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평범한 사람들 : 101예비경찰대대와 유대인 학살 (증보판)

아주 평범한 사람들 : 101예비경찰대대와 유대인 학살 (증보판)

$28.00
Description
그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게 집단학살에 가담하게 되었는가
학살 동기에 대한 논쟁과 수많은 후속 연구를 이끈 선구적 심층 연구
2차 세계대전 시기의 끔찍한 비극인 홀로코스트를 실제로 수행한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유대인 집단학살의 가해자가 되었을까? 홀로코스트 연구의 선구적이고 기념비적인 현대 고전으로 평가받는 이 책은 101예비경찰대대 소속 210명에 대한 전후(戰後) 취조 기록 등을 바탕으로 ‘수행자’들의 학살 과정과 동기를 심층 분석했다.
특히 두 가지가 핵심이다. 첫째, 이들은 특별히 악인이었거나 그렇게 훈련받은 자들이 아니라, 대다수가 군 복무 경험조차 없던 하층 노동자 출신의 중년 남성, 즉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둘째, 이들은 처음 학살 임무를 하달받았을 때에도, 그리고 수행 중에도 언제든 별다른 처벌 없이 학살 임무 수행을 거부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그 대다수는 왜, 어떻게 점차 망설임 없이 학살 작전을 수행한 ‘전문 살인자’가 되었는가?
지은이 브라우닝은 말한다. “설명은 변명이 아니며 이해는 결코 용서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들의 행동과 집단 동력을 어째서 이해해야 하는 걸까? 브라우닝은 이렇게 반문한다. “만약 101예비경찰대대 대원들이 당시의 조건 아래서 학살자가 될 수 있었다면, 오늘날 유사한 조건이 주어질 때 어떤 집단이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점점 극우화되어가는 이 시대의 부름을 받고 재출간된 이번 증보판(2010년 한국어 초판 출간)에는 원서 초판 출간(1992) 이후 벌어진 학살 동기에 대한 논쟁을 다룬 2판 후기(1998)와 후속 연구 성과들을 4개 영역으로 나누어 정리한 3판 후기(2017)가 모두 실려 있다.
저자

크리스토퍼R.브라우닝

1944년에태어나1966년오벌린칼리지를졸업하고1975년매디슨위스콘신대학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1974년부터1999년까지퍼시픽루터란대학에서,1999년부터2014년까지노스캐롤라니아대학에서(현재명예교수)역사학교수로재직하며대량학살(genocide),홀로코스트,독일현대사등을연구해왔다.현재워싱턴대학의객원교수로지내고있으며,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AmericanAcademyofArtsandSciences)회원이기도하다.

이책《아주평범한사람들》(1992년초판,1998년2판,2017년3판출간)은10여개언어로번역,출간되었다.사회하층계급의평범한중년남성들로구성된나치의한예비경찰부대가유대인수만명을학살하고죽음의수용소로강제이송한사례를심층연구한이책은라울힐베르크(RaulHilberg)의선구적업적인《홀로코스트유럽유대인의파괴(TheDestructionoftheEuropeanJews)》의뒤를잇는홀로코스트연구의기념비적저서로평가받는다.

이외에지은책으로《‘최종해결’과독일외무성(TheFinalSolutionandtheGermanForeignOffice)》,《결정적인몇달:‘최종해결’의출현에관하여(FatefulMonths:EssaysontheEmergenceoftheFinalSolution)》,《대량학살로가는길:‘최종해결’착수에관하여(ThePathtoGenocide:EssaysonlaunchingtheFinalSolution)》,《나치정책,유대인노동자,독일살인자(NaziPolicy,JewishWorkers,GermanKillers)》,《‘최종해결’의기원:나치의유대인정책의진화,1939년9월~1942년3월(TheOriginsoftheFinalSolution:TheEvolutionofNaziJewishPolicy,September1939-March1942)》,《매일이1년동안계속된다:한폴란드유대인가족의편지교환(EverydayLastsaYear:AJewishFamily’sCorrespondencefromPoland)》,《생존을기억하며:나치강제노동수용소에서(RememberingSurvival:InsideaNaziSlave-LaborCamp)》등이있다.

《아주평범한사람들》,《‘최종해결’의기원》,《생존을기억하며》는미국유대인도서상(NationalJewishBookAward)을수상했다.

