘의가자지구폭격은매일수많은사상자를낳고있다.쿠데타가발발한뒤군부가집권한미얀마에서는,민주화운동가등정치범네명의사형을집행하는일이일어났다.절망적이고참혹한소식들이끊이지않는세계를살아가며우리에게전쟁과폭력,죽음은차츰“진부한일”이되어간다.
폭력이진부해지는세계,죽음이식상해지는세계를염려하는서경식이이번책에서집어든이름은‘에드워드사이드’다.“팔레스타인계아랍인이자기독교인,미합중국국민”이었던사이드는“전세계에서끊임없이무시당하는팔레스타인민중편에서서항상싸웠다.”서경식은책의마지막두장을할애해,“거의승산이없음에도불구하고끊임없이진실을이야기”해온사이드의삶과저술을반추한다.이를통해‘타자’에대한적개심을감추지조차않고“파괴와살육을쌓아나”가는세계에서,체념하지않고정의와진실을위해싸운다는것의의미를되새긴다.
이미세상을떠난사이드를추모하는대목에서는지난해세상을뜬저자의삶이겹친다.아랍인이자미국인이라는정체성을지닌‘경계인’으로삶을살며,어느장소에서도섞이지못하고고독했던사이드.그처럼서경식또한“살아가는장소에서어울리지않는‘이방인’이며고독한자”였다.이책의「맺음말」을유고로남기고떠난서경식은이제우리곁에없다.그러나그가남긴글들은이제껏그래왔듯이“이정표나등대”가되어장벽너머의서로를발견하고만나기를열망해온고독한자들을연결한다.“세계곳곳에서천박함이나비속함과는거리가먼,진실을계속얘기하는사람들이존재한다.그런사람들이야말로우리의벗이다.”(「진실을계속이야기하자」,《한겨레》)라는그의말처럼,서경식의글은엄혹한시대에도서로를벗으로삼아‘진실’을이야기할용기를우리에게전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