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토의 저항자들 (유대인 여성 레지스탕스 투쟁기)

게토의 저항자들 (유대인 여성 레지스탕스 투쟁기)

$38.00
Description
“어떤 경계선도 그들이 가는 길을 막을 수 없었다”
살아남는 것조차 저항이자 투쟁이었던 이들의 이야기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무차별적으로 유대인을 학살하기 시작하면서, 나치 점령지인 폴란드의 유대인들에게는 죽음 아니면 수용소행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눈앞에 닥쳤다. 그때, 탈출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목숨 건 저항을 선택한 이들 중에는 10~20대의 여성들도 있었다. 그들은 어두컴컴한 벙커에 숨어 무장 투쟁을 전개하거나 테러에 나서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활동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저항운동의 신경 중추’인 ‘연락책’이었다. 할례를 받지 않았기에 유대인 신분을 숨기기가 비교적 쉬웠던 여성들은 아리아인으로 위장한 채 죽음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어 저항 조직들을 연결하고, 빛이 사라진 밤 숲을 헤매며 밀수업자를 만나 무기를 들여왔다.

그들의 항전은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 같은 유대 설화들과 달리 약자의 통쾌한 승리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절망에 빠져 있던 유대인들에게 저항의 의지를 불러일으켰고 팔레스타인에까지 알려져 정신적 상징이 되었다. 무자비하고 거대한 적에 맞서 악전고투를 거듭하면서도 대담한 용기, 끈끈한 우정, 불굴의 정신력을 보여준 그들의 필사적 투쟁은 그 절박함과 처절함만큼 숭고하게 다가온다.
저자

주디버탤리언

JudyBatalion
폴란드유대인홀로코스트생존자의후손으로영어,프랑스어,이디시어,히브리어에능통하다.하버드대학에서과학사로학사학위,런던대학의코톨드예술학교에서미술사로박사학위를받았다.큐레이터,연구원,작가등다양한경력을바탕으로《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등에기고해왔다.폴란드홀로코스트생존자인할머니,그리고엄마,자신,큰딸까지모녀사이의이야기를다룬《하얀벽(WhiteWalls)》을출간한바있다.
2007년우연히발견한이디시어책《게토의여자들》(1946)에서폴란드유대인여성레지스탕스투사들의이야기를접하고충격에빠진그녀는잊혔던여성투사들의이야기를알리고자《게토의저항자들》을펴냈다.10여년에걸친취재와연구를바탕으로쓴이책은홀로코스트역사서술의새로운지평을열었다고평가받으며미국유대인도서상,캐나다유대인문학상등을수상했다.지금까지20여개국에서번역출간되었다.《게토의저항자들》은스티븐스필버그감독의영화사앰블린파트너스에서영화로제작되고있다.
judybatalion.com

목차

옮긴이의말
서론:전쟁도끼
등장인물
2차세계대전당시폴란드지도

프롤로그:플래시포워드─방어인가,구조인가?

1부게토의소녀들
1|폴-린
2|불속에서불속으로
3|여성들,투쟁거점을구축하다
4|또하나의아침을맞기위해:게토에서의테러
5|바르샤바게토:교육과글자
6|정신교육에서유혈투쟁으로:유대인투쟁위원회를조직하다
7|방랑의나날들:노숙자에서가사도우미로
8|마음이돌처럼굳어버리다
9|검은까마귀들
10|역사가흘러갈세개의길:크라쿠프사람들의크리스마스선물
11|1943년,새해:바르샤바에서발생한작은봉기

2부악마인가,신인가
12|투쟁준비
13|소녀연락책
14|게슈타포에잠입하다
15|바르샤바게토봉기
16|땋은머리의강도들
17|무기,무기,무기
18|교수대
19|숲속으로간프리덤:파르티잔
20|멜리나스,돈,그리고구조
21|피로물든꽃
22|자그웽비에의예루살렘이불타고있다

3부“어떤경계선도그들이가는길을막을수없다”
23|벙커,그리고그너머
24|게슈타포의감시망
25|뻐꾸기
26|자매들이여,복수하라!
27|한낮의빛
28|대탈출
29|“여행이끝나간다고말하지마라”

