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의서 향약구급방 읽기 세트 (전2권)

고려 의서 향약구급방 읽기 세트 (전2권)

$35.00
Description
근대주의·중화주의·민족주의 담론을 넘어 들여다보는
몸·물질·세계에 대한 중세 동아시아인의 관념과 사유
고려시대 사람들은 어떤 병을 앓았고, 어떻게 대처했을까? 그들은 몸과 병을 어떻게 이해했고, 어떻게 하면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현존 유일의 고려 의서인 《향약구급방》은 의료 자원이 부족한 향촌에 사는 사람들이 긴급한 상황이나 일상적인 병증에 대처할 수 있도록,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약물과 치료법을 편람식으로 담은 의료 지침서다. 등장하는 상황과 병증은 대체로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병을 인식하고 치료하는 법은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매우 낯설다. 하지만 이를 전근대적이고 비과학적이라고 치부하기보다는, 당대 사람들이 그 병을 어떻게 이해했고 왜 그렇게 치료하려고 했는지 들여다보아야 한다.
《강아지풀에서 코뿔소 뿔까지》는 한국 과학사와 한의학을 전공한 연구자들이 《향약구급방》을 쉽게 이해하고 술술 읽어나갈 수 있도록 풀어낸 해설서다. 각 처방의 의도와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 《향약구급방》의 각 구절에 대한 문헌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적절한 풀이를 얻기 위해 열띤 논쟁을 벌인 결과물이다. 이를 통해 고려 사람들과 중세 동아시아인의 사유 양식, 즉 세계와 몸은 무엇으로 구성되었으며 상호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한 그들의 관념을 근대의 담장을 넘어 열린 지평에서 읽어내고자 했다.
나아가 원전을 온전히 확인하고 싶은 독자를 위해 한자로 쓰인 원문과 의역을 최소화한 번역문을 별도의 책 《원문 대역 향약구급방》으로 묶었다.

1권(본책) 제목: 강아지풀에서 코뿔소 뿔까지
2권(별책) 제목: 원문 대역 향약구급방
저자

신동원,오재근,김상현,이기복,전종욱

저자:신동원,오재근,김상현,이기복,전종욱

목차

본책『강아지풀에서코뿔소뿔까지』차례

책을펴내며
해제:『향약구급방』읽기

1고려사람들이가장자주접하던일상병,중독

음식으로인한중독-상1식독食毒
고기로인한중독-상2육독肉毒
버섯으로인한중독-상3균독菌毒
여러가지약물중독-상4백약독百藥毒

2온갖무는것들

독충에쏘이거나동물에물린경우-상5석교독咬毒

3일상의난처한상황또는거추장스러운것들

목엣가시-상6골경방骨方
여러가지피부증상치료법-하9잡방雜方

4응급상황,갑작스러운죽음의문턱에서

목구멍막힘-상7식열방食方
졸도-상8졸사卒死
목을매고죽어가는경우-상9자액사自縊死
열사병-상10이열갈사理熱死
물에빠져죽어가는경우-상11낙수사落水死

5술에취하지않는처방과술끊는방법

술병-상12중주욕사방中酒欲死方
술을끊는방법-상13단주방斷酒方

6사지가부러지고꺾이는일상

맞아깨지고부러져다친경우-상14타손·압착·상절·타파墮損·壓傷折·打破
쇠붙이에찔리거나베인경우-상15금창金瘡
화살촉이나대나무끝에찔린경우-중13전촉급죽목첨자箭鏃及竹木籤刺

7온갖부스럼

못처럼깊이뿌리박힌종기,정창-중1정창丁瘡
등창,옹종,부스럼,젖멍울-중2발배·옹저·절·유옹發背·癰疽·癤·乳癰
장에생긴옹종치료법-중3장옹방腸癰方
동상-중4동창凍瘡
위중한피부질환,악창-중5악창惡瘡
옻독-중6칠창漆瘡
끓는물에덴화상-중7탕화창湯火瘡
단독은진치료법-중8단독은진방丹毒方
손가락에발생한종기,대지창-중9대지창代指瘡
손발에깊이박힌옹종,표저-중10표저疽
뼈에발생한종기,부골저-중11부골저附骨疽
이,옴,빈대,벼룩이일으킨피부병-중12선개과창癬疥瘡