목차

지도:1942~1943년폴란드및루블린구역
한국어초판서문
초판서문

1|유제푸프에서의어느아침
2|치안경찰
3|치안경찰과최종해결:1941년러시아
4|치안경찰과최종해결:강제이송
5|101예비경찰대대
6|폴란드에도착하다
7|집단학살의서막:유제푸프학살
8|집단학살에대한성찰
9|워마지:2중대의추락
10|8월트레블링카행강제이송열차
11|9월말의학살
12|다시시작된강제이송
13|호프만대위의이상한병
14|“유대인사냥”
15|마지막집단학살:“추수감사절작전”
16|그이후
17|독일인,폴란드인,유대인
18|아주평범한사람들

2판후기
3판후기:이후25년

감사의말
부록:101예비경찰대대가사살?이송한유대인수
옮긴이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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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만약101예비경찰대대대원들이당시의조건아래서학살자가될수있었다면,
오늘날유사한조건이주어질때어떤집단이그렇게되지않을수있겠는가?”
-18장〈아주평범한사람들〉에서(291쪽)

그평범한사람들은어떻게집단학살에가담하게되었나
피해자가아닌가해자의시선으로읽는홀로코스트

1942년7월13일아침,주로중년의노동자출신인101예비경찰대대대원들앞에지휘관인트라프소령이섰다.창백한얼굴로감정을억누르려애쓰며그는하달된임무를전달했다.“노동력있는유대인남자들은노동수용소로이송하기위해집결시키고,다른유대인들─여자,노인,어린이─은현장에서사살해야한다.”그런뒤그는특별한제안을덧붙였다.이임무를감당하기어렵겠다고느끼는대원은앞으로나오라는것이었다.거기내가있었다면나는임무를면제받기위해과연앞으로나섰을까?

나치의유대인학살부대에대한최초의심층연구

2차세계대전시기의끔찍한비극인홀로코스트를실제로수행한사람들은누구였을까?그리고그들은어떻게유대인집단학살의가해자가되었을까?크리스토퍼R.브라우닝교수의『아주평범한사람들』은이질문에답하는책이다.지은이는홀로코스트연구의대가인라울힐베르크로부터학문적으로깊은영향을받았다.힐베르크의『홀로코스트유럽유대인의파괴(TheDestructionoftheEuropeanJews)』(1961,한국어판2008)는피해자가아니라가해자를중심으로홀로코스트의메커니즘을밝혀낸최대·최고의저작으로평가된다.브라우닝또한가해자를,특히집단학살의명령권자나중간책임자가아니라현장에서실제로학살을수행한개인들을연구의대상으로삼았다.홀로코스트의희생자와학살책임자에대한연구성과에비해학살‘수행자’에대한실증적인연구가거의이루어지지않은상황에서출간되었던『아주평범한사람들』은홀로코스트연구의선구적이고기념비적인현대고전으로평가받는다.더욱이이책의가치가시간이지나도빛을발하는이유는그가해자들이특별한사람이아닌바로나,그리고우리이웃과별다를바없는‘아주평범한사람들’이었기때문이다.즉그들의학살동기를추적하는일은바로지금의나와우리를반추하는것과같다.

폴란드유대인학살부대,101예비경찰대대의베일이벗겨지다

폴란드에서는이른바유대인문제의‘최종해결’방침에따라1942년3월부터1943년2월까지단11개월동안거의모든유대인이현지에서학살되거나수용소로강제이송되었다.그런데폴란드의유대인들은매우넓은지역에흩어져살고있었으며,거주지는대부분소도시나시골이었다.지은이는여기서의문을가졌다.군사적으로가장중요했던이시기에독일이조직적으로,신속하게유대인집단학살을수행할수있었던동력은무엇이며,인력은어떻게조달했는가?수용소유지에필요한인력은소수였지만,각지역의유대인을집결시켜수용소로이송하거나현장에서사살하는작전은상황이달랐기때문이다.의문을풀기위해지은이가찾은곳은독일루트비히스부르크의주검찰청중앙본부였다.주검찰청본부는나치범죄에대한형사소추를총지휘했으며폴란드유대인에대한나치의범죄와관련된독일의거의모든재판기록을소장하고있었다.지은이는이곳에서집단학살을수행한부대에대한기소장을접했다.101예비경찰대대소속210명(1942년폴란드파견당시500여명)에대한취조기록과125건의피고인증언자료에는학살임무를실제로수행한이들의생생한육성이담겨있었다.