4부감정적유산
30|삶의공포
31|잊힌힘

에필로그:실종된유대인

후기:이연구에대해서
감사의말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나는수년간유대인학교에다녔지만이런이야기는한번도들어본적이없었다.이여성들의일상적이면서비범한전투활동에관한세세한기록은정말놀라웠지만,나는얼마나많은유대인여성들이레지스탕스에뛰어들었으며,얼마나적극적으로활동했는지전혀모르고있었다.…나는끊임없이스스로에게물었다.왜나는이들의이야기를전혀듣지못했을까?왜나는모든형태의저항에가담하고때로는그저항을주도했던수백수천의유대인여성들에대해한번도들은적이없단말인가?”-〈서론〉에서


왜이여성투사들의저항사는감춰지고왜곡되었는가

홀로코스트생존자의후손으로서유대인여성사에관심이있던주디버탤리언은2007년영국국립도서관에서우연히1946년출간된이디시어책《게토의여자들》을발견했다.한나세네시와같은용맹한유대인여성의흔적들을찾기위해자료를조사하던중이었다.그런데별기대없이펼쳐본그책에는무장투쟁,첩보활동,시설폭파,사보타주까지유대인출신인본인조차들어본적없었던젊은폴란드여성유대인들의드라마틱한저항이야기가가득담겨있었다.온몸에전율을느낀그녀는이내그들의이야기에빠져들었다.그리고곧이런의문이생겼다.“이렇게놀라운투쟁이야기를나는왜지금까지한번도들은적이없었을까?”
버탤리언의탐구는이렇게시작되었고,이투쟁사가알려지지않은이유를찾고그들의업적을알리고자《게토의저항자들》을펴냈다.10여년에걸친연구와취재,당사자들의회고록,수백개의증언을바탕으로이책을완성했다.당시연락책으로활약한‘레니아쿠키엘카’를중심으로폴란드유대인여성들이나치에맞서싸우게되는계기부터처절한투쟁과정,그리고종전후의삶까지우리에게생생하게전달한다.그덕분에그동안잊혔던폴란드유대인여성투사들의이름,영웅적인저항의역사뿐아니라종전후그들이겪은고통의유산이세상에되살아나오게되었다.이책은출간직후《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등의베스트셀러목록에오르며그동안‘순한양’으로여겨졌던유대인을향한대중의편견을완전히뒤집었고,통렬한자기반성을자극하며반향을일으켰다.미국유대인도서상,캐나다유대인문학상을수상했고,스티븐스필버그감독에의해영화화가확정되었다.


무장투쟁부터‘저항운동의신경중추’연락책까지
여성이었기에가능했던활약상

1939년독일의폴란드침공이후1940년대본격적으로유대인학살이시작되었다.가족과이웃이잔인하게죽어나가는비극적현실은폴란드유대인여성들을레지스탕스투사로변모시켰다.그들은주로전간기부터폴란드에서유대인청소년그룹에가입하고활발하게활동했던구성원이었으며,대개젊었고10대도많았다.처음부터청소년그룹에소속되어주축으로활약했던이들도있는가하면,가족을모두잃고최후의수단으로저항을선택한여성들도있었다.
버탤리언이전하는유대인여성레지스탕스의세계는매우변화무쌍하다.그들은게토의어두컴컴한벙커에숨어나치에맞서기위한수단들을모색했다.무장투쟁부터지하소식지발간과저항계획수립,협상,위장,거짓말,은신,보호,급식소운영에이르기까지어떤역할이든가리지않고활약했다.
그중에서가장핵심적인역할은‘연락책(카샤리옷)’이었다.유대인여성들은남성들이갖추지못한위장능력,즉할례를받지않았다는장점이있어자신의신분을숨기기가용이했다.그들은아리아인으로위장한채죽음을무릅쓰고국경을넘으며저항조직들을연결하고,빛이사라진밤숲을헤매며밀수업자를만나무기를들여오는등“저항운동의신경중추”가되었다.위기가찾아올때마다마치첩보극의한장면처럼돈으로나치경비병을매수하고,빵덩어리속에권총을숨기고,나치를유혹하거나술로매수하고,총으로쏘아적을죽임으로써고비를넘기며임무를수행했다.