8얼굴부터가슴까지의성가신통증들

코피-중23비뉵鼻
눈에생긴병-중24안眼
귀에생긴병-중25이耳
입과입술에생긴병-중26구순口脣
목구멍이붓고막히는증상-상16후비喉痺
혀가붓고입안이허는증상-상17중설·구창重舌·口瘡
잇몸과이뿌리가붓고문드러지거나벌레먹은증상-상18치감닉齒
명치가아픈심복통-중15심복통心腹痛

9똥오줌병이가장괴로워라

열증과한증을동반한이질설사,냉리와열리-중16냉열리冷熱痢
대변을보지못하는경우-중17대변불통大便不通
치루,장풍그리고탈항-중14치루·장풍痔漏·風
소변을보지못하는경우-중18소변불통小便不通
배뇨장애,임병-중19임질淋疾
소변을자주보는소갈-중20소갈消渴
소변에피가섞여나오는증상-중21소변출혈방小便出血方
생식기에발생한피부질환-중22음퇴·음창陰陰瘡

10여성의산고,어찌헤아리랴

부인의여러가지증상치료법-하1부인잡방婦人雜方

11내병보다더괴로운아이의병고

어린아이치료법-하2소아방小兒方
아이가물건을잘못삼킨경우-하3소아오탄제물小兒誤呑諸物

12일상에서겪는5대악병

온몸이퉁퉁붓는부종-하4수종水腫
질병의왕,중풍-하5중풍中風
미친병,전광-하6전광癲狂
징글징글떨어지지않는학질-하7학질疾
머리가깨질것같은두통-하8두통頭痛

13약을먹을때법도를지켜야효과를보장한다

약물복용법-하10복약법服藥法
서로반대되는성질의약물들-하11약성상반藥性相反
약재가공법-하13수합법修合法

14옛역사적인처방사례를실은까닭은?

옛의서중의치험사례-하12고전록험방古傳錄驗方

15전문적인의학과난치병의경계넘지않기

발문:사대부를위한책『향약구급방』-하12고전록험방古傳錄驗方

출판사 서평

『향약구급방』은어떤문헌인가

고려의서『향약구급방』은현전하는한국의의서가운데가장오래된문헌으로,약물이나의사등의료자원이부족한향촌에서쉽게접근할수있는약물과경험을통해효과를본약방을수록해편람식으로구성한응급용의료지침서다.이때‘향약’은‘동국東國사람이쉽게알수있고쉽게얻을수있는약물’을의미하는것으로동국의고유성보다는편의성및구득성求得性을지시한다.고려시대대장도감大藏都監(1232년설치)에서처음간행된이후조선초기인1417년과1427년에두차례중간되었는데,현재전하는것은1417년중간본이유일하다.초간본은고종대이후고려후기에나온것으로추정되지만,편찬연대와저자에대한기록이없어현재로서는미상이다.다만13~14세기사이에편찬되었을것으로짐작된다.

현재일본궁내청서릉부에소장되어있는1417년중간본『향약구급방』은상·중·하3권1책으로구성되어있는데,상권은식독食毒·자액사自縊死등18개,중권은정창丁瘡·동창凍瘡등26개,하권은부인잡방婦人雜方·소아잡방小兒雜方등13개로총57개항목으로편제되어있다.질환별로활용할수있는처방550여개,치료법관련조문600여개로구성된이텍스트는한국및동아시아중세의료의문화적양상을엿볼수있는중요한문헌이다.

모더니즘과이분법을넘어열린지평으로

기존의전통적역사서술은대체로과학대문화,근대대전통,이론대실천,중심대주변이라는이른바이분법의분석틀안에서이루어져왔다.근대주의적관점에서는『향약구급방』이전근대기미신적요소가많은방서라는점을지적하면서‘과학’의대척으로서‘문화’를강조하거나,특정약물의경우이른바과학적이해가가능하다는점에서고려인의지혜를확인할수있다고논급하거나,혹은이텍스트를체계적이고합리적인의학으로이행하는단계를보여주는중세의과도기적문헌으로규정했다.한편과학의중심으로서단일한중국을상정하고지식과문화가그주변인고려/조선으로일방향적으로흘러왔다는역사인식인중화주의적관점은,『향약구급방』이중국의서와유사한내용이많다는점에서결국계보학상중화세계주변부의의서에지나지않는다거나,혹은반대로당약唐藥과대비되는향약鄕藥담론에주목하면서동국고유의학에대한자의식을표출한선구적텍스트라고이해해왔다.같은맥락에서『향약구급방』을비롯한여말선초향약의서를두고당시학자들이최신중국의학지식의유입에대처한전략적산물이라거나,혹은금·원대선진의학을내면화하는과정및향약에대한자각을보여주는문헌으로기술하기도했다.이러한이분법적인설명은유럽혹은중국중심주의,선형적인발전사관그리고현재주의를반영한다.