학살전문가가된평범한사람들

101예비경찰대대는1942년독일군의후방지원임무를띠고폴란드에투입되어1943년까지유대인3만8000명이상을학살하고,4만5200명이상을수용소로강제이송했다(422~423쪽표참조).주목할것은101예비경찰대대가집단학살을수행하기에적합한조직이아니었다는점이다.대대의구성원은대개군복무경험조차없었던하층계급노동자출신의중년남성이었다.게다가“그들대부분은가장덜나치화된지역으로명성있던함부르크출신이었으며다수는정치문화적으로반(反)나치정서를갖고있던사회계급출신이었다”(90쪽).하지만대원들은몇차례의학살과게토소개(疏開)작업을수행하면서학살임무에익숙해졌고,죄의식조차느끼지못하는상태에까지이르렀다.무엇이이평범한사람들을전문살인자로만들었을까?지은이의답은담담하면서도자못충격적이다.101예비경찰대대대원들은나치이데올로기에세뇌되지도,반유대주의적신념을갖고있지도않았다.그들을그렇게만든것은바로‘환경’이었다.지은이는대원들의개인별취조기록과증언을바탕으로이들이어떤환경속에서어떤심리적변화를겪으며홀로코스트의가해자가되어갔는지를실감나게보여준다.

학살은처음부터거부할수도,도중에그만둘수도있었다

이책에인용된학살당사자들의증언가운데흥미로운부분이있다.101예비경찰대대가폴란드에투입된뒤대대장은모든대원에게유대인사살임무를설명한뒤‘특별한제안’을했다.임무를감당할자신이없는대원은빠져도좋다는것이었다.이때대원500여명가운데대대장의제안을받아들인사람은단10~12명뿐이었다.그들은임무에서제외되었고별다른징계처분도받지않았다.실제로학살이진행되자상당수의대원들이충격과공포,죄의식과수치심을견디지못하고임무면제를신청했다.일부러사격을엉터리로하거나,상관의눈을피해숨는대원도많았다.하지만이런대원가운데처벌을받은사람은없었다.즉이들에게는학살에가담하지않아도될가능성이충분히열려있었다.“그럼에도불구하고80~90퍼센트의대원들은─적어도초기에는─자신들이수행하고있는임무에대해충격과혐오감을느끼면서도대부분학살을계속했다.대열에서이탈하는것,공개적으로비동조행위를보이는것은그들대부분의능력밖에있었다.차라리총을쏘는것이그들에게는더쉬웠다”(284쪽).

이책에서‘동조(同調)’는101예비경찰대대대원들의집단행동을해석하는데중요한분석틀로작용한다.대원들은동료나상관에게‘사나이답지못한태도’를보이는것을극도로꺼려했다.그들은‘체면’을중시했던것이다.이에대한근거로지은이는유명한스탠리밀그램의전기충격실험과필립짐바르도의스탠퍼드감옥실험의결과를중요한예로든다(18장〈아주평범한사람들〉,258~260,265~271쪽).물론500명에달하는대원들의학살동기를한가지측면으로해석하는것은무리한일이다.지금까지제시된설명모델만해도전시야만화,인종주의,임무의분업화와관례화,학살자의특별선발,출세주의,맹목적인복종과권력에대한경의,이데올로기적세뇌,동료집단에대한동조등수없이많다(이들모델에대한검토는18장〈아주평범한사람들〉참조).하지만이가운데101예비경찰대대사례에완벽하게적용할수있는모델은하나도없다.학살이무조건강요되지는않았다는사실과관련하여지은이가강조하는것은대원들의80~90퍼센트가어쨌든‘자의’로학살에가담했다는점이다.그리고그들이문화적·이데올로기적요소가아니라특수한환경의지배를받은‘평범한사람들’이었다는것이다.

