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종주의와전지구적자본주의의
동학(動學)을이해하기위한열쇠,‘중국인문제’
19세기중반이후반세기동안,그이전3천년동안채굴된것보다더많은금이채굴되어개인들과국가들에막대한부를가져다주었다.이른바골드러시(goldrush)다.당시많은중국인이미국캘리포니아,오스트레일리아빅토리아,남아프리카트란스발등의금광지로이주해착취를견디며일했다.《중국인문제》는초국가적이주와노동과배제의역사와,그과정에서인종이어떻게국제자본주의의구조에편입되고국가정치에연결되는지를재구성한다.컬럼비아대학메이나이교수는5개대륙에걸친10여년의연구를바탕으로,고국을떠난수천명의중국인이어떤곤경을겪었고어떻게공동체와조직을형성해위험한‘신세계’를헤쳐나갔는지생생하게보여준다.
골드러시는중국과앵글로-아메리카세계사이에,이주민인중국인들과정착민인유럽-미국인(곧백인)들사이에첫대규모접촉을불러일으킨사건이었다.이시기중국인이주민과백인정착민사이알력은‘중국인문제’를둘러싼전지구적분쟁을촉발했다.미국과영국제국은중국인의이민을제한하고그들을시민권에서배제하는법으로‘중국인문제’에대응했다.이러한과정을통해인종차별적고정관념인‘쿨리’신화가생겨났고,이는오늘날까지이어지는소위‘동양계’를향한인종주의의시작이었다.
서양을직접경험한최초의중국인이주노동자들이마주한
노동과차별과배제의정치경제학
골드러시시기,황금과기회를찾아최초로대양을건너서양을경험한중국인들.‘두개의금산(金山)’인주진산(舊金山)캘리포니아와신진산(新金山)빅토리아멜버른,그리고남아프리카트란스발등지로간중국인이주노동자들은어떤삶을살았을까?
앵글로-아메리카세계로이주한중국인이민자들은청말역사에서주변적행위자가아니었다.골드러시에뛰어든사람들은자발적의지로서양을직접경험한최초의중국인들이었다.북아메리카및오스트랄라시아의골드러시와남아프리카의금산업부흥에참여한이들은장거리이주및전지구적교역이라는새로운자본주의시대에필수적요소였다.
《중국인문제》는중국인이주노동자들의꿈,노동,공동체뿐아니라자기가자기머리에성유를부은자칭‘백인들의나라들’에서중국인이주자들이겪은고통과절망,숙명적주변부화와배제에관한이야기다.금광열과인종주의정치가미국과영국제국에서개척지들의폐쇄를의미하고,영국과미국이금융권력에서지배적세력을형성하고중국이세계의‘국가들의가족’에포함되었으나불평등하고주변적행위자였던시기를다룬다.그리하여중국인들에대한배제가당시막등장하던전지구적자본주의경제에서외재적인것이아니라그구성부분이었음을,그동안잘알려지지않은여러구체적이고실증적인‘금’관련사례를통해밝힌다.
이주민중국인들과정착민유럽-미국인들사이에
첫대규모접촉을불러일으킨사건
금을찾아앵글로-아메리카세계의제국또는그식민지들로이주한중국인들은그곳금광지들에서대규모로그리고그이전의경우(1830년대에서1870년대사이에카리브해노예제플랜테이션식민지들로의이주)보다상대적으로더평등한조건즉‘독립적’탐광자(探鑛者)이자‘자발적’이민자로서현지정착민들인유럽-미국인들(Euro-Americans,백인)과만났다.
앵글로-아메리카제국의땅들,곧미국과영국령정착민식민지들(뉴질랜드,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남아프리카)은국가정치의궤적에맞추어중국인들을이민과시민권에서배제하는입법으로‘중국인문제’에답했다.미국에서중국인배제법들(1875∼1943.페이지법,중국인배제법,기어리법등)은배제할집단을명시적으로거명한최초의(그리고오늘날까지유일한)법이었다.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중국인,남아시아인,이런저런비유럽인을겨냥한이민제한이백호주의(‘백인호주주의’의줄임말로,20세기중후반까지오스트레일리아에서백인이외유색인종의입국이나이민을배척하던정책)정책의주춧돌이되었다.남아프리카에서는중국인배제(1880년대∼1980년대)가급진적백인우월주의와인종분리라는의제의일부였다.각각의경우에‘중국인문제’는백인정착민정체성과근대국민국가,원주민몰아내기와인종주의적분리가생겨나는데서중심역할을했다.이러한법들은당시막등장하던국가정체성에영향을끼쳤거니와확장하는세계를상상하고,조직하고,통치하는새로운방식의출발을알렸다.