살아남는것마저저항이었던이들
절망적이었기에더욱숭고한그들의용기

《게토의저항자들》에서소개되는레지스탕스투쟁사가더욱주목되는이유는처음부터자신들이살아남지못할것임을알고도결연히싸움에나섰기때문이다.나치라는무자비하고거대한적에맞서싸워소수의유대인이승리를거두는것은기적과도같은일이었다.그들의저항은다윗과골리앗의이야기같은유대설화와는달리통쾌한승리로이어지지는못했다.바르샤바게토봉기등에서성공적인전과를올리기도했으나,그들은결정적인성과를거두지못한채다수는게슈타포감옥과강제수용소에서살해당했다.
거대한적의존재만큼이나그들을힘들게하는것은언제어디서위협이들이닥칠지모른다는막연한공포감이었다.나치뿐만아니라유대인이아닌지인,이웃,낯선사람들을항상경계해야했다.심지어동포이지만나치에가담한일부유대인들에게배신을당하기도했다.게토밖을넘나들었던연락책들은폴란드사회에만연한반유대주의와항상마주하면서도자신의정체를감추기위해끝까지웃음을잃지않아야했다.
그러나여성레지스탕스들은악전고투를거듭하면서도대담한용기,끈끈한우정,불굴의정신력을보여주며끈질기게투쟁을이어갔다.가족과친구,남편과애인을잃은사무치는고통,그리고곳곳에도사리는폭행과강간의두려움도그들을막지못했다.심지어정체를들키고감옥에갇혀서고문당하고죽어가는순간까지도의연함을잃지않았다.절망적인상황앞에서도저항을선택한그들의용기는그절박함과처절함만큼숭고하게다가온다.


끝나지않은전쟁,전해지지못한역사
우리는그들을어떻게기억해야하는가

이책후반부에소개되는생존자들의삶을들여다보면,수차례죽음의고비를넘고고향으로돌아왔음에도불구하고여전히그들의고통과전쟁은계속되고있었음을깨닫게된다.생존한레지스탕스투사들은종전후외부세계가자신들이겪은이야기에주목하기는커녕침묵하거나자신을각자의입장에맞게이용한다는사실에좌절했고,죽은자들을떠올리며죄책감속에극심한심리적고통을겪었다.전후(戰後)폴란드에서도여전히반유대주의가만연했기에유대인들이다시정착하기위해선생명의위협과따가운시선을견뎌야했다.
그와동시에그들의숭고한투쟁사는너무나도빠르게왜곡되고잊혀갔다.종전무렵고국팔레스타인의유대인들은자신들과구분짓기위해유럽출신의유대인이나약하다는이미지를심으며강인한투사들의활약을애써지우려했다.그나마알려진투쟁사도특정집단의이미지를강조하기위한수단으로이용하기위해입맛에맞게편집되기일쑤였다.이런현실과마주한여성투사들은체념하고스스로입을다물게되었다.또한간혹그들의투쟁사를다룰때조차‘아름답고젊은여성’을부각하는데서여전히벗어나지못하고,이들이자신들의내면세계에서과거끔찍했던전쟁에대한기억이나후유증과어떻게계속씨름했는지에만집중해왔다는사실을지은이는신랄하게지적한다.
이렇듯전승이단절된유대인여성투쟁사를복원하고종전후생존자들의삶과내러티브의변화까지분석한《게토의저항자들》은홀로코스트가가해자와피해자뿐만아니라회색지대의수많은방관자가함께만들어낸복잡다단한역사적비극이라는점을깨닫게한다.이러한점에서이책은일제강점기라는비슷한역사경험이있는우리에게도의미심장한메시지를던진다.항일운동사에서잊힌역사는없는지찾기위해노력해야하고,또어떻게해야그러한역사에합당한의미를부여할수있을지끊임없이궁리해야한다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