홀로코스트의불안은오늘날의세계에도잠재한다

지은이는『아주평범한사람들』이‘문화적·이데올로기적요소,특히반유대주의를중요하지않게다루었다’는비판에대해,“인간본성의근본적요소들은문화를초월하여폭넓게적용될수있으며따라서101예비경찰대대대원들의행동과집단동력은‘평범한사람들’의행동으로이해하는것이가장옳다고주장하고싶다”고말한다(〈한국어판서문〉,14쪽).실제로반유대주의정서에영향을받아유대인학살이정당하다고믿은대원들도있었다.하지만그들이당시의모든독일인,나아가히틀러가집권하기이전독일인들의반유대주의를대표한다는주장은수많은모순의벽에부딪히고만다.그들은학살을수행하며상황에점점익숙해졌고결국적응해갔을뿐이다.‘독일인들의뿌리깊은반유대주의와유대인증오’라는개념으로홀로코스트를해석하는것은결국독일은이제예전의독일이아니기때문에,즉홀로코스트는나치시대의일회적이고주변적인일이기때문에더이상그러한비극이일어나지않으리라는너무나무책임한낙관을담고있다.나치독일패망이후현재까지도세계곳곳에서홀로코스트와유사한끔찍한인종학살과집단학살이벌어져왔다는사실만으로도이러한낙관은설득력을얻지못한다.지은이는101예비경찰대대의“범죄자들을인간적관점에서이해하려는시도없이는(…)홀로코스트학살자들을깊이있게다루는어떠한연구도불가능할것”이라고강조한다(〈초판서문〉,23쪽).『아주평범한사람들』은무엇보다홀로코스트가악마나괴물이아니라인간이벌인일이었다는것,그래서홀로코스트의불안은오늘날의세계에도여전히잠재한다는것을여실히증언하고있다.

학살동기에대한논쟁을다룬2판후기와
후속연구성과들을정리한3판후기수록

『아주평범한사람들』원서는1992년에초판이나온뒤1998년에2판,2017년에3판이출간되었다.2판과3판은각각30쪽과60쪽분량(원서기준)의후기가추가된증보판인데,이번한국어판에는이증보된글모두가실려있다.

〈2판후기〉는앞에서언급한‘학살동기’에대한상반된해석에관한내용이다.초판에서지은이는홀로코스트가나치의이데올로기에세뇌되거나반(反)유대정서를내면화한사람들이아니라평범한사람들에의해자행되었다고주장했는데,다니엘요나골드하겐은1996년출간한『히틀러의자발적인학살자들(Hitler’sWillingExecutioners)』에서브라우닝의주장을전면부정했다.101예비경찰대대대원들은‘평범한사람들’이아니라‘평범한독일인들’의표본이며,히틀러가집권하기오래전부터독일인들이이른바‘몰살추구적반유대주의’를내면화하고있었기때문에그들의반유대주의와유대인에대한증오심이‘최종해결’과정에서극도로잔인하게발현했다는주장이었다.이러한홀로코스트가해자들에대한충격적인해석은세계적인주목을받았고뜨거운논쟁을불러일으켰지만,숱한비판을받으며오히려브라우닝의통찰력을더욱주목받게했다.〈2판후기〉에서지은이는골드하겐의사료이용의문제점과논지전개의취약성을조목조목밝혀내며,무엇보다그가홀로코스트를과거의일회적이고주변적인사건으로치부해버림으로써우리로하여금그것이오늘날의세계에미치는중요한문제의식까지간과하게만든다고비판한다.

그리고2017년판에수록된〈3판후기:이후25년〉은초판출간이후홀로코스트수행자들에대해이루어진많은연구들을다음과같은4개유형으로나누어정리한것이다.첫째,치안경찰에소속된다른부대에관한많은사례연구가나왔다.이연구들덕분에101예비경찰대대가보인행태가전형적인사례이거나대표성이있는지,아니면그들의독특성이뚜렷한지등의쟁점에관해훨씬더충실하게비교사적맥락에서살펴볼수있게되었다.둘째,‘최종해결’에가담한‘평범한’학살자들의‘동기’에관한다양한후속연구가이루어졌다.셋째,예비경찰대대에속했던룩셈부르크출신대원들에관한사례연구가나왔는데,이는‘독일인’대원과‘비독일인’대원(독일에점령된유럽국가출신의대원)의행태를비교할수있게해준다.넷째,101예비경찰대대에관한,이미알려졌거나새로발굴된사진자료를세심하게분석한연구들이나왔다.이사진들은경찰대원들이일상화된학살에가담한내적동기가과연무엇이었나에대해서보다는,오히려그들이다양한배경에서저지른파괴적행동이거꾸로그들자신에게어떤영향을미쳤는지에대해더많은것을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