‘중국인문제’는당시노동(권)의문제일뿐만아니라세계정치·경제적으로여러중요한문제가비롯한지점이었다.골드러시시기중국인디아스포라를통한이주와교역의지구화사이관계,인종적국민구성과근대적국민국가사이관계,중국의국제교역과국제금본위제(당시골드러시효과에따른)사이관계,값싼외국인노동력과20세기세계·경제질서재편사이관계,골드러시시기부터시작된서양의‘중국/중국인의침입(ChineseInvasion)’에대한두려움의수사(修辭)인‘황화(黃禍,yellowperil)’와21세기중국의패권국부상사이관계등이다.
재외(在外)의삶을선택한,동시에배제에맞서분투한
알려지지않은다양한중국인이민자들의이야기
다른나라의이민자들과마찬가지로중국인들도부를추구하거나새로운생계를찾아미국,오스트레일리아,남아프리카의금광지역들로이주했다.현지국백인들은중국인들이자신들의일자리를빼앗고,임금을낮추게하며,사회에혼란을일으킨다는등의비난을하며중국인들을백인사회를위협하는존재로주조해냈다.이러한이주중국인들과현지정착민들사이의경제적갈등은곧인종적공격으로바뀌어,서양인들은중국인들을“그들의이교(異敎,heathenism),근거없이주장된불결함(uncleanliness)과비도덕성(immorality),전반적으로이해할수없음(unintelligibility)”을통해바라보았다.유럽-미국인들에게중국인이주노동자들은서양사회에결코동화될수없는노예종족으로중국인이민노동자들은부자유하다는지속적인신화(‘쿨리신화’)를유포하며그들은결코문명화되지않을것이라고보았다.현지백인정착민들은중국인들의노동력은이용할수있지만그들에게자신들과동등한법적권리의시민으로서의자격은부여할수없다는이중적이고모순적인잣대를가지고있었다.
이주중국인들은자신들에대한백인들의경제적억압과부당한법적배제및차별에대항해작업거부,임금투쟁,파업,회관(會館,후이관,동향결사)같은이주공동체결성,거리시위,청원,미국산상품보이콧등으로맞섰다.책에는1880년대초반샌프란시스코주재청국총영사를지내며이주중국인들을보호하려외교적노력을펼친황쭌셴같은엘리트뿐아니라,중국인이주자들의시민적권리를제한하려는시도에반발한미국샌프란시스코의위안성,오스트레일리아멜버른의로콩멩·루이스아무이·척홍청,남아프리카요하네스버그의셰쯔슈,그리고아부(AhBu)와같이서양의기록에호칭(address)의형태로만등장해중국식성명을알길이없는많은중국인물이등장한다.
《중국인문제》는그간의역사에서잘알려지지않은중국인이민자들의다채로운프로필을통해1850년대골드러시시기부터의미국,오스트레일리아,남아프리카에서초국가적중국인노동및이주와,그속에서발생한인종주의와,이에대한이주중국인들의저항의역사를서술한다.
중국인배제의역사는19세기중국사에서큰비중을차지하고그것은열강과의불평등조약들과함께중국이전지구적무대에서겪은수치를보여주는가장강력한상징이다.《중국인문제》는‘쿨리신화’를깨부수고,인종주의적억압에맞서부단히저항하고그개선의가능성을약속한초기지구화시기중국인의역사를온전하게복원하는보기드문책이라하겠다.
19세기전지구적경제와정치관계속
인종과돈의강력한연금술
《중국인문제》는서양의중국인공동체들이어떻게19세기세계에서인종과돈의강력한연금술(유색인노동력과자본주의,식민주의와금융권력)속에서탄생했는지에관한이야기이기도하다.
비판적정치경제사에서는미국과유럽제국들이자본축적을위해인종과돈을이용한다양한전략─아프리카노예제,은과금,아편과포함(砲艦)─을사용했다고강조하는데,이러한전략은당시신흥하는세계경제의분기(分岐,divergence)를창출하는데핵심적이었다고평가한다.이책은‘중국인문제’의정치가서양과중국사이의‘대분기’의일부였음을조명한다.