『강아지풀에서코뿔소뿔까지』의지은이들은이러한인식틀에서벗어나,내외의환경변화속에서역사의행위주체들이어떤문제의식을가졌고이를어떻게풀어나갔는지에주안점을두고자했다.근대는하나가아니라‘복수의근대(modernities)’가존재하고그근대로의이행과정역시다양한역사적궤적을밟아왔음을인식해야하고,인간·사물·도구·지식·관념·텍스트등이국경을포함한지역간경계를넘나들어이동했던세계의‘연결성’에주목해야한다.국민국가(nationstate)라는관념역시근대적인산물이다.사실동아시아지역에서이를테면단일한중심국가[中國]하나가존재했다기보다는역사적으로여러개의문화,지역국가,네트워크,상호교환이있었을뿐이다.이런까닭에배타적이고번역불가능한고유성이유럽이나중국문명에존재했으며이것이주변으로전파되었을뿐이라는일면적이고상투적인서사는동아시아및한국과학사의역동적지형을차폐시켜왔다.이제는근대주의·중화주의·민족주의담론을넘어당시행위자들의문제의식및해결방안,나아가이와관련된개념적범주·용어·질문은무엇이었는지에대해,그리고그배경이되는문화적·사상적조류에대해좀더논구해야한다.

요컨대『강아지풀에서코뿔소뿔까지』는중세동아시아인의사유양식,즉세계와몸은무엇으로구성되었으며상호어떻게움직이는가에대한그들의관념을근대의담장을넘어열린지평에서읽어보려는시도다.

천년전사람들의마음을헤아려보려는각고의노력

지은이들은2016년부터5년남짓『향약구급방』을함께읽었다.풀이가쉽지않아한번모임에몇구절이상을풀어내지못할때가허다했다.한구절한구절을축자적으로읽으면서낯선신체·의약문화를더듬고,병증이나약물하나하나에담긴의미를일일이캐물었다.왜약으로똥을사용했는지,그똥이쇠똥인지말똥인지닭똥인지지렁이똥인지일일이따졌다.유사구절이담긴한의학전체내용을폭넓게찾아검토하여문헌적근거를확보하고자했고,그것이여의치않은경우샤머니즘,도교적세계관에널리퍼져있는유감적類感的사고를연상하거나,병증과처방에내재한한의학적인식을따져봤다.부득이현대의학지식을활용할수밖에없는경우도꽤있었지만,현대의사고로도도저히이해할수없다고판단되는부분에대해서마저질문을포기하지않았다.이를통해한국중세의일상문화를심층적으로읽어내려고했다.『향약구급방』에담긴상당부분의지식은중국이나일본에서도공유한것이었으므로동아시아적인성격을띤다.게다가『향약구급방』은전문적인영역을배제했으므로한의학적이론체계와구별될뿐더러서구의병·신체문화와도판이하고,근대적세계관이전의다른중세적세계관을함축한다.세계의학사연구전체를통틀어이런세계관을드러내는본격적인연구성과는아직나온바없다.

지은이들은경험방서를통해중세동아시아의문화적양상을엿보고자시도하면서현대인의편향된시선으로과거를타자화하는위험을경계하고자했고,당대인행위에담긴사고를존중하고자했다.이를테면『향약구급방』에는황룡탕黃龍湯이라이름붙인똥을활용한처방이자주등장한다.오늘날우리는이를천한것으로여기며중세인의사고를비웃을지모른다.그렇지만인간과동물의배설물사용에‘막힘과소통의순환’이라는그들의생태적관념이깔려있음을이해하고자했다.심지어그들은고위관리집안에서귀중하게간직한물건인,코뿔소뿔로만든진귀한허리띠까지약으로썼다.코뿔소뿔의경우가장강력한동물의뿔이라는유감적사고와함께,병문제를해결하려는데에고려와중국남부또는동남아시아에서실크로드로연결되는폭넓은공간이있었음을깨닫고자했다.

이와같은각고의학술적연구를바탕으로했지만,저자들은일반독자도술술읽어나갈수있도록각별히신경썼다.또한현대독자들을위해원전에없는열다섯개의대분류를시도해재구성했고,부제를달았다.즉『강아지풀에서코뿔소뿔까지』는한국중세인이겪은각종질병과치료법에대한에세이로서도부담없이읽을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