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의피사체에서촬영의주체가된여성들
자기사진을통해‘나’의역사를쓰다
동시대여성들의목소리를기록함과더불어,황의진은사진기술과여성들이맺어온관계를통시적으로톺아보며‘사진찍는여자들’을구체적이고복잡다단한역사적맥락위에위치시킨다.‘사진찍는여자들’은2000년대최신기술과함께셀카족으로처음등장한것처럼보이지만,여성은그보다훨씬오래전카메라를자유롭게다룰수없던시기부터사진과긴밀한관계를맺어왔다.출발점은한국인들에게사진이익숙한존재로막자리잡은1920년대로,당시여성들은모던걸이나저임금노동자등피사체로렌즈앞에세워지며사진과첫관계를맺었다.이후가정용카메라가보급되고여성들도촬영의영역에들어섰지만기술적인측면과는동떨어진채일상생활의촬영을전담하는‘주부촬영자’의역할에머물렀다.본격카메라대중화시대가도래한뒤에도사진테크놀로지는남성이독점하고있었으며2000년대디지털카메라의광범위한보급과함께여성을피사체로소비하는경향은대규모로확산되었다.
여성들이셔터의주도권을손에넣을계기를마련한것은이들을‘아름다운피사체’로서폭발적으로이용할수단을제공한바로그기술의발전이었다.마침내여성들은20·30대를중심으로2000년대전반에걸쳐인기를끈‘싸이월드’와셀카문화,핸드폰카메라의확산과함께부상했고,이어스마트폰의보급은‘젊은여성’이라는구체적인성별·연령집단을사진촬영의가장적극적인주체로분명히각인시켰다.늘휴대할수있고스스로를촬영하기에최적화된본인만의카메라를소유함으로써이들은매일의습관처럼자기사진을찍기시작했고,일상의단면들을수집한자기사진갤러리를통해‘나’의모습과인간관계,추억과취향으로구성된자기만의세계를시각적으로구축해나간다.이때여성들은눈앞에주어진상황과피사체를향해셔터를누르기만하는것이아니라,준비단계부터빈틈없는연출의과정을거치고스마트폰에내장된기능을활용해촬영한사진을수정하며‘나’의이미지형성에깊이개입한다.인터뷰에참여한촬영자여성들은거슬리는볼살을보정으로줄이고,치아교정을통해전보다자신감이생긴얼굴로,눈앞의슬픔이나어려움은가린채프레임안의요소를빈틈없이배치하는과정을통해자신이원하는‘나’를적극적으로만들어나간다.“이제껏일상적인자기재현에서배제되어왔던촬영자여성들의자기사진이야말로개인의동기와기술적조건이가장극적으로교차하는지점”인것이다.
자기만의사진으로남을수없는자기사진
그럼에도‘나’의이미지를온전히소유하기위하여
이제촬영자여성들은자기만의사진을갖게되었을까?저자는이들이처한사회문화적조건으로렌즈를돌리고,자기사진의온전한소유를가로막는외부자들의욕망에주목한다.젊은여성들로하여금비로소‘나의이야기’를써나갈수있게한기술의발전은한편으로누구나이들의자기사진을복제해유통하고수집할기회를제공했다.이제자기사진은‘자기표현의수단’이자‘성적대상화의매개물’이라는이중적인성격을띠고외부의타인,특히익명의남성에의해쉽게수집되고소유된다.저자가만난여성들은자신의일상적인사진이“장바구니에담는물건처럼”상품화되어품평의대상이나남성집단의즐길거리가될수있다는사실을정확히인지하고있으며,‘N번방사건’으로대표되는,각종사진과영상물을매개로한디지털성범죄의흐름을그와무관하지않다고지적한다.필연적으로이들은‘자연스럽게예쁜’자기사진을연출하기위해들였던노력이상의치밀함으로잠재적위험요소를빈틈없이계산하여제거해나간다.
그렇다면남은질문은이것이다.촬영자여성들은무엇때문에위험을감수하면서까지줄다리기를하듯자기사진을생산하고전시하는것일까?이물음에답하기위해저자는자기사진과연결된개인바깥의사회적지점에초점을맞추고행위에내재된논리를살핀다.저자가만난여성들이‘내사진’의촬영과공유를설명하는과정에서재차언급되는것은‘타인의존재’이며,SNS공간에대해이야기할때도자기연출보다소통이중요한의미를갖는다고강조한다.이들을움직이는원동력은개인적차원의감성이나욕구뿐아니라그들자신을촘촘히둘러싼현실의관계망인것이다.인스타그램은현재가장많은자기사진이결집하는플랫폼으로,저마다돋보였던자기사진도이곳의피드에진입하는순간각각이일정한규격에맞춰나란히늘어선행렬속하나의구성원으로기능한다.‘좋아요’를누르는것으로서로의안부를확인하고,직업상체중관리가필수적인경우술마시는사진은업로드를피하며,돋보이되지나치지않도록과시의수위를조절하는모든과정은자기사진촬영과전시가단순히개인적욕구를반영한산발적행위가아니라복잡한사회문화적관계망속에서수행되는실천이자관습이라는사실을반증한다.
여기서저자의시선은이촬영자여성들너머로까지뻗어나간다.자기사진의촬영과전시가그것이놓인사회문화적조건과밀착되어있다면“사진의평가자이자평가대상으로서아주피로한위치”에서자기모습을안전하게드러낼수있길바라는절실함은같은현실에발을딛고있는모두의것이도하며,실제로이것이2018년“나의일상은너의포르노가아니”라는선언과함께혜화역에서열린‘불편한용기’집회를비롯한대규모시위로이어지기도했다.전형적인‘예쁜’모습을사진에담든,‘예쁘지않은’자신의얼굴을일부러적극적으로촬영하든,저자처럼자기사진찍기를피하든모두같은고민과기억을공유하는‘우리’에게『빈틈없이자연스럽게』는여성과사진의관계를근본적으로다시살피고여성에게자신의이미지를돌려줄방안을탐색하게하는계기가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