19세기중반의골드러시,금채굴,금본위체제등의동학(動學)은중국인이민과세계경제에서중국의불평등한지위에영향을끼쳤다.중국인이민자들은주변화,폭력,차별,배제로고통받았으나이들은또한그것들에적응하고그것들을인내했다.중국인이민자들은세계속에서,자신들의귀화국에서,그리고중국의일부로서자신들의지위를주장하려투쟁했다.《중국인문제》는서양의중국인디아스포라가금과당시막탄생하던새로운세계,즉인종과화폐의힘에의해새롭게상상되고조직되고통치된세계가짠환상적이면서도잔인한그물망을어떻게통과했는지를다룬다.
이와같은점에서《중국인문제》는19세기에인종과돈(자본)에관한생각과관행이어떻게진화했는지를사고하는데새로운지평을열어준다.인종과돈은오랫동안공생관계를유지해왔지만,그관계는고정적인것도지속적인것도아니었다.도리어그것은역사와정치에의해만들어졌다.이러한인종과돈사이관계의본질은역사학자들사이에서수많은연구와논쟁의주제였다.노예제와자본주의사이의관계는무엇이었나?식민주의,제국,전지구적금융과교역사이의관계는?자본주의는내재적으로인종주의적인가?등등.《중국인문제》는19세기후반의‘중국인문제’에서보이는그구체적표출을통해이러한인종과돈의상관관계를이해하게해준다.
‘중국인의침입’에대한두려움의수사로서‘황화’와
21세기의중국의패권국부상사이상관관계
‘중국인문제’는21세기에부활해서다른목적에사용되고있다.‘돌아온황화라는유령’또는시노포비아(Sinophobia,중국공포증)는미국(과세계)을향한(근거없이주장된)‘중국의위협’이라는묘사에스며들어있다.
오늘날의‘중국(인)문제’는19세기중반골드러시시기의인종주의적스테레오타입과사뭇다른양상을보인다.그것은중국이부상하면서중국의새로운침입에대한두려움과나아가중국이미국을대신할패권국가로부상할수있다는우려로나타나고있다.하지만그두려움과우려에는서양과는다른가치와체제의중국이부상해패권국가가되는것은받아들일수없다는신념혹은이데올로기가깔려있다는점에서‘중국(인)문제’는지금도여전하다고할수있다.그렇다면‘중국(인)문제’를제대로이해하기위해서는‘중국몽(中國夢)’이라는표어를가진중국민족주의에동의하지않으면서도중국및중국인문제의역사적윤곽을올바르게이해하는일이필요하다.《중국인문제》는이런이해로가는훌륭한이정표다.
우리사회의‘이웃집찰스’로서의,또는‘이웃’으로등록되지못한
‘열린사회와그적들’로서의이민자/이주자들
저자의말대로“이민자(이주민)는국가를정의하고재정의하는역사적과정에필수적존재”라할수있다.《중국인문제》는중국인이주자들의경험과수용이중국인으로서이들의개인적정체성에,국가로서중국의국가정체성에,선택의낯선땅혹은열린사회로서서양에서중국인들이전지구적인인종주의적위협으로인식된것에어떤영향을끼쳤는지를탐구한다.
‘중국인문제’는20세기전환기에중국의정치담론에서주요주제로부상했고,이것은현대중국과중국민족주의를형성하는한가지요인이되었다.《중국인문제》는초국가적이주와노동과배제의역사와,그과정에서인종이어떻게국제자본주의의구조에편입되고국가정치에연결되는지를훌륭하게재구성해낸다.
우리사회역시많은‘코리안디아스포라’역사가있다.조선시대말기인1860년대부터이어진기근과빈곤과가렴주구로인한중국만주및러시아연해주등지로의이주,1903년1월13일최초의한인이민선갤릭(Gaelic)호를타고하와이호놀룰루에도착한102명의사탕수수농장이민,1960∼1970년대파독광부와간호사이민,그리고2010년대‘헬조선’과‘탈조선’이민등등.한편으로2020년대에는저출산및인구감소등에따른노동력부족(또는특정노동기피)으로‘동남아이모님’‘이민청설립’등이논의되고있다.《중국인문제》는이제한국사회도예외일수없는‘이웃집찰스’로서의,또는‘우리’로등록되지못한‘타인’으로서의‘이민자/이주자문제’에화두를제공한다는점에서도시의적절한책이다.